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303화 (287/1,205)

303====================

의뢰

저거 맞으면 분명 아프겠지.

아니, 아프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저번 가루다 때는 그나마 배만 뚫렸기 때문에 마틸다가 살릴 수 있었지만, 아예 뭉개져서 육포가 돼버리면 아무리 마틸다라도 치료가 불가능하겠지.

게다가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오우거의 몽둥이는 본인의 덩치에 걸맞게 컸다. 아마 여기 자라나고 있는 나무를 그대로 뽑아서 몽둥이로 삼은 거겠지. 그냥 나무라도 피하기 힘들었을 텐데, 무식하게 큰 5계층의 나무다.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이번에는 가루다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정말로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격을 받아서 피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반응할 시간이 있어도 공격 범위가 너무 넓어서 피할 수 없는 거다.

즉, 저 몽둥이에 맞기 전까지 조금이나마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최후의 비기를 쓸 시간이 있다는 거지.

나는 냉정하게 스탯 창을 열었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16 / 모험가 58 / 무투가 63 / 암살자 41

레벨 : 116

생명 : 29500/29500

정기 : 11600/11600

근력 : 272

내구 : 273

민첩 : 230

체력 : 206

지력 : 125

정신 : 179

매력 : 361

보너스 스탯 : 121

상태 : 보통

미묘하다.

그래도 레벨이 높은 실비아랑 그렇게 잤으니까, 조금 더 레벨이 올랐어도 됐을 텐데.

100레벨이 넘은 이후로는 레벨 업 속도가 더뎌졌단 말이야.

그럼 이제부터 보너스 스탯을 내구에 투자하면 된다는 건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구에는 이 이상 그다지 투자하고 싶지 않단 말이지.

성자뿐만 아니라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이 오를 때도, 확률적이라고는 하나 내구 스탯은 오르니까 말이다.

게임이라면 이런 직업들을 가지고는 절대 내구에 50이상 투자하지 않았겠지만, 여긴 게임이 아니다. 죽는 것보다야 낫지.

나는 눈물을 머금고 내구에 보너스 스탯을 분배했다.

1, 2, 3…한꺼번에 올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올리기에는 너무 슬펐다.

내 피같은 스탯. 어떻게 아껴둔 스탯인데.

그렇게 슬픔에 잠기며 내구에 보너스 스탯을 하나하나 찍으면서 오우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뒷덜미가 잡혀서 뒤로 확 끌렸다.

바로 실비아였다.

넘어진 내 앞에 실비아가 늠름히 서서, 번쩍이는 방패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서 마틸다 역시 방패를 치켜들고 뭔가 기도문 같은 것을 외웠다. 그러자 나와 실비아, 마틸다의 몸이 빛났다.

…젠자아아아앙! 얘들 존재를 까먹고 있었다!

스스로는 냉정하게 행동한다고 스탯 창을 열고 스탯을 찍은 거지만, 아무래도 난 전혀 냉정한 상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바로 뒤에 있었던 얘들 존재를 까먹다니.

내 스탯! 내 아까운 스탯이이이이!

심지어 실비아와 마틸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들보다 더 뒤에 있던 음유시인 힐다의 악기에서 찢어지는 것 같은 소음이 들리면서, 넘어지던 오우거의 몸이 시간이 멈춘 듯 공중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사이에 쌍둥이 마법사들의 마법이 오우거가 들고 있는 몽둥이에 부딪혀 폭발하며 퍼버버벙하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오우거의 몽둥이는 타격을 받고 움푹움푹 패이며 모양이 볼품없어졌고, 그 직후에 다시 오우거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미 심하게 손상된 오우거의 몽둥이는 우리 위로 떨어져 내렸지만, 실비아와 마틸다의 방패에 부딪히면서 그대로 우지끈 부러졌다.

그리고 쿠구궁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오우거가 안면부터 지면에 격돌했다.

그리고 오우거가 일어나기도 전에, 아라크네의 전위 멤버들이 달려들어 마무리를 지었다.

"구원님! 괜찮으십니까?!"

오우거가 움직이지 않는 걸 확인하자마자, 실비아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물론 괜찮지 않다. 주로 마음이.

나는 얼른 스탯창을 확인해봤다. 내가 내구를 몇이나 찍었지?

내구 366. 보너스 스탯 28. 정확히 93을 투자했다.

즉, 이제부터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을 전혀 안올리고 레벨 250을 찍으면, 정확히 내구가 500이 되는 참으로 다행스러운…다행스러울 리가 있냐!

레벨을 250찍는 동안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을 전혀 안 안올릴 리가 없잖아!

지금부터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을 올리면, 이제 내구 수치가 일정 확률로 하나씩 버려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젠장! 젠자아아앙!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땅을 손으로 짚고 절망했다.

