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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79화 (26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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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자 구원

    "오오! 이게 말로만 들어왔던 그 욕실인가! 훌륭해!"

    전체가 고급스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하고 호화로운 욕실 한가운데 서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게, 욕조 구석에 조각된 석상들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장면 같은 거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고.

    게다가 자세히 보면 이음매가 전혀 없었다.

    바닥뿐만 아니라 바닥과 벽, 바닥과 석상까지 욕실의 그 어디에도 이음매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대리석을 통째로 깎아서 욕실을 만들어 둔 것 같은 곳이다.

    대체 이 욕실 하나만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을까?

    아마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돈이 들어갔겠지.

    "자네 너무 과장이 심하구먼."

    뒤따라 들어온 디아나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디아나가 똑바로 선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면 내 몸에 딱 밀착하여 까치발을 들고 팔을 쭉 뻗어야 겨우 가능하므로, 누님 모드가 되어 귀엽다는 표정은 하고 있지만 사실 꽤나 필사적인 디아나였다.

    그렇게 귀엽단 표정 짓지 마라. 나 같은 것 보다 네가 훨씬 더 귀여우니까.

    평소 같으면 살짝 몸을 숙여서 쓰다듬기 쉽게 만들어 줬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욕실에 들어와 있다는 건 우리 둘 다 전라가 되어있다는 얘기로, 그 상태에서 디아나가 스스로 밀착해있는 건데 내가 왜 몸을 숙이겠어.

    과연 신체나이 최연소. 몸 전체가 파릇파릇하고 탱탱하기 그지없다.

    전신으로 디아나의 감촉을 느끼면서, 겉으론 그런 내색을 전혀 안 한 채로 대답을 했다.

    "과장이라니. 그런 거 아냐. 진짜 대단하네. 사라나 레이아가 좋아할만 해."

    그래. 우리는 지금 저택 안에 있는 거대 욕실에 들어와 있었다.

    나만 빼놓고 애들끼리 모여서 우후후 떠들었다는 그 욕실 말이다.

    저택에서 지낸지도 꽤나 오래됐지만, 여기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부터 한 번 들어오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여긴 암묵적으로 금남의 구역이었으니까 말이다.

    우리 애들은 물론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과 고용인들까지 저택에 여자가 한둘이 아닌데, 누가 쓰고 있을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들어오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오늘 마음먹고 디아나에게 부탁해보자, 식사 때부터 줄곧 누님모드를 유지 중이던 디아나가 흔쾌히 승낙을 해줬다.

    저택의 모두에게 오후 열시까지는 전부 욕실 이용을 마치도록 얘기를 해두고, 지금은 이렇게 우리가 전세를 내게 됐다는 얘기다.

    과연 사라나 레이아가 얘기했던 목욕시중 들어주는 메이드 같은 건 없었지만, 이 욕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거 다시 한 번 꿈이 부풀어 오르는걸. 언젠가는 이 욕실에서 꼭 우리 애들이랑 하렘 플레이를 해보고 말겠어.

    아니, 굳이 섹스까지 가진 않더라도 말이야, 다 같이 모여서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부드러운 살결을 느끼며 씻어보고 싶어.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훌륭한 욕실이었지만, 난 일부러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디아나에게 말했다.

    "여기에 시중들어주는 메이드만 있었으면 완벽…아야. 아파 디아나."

    "아프라고 때린 걸세! 자네는 이 몸과 이렇게 있는데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쳇. 오늘은 모처럼 누님 모드가 유지중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안 되나.

    디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바로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아픈 척 안하면 더 화낼 테니까 적당히 아픈 척 해줬다.

    "뭐야? 질투하는 거야? 그럴 거 없어. 엉큼한 생각으로 한 얘기 아니야."

    "엉큼한 생각이 아니면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이란 말인가!"

    "아니. 그냥 메이드들이 수발을 들어주면서 씻는 경험이란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가끔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싶어지는 법이잖아?"

    "…되도 않는 거짓말하지 말게."

    나는 최대한 맑은 눈빛으로 말할 셈이었지만, 디아나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딱 잘라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으윽. 그렇게 변태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어쩔 수 없잖아! 메이드의 목욕시중은 남자의 로망이라고!

    "하아…어쩔 수 없구먼."

    하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디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메이드 불러오게?!"

    "자넨 바보인가! 그럴 리가 있겠는가! 어쩔 수 없으니, 이 몸이 목욕시중을 들어주겠다는 말일세!"

    뭐야. 그런 얘기인가.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겐가?"

