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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의 구원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디아나에게 안마를 받았다.
"자네는! 정말로!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겐가! 응?! 응?! 어쩔 건가 이제! 다른 자들 얼굴을 어떻게 보나?!"
토닥토닥토닥토닥.
디아나는 조그마한 주먹을 불끈 쥐고 내 가슴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얼마나 화가 났던 건지, 평소보다도 훨씬 오래 때리고 있었다.
체력이 얼마 없는 디아나는 잠깐 때리는 걸 멈추고 씩씩 거리면서 숨을 몰아쉬더니, 다시 주먹을 들고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매력 500의 힘인가. 때리는 모습도 엄청 귀여워 보인다.
아니 매력의 힘이 아니라 그냥 원래 디아나는 귀여운 건가.
좀 더 보고 싶다.
"디아나. 거기 말고 조금 위. 아니 그보다 조금 옆으로."
"여기 말인가?"
"그래. 거기. 아 좋다."
내 능청스런 반응에 디아나는 자기도 모르게 토닥토닥 때리는 주먹을 가슴에서 어깨로 옮겼다.
디아나의 풀스윙 펀치는 적절한 안마가 되는군.
"안마하는 게 아닐세!"
조금 어깨를 때리던 디아나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다시 화가 나서 가슴을 때려댔다.
"무슨 생각인가! 이제 어쩔 건가?! 응?! 말이라도 좀 해보게!"
"어쩌다니…그냥 얼굴 보면 되잖아."
"어제 그런 짓을 대놓고 했는데 어떻게 그냥 얼굴을 보나!"
"그런 짓이라니…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란 걸 보여준 것뿐이잖아. 뭐가 문제야? 아님 뭐야? 디아나는 나랑 그런 관계라고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게 싫어?"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나! 초점 흐리지 말게!"
쳇. 들켰나.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대마법사님.
하지만 내겐 아직 디아나를 이길 수 있는 비책이 있다.
아니, 비책도 뭣도 아닌가. 어제 내가 했던 행동은 완전히 정당방위니까.
내가 그냥 재미로만 냉혹한 섹스머신이 된 연기를 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다른 데로 가기엔 내가 너무 흥분했었단 말이야. 나 어제 너무 흥분한 나머지 태도도 이상해졌었잖아? 오히려 다른 여자한테 눈길도 안 주고 곧장 디아나를 찾은 걸 칭찬해줬으면 싶은데. 디아나도 어제 그랬잖아. 요한을 도와주면서 흥분하게 되면 네 몸으로 다 받아준다고."
"읏! 그건 그랬지만! 그래도 정도란 게 있지 않나!"
"미안해. 그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 받아줘서 고마워. 정말 사랑해."
"으으윽! 으으으윽!"
디아나는 반박할 말을 못 찾았는지, 대마법사답지 않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내게 저항했다.
하지만 이내 토닥토닥 때리던 손을 멈추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어제는 그런 약속을 했었으니 특별히 봐주는 걸세."
"디아나 정말 사랑해."
"이 몸도 알고 있으니까 그만 하게! 하아아. 하지만 다른 이들과는 대체 어떻게 얼굴을 맞대야…."
"신경 쓰지 말라니까. 레이아나 실비아는 아무 말도 안 할 거고, 사라는…아마 나한테 화내느라 디아나한테 신경 안 쓸 테니까."
나야 말로 어쩌지.
그나마 사라의 공격이 안 통한다는 게 진짜 천만 다행이다. 방어력 만세.
"에잇! 지금은 그런 것보다!"
"흐으읏!"
나는 발기하다 못해 폭발할 거 같은 물건으로 디아나의 안쪽을 찔렀다.
애초에 삽입은 풀지 않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매력 500짜리 애가 내 위에서 계속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야 폭발할 거 같이 되지.
"자, 잠깐 뭐하는 겐…."
"디아나가 너무 예뻐서 도저히 그냥 못 뺄 것 같아. 한 번만 더 하자."
"밤새 그렇게 하지 않았나?!"
"그래서 디아나는 나랑 한 번 더 하는 게 싫어?"
"그, 그런 건 아니네만…."
"그럼 됐잖아."
결국 나와 디아나는 아침부터 한 번 더 하고 식당으로 내려가게 됐다.
"안녕."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
식당에 들어가자, 역시나 다들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여줬다.
레이아는 조금 뺨을 붉히면서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고, 마틸다는 뭔가 화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실비아는 내가 들어오자마자 식당 구석으로 쪼르르 도망가더니, 힐끔힐끔 내 눈치를 살폈다.
실비아야. 너란 애는 정말 한결같구나. 언제까지나 그대로만 있어다오.
