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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78화 (26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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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자 구원

    한차례 소동이 지나가고 저녁 식사 시간.

    드디어 모두가 한 자리에서 대면하게 됐다.

    지금까지 마틸다를 상대할 때마다 쓸데없이 정신력을 소모해야했던 나지만, 이렇게 다들 모여 있으니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이제 내가 일일이 마틸다를 상대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아라크네 클랜 말이야. 일단 한 번 가서 의뢰 수행 일정을 논의하는 게 좋겠지?"

    처음에는 그냥 가서 의뢰만 하고 오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럴 리가 없었다.

    앨리시아가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아마 계약은 아라크네 클랜장과 직접 하게 될 텐데, 그 거대 클랜의 수장이 언제 올지도 모를 날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음. 그렇구먼. 그곳에 가야 할 때는 꼭 이 몸도 함께 가세."

    디아나는 뭔가 사명감을 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까 거기 클랜장이 마법을 쓴다고 들었을 때도 저랬었지.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타이틀로 압박이라도 할 셈인가?

    디아나의 원래 성격과는 무척이나 안 어울리는 행동이지만, 그만큼 날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애초에 말이야. 구원은 의뢰 기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왜? 며칠 동안 나 못 볼 생각하니까 쓸쓸해?"

    "…당연하잖아 바보야. 그리고 걱정도 된단 말이야."

    크헉. 야. 갑자기 왜 그렇게 솔직하게 구는 거냐.

    살짝 놀려줄 생각이었는데, 예상외의 카운터펀치를 맞아버렸다.

    사라도 방금 날 때려서 기절까지 시킨 게 꽤나 미안했던 모양이다.

    식탁 아래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게 한 손을 뻗어서 아까 때렸던 복부를 살살 어루만져 줬다.

    "사라…. 걱정 마. 그다지…."

    "잠깐만요! 며칠 동안 못 본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내가 그런 사라의 손을 테이블 밑에서 꽉 잡아주면서 부드럽게 말하려고 했을 때, 레이아의 옆에 앉아서 얘기를 듣고 있던 마틸다가 끼어들었다.

    사라는 모처럼 분위기가 잡혀가는 걸 방해받은 게 짜증났는지, 미묘하게 표정이 안 좋아졌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야. 넌 진짜 낄 때 안 낄 때 구분 좀 해라. 그렇게 눈치가 없냐?

    아, 하긴. 눈치가 있으면 아무 놈팡이한테나 그렇게 쉽게 넘어갈 리가 없나.

    나는 눈치 없는 마틸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졌지만, 마틸다를 상대하는 건 이제 내가 아니다.

    "구원씨는 다른 클랜의 의뢰로 며칠 자리를 비우게 됐어요."

    옆에 앉은 레이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틸다에게 설명을 해줬다.

    그래. 이제 저택에 들어온 이상 내가 마틸다를 상대할 필요는 없는 거다.

    나는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 마틸다와 최대한 대면하지 않고, 지금처럼 불가피하게 대면할 일이 있어도 철저하게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그런…! 저도 따라가겠어요!"

    하지만 우리 천사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도, 어째선지 마틸다는 여전히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게다가 왠지 충격받은 얼굴이고, 하는 말도 가관이다.

    "네가 거기를 왜 따라가."

    아, 결국 쟤랑 대화해버렸다.

    하여간 저거 사람이 말을 안 하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일부러 저러는 거 아냐?

    일부러 눈도 안 마주치던 내가 입을 열었단 사실이 기쁜 건지, 마틸다의 눈가가 미묘하게 촉촉해져 갔다.

    아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내 아들은 괜찮은 거겠지?

    나는 황급히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했다.

    휴. 다행이야. 아직 괜찮아.

    "…구원…?"

    정정하자. 괜찮지 않아. 지금 내 아들이 생명의 위기에 처했어.

    무슨 얘기냐고? 지금 상황을 잘 생각해봐라.

    사라가 내 복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물건은 커지면 배꼽 너머까지 올라간다.

    당연히 복부를 만지던 사라도 내 물건이 커지면 알게 된다.

    그리고 사라 입장에서 보면, 마치 내가 마틸다와 대화를 하자마자 물건이 커진 것처럼 생각될 거다.