"구, 구원님?! 던져질 때 어디 잘못 부딪히셨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너무 급했던 나머지 그만!"

실비아가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래. 위기를 잘 넘겼으면 된 거지.

날 위해 애써준 실비아가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어서 되겠냐.

좋게 좋게 생각하자.

생각해보면 이제부턴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당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는 거 아냐?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 내구 수치가 루티아보단 높아졌을 거다.

그러니 결과적으론 참 잘된…크흑.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

"아냐. 괜찮아. 아무데도 안 다쳤어."

"정말이십니까?"

"후우. 응. 괜찮아. 잠깐 놀라서 그랬어. 구해줘서 고마워."

나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면 자업자득이다.

실비아에게 너만 믿겠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제일 중요할 때 실비아를 믿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래놓고 실비아에게 더 이상 걱정 끼칠 수도 없지.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다. 더는 구질구질하게 생각하지 말자.

"아,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가 정상인 반응을 보이자 그제야 안심이 된 건지, 실비아가 내게 살짝 떨어지려고 하면서 말했다.

이제와서 부끄러워진 거냐. 하지만 안 놓친다!

"흐아아아!"

"포상으로 쓰다듬어주지."

"괘, 괜찮…!"

"사양하지 마. 사양하지 마."

나는 실비아가 도망 못 가게 꼭 끌어안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리곤 마틸다를 바라보며 최대한 성의 없어 보이는 태도로 한마디 했다.

"아, 마틸다도 일단 땡큐."

"일단이라니 뭔가요?! 일단이라니! 정말 당신이란 남자는 실례되기 짝이 없네요!"

제대로 감사하면 너 또 나한테 반하려고 할 거 아냐.

감사 인사를 건넨 것만으로도 어디냐. 이것도 나름 내 아들을 걸고 한 거라고.

마틸다는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지만, 어쩔 수 없다. 원망하려면 네 저주를 원망해라.

"구원."

그사이에 마석을 캐낸 건지, 미리엘이 다가왔다.

"아, 미안. 실수로 스킬을 조금 일찍 써버렸어."

나는 미리엘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사과부터 했다.

내 행동이 자업자득인 이유는 실비아를 못 믿었다는 것 하나뿐만이 아니다.

얘들이 반응을 못하고 오우거가 이쪽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게 만든 것도, 다 내가 스킬을 미리 써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무사한 모양이니 다행이군. 이번에도 제대로 지킨다는 약속을 못 지키는 건가 싶어서 조마조마했어."

심지어 미리엘은 날 책망하러 온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스킬을 예상보다 먼저 써버린 바람에 이렇게 됐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어쩌면 얘, 생각 이상으로 좋은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뭐, 남자는 잡아먹지만.

"짜식. 초월종 보고 쫄기라도 했냐?"

그리고 앨리시아는 생각 이상으로 머리가 속편한 녀석이다.

그래. 넌 계속 그렇게 살아라.

"그럼 구원. 부탁하지."

"응? 뭘?"

"저것도 우리 주머니엔 안 들어가니까 말이야."

미리엘이 저 멀리에 있는 검붉은 기둥을 가리켰다.

자, 잠깐만. 내가 지금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입은 상태라 연달아 데미지를 입는 건 조금….

"도망가지 마라. 어차피 도망갈 데도 없는 주제에."

앨리시아가 내 뒷덜미를 잡고 기둥쪽으로 끌고 갔다.

놔, 놔라! 젠장!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쎄! 여성성은 어디로 갔어?! 여성성!

내가 보너스 스탯만 근력에 찍어도…지금은 보너스 스탯이 28밖에 없지…훌쩍.

나는 결국 앨리시아에게 손을 붙잡혀 강제로 오우거 초월종의 성기를 만질 수밖에 없었다.

"으윽. 앨리시아한테 강제로 더럽혀졌어."

"이, 이 새끼가!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또 가슴이라도 만지고 싶어서 수작 부리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지금 당장 갑옷 벗어."

"미, 미친놈이! 꺼져!"

내가 당당히 말하자 앨리시아가 오히려 당황한 듯이 날 밀쳤다.

답지 않게 왜 그래?! 만지게 해줄 거 아니면 아예 말을 하지 말던가!

아무튼 오우거 초월종의 잔해들을 처리하고, 우리는 싸움이 벌어진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야영지에 도착했다.

넓적한 바위가 기울어진 채로 땅에 박혀있어서 지붕역할을 하고, 후방도 막아주는 지형이었는데, 그 오우거 초월종이 터를 잡을 만큼 꽤나 넓은 곳이었다.

그곳에 텐트를 치고, 이른 시간이지만 또 하루를 묵게 됐다.

이번에도 역시 나와 실비아, 마틸다는 불침번을 빼줬다.