그리고 사라로 말할 것 같으면, 뭔가 한 마디 하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똑바로 다가왔다.
젠장. 올 것이 왔나. 이 위기는 어떻게 피하면 좋지?
디아나랑 다르게 사라는 화나면 정말로 폭발하는 느낌이니까. 내가 이성을 잃어서 그랬다는 논리적인 변명도 통하지 않을 텐데.
하지만 내게 다가오던 사라는 갑자기 내 옆의 디아나의 얼굴을 보더니 우뚝 걸음을 멈췄다.
"음? 왜 그러는가?"
"디아나…왜 그렇게 그…."
"음? 무슨 일 있나?"
"아마 디아나가 너무 예뻐져서 그런 거 같은데."
"으음? 오오! 그러고 보니 어느새 100레벨이 넘었구먼. 어쩐지 어젯밤에 그렇게 했는데도 의외로 상대할만하더라니…크흠! 흠!"
디아나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는지, 조금 무안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디아나는 100레벨이 넘으면서 모든 스탯이 한계까지 올랐으니까 말이야. 갑자기 매력이 500이 됐을 땐 나도 진짜 깜짝 놀랐어."
"음? 이 몸의 매력이 500인가?"
"응. 과연 디아나야. 지력이나 정신뿐 아니라 매력도 최고치라니."
"흠. 뭐 당연한 걸세."
디아나는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스탯도 궁금해졌는지, 레이아가 질문을 던졌다.
"구원씨. 저는 어떤가요?"
"레이아? 레이아는…271이네. 하지만 100레벨 때는 최고치인 250이었고, 아마 레벨이 250되기 전에 레이아도 매력이 500은 되지 않을까? 레이아는 유독 매력의 성장이 빠르기도 하니까. 다른 사람이 보면 사기라고 생각할 정도야. 뭐 레이아도 예쁘니까 나로선 충분히 납득되는 성장이지만."
"구, 구원씨도 참. 너무 그렇게 띄워주시면 부끄러워요."
그랬다. 구미호의 특성인지 성직자의 특성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레이아는 매력의 성장이 엄청나게 빨랐다.
아마 보너스 스탯이 없었으면 나보다도 성장이 빨랐을 거다.
"그, 그러고 보니 레이아도 점점 더 예뻐지고 있어…. 구원! 나는?! 나는?!"
우리 대화를 듣고, 사라는 불안한 얼굴로 자신의 스탯을 물었다.
"걱정 마. 사라도 최고치야. 레벨이 멈췄으니 제한에 걸려서 250에서 멈춰있지만."
"그러면 한동안은 250에서 고정이라는 말이잖아?!"
"뭐 그렇게 되겠지."
"던전에 가자! 지금 당장!"
사라는 오랜만에 투지를 불태우며 말했다.
다들 매력이 250이 넘어가는 와중에, 혼자만 남겨져서 불안해진 모양이다.
"걱정할 거 없어. 아무리 네 매력이 제일 낮아도…."
"가자! 지금! 당장!"
아, 매력이 제일 낮다는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였나.
괜히 사라의 의지만 더 불태우게 만들고 말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당장은 불가능하다니까. 애초에 내 갑옷도 박살이…으아앗! 한나한테 다른 대장간 소개 안 받고 왔다!"
나는 그제야 스스로 범한 중대한 실수를 깨달았다.
애초에 어제 우리가 대장간에 갔던 이유가 뭐였는데!
되도 않는 강의를 하느라 진이 빠지는 바람에 완전히 까먹고 와버렸다.
"흠. 그런 거라면 이 몸이 사람을 통해서 알아봐줄 수도 있네만."
"으음. 역시 이번에는 그럴 수밖에 없나. 이왕이면 다른 사람이 평가한 사람보다는 스스로 평가한 사람한테 장비를 맡기고 싶었는데."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애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으면 문제없겠지만, 디아나가 말하는 걸 봐선 디아나가 직접 알고 있는 대장장이는 아닌 모양이니까.
"저, 저기!"
그때 식당 저 멀리 구석에서 실비아가 손을 들었다.
나는 그런 실비아에게 다가가서, 재빨리 껴안았다.
"응? 왜 그래?"
"히으읏! 왜, 왜?"
"왜라니. 혼자 구석에서 말하면 잘 안 들리잖아. 자 이리 와."
나는 실비아를 껴안고 억지로 우리 자리 쪽으로 데려갔다.
"그래서? 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그게, 그러니까…그…."
"실비아양 좀 그만 괴롭히고 놔주게나."
"괴롭히다니. 실비아. 싫어?"