    물론 그럴 리가 없다.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다.

    오히려 디아나가 목욕시중을 들어주다니 사치도 그런 사치가 없고 생각한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인벤토리에 있는 바네사의 메이드 복을 디아나에게 입혀서 메이드에게 목욕시중을 받는 기분이라도…사이즈가 안 맞나. 제길!

    카추샤라도 씌워볼까? 아냐. 관두자. 괜히 혼나기만 하겠지.

    "아니! 불만 같은 건 전혀 없어! 다만…."

    "다만 뭔가?"

    "너 스스로 씻을 수는 있어?"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니. 목욕시중 받는 게 익숙할 거 아냐. 혼자 씻을 땐 마법으로 씻는 모양이고. 남 씻겨주는 거 의외로 힘들다고. 하물며 만약 디아나가 혼자서도 못 씻는 애라면…."

    "자네는 대체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쓸데없는 걱정 말게. 이 몸이 처음부터 이런 위치였다고 생각하는 겐가? 이 몸도 예전엔 선천적으로 마법을 쓸 줄 아는 게 전부인 평범한 사람이었네."

    "응? 하이 엘프잖아? 날 때부터 높으신 분 아니었어?"

    "그야 엘프들 중에선 하이 엘프가 제법 특별시 되는 존재이기는 했네만, 이 몸이 어렸을 땐 이 몸 말고도 하이 엘프들이 꽤나 있었다네. 지금 같은 위치는 아니었지. 하물며 엘프들끼리 모여서 살 때는 특별시 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누가 시중을 들거나 하진 않았으니 말일세. 아무튼 이 몸도 어렸을 땐 혼자 씻으면서 지냈다는 얘기일세."

    "그래도 그게 대체 몇 천 년 전…."

    "며, 몇 천 년까진 안 되네!"

    "하지만 디아나가 여렸을 때면 거의 삼천…."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시끄럽네! 시끄럽네!"

    디아나는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다.

    전에도 그랬지만, 얜 나이 얘기만 하면 멘탈이 나가네.

    그렇게 나이 얘기가 싫은 걸까? 난 별로 신경 안 쓰는데 말이야.

    "알겠네! 자네가 정 그렇게 말 하면 안 씻겨주면 될 것 아닌가!"

    "아니, 잠깐만요! 디아나님! 그건 아니죠!"

    "흥! 뭐가 말인가?! 이 몸은 모르네!"

    "부탁드립니다! 디아나님! 제발 씻겨주세요! 디아나님의 목욕시중을 받아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솔직하게 그렇게 부탁하면 됐지 않은가."

    내가 필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면서 부탁하자, 싫은 기분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디아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내 손을 붙잡고 욕조로 들어갔다.

    휴. 십년감수했네. 이거 목욕시중 들어준다는 얘기 맞겠지?

    전에 그렇게 나이 얘긴 터치 안하겠다고 다짐해 놓고는 나도 모르게 그만 너무 나가버렸어.

    하여간 디아나도 디아나라니까!

    놀릴 때마다 그렇게 반응이 재밌으니까 자꾸 놀려주고 싶어지잖아!

    나는 그렇게 불합리한 생각을 하면서 디아나를 옆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둘이서 쓰기엔 좀 많이 넓네. 전세내서 사치 부리는 기분이긴 한데, 너무 텅텅 비어서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드네."

    2, 30명은 가뿐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욕조다.

    그런 욕조에 단 둘이, 그것도 디아나는 내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상황이다. 괜히 더 넓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해도 메이드를 불러와 채우진 않을 걸세."

    하지만 내 말을 듣고, 디아나는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내 허벅지를 가볍게 찰싹 때렸다.

    쳇. 들켰나. 하여간 눈치도 빠르다니까.

    "정말. 자네는 이 몸과 같이 들어와 있으면서도 어째서 계속 메이드 얘기만 하는 겐가."

    내가 너무 메이드 얘기만 한 걸까?

    디아나는 조금 쓸쓸한 느낌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런. 이건 안 된다. 분명 오늘은 디아나를 괴롭히기로 마음먹은 날이기는 하지만, 난 딱히 디아나가 슬퍼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괴롭힐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 그냥 메이드 얘기하면 디아나가 질투하는 게 귀여워서…아야. 그러니까 아프다니까, 디아나."

    "아프라고! 때린 걸세! 자네는 정말로! 어쩜 그리 짓궂은 겐가!"

    그렇게 날 토닥토닥 때리면서도, 디아나는 아까보다 표정이 훨씬 좋아져 있었다.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여자의 마음을 풀어주는 나야말로 진정한 신사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디 우리 디아나의 목욕시중을 받아볼까?"

