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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19화 (30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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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습의 구원

    "구, 구원님. 펠리시아 앞에서는, 그…."

    펠리시아가 욕실로 사라지고 난 후에, 품에 안겨있던 실비아가 바들바들 떨면서도 내게 말했다.

    응? 아아. 과연. 혹시 펠리시아가 일어나자마자 빤히 봤던 건 내가 아니라 내 품에 있는 실비아였나.

    어쩔 수 없나. 펠리시아 앞에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실비아도 싫어할 테니까. 놀 땐 놀더라도 상황은 봐가면서 놀아야지.

    나는 일단 품에서 실비아를 해방시켜줬다.

    실비아는 벗어나자마자 헉헉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침대에 주저앉았다.

    품에 뭔가 없으니까 조금 쓸쓸하다.

    "바넷사."

    "네."

    "품에 아무것도 없어서 쓸쓸한데. 바넷…으읍."

    갑자기 바넷사가 내 얼굴에 손을 뻗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틀어막았다.

    펠리시아를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니까 장난이나 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힘으로 막아버리니까 묘한 오기가 생겼다.

    "끄으으윽! 끄으으으윽!"

    안간힘을 써서 안면을 밀어붙였지만, 바넷사의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한발자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후우. 괜찮은 완력을 소유하고 있군. 뭐, 그냥 장난이라서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러십니까."

    "농담인줄 아나본데, 정말이라고? 내가 진심이 되면 얼마든지 네게 다가갈 수 있었어."

    "그러십니까."

    "얘가 안 믿네? 진짜라니까? 정…읍!"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바넷사한테 다가가자, 바넷사가 다시 한 번 내 안면에 손을 뻗어 틀어막았다.

    훗. 바넷사야. 이렇게 틀어막는다고 능사가 아니란다.

    물론 네가 여성치고는 키가 매우 크지. 하지만 나는 남자 중에서도 키가 큰 편이란다.

    리치 싸움으로 질 리가 없잖아?

    나는 안면이 틀어 막혀진 채로, 바넷사에게 손을 뻗었다.

    난 분명 바넷사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했지, 힘으로 이긴다고 한 적은 없거든.

    내가 뻗은 손은 곧이어 바넷산의 말랑말랑한…손바닥에 닿았다.

    "제, 제법 가드가 튼튼하군."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바넷사의 양손을 완전히 봉했다. 그리고 내 손은 아직 하나 더 남아있다고!

    나는 나머지 손을 뻗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바넷사의 손에 틀어 막혔다.

    아까 내 손을 잡았던 그 손으로.

    바넷사야. 아무리 너라고 해도, 한 손으로 내 양손의 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끄으으으으으응!"

    있네. 아니, 집사 힘이 대체 뭐 이렇게 센 건데? 사기 아냐?

    하지만 예상외의 사태에도 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훗. 걸려들었군. 바넷사. 지금 내 양손을 모두 잡고 있겠다?"

    "그렇습니다만?"

    "받아라! 그리고 쾌감에 떨어라! 내 최강의 스킬! 필살! 성자의 손길!"

    "읏!"

    그러자 바넷사가 황급히 내 양손을 붙잡고 있던 손을 뗐다.

    안면을 틀어막고 있는 손은 그대로지만, 이걸로 됐어!

    나는 자유로워진 손을 곧장 뻗었다.

    그러자 드디어 물컹물컹한 바넷사의 가슴이 만져졌다.

    이걸로 바넷사가 당황을 하면 곧장 다가갈 수…!

    "디아나님께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바넷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여전히 내 안면을 틀어막은 채로, 바넷사는 덤덤하게 말했다.

    "…저기. 기다리다보니 심심해서 장난 좀 친 건데.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일단 손부터 떼고 말씀하시죠."

    "핫! 죄송합니다. 너무 좋은 감촉이어서 그만. 정말 훌륭한 가슴을 가지고 계시네요."

    "……."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사과했지만, 바넷사는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그냥 기습적으로 끌어안아서 놀라는 모습이나 조금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심지어 바넷사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실패해서, 묘한 패배감만 맛보고 바넷사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실비아야."

    "네, 넷?"

    "역시 여기서 날 치유해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

    "으아아아!"

    "펠리시아가 나오면 놔줄 테니까 잠깐 이러고 있자."