    사라는 내 물건이 커지자마자, 복부를 만지던 손으로 물건을 덥석 잡고는 꽉 쥐었다.

    물론 달콤한 자극을 가하기 위해서 잡은 게 아니다.

    오히려 끔찍한 고통을 가하기 위해서 잡은 거지.

    "…이, 이건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까요?"

    아마 역대 최고로 분노에 휩싸인 건지, 사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야. 적어도 내 아들은 놓고 말하자. 걜 인질로 잡는 건 너무 비도덕적이야.

    아직 손에 힘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내 대답여하에 따라서 안에 쥐고 있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듯 이미 손아귀에 묵직한 힘이 모여져 있는 게 느껴졌다.

    "아냐! 아냐! 아냐! 오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뭔지 말해보죠?"

    "쟤 표정이 이상하니까 불안해져서, 그냥 정상 작동 되나 확인해본거야!"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사라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던 묵직한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사라는 방금 전의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로,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착각하게 만들지 마!"

    큭. 젠장. 난 아무 잘못 안했는데.

    뭐라 하고 싶은데, 저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매력적이라서 또 뭐라고 못하겠다.

    그래. 이럴 땐 뭐라고 하기 보다는 너스레를 떨면서 넘어가주는 대범한 남자가 되자.

    "미안. 미안. 그런데 방금 너무 아팠는데, 사라가 좀 쓰다듬어 줄래?"

    "이, 변태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며시 내 물건을 쓰다듬어주는 사라는 역시 최고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 여기가 우리 둘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거지만.

    "자네들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겐가?"

    디아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지긋이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튼! 마틸다 넌 왜 따라온다는 건데?!"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황급히 마틸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마치 불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불나방의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사라가 만져주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사라가 만져주는데 어떤 남자가 성기능을 상실하겠어.

    용사님의 손길이다. 분명 저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제가 무엇 때문에 여기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언제 여신님이 강림하실지 모르는 이상, 정 항상 당신들과 함께 할 의무가…."

    "아니. 여신님은 레이아 몸으로 강림하시잖아. 그러니까 그 말대로라면 넌 레이아랑 같이 붙어있어야지. 이번에 레이아는 같이 안 가."

    "엣…?"

    마틸다는 그게 정말이냐는 듯이 레이아를 쳐다봤다.

    그리고 레이아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순식간에 시무룩한 표정이 됐다.

    그러니까 나한테 반한 것도 아닌 주제에 왜 그런 표정이 되는 건데?

    "그, 그럼 언제쯤 오는 건가요?"

    "아니. 모른다니까. 그걸 정하러 한 번 가볼 예정이라고. 애초에 내일 당장 의뢰하러 던전에 틀어박힐 것도 아니고."

    "그, 그런가요."

    …저거 진짜로 나한테 안 반한 거 맞아?

    수상하단 말이야. 게다가 오는 도중 예쁘단 소리만 들어도 반하려고 하는 걸 똑똑히 봤기 때문에, 더욱더 미심쩍었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마틸다에게 찝쩍거리던 놈팡이들보다는 어딜 보나 내가 훨씬 좋은 남자인데 말이다.

    하지만 사라의 손이 닿고 있는 물건은 여전히 팽창한 상태였다.

    으윽. 그러고 보니 사라 얜 아직도 만지고 있네.

    사라야. 슬슬 그만두지 않으면 위험할 거 같은데.

    내 물건이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는지, 그제야 사라는 손을 뗐다.

    나와 몇 번이고 몸을 겹쳐온 만큼, 내가 쌀 타이밍은 정확이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여기서 싸는 건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도중에 멈추는 것도 꽤나 괴로웠다.

    사라도 내 표정을 통해 내 마음을 짐작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손을 뗐다.

    그리고는 살짝 장난스런 표정으로 혀를 배꼼 내밀고는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도 복수를 위해서 식탁 아래로 손을 뻗었다.

    사라는 감이 좋으니까 들키지 않도록 암살자의 묘리를 담아 손을 움직여 은밀하게 사라의 가랑이 사이로 접근한 후, 손가락으로 가볍게 중심부분을 긁어줬다.

    "흐읏!"

