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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82화 (26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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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 준비

    "자네는! 생각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토닥토닥토닥토닥.

    디아나는 내 배위에 올라타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상반신 전체를 무차별로 구타했다.

    그런 것 치고 효과음이 이상하다고?

    이래 봬도 디아나 입장에선 전력으로 때리고 있는 거다.

    "지, 진정해 디아나. 결국 안 들켰으니까 괜찮…."

    "그런! 문제가! 아닐세! 자네는 항상! 항상! 이런 게 그렇게 좋은 겐가?!"

    아니, 굳이 말하자면 이런 걸 좋아하는 건 넌데. 난 그냥 널 괴롭히는 게 좋은 거고.

    이거 지금 말하면 큰일 나겠지?

    "미안. 미안. 디아나가 너무 귀여워서."

    "입에 발린 말을 하면 다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입에 발린 말이라니. 그런 거 아냐! 난 디아나가 정말로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키우고 진지한 얼굴로 외쳤다.

    "아, 아무튼 용서 안 할 걸세!"

    내 기세가 워낙 강했던 탓인지 디아나도 살짝 당황한 듯 했지만,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깝다. 조금 넘어올 것 같았는데.

    "알겠어. 일단 여기서 나가고 얘기하자. 계속 이러고 있다가 저 사람들이 깨어나면 곤란하잖아?"

    그랬다. 우린 여전히 욕실에 있었다.

    욕실의 한 가운데서 여전히 내 물건은 디아나에게 박혀있는 상태로, 디아나는 기승위 자세로 날 때리고 있었던 거다.

    "읏…!"

    분노에 휩싸여 잠깐 잊고 있었던 것뿐인지, 디아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니면…계속 이러고 있을까? 쟤들이 일어나든 말든, 계속."

    나는 상체를 일으키고 유혹하듯이 디아나의 귓가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아, 아, 안 되네…."

    그러자 디아나의 몸이 다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음부는 내 물건을 꾸욱하고 조여왔다.

    좋아. 잘 넘긴 것 같군.

    "그렇지? 그러니까 일단 나가자."

    어차피 노출 플레이는 한 번 즐겼으니까 오늘은 이만 됐다.

    나머지는 방에 돌아가서 즐기기로 하고, 우리는 당장 결합을 풀은 후 욕실을 빠져나갔다.

    탈의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디아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잠깐 기다려보게."

    옷을 다시 입기 전에, 디아나는 마법으로 물을 소환하여 자신과 내 몸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목욕하러 온 보람이 없네."

    "누구 때문인가! 누구 때문!"

    "하핫. 미안. 미안."

    "정말이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디아나는 더 이상 아까처럼 화낼 생각은 없는 것 같아보였다.

    아까 실컷 때려서 스트레스 발산이라도 한 걸까?

    "그럼 방에 가서 계속하자."

    "자넨 그러고도 계속할 셈인 겐가?"

    "응? 그럼 계속 안 할 셈이었어?"

    "웃, 그, 그건…."

    "오늘이 지나면 또 언제 다시하게 될지 모르는데, 오늘은 진하게 하자고."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라크네 클랜의 의뢰를 하러 가야 되잖아."

    "자네 설마 아직도 아라크네 클랜에 안 가고 있었던 이유가…."

    "그래. 적어도 너희 셋을 한 번씩은 안아주고 가야되지 않겠어?"

    "자네란 남자는 정말이지…."

    디아나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진짜 너희 생각밖에 모르는 남자지?"

    물론 난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후훗. 그래. 그렇구먼."

    내 너무 뻔뻔한 태도에, 디아나는 화내는 것도 바보 같아 졌는지 웃으면서 대답했다.

    "칭찬을 해주고 싶으면 해줘도 된다고. 특별히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권리를 주지."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이 특별히 쓰다듬어주는 걸세."

    그렇게 말하고는 디아나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이제 아까의 유사 노출 플레이로 화났던 건 완전히 풀어진 모양이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고 연장자답게 애교가 잘 먹힌 다니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방으로 돌아가 행위를 계속했다.

    이번엔 괴롭히거나 노출 플레이 같은 거 없이, 쪽쪽 키스하고 서로 장난치고 웃고 떠들면서 알콩달콩하게 말이다.

    "그런 고로 오늘은 아라크네 클랜에 가서 얘기 좀 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갈 사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디아나는 이미 같이 가는 게 확정이지만, 의뢰 얘기를 하면서 다른 애들의 의견이 필요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네. 그럼 나도 같이 가."

    "음…저는 괜찮아요. 오늘은 마틸다 추기경님께 저택과 주변을 안내해드릴게요."

    사라는 역시나 따라오길 희망했지만, 레이아는 마틸다의 마크를 담당하기 위해 따라오지 않는 걸 선택했다.

