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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23화 (3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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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의 저주

    "사라씨? 왜 그러시나요?"

    여느 때처럼 식사를 하고 있자니, 사라가 레이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의태어로 표현하자면 빤히 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빠아아안히 라고 표현해야 어울릴 정도로.

    과연 레이아도 사라가 너무 빤히 쳐다보자 조금 부담스러웠던 건지, 살며시 얼굴을 붉히면서 그런 질문을 할 정도였다.

    "아, 아뇨. 아무것도."

    사라는 레이아의 질문을 듣고 나서야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는 듯이,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역시 우리 천사님이야. 같은 여성마저도 빠져들게 만드는 미모라니까."

    "구, 구원씨도 참…너무 그렇게 띄워주시면 부끄러워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내 장난에 레이아는 예상대로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사라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응? 겨우 이런 장난으로 화를 낸다고?

    이번엔 내가 사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뭐, 뭐야?"

    "아항."

    과연. 그런 건가.

    나는 왜 갑자기 사라가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눈치챘다.

    사라는 화를 낸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그냥 목소리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내 농담에 반응한 게 아니라, 레이아가 예쁘다는 말에 반응해서.

    "레이아, 예뻐졌지? 레이아는 구미호인 만큼 엄청 했으니까. 어제도 꽤나 매력이 올랐으니까. 그야 더 예뻐졌겠지."

    "웃!"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예상대로 사라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질투나? 아니면 불안해? 혼자만 매력이 250에서 멈춰있어서."

    "그, 그런 게…."

    "아닐 리 없잖아. 사라야 솔직해지자고."

    "으읏! 그래 이 바보야! 왜?! 불안해하면 안 돼?!"

    "안 될 리가. 귀여워."

    나는 살며시 사라를 끌어안아줬고, 사라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내 품에 파고들어왔다.

    "그래도 걱정할 거 없어. 난 네가 다른 애들보다 매력수치가 조금 낮다고 해서 덜 좋아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응…그야 믿지만…. 그래도 빨리 던전에 가고 싶어."

    "그래. 장비만 오면 바로 갈 테니까."

    "응…."

    던전이라….

    장비 강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가는 건 상관없지만, 아직 던전에 가기 전에 할 일이 남아있었다.

    우리 애들도 전부 돌아가면서 한 번씩 안아줬고, 이제 슬슬 미뤄뒀던 그 문제도 해결할 차례인가.

    나는 사라의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마틸다를 힐끔 쳐다봤다.

    마틸다는 뭔가 맘에 안 든다는 듯 쀼루퉁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쟤는 디폴트 표정이 저 표정이지만 말이야.

    레이아의 말에 따르면 저것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연기라고는 하는데, 정말일까?

    쟤가 원래는 부드럽고 친절한 성격이란 게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마틸다가 자기 방에 돌아갈 때까지 우리 애들을 붙잡고 잡담을 했다.

    그리고 마틸다가 식당을 빠져나간 후에, 모두에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나 오늘 낮 동안은 마틸다랑 있으려고 하는데."

    돌려 말하는 표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의도는 정확히 전해졌겠지.

    "흠. 마지막으로 확인하겠네만. 자네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은 확실한 것이겠지?"

    "마틸다 추기경님을 구하는 건 좋지만, 구원씨까지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면 저도 싫어요."

    디아나는 다시 한 번 확인하듯 질문을 던졌고, 레이아는 답지 않게 조금 이기적인 말을 했다.

    뭐,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말이겠지.

    "걱정 마. 정말로 완벽하게 문제없어."

    "항상 그렇게 자기를 과신한다니까. 조심해. 그러다 다치지 말고."

    사라는 조금 핀잔 섞인, 하지만 확실히 애정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

    나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틸다의 방으로 향했다.

    제발 잘 풀렸으면 좋겠다.

    이건 도박이다.

    만약 나와 섹스를 해도 마틸다의 저주가 풀리지 않는다면, 그냥 마틸다가 날 대놓고 좋아해도 된다고 밝히는 것만 돼버리는 꼴이다.

    그러면 마틸다 마저도 실비아와 같은 처지가 될 확률이 무척이나 높아진다.

