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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88화 (27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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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 준비

    사라의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자, 잠깐만. 진정해. 그런 게 아니라…."

    "뭐가 아니라는 거야? 저거 키스 마크 아니야?"

    "아니. 맞긴 맞는데…."

    "흐으응…. 오빤 역시 동생보단 레이아처럼 누나 같은 사람이 취향인가보네? 저렇게 열심히 자기 거라고 마킹도 해놓고. 아, 그래서 나한텐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거야, 오빠?"

    내 평생 오빠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섭게 들린 건 처음이다.

    "아냐! 그런 거 아냐! 저건 그냥 레이아가 해달라고 해서 그런 거야! 그렇지 레이아?!"

    "네. 이제 며칠 동안은 구원씨를 못 보게 될 테니까요. 적어도 구원씨의 흔적이라도 가지고 있고 싶어서…."

    레이아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가슴골에 있는 키스 마크와 그 위에 있는 사도 인장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듯 살짝 가슴위에 손을 올렸다.

    곧바로 대답해준 건 정말 감사한데요, 그렇게 강조하는 것 같은 동작은 그만둬주시면 안 될까요?

    사라는 물론, 그 옆에 있는 디아나도 실시간으로 전투력이 올라가고 있는 게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너무 과하구먼. 피부에 흉이 지면 어쩌려고 그러나. 구원 자네도 레이아양의 몸에 흉이 남는 건 싫겠지?"

    하지만 곧장 화를 내지는 않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그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는군. 치료를 하는 게 어떻겠나?"

    "아뇨. 괜찮아요. 이래 봬도 사제인 걸요. 흉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안답니다. 이 정도라면 나중에 흉이 남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혹시…!"

    "혹시 흉이 남을 것 같다면, 여기에 마틸다 추기경님도 계시고요. 마틸다 추기경님이라면 이정도 흉을 없애는 건 간단하시죠?"

    "네, 네엣?! 네, 네에…그, 그런…데요…?"

    마틸다야. 넌 왜 그렇게 쫄아 있는 거냐. 아니, 뭐 이해는 간다만.

    나는 마틸다에게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친해질 생각은 없지만.

    "후훗.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 그럼 그땐…으으읏! 자네!"

    디아나는 말문이 막혔는지, 날 올려다보면서 레이아를 향해 척하고 손가락질을 했다.

    아니, 나보고 뭐 어쩌라고. 애초에 왜 그렇게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왜? 너도 해줄까?"

    나는 그런 디아나의 턱에 손을 가져다대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린 후, 뺨에다가 입을 대고 강하게 빨아들여 키스 마크를 남겼다.

    "자. 잘 보이게 뺨에 했어. 이걸로 됐지?"

    "으, 으음…. 바네사!"

    "네."

    디아나가 바네사를 부르자, 바네사가 바로 손거울을 꺼내 디아나의 얼굴 앞에 가져다댔다.

    디아나는 자신의 뺨에 생긴 키스마크를 살펴보더니, 후욱하고 콧김을 뿜었다.

    그리곤 이정도로 만족해주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일단 디아나는 어떻게 커버를 친 모양이다.

    남은 건 사라뿐이로군.

    "사라도 그렇게 삐지지 말고."

    나는 사라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그 귀를 살짝 깨문 후에 귓불을 강하게 빨았다.

    "애초에 나랑 제일 먼저 사귄 게 누군지 잊었어?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하, 하지만…."

    "사라."

    "응…미안…."

    사라도 자기 말이 조금 너무 나갔다는 건 자각하고 있는지, 내가 이름을 부르자 순순히 사과해줬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겉으론 그렇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실은 속으론 엄청나게 안도하고 있었다.

    후우우우. 다행이다. 진짜 X 되는 줄 알았네.

    사라가 오빠 운운 할 때만 해도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다니.

    나 스스로도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 느껴졌다.

    후훗. 이거 점점 하렘왕의 풍모를 갖춰가는 것 같군.

    "갑자기 뭘 그렇게 실실 웃어?"

    이런. 그만 속마음이 얼굴로 드러나 버린 모양이다.

    "응? 아니, 사라 엉덩이 감촉이 좋아서."

    "이 진짜 바보!"

    사라도 제 컨디션을 되찾았는지, 내 가슴을 찰싹 때리더니 일어나서 옆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가 비키자, 디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옮겨서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왔다.

    "…야. 넌 안 비키냐?"

    "음? 비켜야하나?"

    "당연한 소리를…밥은 어떻게 먹게?"

    "이대로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디아나씨. 그러면 구원씨가 드시기 불편하시지 않을까요?"

    "흠…. 불편한가?"

    디아나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하더니, 갑자기 레이아를 보고 씨익 웃은 후에 날 쳐다봤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히 불편하지.