    나는 결국 실비아를 끌어안고 힐링 타임이나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실비아가 슬슬 한계에 달해서 행복사를 하기 직전까지 몰렸을 즈음에, 욕실에서 펠리시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후아앗! 후아! 흐앗!"

    내가 실비아를 놔주자마자, 실비아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힘겹게 방구석으로 달아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야. 네가 도망가면 어떡하냐. 펠리시아의 마수에서 날 지켜줘야지.

    뭐, 바넷사가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흐으음…실비아가 저렇게까지…."

    그리고 펠리시아는 그런 실비아를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얘. 실비아."

    "네, 넷…?"

    아까 펠리시아의 몸을 구속한 게 미안했던 건지, 실비아는 살짝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지금은 반말해도 괜찮아. 친구로서 대화하고 싶은 거니까. 혹시 말이야. 내가 구원한테 들이대는 거 싫었어? 내 남자한테 손대지 말라는 느낌이었어?"

    "내, 내, 내 남자라니 그런 황송한!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구원님이 싫어하시니까…!"

    "그럼 질투심 같은 건 별로 없었던 거야?"

    "애초에 내가 그런 걸 느낄만한 위치도 아니고."

    "그렇구나. 다행이다. 아무리 나라도 실비아한테까지 미움 받기는 싫으니까."

    "미워하지 않아."

    "응. 고마워."

    그런가. 갑자기 펠리시아가 유혹을 안 했던 건, 실비아를 생각해서였나.

    친구가 날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고, 펠리시아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펠리시아는 정말로 안도했다는 듯이, 지금까지 본 것중 가장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었고, 펠리시아는 다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럼 이걸로 맘 놓고 유혹해도 되겠네."

    "아니 안 되지 이것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옷이나 입어?"

    "어머? 왜? 흥분돼? 흥분되면 나한테 풀어도…."

    펠리시아가 내게 몸을 기대어 은근슬쩍 가슴을 밀착시켜오면서, 바지 위로 내 물건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강렬하게 펠리시아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해!

    나는 황급히 펠리시아에게서 멀어졌다.

    젠장. 저놈의 망할 매혹.

    "놀고 있네! 그럼 그러고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가던가! 이 변태녀야!"

    "흐으응! 자기도 참…정말매정하다니까…."

    …지금 이 녀석 신음소리 낸 거지?

    아니 대체 왜?! 이제 성자의 성수도 풀어줬잖아?!

    대체 어디에 신음소리를 낼 요소가 있었는데?!

    "하아…. 알았어. 일단 갈까."

    펠리시아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메이드들이 준비한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당당한 거야!

    아니, 분명 자신감 가질만한 몸매이긴 하지만, 너무 당당하잖아?

    심지어 펠리시아는 옷을 입으면서도 윙크를 하거나 슬쩍 아슬아슬한 부분을 보여주는 등 유혹을 계속해댔다.

    이게 만약 다른 애였으면 나도 당당하게 몸매 감상이나 했겠지만, 펠리시아가 상대다보니 경계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래도 눈을 떼지 않고 몸매 감상을 하긴 했지만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 남자의 본능 같은 거라고.

    "그럼 가자, 자기. 여기야."

    옷을 갈아입은 펠리시아는, 내가 덮쳐주지 않아서 아쉽다는 듯 조금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정말로 엄중히 관리되고 있는지, 갑옷을 빼입은 병사들이 주변을 철통같이 통제하고 있었다.

    그 철통같은 보안을 모두 뚫고 들어간 방에는 던전에서나 보던 빛의 기둥이 있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방 안에 들어서자, 실비아가 빛의 기둥 앞에 있는 수정구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실비아 바벳이다. 어머니와 얘기가 하고 싶다."

    공주와 대화할 때도 조금 느꼈던 거지만, 실비아는 정말로 상대가 나만 아니면 말투가 덤덤하네.

    바넷사처럼 무뚝뚝한 느낌은 아니고, 뭔가 멍한 느낌이다.

    아니. 그보다 잠깐. 지금 어머님이라고?

    "실비아니?"

    "네. 어머니.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으헉!

    수정구에 실비아와 닮은 미인이 비치는 걸 보고, 나는 황급히 방구석으로 자리를 피했다.