"너 말이야. 불침번도 안서니까 제대로 휴식을 취하라고."

식사를 마치고 텐트로 들어가기 전, 앨리시아가 그렇게 말했다.

"으응? 왜? 부럽냐? 넌 같이 잘 남자도 없는데, 나는 이렇게 언제나 같이 잘 여자가 있어서?"

"이, 이 새끼가! 그런 거 아니거든! 나도 같이 잘 남자정도는 위로 올라가면 얼마든지 있어!"

"그러시겠지. 말 그대로 같이 자기만 하는 남자겠지만. 푸풉."

"이, 이 개…!"

"그럼 먼저 실례!"

나는 앨리시아가 폭발하기 전에 얼른 텐트로 도망갔다.

후훗. 이건 아까 내 손을 더럽힌 복수다.

텐트 안에는 미리 들어가 있던 실비아가 갑옷을 벗은 채 오도카니 앉아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 구원님. 그…오늘도 하는 겁니까?"

"응. 걱정 마. 오늘은 활약도 있었으니까, 보답도 겸해서 평소보다 더 잘해줄게."

"그, 그렇습니까…."

그러자 실비아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하여간 귀엽기는.

뭐, 사실 농담이다.

어제가 제대로 망한 만큼, 오늘은 제대로 레벨을 많이 올려야지.

그를 위한 대책도 생각해 놨다.

"그럼 실비아. 벗을까?"

"우으읏…네에…."

실비아는 천천히 일어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옷을 벗어나갔다.

후훗. 말은 그렇게 하면서 결국 속옷은 젖어 있잖아. 귀여운 녀석.

나는 조금 실비아를 놀리기로 했다.

어차피 제대로 행위를 시작하면 놀릴 수 없을 테니, 시작하기 전에 잠깐 놀리는 것 정돈 괜찮겠지.

"언제부터 젖어있었어?"

"아우…그, 그건…."

"왜 그래? 나한테도 말 못할 비밀이야?"

"우으으…구, 구원님이 들어오셨을 때부터…입니다…."

"기대하고 있었구나?"

"하으으…네, 네에…."

실비아의 얼굴이 불이라도 날 것처럼 새빨개졌다.

이제 슬슬 그만 놀릴까. 레벨 업을 너무 지체할 수도 없고.

"자, 이리 와."

나는 재빨리 옷을 벗고는, 실비아를 끌어당겨 내 위에 앉혔다.

"하으응…으읏…으으으읏…."

어제와 마찬가지로 실비아의 안에 삽입은 간단히 이루어졌다.

젖어있는 실비아의 음부는 내 물건을 매끄럽게 받아들이고는 쫀득쫀득하게 달라붙어왔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나는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남자.

어제의 패인은 다른 게 아니다. 실비아가 예상외로 잘 버티니까 신이 나서, 최대한 레벨 업 효율을 높여보겠다고 실비아가 잘 느끼게 정신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스킬을 사용해서 육체적 쾌감을 주면, 그만큼 정신적으로 신경 쓰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기절할 정도로 느끼진 않는다고 저번에 충분히 깨달았으면서도 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스킬을 사용해서 철저하게 육체적으로 자극한다.

정신적 자극보다 실비아가 느끼는 쾌감은 조금 낮겠지만, 기절할 수준이 아니란 거지 그것도 충분히 큰 쾌감이다.

기절시키고 기다리고 하는 것보다는, 기절시키지 않고 꾸준히 그 정도 강도로 쾌감을 주는 게 차라리 레벨 업 효율이 좋을 거다.

나는 곧바로 성자의 전력이나 성자의 성수 같은, 직접 쾌감을 주는 스킬들을 전부 사용했다.

육체 이곳저곳을 자극해서, 제 정신이 아니게 만들어 주겠어.

그러면 기절할 정도로 쾌감을 느끼지는 않겠지? 완벽한 작전이다.

"엣?! 구, 흐앗! 이, 아, 안대! 흐, 히, 히상! 흐으읏!"

하지만 내 작전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내가 여러 가지 스킬을 동시에 쓰자마자, 실비아는 감당할 수 없다는 듯이 바로 기절을 해버렸다.

"실비아?! 실비아?! 뭐, 뭐야?!"

분명 저번에는 이걸로 제대로 기절시키지 않고 했는데?!

그것도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날에 한 거니까, 그사이에 변한 거라곤…매력을…95나…올린 것밖에는…망했다.

저번보다 훨씬 큰 육체적 쾌감에, 익숙지 않은 실비아는 그대로 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기절은 했어도 절정에 달할 정도의 쾌감은 아니었는지, 이번엔 절정에 달하지도 않았다.

제기랄. 오늘은 진짜 안 되는 날인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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