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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64화 (24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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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안 되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디아나가 먼저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내 목을 꼭 끌어안았다. 아까 화났을 때랑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아까는 온몸을 휘감는 분노에 자신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마치 날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끌어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응? 왜?"

    "아, 아무튼 안 되네!"

    이렇게까지 반대할 일인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디아나는 디아나답지 않게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대답을 해왔다.

    어차피 우리가 싸우면서 성기는 얻게 될 거고, 보수만 괜찮다면 해도 좋을 의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우리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거다. 앨리시아에겐 미안하지만 거절하도록 할까.

    "야. 그러니까 네 말을 성기를 건네 달라는 거잖아. 그런 거라면 길드 근처에 있는 한스 & 에리나라는 잡화점에 가봐. 거기에 내가 성기를 대량으로 납품해놨거든."

    "대형 클랜의 정보력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그 정돈 이미 진작 파악하고 있었어. 하지만 거기 있는 건 기껏해야 1, 2계층 몬스터의 성기잖아? 그런 상층의 몬스터라면 우리도 얼마든지 성기를 얻을 수 있어. 우리 클랜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좀 더 높은 층의, 싸우는 것도 벅찬 몬스터의 성기를 얻고 싶은 거지."

    "뭐? 그렇다면…."

    "그래. 내가 말하는 의뢰라는 건, 네가 우리 클랜이 다니고 있는 심층을 따라다니면서 성자의 스킬을 써주길 바라는 거야."

    "구원. 절대 안 돼."

    "구원씨. 저도 반대에요."

    앨리시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 옆에서 사라와 레이아가 내 팔을 꼭 끌어안으면서 디아나와 마찬가지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봐. 너무 그렇게 겁먹을 거 없다고. 그 녀석에겐 생체기 하나 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할게. 응? 그러니까 잠깐만 그 녀석을 빌려줘. 잠깐만 쓰고 돌려줄 테니까…."

    "절! 대! 안 돼요!"

    앨리시아는 나름 친근한 말투로 사라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앨리시아가 말을 할 때마다 사라의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사라는 누가 봐도 알 정도로 앨리시아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사라뿐만 아니라 디아나나 레이아도 마찬가지다.

    과연. 그런 건가.

    나는 그제야 얘들이 왜 이렇게 반대하는지 이해를 했다.

    나도 처음엔 앨리시아처럼 내가 혹시 다칠까봐 반대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런 이유도 있겠지.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얘들은 자신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와 앨리시아가 붙어 있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거였다.

    아까 앨리시아가 빌려달라거나 잠깐 쓰고 돌려준다고 말했을 때, 날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 걸로 보아 확실하다.

    "야. 앨리시아. 그런 거라면 얘들도 같이 데려갈 수 있을까?"

    "응? 그 사람들이 없으면 스킬을 못 쓰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렇다면 데려가는 건 조금…심층 탐험은 위험하다고? 물론 네 안전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내겠지만 말이야. 돌봐줘야 될 상대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안전을 보장하긴 힘들어."

    "미안. 그렇다면 역시 의뢰는 거절해야겠어."

    "야,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사이에 그러기냐?"

    "우리 사이가 뭐 어떤 사인데."

    "너 이 누나가 동정 딱지 떼준 것도 까먹은 거야?"

    "으아아악! 팔이!"

    "어머. 미안해."

    앨리시아가 내 동정 언급을 하자마자, 사라의 손에 힘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갔다.

    내 비명을 듣고 바로 힘을 빼긴 했지만, 사라는 말과는 다르게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야. 앨리시아. 이 멍청한 녀석아. 네가 내 동정을 따먹어서 얘들이 지금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 거라고. 눈치 좀 채라.

    "역시 거절…."

    "야,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따라와 줘라. 너랑 아는 사이란 걸 안 다음부터 미리엘…우리 클랜장이 얼마나 닦달을 하는지 귀찮아 죽겠단 말이야."

    "결국 모험심보단 네가 귀찮아서 그런 거였냐."

    "물론 모험심도 불타오르고 있지만 말이야. 네 덕분에 요즘 던전 다닐 맛이 난다고. 그러니까 응? 부탁 좀 하자. 안전하게 뒤에서 따라다니면서 스킬만 써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잖아? 보수도 상당히 괜찮다고?"

    "대형 클랜의 간부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보수가 얼마나 괜찮은데 그래?"

    "무려 던전행 한 번에 2천 골드나…!"

    "야. 됐다. 돈이라면 차고 넘쳐."

