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298화 (28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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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아니거든!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그럴 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그럼 정말로 거부한다는 뜻인가?"

"그래! 나에겐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왜 너랑 자야하는 건데?!"

"텔루나님을 말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럼 어째서 텔루나님이 그런 부탁을 하신 거지? 그쪽이 시킨 게 아니었나?"

"부탁이라니? 무슨 부탁?"

"의뢰를 하는 동안 그쪽에게 잘해주라고 무척이나 강조하지 않으셨나. 그건 물론 밤 시중도 포함된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미리엘의 말에 나는 잠깐 굳을 수밖에 없었다.

"잠깐. 무슨 얘기야?"

"응? 그쪽도 제대로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미리엘의 말에 나는 잠깐 기억을 되새겨봤다.

디아나가 내 밤 시중을 들라는 소리를 했었다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대화를 한 적은 없었다.

다만, 확실히 내게 알아서 잘하라는 얘기를 한 적은 있었다.

이거 설마….

"아, 아아! 야! 그게 아니잖아! 그때 그 얘기, 나랑 자지 말란 얘기잖아?!"

"응? 그 얘기가 어떻게 그렇게 해석되는 거지?"

"너야 말로 어떻게 생각하면 나한테 알아서 잘하라는 얘기를 밤 시중도 들라는 얘기로 해석하는 건데?!"

"그쪽이야말로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오는지 모르겠군. 나도 바보가 아니다. 우리 클랜에 대한 소문정도는 알고 있어. 섹스에 미친, 남자들의 꿈이 이뤄지는 클랜. 그런 클랜에 남자를 맡기면서 잘해주라는 건, 그런 의미잖아?"

"아니아니아니. 생각해봐. 이상하잖아?! 디아나는 날 사랑하고 있다고! 다른 여자에게 밤 시중을 들게 하다니, 이상하잖아?!"

"사랑하니까 더더욱, 하루라도 빨리 네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자로 만드시려는 거겠지. 그때문에 굳이 레벨이 높은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신 걸 테고."

"우리 디아나는 그런 여자 아니거든?!"

"정말인가? 확신하나?"

미리엘이 너무도 확신에 찬 태도로 말하자, 나는 그렇다고 확신을 하면서도 잠깐 대답을 망설이고 말았다.

내가 대답을 조금 망설이는 걸 보곤, 미리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도 사실 너와 자는 게 그다지 내키지는 않아. 난 더 이상 레벨을 올릴 필요도 없으니까, 너랑 자는 건 내가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텔루나님께서 그런 얘기를 하셨을 때는, 솔직히 텔루나님께 실망까지 했을 정도다. 그래서 밤 시중은 루티아에게 맡기려고 했던 거고.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텔루나님은 네 레벨을 올려야 한다고 이미 예상하고 있으셨던 모양이군. 그런 줄도 모르고 텔루나님을 조금 의심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지경이야."

"내키지 않으면 안하면 되잖아?!"

"그럴 수는 없지. 네 레벨을 올려야하지 않겠어? 아까 전에는 일반 몬스터 상대로도 그렇게 고전했던 거다. 앞으로 계층의 주인을 상대하기 위해선, 네 레벨을 올리는 게 필수라고 생각되는데. 그리고 최대한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여기 있는 사람 중 레벨이 제일 높은 나와 자는 게 최선이야. 앨리시아에게 듣자하니 넌 레벨이 높은 사람과 자도 멀쩡한데다가, 쾌감마저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모양이니까. 그것도 성자라는 직업이 가진 힘인 모양이지?"

뭔가 한 번 반박 타이밍을 놓친 사이에, 미리엘은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어갔다.

이거 지금 제대로 반박하지 않으면 진짜로 강간이라도 당할 기세다.

"그러니까. 이제 말은 그만하고 하도록 하지. 이러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갔다.

이럴 생각으로 왔기 때문인지 갑옷은 입고 있지 않았고, 순식간에 그 예쁜 나신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으읏!"

내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가로막고 있던 실비아는 어째선지 미리엘을 그만두게 하지 못하고, 뭔가 위축된 듯 살짝 몸을 내 쪽으로 기울였다.

위험해. 진짜 당한다!

"잠깐! 잠깐 기다려! 하나하나 정리해가자. 일단 첫째로, 디아나는 그런 이유로 자신의 남자의 밤 시중을 부탁하는 여자가 아니야. 확신하냐고 했지? 확신해. 심지어 우리 저택에 있는 집사도 지금 디아나보다 레벨이 높은데 나랑 자지 못하게 한다고. 그리고 다음으로, 확실히 내가 방금 전에 고전하기는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는 게 아니야. 나는 레벨 업 말고도 강해질 수단이 있다고."

매력 스탯을 올리면 그만이니까 말이지.

다음 레벨 제한은 250레벨이고, 250레벨까지의 스탯 제한은 500이다.