    나야 마틸다같은 미인이 좋다고 달라붙으면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겠지만, 우리 애들은 또 맘고생을 할 테니까.

    그러니까 나로서도 이 도박은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

    "마틸다. 방에 있어?"

    나는 가벼운 긴장감을 느끼면서 마틸다의 방문을 두드렸다.

    "구원씨? 무슨 일이시죠?"

    그러자 마틸다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방문을 열었다.

    뭐, 그동안에는 마틸다 방에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으니까.

    그야 놀랍기는 하겠지.

    하지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괜히 안절부절못하게 만들 필요 없단 생각에 직전까지 밝히고 있지 않았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조금 부끄럽네.

    너 나랑 섹스해라! 라고 선언할 수도 없는 거고.

    아니지. 여기선 조금 사무적인 느낌으로 설명하는 게 제일 무난한가.

    "할 얘기가 있어."

    "나, 남성분이 아녀자의 방에 홀로 찾아와서 단 둘이 할 얘기요?"

    마틸다는 고작 할 얘기가 있다는 말에 뺨을 상기시키면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이 됐다.

    목소리도 평소의 틱틱 대는 목소리가 아닌, 빠져들 것 같이 달콤한 목소리다.

    진짜 머릿속이 얼마나 핑크빛이면 이렇게 되는 건지.

    아무튼 뭐 됐나.

    "일단 들어간다."

    평소라면 기겁을 하면서 정떨어지는 소리를 했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연기를 할 필요도 없으니까.

    나는 마틸다의 모습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어, 어? 정말로?"

    내가 평소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마틸다도 꽤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정말로 라니 뭐야. 고백 같은 거 안 한다.

    "우선 무엇부터 얘기할까…. 그래. 야. 일단 내가 여신님이 보낸 성자라는 말은 했었지? 뭐, 넌 안 믿었지만."

    "그,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전 제 귀로 여신님의 목소리를 듣기 전엔 절대로…."

    뭔가 기대하는 표정이었던 마틸다는, 내 말이 예상에서 벗어났는지 조금 풀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신님이 날 이 세계로 보낼 때, 성 능력에 특화된 성자라는 직업을 통해 이런저런 힘을 주셨거든. 그래서 난 기본적으로 성기능을 잃을 일이 없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나는 마틸다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내 할 말만 했다.

    "네? 그게 무슨…엣? 엣?!"

    처음엔 당혹스런 표정을 짓던 마틸다는 잠시 후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놀란 얼굴로 사실이냐는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래. 나도 깨달은 건 최근이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나, 네 저주에도 면역이 있는 모양이다."

    아, 얜 어차피 내가 여신님이 보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잖아.

    이것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귀찮지만 어쩔 수 없나.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마틸다. 날 어떻게 생각해?"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꽉 밀착시킨 후, 그 일렁이는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조, 좋아해요…."

    음.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간단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쉬워서야 대체 이 나이까지 일상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뭐,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만.

    마틸다의 고백을 똑똑히 들은 후에, 나는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했다.

    "느껴지지?"

    "네…네에…!"

    내가 빳빳하게 선 물건을 마틸다의 하복부에 밀착시키면서 말하자, 마틸다가 몽롱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이걸로 증명은 끝났고."

    나는 마틸다가 확인을 하자마자 바로 허리가 감은 손을 떼고 떨어졌다.

    "엣?"

    왜 그런 표정을 짓는데?

    나도 너처럼 사랑이라도 속삭일 줄 알았냐?

    그런 표정 하지 마라. 분명 내가 미안해할 생황이 아닌데 괜히 미안해지잖아.

    "크흠. 아무튼 내가 여기 온 용건을 말하지. 네 저주, 남자와 섹스를 하면 풀릴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러니까 나랑 섹스하자."

    "……."

    마틸다는 뭔가 참는 듯 부들부들 떨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거, 거절하겠어요!"

    "응? 왜?"

    "성행위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신성한 행위로…."

    "날 사랑하지 않아?"

    "사랑해요오오…."

    뭔가 억지로 화난 목소리를 내는듯한 마틸다에게 다가가서 그 귀에 속삭이자, 마틸다는 바로 몽롱한 표정이 되어서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얘 지금 나랑 장난하나.