    "잠깐! 잠깐 기다려! 그 뿐만이 아니야! 무려 정보도 공유해 준다고!"

    "정보? 무슨 정보?"

    "네 도움을 받아 얻은 성기로 발견하게 된 비밀 통로는 전부 너희 클랜과 공유해주지. 어때? 이정도면 상당히 괜찮지 않아?"

    "그건 좀 괜찮긴 한데…."

    "구원. 절대 안 돼."

    "구원씨 가지 마세요."

    "음. 이 몸의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진 절대 안 되네!"

    "모래도 괜찮아? 야. 장난. 장난이야!"

    다들 너무 진지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살짝 장난삼아서 바닥의 모래를 집으려는 제스처를 취했더니, 디아나가 곧바로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하지만 저 조건은 상당히 괜찮은 것 같은데."

    아라크네 클랜은 전에 클랜 하우스에서 봤다시피 인원이 무진장 많다.

    그야말로 우리와는 비교하는 것도 부끄러울 정도로.

    물론 그 인원들 중 심층에 다니는 모험가들은 극히 일부밖에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클랜보다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런 클랜이 먼저 비밀 통로를 탐색하고 알려준다는 건,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뭐, 그것도 아라크네 클랜이 확실히 정보를 공유해줄 때에만 그런 거지만.

    "얘들아. 나,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구원!"

    "너희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걱정 마. 내가 그럴 사람이야?"

    "뭘 당연한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이 호색한아!"

    "정말로? 내가 진심으로 그럴 것 같아?"

    "그건…."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면서 되묻자, 사라는 살짝 눈을 피하면서 대답을 흐렸다.

    얘들도 알고 있을 거다. 특히 실비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특히 절실히 깨달았을 거다.

    물론 다른 이유 때문에 결국 실비아를 파티에 들이게 되긴 했지만, 셋 모두가 찬성하는 와중에도 난 실비아를 내 여자로 받아들이는 걸 거부했었다.

    지금도 내 나름 셋과 실비아는 차별화하고 있을 생각이다.

    물론 특훈이라는 명목 하에 스킨십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장난 같은 거고.

    진심으로 사랑을 속삭이거나, 행위로 유도하거나 하는 건 일절 없었다.

    얘들도 그걸 보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더욱 더 커졌을 거다.

    다만 내 동정을 뺏어간 여자가 상대다보니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이렇게 나오는 거지.

    "오빠 믿지?"

    "믿지만…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 여잔…."

    "걱정 마. 예전에는 정말로 이 세계에 오고 아무것도 모를 때 얼떨결에 당한 것뿐이야. 지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아."

    "보자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야! 나도 병아리새끼 좆같은 건 관심 없거든?! 나도 맘만 먹으면 원하는 대로 남자 골라서 따먹을 수 있어! 내가 뭐가 아쉬워서…!"

    알았으니까 넌 좀 닥치고 있어봐라. 내가 지금 누구 의뢰를 받아주려고 이렇게 얘들을 설득하고 있는 지 알기나하냐?

    내가 그런 마음을 담아서 앨리시아를 찌릿 노려보자, 앨리시아도 드디어 분위기를 좀 읽어줬는지 조용히 해줬다.

    아까 넌 그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해서 지금까지 남자도 못 만들었단 소리가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는걸.

    뭐, 지금도 혼자서 조그맣게 구시렁거리고 있기는 했지만, 저 정도는 봐주도록 하지.

    나는 다시 사라와 레이아를 번갈아 쳐다보고, 뒤에 업힌 디아나의 허벅지도 꼭 끌어안아 주면서 말했다.

    "얘들아. 난 저 의뢰를 한 번 해보고 싶어. 보수만 좋은 게 아냐. 한 번 심층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이 눈으로 직접 보면서 경험해보고 싶어."

    조금 치사한 말이었나. 내 말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애틋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남자가 이렇게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데, 막을 여자는 없겠지.

    심지어 착해빠진 우리 애들이 그럴 리는 절대 없다.

    "그런 거라면 이 몸과 여기 이 자들을…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알겠네."

    디아나는 순간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을 가리키면서 뭔가 제안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여기 누님들을 대동하면 심층 탐험을 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제대로 된 탐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 누님들은 던전 탐험에 관해서는 초보자다.

    애초에 모험가 카드 자체가 없었고, 2계층에 텔레포트로 내려올 때도 디아나가 뭔가 말을 하고 나서야 통과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던전 탐험은 또 다른 문제니까 말이다. 우리 디아나는 내게 심층 경험을 시켜주겠다는 이유로 그런 누님들에게 심층 탐험을 강요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구원씨…. 네. 알겠어요."