성자 레벨을 올리면 매력 스탯이 자동으로 1씩 올라가는 걸 감안했을 때, 확실히 매력에 100 넘게 과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100까지는 찍어도 된다는 거다.

매력에 보너스 스탯 100을 찍어버리면 훈련으로 올라갈 기대치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꼴이 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매력 스탯의 관련 행위 중에는 섹스도 포함되고, 그 때문에 매력이 모든 스탯 중 훈련으로 올라갈 확률이 가장 높은 스탯이라서 정말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강해질 수단이란 녀석이 그렇게 극적으로 강해질 수 있는 건가? 말해두지만 아까 싸웠던 가루다가 강하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몬스터 중에서 그렇다 뿐이지, 초월종이나 계층의 주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확실히 계층의 주인에게까지 그 원거리 기술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건가?"

으윽. 그, 그렇게 말하면 조금 자신이 없어지는데.

매력에 100을 찍으면 확실히 강해지기는 하지만, 이 세계는 레벨 보정이란 게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주저하면 미리엘에게 강간당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이지. 아무 문제없다고. 그러니까 네가 나랑 잘 필요는 없어. 알겠으면 그만 나가주겠어?"

"…그런가. 알았어. 일단 믿어보지."

일단이란 단어는 필요 없지 않아? 뭐야. 일단이라니.

납득을 한 것 같은 미리엘은, 아무래도 나랑 자는 게 내키지 않았다는 말 자체는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별로 아쉽지 않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텐트를 나갔다.

벗어던졌던 옷은 그냥 손에 들고. 나가면서 보이는 엉덩이가 꽤나 섹시해서 조금 분했다.

야. 아무리 밖에 너희 클랜원밖에 없다지만, 그렇게 나가도 되는 거냐? 진짜 수치심이란 게 없나.

아무튼 다행이다. 만약 루티아가 상대였다면 ‘그럼 이유를 만드는 건 됐어. 난 성자하고 섹스하는 느낌이란 게 궁금해. 그러니까 하자.’라고 나왔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미리엘이 루티아를 먼저 보낸 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구, 구원님…."

미리엘이 나가자, 그때까지 어깨에 힘을 팍 주고 내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있던 실비아가 조금 기운 빠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죄송합니다. 구원님을 지킨다고 말해놓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해서…."

"아니야. 내가 쟤랑 자서 레벨 업을 하면 그만큼 다칠 확률도 줄어드는 거니까. 그걸 생각해서 주저한 거지?"

아무래도 정답인 듯, 실비아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시무룩한 표정만을 지었다.

"그보다 실비아야. 돌아가면 내 무용담을 나머지 셋한테 똑똑히 전해줘. 온갖 여자들이 유혹해도 너희를 생각하면서 버텨냈다고 말이야."

"네, 넵.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내 장난스런 말에도 실비아는 표정을 풀지 않고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얜 너무 성실하다고 해야 할지, 나한테 너무 저자세라고 해야 할지.

어쩔 수 없지. 강제로 기분전환 좀 시켜줄까.

"그럼 잘까!"

"히아아악!"

나는 실비아를 확 끌어안고 뒤로 벌러덩 누웠다.

"여, 역시 이 자세로 자지 않으면 안 됩니까?!"

"당연하잖아. 익숙해지라고. 내일 밤에는 나랑 섹스도 하게 될지 모르니까."

"네?! 엣?! 세, 섹스?!"

"그래. 미리엘한테는 자신 있다고 말해뒀지만, 사람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말이야. 강화를 해도 초월종이나 계층의 주인한테는 내 스킬이 안 먹힐 수도 있는 거고, 그럼 실비아랑 섹스를 해서 레벨을 올려야하지 않겠어? 아니면 뭐야? 내가 정말로 미리엘이랑 섹스해서 레벨을 올렸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하면 매력을 올린다고 무조건 성자의 파동이 먹힐 거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오늘도 실비아와 해서 레벨을 올리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과연 실비아도 이틀 연속으로 날 상대하는 건 힘들겠지. 특히 얘는 다른 애들보다도 유독 더 느끼니까.

실비아야. 내가 이렇게 배려심이 넘친단다.

"우웃. 그, 그건 아닙니다만…."

"그렇지? 그러니까 빨리 익숙해지라고. 내일 아침에는 오늘 아침처럼 또 잠에서 깨자마자 다시 기절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우으으읏. 노,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비아의 진동은 약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 나로선 이 진동이 기분 좋았지만. 옆으로 누워서 실비아의 엉덩이 사이에 물건을 껴놓고 자고 있으니까.

그러려면 서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이미 물건은 옛적에 서있었다고!

젠장. 미리엘 녀석, 벗은 몸이 정말 섹시하긴 했단 말이야. 그걸 참아낸 난 정말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일단 매력에 스탯 95를 투자했다.

100을 찍지 않고 95를 찍은 건, 관련 행동으로 매력이 상승할 여지를 조금이라도 남겨둔 내 소심함이라고 하겠다.