"조, 좋습니다!"
실비아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두 눈을 꼭 감고 그렇게 외쳤다.
"거봐."
"하아. 그래서야 어디 말이나 제대로 하겠는가?"
"하긴 그것도 그렇군. 실비아. 놔줄 테니까 도망가면 안 돼. 명령이야."
실비아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나서야, 나는 실비아를 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내 품에서 풀려난 실비아는 살짝 아쉬운 얼굴로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앗, 하앗, 하앗, 그, 그러니까…믿을만한 대장장이가 필요하신 거라면 바벳 가문의 대장장이를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실비아네 가문 말하는 거지?"
"네, 넷. 대대로 기사가문이었던 지라, 가문에 소속된 대장장이도 존재합니다. 실력도 괜찮고 성품도 괜찮은 사람으로, 제 갑옷도 항상 그 사람에게 맡겼었습니다."
"과연. 실비아의 갑옷을 만지던 사람이면 확실히 괜찮겠네. 하지만 실비아네 가문이면, 멀리 있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갑옷을 맡기러 거기까지 가는 건…."
"영주성에 가면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바로 물건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영주성? 거기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맘대로 사용해도…아, 그러고 보니 얘 아직 왕실친위대 소속이었지.
하지만 영주성이라…. 웬만하면 거긴 가기 싫은데 말이야.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마법진까지는 강화할 갑옷들과 재료를 옮겨야 하니, 결국 나도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냥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는 거라면, 마법사 협회를 통해서는 안 돼?"
"마법사 협회도 가능은 하네만, 마법사 협회의 텔레포트는 기본적으로 마법사 협회들끼리만 연결되어 있네. 반면 영주성의 텔레포트는 바벳가와 직접 연결도 가능할 테니까 말일세."
윽. 역시 바벳가의 대장장이에게 맡기려면 영주성에 갈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 좋게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슬슬 펠리시아에게 건 성자의 성수도 풀어줄 때가 되기는 했으니까.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네. 밥 먹고 실비아는 나랑 같이 영주성이나 가자."
"음? 설마 둘이 갈 생각인가?"
"응. 그래도 일단 영주성인데, 볼 일 없는 사람까지 우르르 몰려갈 수도 없는 일이잖아."
"그건 그렇기는 하네만."
"하지만 구원! 저번에 그 공주님과…."
애초에 갑옷 강화를 서두르는 것도 사라가 던전에 가자고 보채서 그러는 건데, 정작 사라가 반대를 하고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더 소중하다는 거겠지?
"괜찮아. 그때보다 레벨도 올랐고, 무엇보다…실비아."
"네, 넷?!"
"공주랑 내가 서로 상반되는 명령을 하면 누구 명령을 들을 거야?"
"우…."
"실비아 난 널 믿는다."
"…구원님입니다."
실비아는 조그맣게 ‘펠리시아 미안.’이라고 중얼거린 후에, 그렇게 대답했다.
"봤지? 아무 문제없다니까."
애초에 다 같이 가면 내가 펠리시아한테 성자의 성수 걸고 그냥 와버린 게 들키잖아.
그걸 들키면 또 무슨 꾸중을 들을지.
"애초에 저번에 디아나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아무리 펠리시아라도 또 나한테 들이대겠어?"
"흠…. 공주의 성격을 생각해봤을 때는 조금 불안하네만."
과연 디아나. 정확히 꿰고 있다.
"뭐, 괜찮겠지. 이 몸은 자네를 믿겠네."
"그래. 그냥 잠깐 텔레포트만 이용하고 올 거니까. 만약 내가 저녁때까지 안돌아오면 그때 디아나가 다시 마법사 협회 누님들 데리고 쳐들어와줘. 그럼 되잖아?"
"흠. 알겠네. 그리고 하나 더 대비를 해놓지."
"응? 대비?"
"이 몸의 마차를 타고 가게나. 그리고 마부는 바넷사에게 맡기겠네."
과연. 일단 문제가 생기면 바넷사가 깽판을 치게 만들 생각인가.
바넷사라면 시종인 신분으로 따라다녀도 아무 문제없을 테니까.
"구원씨. 조심하셔야 해요."
"걱정 마. 저번에는 늦었다가 레이아의 눈물까지 봤는걸.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할 거야."
마침 오늘 밤도 레이아의 차례인 만큼, 나는 레이아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네. 믿을게요."
레이아는 그 손을 자신의 가슴에 꽉 끌어안으면서 내게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레이아의 그 마음이 눈과 손을 통해 전달되어왔다.
하아. 역시 치유된다.
아무튼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실비아와 함께 바넷사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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