    "절대로 바람피우면 안 돼. 그리고 스킬은 꼭 몬스터한테만 쓰는 거야! 사람한테 쓰면 안 돼!"

    결국 디아나뿐만 아니라 레이아나 사라도 내가 의뢰를 받는 걸 허락해줬다.

    "고마워. 얘들아. 난 진짜 행운아야."

    "그걸 이제 알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잘 해."

    "응. 물론이지."

    나는 사라와 레이아를 꽉 끌어안아주고, 디아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려준 후 다시 앨리시아를 쳐다봤다.

    "그래. 의뢰를 받아들이지. 하지만 그 전에 하나 확인할 게 있어."

    "…뭔데?"

    눈앞에서 우리가 이렇게 알콩달콩 거리는 게 눈꼴 시렸던 건지, 앨리시아는 별꼴이란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얻은 성기로 발견한 비밀 통로는 우리한테 알려준다고 했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너희가 발견 못했다고 잡아떼면 그만 아니야?"

    "응? 그거야…. 그렇다면 우리 클랜장하고 마나의 계약이라도 하면 되잖아? 우리 클랜장도 마법을 쓰니까!"

    앨리시아는 잠깐 당황하더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쳤다.

    "너 그거 절대 클랜장이랑 미리 얘기해둔 거 아니지? 자기 클랜의 클랜장을 그렇게 팔아먹어도 되냐?"

    "괜찮아! 어차피 닦달했던 건 클랜장이었으니까!"

    하여간 성격 한 번 화끈하긴 하다니까.

    "음? 잠깐만. 자네 클랜장이 마법사였던 겐가?"

    "응? 아니? 순수 마법사는 아니고, 마법검사인데…아, 하지만 마법도 사용하니까 마나의 계약을 하면 제대로 지킬 거야. 정말이야!"

    "아니. 의심하는 게 아닐세. 그런가. 마법을 사용하는 겐가. 구원. 아라크네의 클랜장을 만나러 갈 때에는 이 몸도 같이 가도록 하세. 제대로 마나의 계약을 맺는지 확인해주도록 하지."

    디아나야. 속셈이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게 뻔히 보인다.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의뢰는 알겠어. 며칠 내로 너희 클랜 하우스에 가서 자세한 얘기를 할게. 보다시피 오늘은 막 던전행을 마치고 돌아온 거라서 말이야."

    "그래. 그럼 며칠 내로 꼭 와야 된다. 꼭이야!"

    "알았다니까 그러네. 클랜장한테 얘기나 잘 해놔."

    "그거야 걱정 마라. 애초에 닦달한 건 클랜장이라니까. 아! 드디어 그 귀찮은 잔소리에서 해방된다!"

    이 녀석 아예 속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네. 뭐, 상관없지만.

    "그럼 우리도 이만. 가자! 이것들아! 특히 칸나, 넌 각오해라!"

    "왜, 왜 나만…."

    "보나마나 네가 세레나하고 에이미를 끌고 간 거잖아! 돌아가면 지옥을 보여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자, 잠깐만! 앨리시아씨! 교관님! 아으윽!"

    앨리시아는 내게 손을 한 번 흔들더니, 그대로 칸나의 귀를 붙잡고 끌고 갔다.

    그리고 세레나와 에이미가 우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앨리시아와 칸나의 뒤를 쫓아갔다.

    "저건 언제 봐도 성격 한 번 화끈하다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응? 뭐가?"

    "강제로 당한 게 전부라면서? 그런데 왜 그렇게 친해 보이는 거야? 그냥 저 사람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구원 말을 들어보니까 그 이후로도 만난 적 있는 모양이네?"

    "응. 혼자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클랜 하우스에 초대돼서 권유도 받은 적도…."

    "우리랑 만난 이후에?"

    "응. 아, 레이아는 만나기 전…잠깐만. 사라야."

    "호오. 그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에서 권유를 받은 겐가. 대체 어떤 식으로 권유를 받은 겐가? 이 몸이 듣기론 아라크네의 권유 방식은 상당히 화끈하다고 알고 있네만."

    "잠깐만요. 디아나님?!"

    "…구원씨?"

    으악! 천사님! 제발 그 눈은 그만두세요!

    앨리시아는 떠난 이후로도 문제를 남기고 가는 녀석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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