실비아는 어제 그렇게 긴장하다가 결국 늦잠을 잤는지,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좋아. 깰 때까지 코앞에다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어줄까.

기절하진 않겠지? 삽입 중이 아니니까 아마 괜찮겠지.

"구원! 야! 일어났냐?"

하지만 내 장난이 성공하기 전에, 우리 텐트로 앨리시아가 들이닥쳤다.

"응? 뭐야?"

"전투다. 수컷 오우거가 나타났어. 빨리 와!"

"우, 우으응…? 흐아아앗!"

앨리시아의 목소리에 깬 건지, 실비아가 화들짝 놀라면서 후다다닥 내게서 멀어졌다.

좋아. 실비아의 귀여운 모습도 봤으니 만족이다.

"실비아! 가자!"

"에, 엣?! 넷?!"

잠에서 깨자마자 눈앞에 있는 내 얼굴을 보고 놀라서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비아의 손을 붙잡고, 나는 황급히 앨리시아를 따라 나갔다.

전투는 우리가 자고 있는 곳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어쩐지.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면 나도 실비아도 안 깼을 리가 없지.

어째서 야영중인데 조금 떨어진 곳까지 나가서 전투를 하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몬스터의 덩치를 보면 그것도 납득이 됐다.

그도 그럴게, 저 녀석 우리 야영지에서도 보이는 걸.

아마 야영지에 피해가 오지 않도록 미리 가서 전투를 개시한 거겠지.

"무슨 덩치가 저렇게 커. 저거 초월종?"

"아니. 일반 몬스터야. 왜? 쫄았냐?"

그럼 너 같으면 안 쫄겠냐? 나 같은 건 스쳐도 사망할 것 같은 덩치인데.

오우거란 녀석이 보통 판타지 세계의 몬스터 중 최상위에 군림하는 몬스터로 자주 묘사되기는 하지만, 저렇게 클 필요는 없잖아?

너무 커서 눈대중으로 크기를 짐작하기도 힘들었지만, 확실히 10미터는 넘어보였다. 이렇게 키 큰 나무들 사이를 뚫고 보일 정도니까.

"참고로 저거랑 어제 싸웠던 가루다하고는 어느 쪽이 더 강해?"

"물론 오우거가 조금 더 강하지. 5계층에서 일반 몬스터 중 오우거보다 강한 녀석은 없다고 봐도 돼."

즉, 매력 스탯을 올리고 처음 스킬을 시험해보기에는 딱 좋은 상대라는 거다.

몬스터의 하반신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오우거를 상대하던 미리엘이 검을 거두고 내게 다가왔다.

"구원! 왔나? 어제 말한 대로 조금은 강해졌나? 말해두지만, 이 녀석은 어제 그녀석보다 강해. 그리고 우린 꼭 이 녀석의 성기를 얻고 싶어."

"그럼. 문제없어. 맡겨둬."

여기서 대답을 주저하면 오늘 밤은 분명 강간당한다.

나는 애써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좋아. 그럼 신호를 보내면 바로 스킬을 걸어줘."

미리엘은 그 말만을 남기고 다시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는 어제 가루다를 공격할 때처럼 지니의 대검을 이용해 훌쩍 뛰어올라서, 오우거의 어깨 위에 올라타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보통 상대가 저 정도로 크면 다리부터 공략하는 게 정석 아닌가?

진짜 이 녀석들 싸우는 방식이라곤 도움이 안 되네.

그나마 서로의 연계가 상당히 훌륭해서, 그것만큼은 보고 배울 점이 있기는 했지만.

"구원! 지금이다!"

그리고 오우거가 힘을 잃고 무릎을 꿇었을 때, 미리엘이 오우거의 머리 위로 높게 솟아오르며 말했다.

제대로 말은 안했지만 어제 내가 가루다에게 당하게 만들었던 게 미안하기는 했는지, 이번에는 내가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끝장을 내려는 모양이다.

검을 아래로 향하고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 기세 좋게 하강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성자의 파동을 오우거에게 날렸다.

제발, 제발 먹혀라!

하지만 성자의 파동이 몸에 닿아도, 오우거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젠장! 안 되는 건가?! 나는 포기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연달아 성자의 파동을 날려댔다.

그리고 미리엘의 검이 오우거의 목 뒤를 그대로 갈랐다.

젠장. 실패인가?

죽기 직전에 오우거가 이쪽으로 눈을 돌린 것 같기도 했지만, 성공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애매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오우거의 시체에 다가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ZionJyle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코드표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조아라 작가님들을 대신해서 변명을 조금 하자면, ㄹ과 ㅇ이 붙어있어서 오타가 나는 것일 겁니다.

게다가 맞게 쓴 것보다 틀리게 쓴 게 기억에 오래 남다보니, 전부 틀리는 것처럼 느껴지신 거겠죠.

제 경우만 봐도 얼마 전 294화에 건드리다라는 표현이 몇 번 나왔는데 전부 맞게 썼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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