    "기어오르지 말게! 정말이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욕조에 박힌 마석을 조작하였다.

    그러자 욕조의 물이 미끌미끌하게 거품이 나는 재질로 바뀌었다.

    "잠깐 기다려보게. 그러니까 스펀지가…."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디아나는 목욕 용품이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어쩔 수 없지. 진정한 신사인 내가 다시 한 번 도움을 줘보도록 할까.

    "스펀지같은 게 무슨 필요가 있어?"

    "무슨 소리인가. 스펀지가 없으면 무엇으로 몸을 씻겨준다는 말인가."

    "이걸로 씻겨주면 되잖아?"

    "…뭘 가리키면서 말하는 겐가? 자네가 가리키는 곳에는 이 몸밖에 보이지 않네만."

    내가 다른 걸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이라도 한 건지, 디아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너 가리킨 거 맞아."

    "음? ……자네는 바보인가!"

    내 말에 잠깐 무슨 말인지 생각을 하던 디아나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쿠아아앙! 하고 화를 내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그런! 파렴치한 걸! 누가! 한단! 말인가!"

    저 표정은 그거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그런 일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는 표정이다.

    극심한 부끄러움에 파워 업한 건지 평소보다 더 양 주먹에 힘을 실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봤자 토닥토닥이지만 말이다.

    디아나야. 주먹을 쥔다고 다가 아니란다. 주먹을 쥐어도 손바닥 쪽으로 때리면 아무 의미가 없어. 네 공격은 힘도 문제지만 그냥 자세부터 토닥토닥이야.

    귀여우니까 앞으로도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지만.

    "사, 사라나 레이아는 해줬는데…!"

    나는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오는 디아나에게 아픈 척을 하면서 그렇게 외쳤다.

    그러나 디아나의 움직임이 뚝하고 멈췄다.

    "잠깐. 지금 뭐라고 했나?"

    "그러니까 사라나 레이아는…."

    "둘 다 말인가?! 레이아양은 몰라도 사라양까지 말인가?!"

    자신만 뒤쳐졌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인 건지, 디아나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외쳤다.

    만화라면 머리 위로 쿠구궁 이라는 글자가 짓누르고 있을 것 같은 표정이다.

    좋아. 내 의도는 생각 이상으로 먹혀든 모양이다.

    "그래. 사라 걔 의외로 나랑 둘이 있을 땐 꽤나…."

    "으으윽!"

    오오. 디아나의 눈에서 질투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

    "알겠네! 이 몸도 해주겠네!"

    디아나는 호기롭게 일어나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외치기만 했을 뿐, 그 다음 동작은 이어지지 않았다.

    "디아나? 뭐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몸으로 씻겨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디아나다.

    갑자기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오겠지.

    이거 어쩌면 생각보다 더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디아나에게 부끄러운 욕실 플레이를 주입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이런 저런 플레이가 떠오르면서 스스로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띄워지는 게 느껴졌다.

    "일단 자기 가슴에 거품을 묻혀봐."

    "가, 가슴 말인가?!"

    "그래."

    "으윽. 하지만…."

    "부끄러워할 거 없어. 난 지금 디아나의 가슴도 좋아한다니까."

    "매일 레이아양의 가슴만 쳐다보는 자네가 그런 소릴 하는 겐가?"

    매일이라니…뭐, 매일 보고 있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남자의 본능이라고!

    "에이. 디아나가 몰라서 그렇지 실은 디아나 가슴도 몰래 쳐다보고 있어."

    "그, 그게 자랑이라고 떠들고 있는 겐가!"

    "아무튼 난 디아나 가슴도 좋아한다고. 왜? 내가 좋아해주는 게 싫어?"

    "그, 그런 건 아니네만…으윽. 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

    디아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화내면서도 조금 기뻐하는 디아나는 역시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응?"

    "하지만 전에 뼈가 닿아서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것도 기억하고 있는 거냐.

    언제 적 얘기야. 하여간 기억력도 좋아요.

    "그거야 디아나랑 놀고 싶어서 장난친 거지. 상식적으로 네가 실비아처럼 아예 없는…아무튼 뼈가 느껴질 리가 없잖아?"

    "…정말인가?"

    "그럼그럼."

    "으으으으음…."

    내 설득이 제대로 먹혀든 모양이다.

    디아나는 의심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스스로의 가슴에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 내일 노력해보겠습니다.

    Tigerfish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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