    "아니. 그럴 리가."

    "그렇다는구먼."

    하지만 불편하단 말을 꺼낼 수 있을 리도 없었고, 디아나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레이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야. 괜히 우리 천사님 도발하지 마라.

    대체 오늘은 왜 그렇게 승부욕을 불태우는 거냐.

    "으음…그런가요? 하지만 불편해보이시는데…. 아, 그럼 제가 먹여드릴게요."

    식탁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레이아는 수프를 한 숟갈 뜨더니, 몸을 일으켜서 식탁 중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숙여 내게 팔을 뻗어왔다.

    "자, 아앙하세요."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 입가에 수프를 뜬 스푼을 내밀었다.

    천사 같은 미소는 물론,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내려가 더욱더 커보는 가슴과 강조되는 가슴골이 무척이나 보기가 좋았다. 가슴이 깊게 파인 원피스인 만큼, 잘못하면 가슴이 위로 흘러넘칠 것 같다.

    "무, 무슨 짓인가! 치우지 못하겠나! 실비아양! 실비아양은 어디 있는가?!"

    그런 가슴을 눈앞에서 직시하게 된 디아나는, 마치 섬광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두 눈을 가리면서 외쳤다.

    야. 그렇게까지 레이아 가슴이 싫냐?

    그리고 괜히 실비아한테 상처주지 마라. 실비아의 절벽 가슴이 의지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렇게 싫으면 내려가면 되잖아…."

    "그, 그럴 수 없네! 모처럼 이 몸이 레이아양에게 이긴…아무튼 싫네! 뭔가?! 자넨 이 몸이 위에 앉는 게 싫은 겐가?"

    디아나는 무슨 고집이라도 생긴 건지, 죽어도 이 위치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그림만 보면 네가 완전히 레이아한테 지고 있는 그림인데.

    뭐, 이렇게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는 디아나도 귀여우니까 상관 없나.

    "아니, 나야 좋지만…뭐 됐다."

    나는 그냥 디아나의 몸통을 양손으로 꽉 끌어안고, 여전히 스푼을 내밀고 있는 레이아에게서 수프를 받아먹었다.

    "그걸 받아먹는 겐가!"

    "내 손은 디아나를 끌어안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디아나가 줄래?"

    "음!"

    내가 말하자, 디아나가 수프를 떠서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내 입으로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 위에 있는 내 입에 수프를 흘리지 않고 가져다 주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스푼에서 당장이라도 수프가 흘러내릴 것 같았고, 결국 디아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는 왜 그렇게 쓸데없이 큰 겐가!"

    "쓸데없다니. 큰 만큼 디아나도 밤에 좋아 죽으려고…."

    "거, 거기 얘길 한 게 아니잖은가?! 자네는 정말! 바보인가?! 응?! 바보인가?!"

    "야. 아무리 나라고해도 그렇게 바보바보 연호하면 상처받는다."

    "읏. 미, 미안하네."

    "안 돼. 용서 안 해줘. 사라도 그렇고 디아나도 그렇고 요즘 날 너무 바보라고 한단 말이야. 그렇군. ‘자네 물건이 큰 건 전혀 쓸데없지 않네. 오히려 큰 것이 무척이나 기분 좋네.’ 라고 말하면 용서해 줄…."

    "자네란 사람은! 자네란 사람은!"

    결국 디아나가 몸을 돌리고 토닥토닥 공격를 시작했다.

    야 위에서 그렇게 격렬히 움직이지 마라. 비벼져서 커질 것 같잖아.

    "후훗. 구원씨. 그럼 제가 계속 먹여드릴게요."

    그리고 그런 나와 디아나와의 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아가 또 다시 스푼을 내게 내밀어왔다.

    "가, 가슴 치우게!"

    그러니까 그렇게 싫으면 내 위에서 내려오라고.

    결국 디아나는 레이아의 가슴골을 계속 직시하게 되는 괴로움을 맛보면서 끝끝내 내 위에서 내려오진 않았다.

    과연 대마법사님. 근성 있다니까. 진짜 쓸데없는 근성이지만.

    "사라.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방으로 돌아가려는 사라를 붙잡고 내 방으로 데려왔다.

    뒤에서 날 스토킹하 듯이 따라오는 실비아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는 사라만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네 얘기를 하려는 거니까 조금 참아라. 실비아.

    "얘기라니? 무슨?"

    "아직도 화났어?"

    내 질문에, 사라는 피식하고 웃더니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화 안 났으니까 걱정 마. 오빠."

    응. 뭐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얘가 질투심이 심해서 화를 잘 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뒤끝이 있는 성격은 아니니까. 오히려 화를 내도 그 자리에서 발산하고 풀어버리는 타입이니 상대하기 편한 면도 있다.