    "핫! 아, 안 돼! 당신은 절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내 마틸다는 고개를 휙휙 젓고 자기 뺨을 양손으로 찰싹 때리더니, 다시 억지로 화난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저주를 풀기 위해서 라니까. 너 다른 성직자들하고도 시험해본 적 있었을 거 아니야. 걔들도 전부 널 사랑했던 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분들은 절 사랑하셨어요. 당신같이…."

    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얘는 어떻게 저주 이외에도 이렇게 귀찮냐.

    "그럼 나도 이 순간만큼은 널 사랑하면 되는 거지?"

    "그런 값싼…."

    "마틸다, 사랑해."

    "저, 저도 사랑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제발 저주 때문에 이런 거라고 말해줘.

    "그럼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는 행위를 하자. 괜찮지?"

    "네…."

    이거 왠지 내가 순진한 아녀자를 꼬드긴 나쁜 놈같이 돼버린 것 같은데.

    아냐! 난 마틸다의 저주를 풀어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렇게 하는 거라고. 난 잘못 없어!

    젠장. 마틸다 녀석. 너무 구슬리기 쉬워서 오히려 묘한 죄책감을 가지게 만들다니.

    아무튼 더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끝내버리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일단 한 번 해서 저주가 풀리는지 확인만하면 되는 거니까.

    나는 마틸다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끌어안고, 그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마틸다는 마치 내 눈에 빠져들 것처럼 나와 마주보면서 몽롱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마틸다와 마주보면서, 한편으론 재빨리 마틸다의 옷을 벗겨나갔다.

    추기경이라는 직책 덕분에 색도 다르고 뭔가 더 화려하기는 하지만, 기본인 구조는 레이아의 사제복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옷이다.

    레이아의 사제복을 벗기는 것에 이미 충분히 익숙해져있는 나는, 별 어려움 없이 마틸다의 옷을 벗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틸다는 자기가 벗겨지고 있다는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오로지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거 진짜 왠지 모를 죄악감이 마음을 쑤시는데.

    "예쁜 몸…이네…."

    그런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마틸다의 옷을 벗겨낸 나는, 마틸다의 몸을 내려다보면서 입에 발린 말을 하려다가 잠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마틸다의 그 번개에 맞은 것 같은 검은 흉터는 왼팔에만 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제복은 온 몸을 꽁꽁 감싸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검은 흉터는 팔을 감싸며 올라가서 어깨를 통해 왼쪽 가슴으로 뻗어나갔고, 그 대로 곧장 마틸다의 하복부까지 도달했다.

    하복부에는 마치 흉터가 뭉친 듯이 검은 흉터가 배배꼬아서 똬리를 틀더니, 다시 왼쪽 다리를 타고 발끝까지 관통했다.

    요약하자면, 왼쪽 전신을 저 검은 흉터가 뒤덮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마 하복부에 있는,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흉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거겠지.

    "역시…흉측한가요?"

    내가 조금 할 말을 잃고 있자, 마틸다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른 팔로 자기 흉터를 가렸다.

    물론 한 팔로 가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혀 가려지지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여자가 이정도 수준의 흉터를 가지게 되다니.

    저주의 효과와는 별개로, 이것만으로도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겠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동정심이 생겨서, 아까보다 조금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아니. 그따위 흉터로는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네 몸을 매력적이야."

    "아…."

    나는 무릎을 꿇고, 검은 흉터가 똬리를 틀고 있는 마틸다의 하복부에 살며시 키스를 해줬다.

    "그리고…이 흉터도 곧 없앨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도박이니 뭐니 하면서 의심을 가지지 말자.

    나와 섹스하는 걸로, 이 저주는 분명 풀릴 거야.

    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마틸다의 허리를 휘감아 안고, 그대로 일어났다.

    "꺄악!"

    내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마틸다는 깜짝 놀라서 팔다리를 내 몸에 휘감으면서 달라붙어왔다.

    나는 그렇게 마틸다를 들어 올리고 곧장 침대로 향했다.

    침대 위에 마틸다를 살며시 눕히고, 나는 다시 마틸다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럼…."

    "네, 네에…."

    마틸다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고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죄악감을 얼버무리듯, 나는 바로 성자의 전력을 사용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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