    기습 공격에 깜짝 놀란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마틸다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훗. 한 번 밤에 진 이상 나도 이제 낮에 지고만 있진 않을 거라고.

    "크흠. 그래. 그러니까 마틸다 넌 여기서 레이아하고 같이 있어."

    "그래요. 추기경님. 그동안 저하고 같이 있어요."

    "그, 그러네요."

    "같이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건 어떠신가요? 아이들이 무척 귀엽답니다."

    "그렇군요. 그것도 여신님의 은혜를 베푸는…."

    우리 천사님의 유도에 따라 훈훈한 대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또다시 껴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 천사님은 순순하셔서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내가 나설 수밖에.

    "야. 너 그건 괜찮은 거냐?"

    "뭐가 말이죠?"

    "아니. 그러니까 애들 상대론 반하지 않는 거냐고."

    그래. 고아원에는 당연히 남자 아이들도 잔뜩 있다.

    그밖에 어른 사내놈도 한 명 있기는 하지만, 걘 이미 고자니까 신경 쓸 거 없겠지.

    하지만 애들은 아니다.

    "뭐, 뭐…절 뭐로 보고!"

    과연 스스로 잘 반한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마틸다도 그걸 순순히 인정하긴 힘들었는지, 화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야. 똑바로 대답해. 안 반한다고 확신할 수 있어?"

    "읏…그, 그건…."

    내 진지한 표정에 놀랐는지, 마틸다가 살짝 몽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야,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나는 위기를 감지하고 황급히 레이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이아. 미안한데 마틸다가 있는 동안 고아원에 가는 건 좀 참아줘."

    "네. 그럴게요."

    "마틸다와 어디 갈 일이 있으면 꼭 마차를 타고 가도록 하고."

    "절 위해서 그렇게나…."

    "널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거든! 이 아동성애자 녀석아!"

    아오 진짜 귀찮아 죽겠네. 저건 진짜로 틈만 보이면 반하려고 드네. 대화하는 것 만으로 정신력이 뭉텅뭉텅 깎여가는 느낌이다.

    "아, 아동성애자 아니거든요! 실례인 것도 정도가 있어요!"

    "그럼 그냥 수비범위가 넓은 거냐?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남자면 다 좋은 거냐?!"

    "이, 이이익! 그래도 당신 같은 사람한테는 안 반하거든요?! 이 매력 없는 남자!"

    "매력 있거든! 내가 진심이 되면 너 따윈 그냥…!"

    "그럼 어디 한 번 그 진심이란 걸 보여줘 보시죠!"

    그렇게 말하는 마틸다의 눈동자가 왠지 기대로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덕분에 난 순식간에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위험해. 하마터면 도발에 넘어갈 뻔했어. 저거 날 고자로 만들려고 작정을 했나.

    나는 마틸다에게서 눈을 떼고,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왜 갑자기 조용히 있는 거죠? 뭔가 말을 해보시죠?"

    참자. 참아야 한다.

    "역시 자신 없는 거죠? 매력 없는 남자."

    참아야 한다.

    "어쩜 저리…."

    "이 몸의 낭군님을 흉보는 건 그쯤 해두겠나?"

    디, 디아나야아아아! 난 지금 맹렬히 감동하고 있다!

    "넷?! 앗, 죄송해요. 전 그런 뜻이 아니라…."

    "됐네. 사정은 알고 있으니. 그쯤하고 식사나 하게."

    "네…."

    헤헹. 꼴좋다. 제아무리 추기경이니 뭐니 해도 우리 디아나한테는 안 되지!

    내가 디아나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자, 디아나가 엣헴하는 표정으로 가슴을 폈다.

    응. 잘했어. 잘했어. 상으로 머리라도 쓰다듬게 해줄까?

    내가 살짝 머리를 내밀자, 디아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쓰다듬어왔다.

    원래는 오늘 밤에 디아나를 실컷 괴롭힐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기특한 디아나를 너무 괴롭힐 순 없지. 조금 강도를 약하게 하도록 하자.

    응? 기특하면 괴롭히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그건 아니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지금 디아나가 잘했다고 해서, 내가 전에 괴롭히기로 마음먹은 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나는 밤에 디아나를 어느 정도 약하게 어떤 식으로 괴롭힐지 생각하면서 식사를 계속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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