    "그런 얘기하려고 부른 거야? 하여간 구원도 은근히 소심하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분은 좋은 듯, 사라는 쿡쿡 웃으면서 날 놀렸다.

    "아니, 할 얘기란 건 따로 있는데."

    "어머? 그래? 무슨 얘긴데?"

    "그게…."

    확실히 할 얘기는 있지만, 대놓고 물어보기 조금 힘든 얘기였다.

    바로 실비아와의 섹스에 대한 얘기였으니까.

    분명 어제 디아나가 의뢰 일을 이틀 후로 잡았을 때, 같이 듣고 있던 사라도 아무 말 없었다.

    그건 즉, 실비아와의 섹스를 인정해주겠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점이, 왜 굳이 이틀 후로 잡았냐는 거다.

    그냥 섹스만 하라는 거면, 어제 아라크네 클랜에서 돌아온 후에 실비아와 바로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의뢰를 시작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굳이 의뢰 일을 이틀 후로 잡았다는 건, 실비아에게 하룻밤을 양보해주겠다는 말인 걸까?

    사라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나 혼자선 절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얘기였다.

    "무슨 얘긴데 그래? 혹시 또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사라의 눈초리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게슴츠레해졌다.

    "아, 아냐. 얘가 사람을 뭐로 보고. 그, 그게 말이지 사라야…난 실비아랑 오늘 낮에 자야 하는 걸까 밤에 자야하는 걸까?"

    나는 결국 마음을 다잡고 사라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바보 아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사라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는지, 내 가슴을 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놀라서 힘 조절이 안 된 건지 조금 아프다.

    "하지만 생각해봐. 만약 밤에 자란 뜻이 아니었는데 내가 실비아랑 자버리면, 널 바람맞히는 꼴이 되잖아?"

    "그, 그렇구나…생각 안 해봤어."

    아무래도 사라도 의뢰 일을 정할 때 깊게 생각 안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쩌면 좋아?"

    "으, 으음…."

    사라는 살짝 날 노려보는 것처럼 바라보면서 고민을 하더니, 이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후우. 알았어. 이런 날엔 하루정도는 실비아한테도 양보를 해야지."

    "정말 괜찮아?"

    "그래 이 바보야. 나도 너무 욕심 부리다가 구원한테 미움 받는 건 싫고."

    "바보는 너야. 날 가지고 욕심 부리는 건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건데, 싫어할 리가 없잖아? 아니, 애초에 내가 사라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잖아?"

    "피이. 나랑 할 때만 며칠 떨어지게 되니 추억을 쌓기 위해 진하게 한다는 둥 말 안 한 주제에."

    "야. 그래도 너랑 할 때도 꽤 괜찮은 추억을 쌓았잖아?"

    "그 변태 같은 메이드 플레이가?"

    "변태 같다니. 나 나름 사라랑 정말하고 싶었던 걸 한 건데. 그렇게 싫었어?"

    "아니, 싫은 건 아니었어! 싫은 건 아니었는데…그래도 좀 더 추억이…."

    "좋긴 좋았다는 말이네?"

    "그, 그야 좋기는…."

    "그렇군. 사라는 변태 같은 메이드 플레이가 좋았다는 건가. 이거 다음에도 더 힘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군."

    "그런 거에 힘 낼 필요 없어! 진짜 이 바보가!"

    "앙탈 부리지 말고 이리 와. 사라한테도 키스 마크 만들어줄게."

    "앙탈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자신의 뺨을 내 입가로 가져다댔다.

    그래. 그래. 역시 솔직한 게 제일이야.

    "으…뺨을 빨리다니. 이상한 감각이야. 어때? 제대로 남았어?"

    "응. 제대로 남았어. 내 키스 마크."

    "그럼 나도…."

    이번엔 사라가 내 뺨에 입을 가져다댔다.

    "자, 잠깐! 뺨에 하게?"

    "왜 싫어?"

    "아니. 그래도 난 밖에 돌아다닐 건데…."

    "그러니까 내거라고 잘 보이는 곳에 표시해놔야지. 그리고 몸에는 레이아가 벌써 표시해놨을 거 아냐?"

    사라는 가볍게 내 뺨을 꼬집으면서 말했다.

    뭐, 레이아가 영역 표시한 것처럼 온 몸에 키스마크를 남겨준 건 부정하지 않겠다만.

    "그래도 널 위한 영역정도는 남겨놨어. 자 이 오빠의 가슴에 키스 마크를 남겨주렴. 뺨보단 심장 바로 위에 사라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왠지 속는 기분인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내 왼쪽 가슴에 입을 맞췄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최고의짝사랑,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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