    레이아 덕분에 자기도 뭔가 말하려고 했던 마틸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 레이아. 그리고 마틸다 넌 끼어들 데가 아니거든? 차라리 실비아라면 모를까 네가 왜 끼어들려고 하냐.

    "저, 전…."

    정작 우리 파티원인 실비아는 자기가 껴도 좋은 자리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말이다.

    봤냐 마틸다? 너도 실비아의 반이라도 좀 본받아 봐라.

    "실비아도 같이 갈래?"

    "네, 네!"

    내가 우물쭈물하는 실비아에게 말을 걸어주자, 실비아의 얼굴이 화악하고 밝아졌다.

    전에 다른 놈이랑 대화할 땐 전혀 이런 인상이 아니었던 주제에, 나한테 이러는 모습을 보면 진짜 강아지 같다니까. 꼬리라도 있으면 좌우로 맹렬하게 흔들리고 있었을 거다.

    너무 그렇게 좋아하지 마라. 괜히 그러니까 놀려주고 싶어지잖아.

    "그럼 가는 동안 나랑 꼭 붙어서 가면 같이 가게 해줄게."

    "에, 엣?"

    "참고로 내가 앞에 폭 안겨서 같이 걷는 거야. 양 팔로 단단히 붙잡고. 1분마다 한 번씩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실비아를 칭찬해댈 거야. 예를 들어서…실비아. 오늘도 예쁘네. 이런 식으로."

    "우, 우우…!"

    내가 느끼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실비아가 의자 등받이로 몸을 기울이면서 심장부근을 움켜잡았다.

    농담삼아 해본 건데 진짜로 먹히는 모양이다.

    지금 내 옆에선 사라가 별꼴이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사라야. 나도 내가 느끼하게 말한 거 아니까 그런 표정은 그만둬주지 않을래? 미묘하게 상처받는데.

    "어쩔래? 그래도 같이 가고 싶어?"

    "우으으으으읏…!"

    오오. 고민하고 있어. 고민하고 있어.

    이거 좀 더 괴롭히면 반응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뭘 고민하는 거야? 오히려 더 기뻐해야 되는 거 아냐? 넌 내 곁에 있고 싶었던 게…."

    "그만하지 못하겠나."

    결국 디아나한테 꿀밤을 맞았다.

    저 디아나의 불퉁한 표정은, 과연 실비아를 그만 괴롭히라는 의미인 걸까? 아니면 실비아에게 질투를 해서 그런 걸까?

    "아무튼 그럼 사라, 디아나, 실비아랑 같이 다녀올게. 레이아. 혼자 남겨둬서 미안하지만 잘 부탁해."

    "네. 다녀오세요."

    "혼자라니! 전 무시하는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마틸다 넌 항상 왜 끼어들데 안 끼어들데 분간을 못하고 끼어드는 거냐.

    "내 여자들 중 혼자라는 의미다! 내 여자 중! 네가 내 여자냐?! 왜? 내 여자라도 되고 싶어?"

    "읏! 다, 당신은 절 당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던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왜 이런 상황에서 눈이 하트가 되는 건데?!

    "아니거든! 이런 걸로 반하지 마라!"

    "바, 반하지 않았어요! 누가 당신 같은 남자에게!"

    역시나 마틸다와의 대화는 같은 패턴으로 끝나게 됐다.

    슬슬 이 대화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신이 두려워. 이러다가 너무 익숙해져서 언제 한 번 방심해버리는 거 아니겠지?

    잠깐 방심하게 되면 바로 고자가 되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방심의 대가로 고자는 너무하잖아.

    나는 어젯밤에 있었던 디아나와의 플레이를 되새기면서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래. 고자가 되면 앞으로 그런 좋은 일을 못하게 되는 거야. 방심하지 말자.

    그렇게 우리는 레이아를 저택에 홀로 놔두고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로 향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 그, 그, 그럼…! 아무쪼록, 저, 적당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실비아가 두 눈을 꼭 감고 양 팔을 내게 활짝 벌렸다.

    "응? 뭘?"

    "그, 그러니까…껴안고 1분마다…."

    "아, 그거 그냥 장난 좀 친 거야. 설마 내가 진짜로 그러겠어? 너 그거 진짜로 당하면 십중팔구 심장마비로 죽는다."

    "웃! 그, 그렇습니까…."

    부정하지는 않는 걸 보니, 실비아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비아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도 아니고, 아쉽긴 아쉬운 거냐.

    "역시 껴안…."

    "히야아아아악!"

    내가 기습적으로 실비아를 껴안자,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서 후다다닥 사라의 뒤로 숨었다.

    너무 급작스런 일이라 나도 반응하지 못하고 그냥 놔줘버렸다.

    치사하게 사라의 뒤에 숨다니. 스토커 짓을 하면서 내 약점을 파악했다는 거냐.

    "구워언…."

    "아니, 그냥 좀 장난…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사라가 턱하고 옆구리를 잡는 바람에, 나는 곧바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사라야. 방금 옆구리를 잡는 손에 실린 묵직한 힘은 도저히 농담으로 지나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너 그냥 실비아한테 장난쳤다고 화난 거 아니지?