    "어머? 자기, 갑자기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야 그렇잖아! 대체 실비아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라고!

    실비아가 나한테 올 때, 가문에 연락하여서 그 성노예 같은 조건을 허락받았다고 했다.

    즉, 지금 실비아의 가문 사람들에게 내 인상은 최악일 거란 말이다.

    물론 내가 실비아를 성노예 취급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대해주고 있다고도 볼 수 없다.

    지금 실비아의 위치는 애매하기 짝이 없으니까.

    같은 클랜원으로 받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내킬 때마다 안고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비아의 마음을 완전히 받아준 것도 아니다.

    실비아의 마음을 뻔히 알면서 말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나 좋을 대로 실비아를 다루고 있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실비아의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돼서인지 실비아는 용건인 장비 강화 얘기 말고도 이런저런 얘기를 어머님과 나눴다.

    나는 그동안 최대한 수정구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피해있었고 말이다.

    이거 평소랑 입장이 반대가 됐잖아.

    "실비아. 지금 그 사람과 같이 있어서 행복하니?"

    "네. 무척."

    "그래. 그럼 됐단다. 잘 지내렴."

    제, 젠장! 마음이! 마음이 쑤신다!

    실비아야! 넌 대체 왜 그렇게 착한 거냐!

    모녀는 마지막에 그런 얘기를 나누고, 서로 작별인사를 나눈 후에 통신 마법을 중단했다.

    "그럼 구원님. 이제 저기 마법진에 강화할 물품들과 재료를 놔주시면 됩니다."

    "직접 가는 게 아니구나."

    "네. 어차피 여기서 저희 영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매번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니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냥 물건만 보내는 게 마음이 편하죠."

    과연. 그만큼 보안이 철저히 되어있는 건가.

    나는 디아나에게 받아온 아공간 가방을 몇 개 꺼내서, 거기에 갑옷과 재료들을 넣고 마법진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실비아가 패널같은 것을 조작해서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이걸로 끝?"

    "네."

    "받을 때는 어떻게 해?"

    "아마 강화가 완료되면 저희 집안에서 보내주실 겁니다. 그럼 다시 와서 받아가면…."

    "젠장. 여길 또 와야 되는 건가."

    "어머. 실례네. 모처럼 이용하게 해줬는데."

    "아, 그러네. 미안."

    "후훗. 미안하면…알지, 자기야?"

    "몰라 이것아! 바넷사! 마차를 준비해줘! 당장 나가게!"

    "네."

    철통 경비를 다시 빠져나가자마자, 나는 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바넷사가 마차를 준비하러 나가자, 기회는 이때라는 듯이 펠리시아가 나에게 달라붙어왔다.

    "정말로? 정말로 이대로 가게? 이렇게 좋은 여자를 안을 수 있는 기회를 놔두고?"

    "집에 더 좋은 여자가 기다리고 있어서."

    "왜 그렇게 거부하는 거야? 남자라면 좋은 여자를 더 안고 싶은 거 아냐? 특히 자기는 능력이 있잖아?"

    "난 내 여자만 안는 순수한 남자라."

    "피이.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그럼 실비아는?"

    "…뭐?"

    "아까 실비아는 자기가 질투심을 느낄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했어. 게다가 통신 마법을 사용할 때 보여줬던 자기의 태도. 자기는 실비아를 디아나님과 동등한 취급, 즉 자기 여자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거지?"

    그때까지 계속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던 펠리시아가 갑자기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그, 그건…."

    "그러면서 실비아는 안은 거지? 그게 어딜 봐서 자기 여자만 안는 거야?"

    "아니, 하지만…."

    "그럼 나도 안아줘도 되잖아. 자기 여자로 삼아달라는 게 아냐. 그냥 서로 잠시 동안의 쾌락을 즐기자는 거지. 내가 실비아랑 다른 게 뭔데?"

    펠리시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팔에 매달려서 그렇게 얘기했다.

    얘, 얘가 갑자기 안 어울리게 왜 이래.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펠리시아는 다시 평소처럼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다를 거 없지? 그러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 실비아처럼 나하고도…."

    그럼 그렇지. 사람 마음 흔들려고 연기한 거였나.

    진짜 요물이 따로 없다니까.

    나는 마음을 다잡고, 펠리시아와 실비아의 결정적인 차이를 말해줬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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