    아무튼 사라와 디아나를 각각 옆구리에 끼고, 실비아는 사라를 사이에 두고 내 맞은편에 서서 우리는 나란히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로 향했다.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는 우리 저택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런 주택이 늘어선 이 지구에 있는 만큼,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

    뭐, 같은 지구라고 해도 우리 저택은 영주성 근처 쪽에,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는 길드 쪽에 위치해있으니 거리가 아주 가까운 건 아니었지만.

    "여기가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

    "굉장하지? 우리 저택보다 크지 않아? 나도 저번에 봤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흠. 크기만 크다고 다가 아닐세. 이 몸의 저택으로 말하자면…."

    내 말에 디아나는 살짝 자존심이 상한 건지, 그렇게 항변하려고 했다.

    엇차. 착각하지 말라고.

    "그야. 물론 나도 우리 저택이 최고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우리 저택에는 그 어느 건물에서도 볼 수 없는 게 포함되어 있는걸."

    "음? 자네가 본 것 중에 그런 게 있었나? 창고는 위험한 물건이 많으니 아무리 자네라도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엄중히 관리하라고 바네사에게 말해뒀네만."

    …대체 창고에 뭘 처박아두고 있는 거냐. 괜히 신경 쓰이잖아.

    "아니. 물건 말고 주인 말이야. 주인. 우리 디아나를 다른 저택에서 어떻게 보겠어."

    "음? 흐, 흠. 하여간 자네는 사탕발림이 갈수록 능숙해지는구먼."

    그렇게 말하면서도 좋아 죽겠는지, 디아나는 까치발을 하고 팔을 뻗어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듯 강하게 쓰다듬었다.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는 그 거대한 저택답게, 문 앞에서 경비원 몇몇이 지키고 있었다.

    공통점이라고는 갑옷에 새겨진 거미모양의 클랜 마크밖에 없고 경비원들의 갑옷 모양이 제각각인 걸 보아, 아마 저들도 클랜의 일원이겠지.

    "안녕하세요. 여긴 아라크네 클랜의 클랜 하우스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꽤나 풀어진 모양새로 웃고 떠들던 그들은, 우리가 다가오자 순식간에 기세를 정돈하면서 말했다.

    과연 웃고 떠들던 건 풀어진 게 아니라, 그래도 될 정도로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안녕하세요. 저흰 세이비어스 클랜의 사람들로, 여기 클랜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마 앨리시아가 의뢰 관련으로 얘기를 해뒀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네? 아, 아아! 그럼 당신이 바로 그 밀크 로드 메이커!"

    내 말을 듣자마자, 경비원이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외쳤다.

    젠장. 그 소문 여기까지 난 거냐.

    뭐, 얘들도 모험가일 테니 당연한 거지만.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앨리시아 교관장을 불러오겠습니다."

    오오. 교관장이라니. 앨리시아 걔 간부라더니 진짜로 직급 좀 되는 모양이네?

    그나저나 이 경비원들의 시선은 뭘까.

    내 정체를 밝힌 뒤부터 묘하게 먹이를 노리는 매의 시선으로 날 쳐다보는데. 한 둘이 아니라 전부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 엄청 예쁜 여자에게 노출도 높은 옷을 입히고 남자들 사이에 던져두면 딱 이런 시선을 받았을 거란 느낌이 드는 시선이었다.

    역시 이 클랜의 여자들은….

    나는 예전에 디아나에게 들었던, 이 아라크네의 남자 클랜원들의 최후가 연상되어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야. 이겨내자. 난 성자라고. 섹스론 최강이야. 아무것도 두려울 건 없어. 오히려 당당히 있어주자.

    그렇게 시선을 이겨내고 있자, 저 멀리서 경비원이 앨리시아를 데려오는 게 보였다.

    앨리시아는 멀리서 날 발견하자마자, 경비원을 놔두고 전력질주를 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구워어어언!"

    뭐, 뭐야. 뭔데 저런 기세를 풍기면서 달려와?

    "너 이 자식! 왜 이제 온 거야?!"

    앨리시아는 내게 수비 자세를 취해야 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내 머리를 확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기뻐서 달려온 모양이다. 헷갈린다고 이것아. 뭐, 대신 가슴에 얼굴을 파묻게 해줬으니 용서해주겠지만.

    "다, 당장 떨어지지 못해요?!"

    "이 몸의 낭군님께 달라붙지 말게!"

    아, 역시 얘들은 앨리시아를 경계하는 구나.

    어쩌다 보니 동정만 떼였을 뿐이지, 우린 딱히 그런 관계가 아닌데 말이야.

    하여간 귀여운 녀석들이라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어제 연참하고 늦잠 잤더니 퇴근하고 의자에 앉아서 조금 졸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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