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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62화 (24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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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자네 왜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겐가?"

    개미굴을 나와서 마을로 돌아가는 도중, 디아나가 뒤에서 의아한 듯 질문했다.

    왜 그렇게 두리번거리기는. 당연히 모험가들을 찾기 위해서지!

    못해도 평균이상은 된다는 미모를 가진 모험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몬스터의 성기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라고 솔직하게 말할 용기는 내게 없었다.

    "그야 주위를 경계하기 위해서지. 이렇게 우리 디아나를 업고 가고 있는데, 만약 기습이라도 당하면 큰일 아니겠어?"

    그래. 지금 디아나는 현재 나에게 업혀있는 중이었다.

    아까 디아나가 내 품에 안겨서 토론을 한 덕분인지, 이번엔 디아나가 업힐 때 아무도 공중부유 마법을 써준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누님들도 조금은 눈치가 생기셨군요. 그렇게 눈치가 길러지다 보면 언젠간 좋은 남자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나이가 조금 많긴 하지만, 뭐 능력이랑 외모는 출중하신 분들이니까.

    "흠. 흠. 기특한 말도 할 줄 아는구먼. 이것도 전부 이 몸의 교육 덕분인가."

    디아나는 흡족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니거든 이것아. 난 원래 기특한 놈이었다고.

    아까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해져서는. 넌 밤에 꼭 두고 보자.

    "기특하긴 하네만, 그래도 그렇게 경계할 거 없네. 저자들이 있지 않은가."

    디아나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마법사 협회 누님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니. 물론 누님들은 믿음직스럽지만,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 순간적인 기습은 아무리 누님들이라도…."

    "이제 곧 있으면 마을이잖아. 이 근처 몬스터들은 웬만하면 다른 모험가들이 상대하고 있다고. 봐, 저기처럼."

    옆에서 걷고 있던 사라도 디아나를 거들어서 어깨에 힘 빼라는 식으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주물주물 주무르면서 말했다.

    얜 힘도 있는 만큼 꽤나 시원하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디?!"

    나는 맹렬한 기세로 사라를 향해 고개를 돌려 질문했다.

    "으, 응? 뭐가?"

    평소 보기 힘든 내 모습 때문인지, 사라도 쿨한 표정을 무너뜨리고 살짝 당황했다. 귀엽다.

    아니, 아무튼!

    "그러니까! 어디서 모험가들이 싸우고 있는데?!"

    "저, 저기…."

    사라는 곤혹해하면서도 손가락을 세워 지평선 쪽을 가리켰다.

    사라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확실히 뭔가 작은 점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젠장.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여. 그렇다면…!

    "저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 좋아! 가서 도와주자!"

    "응? 그게…어머?"

    사라가 의아한 목소리를 냈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힘내라 내 다리! 바람을 가르고, 사막의 모래를 헤치며, 나를 모험가들의 곁으로 인도해라!

    저 여성들의 분투가 끝나기 전에!

    아무리 걷기 힘든 사막이라고 해도, 내가 전속력을 발휘하면 이정도 거리쯤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나는 순식간에 모험가들이 전투를 하고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

    덕분에 내 뒤에 업혀있던 디아나는 마치 놀이동산의 절규머신이라도 탄 것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내게 꼭 안겨왔지만 말이다.

    훗. 녀석. 그렇게 꽉 끌어안다니. 내가 그렇게 좋냐?

    아무튼 전투 현장에 도착한 나는 호기심에 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현장을 바라봤지만,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모험가들이 싸우고 있는 몬스터들이 바로 전갈이었기 때문이다.

    쟤들한테선 성기가 안 나온단 말이지.

    이 세계 몬스터와 내가 있던 세계의 동물들은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생물인 건 아니다. 저 전갈 역시도 마찬가지. 이 세계의 전갈은 수컷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만나지 못한 건지는 몰라도, 전갈에게선 지금까지 성기를 얻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얻을 수 있다고 쳐도 모험가들이 어떻게 전갈 상대로 성기를 얻겠어?

    한 마디로 말해서, 꽝이라는 말이다.

    "쳇…아니, 이게 아니지. 후우. 다행이다. 위험한 상황은 아닌 모양이네. 내가 잘 못 본거였어."

    "꺄아아악!"

    "무슨 소리인가. 위험한 상황이 맞는 걸로 보이네만?"

    우리 눈앞에 있는 모험가는 셋으로, 원래는 전갈 한 마리를 상대하려다가 한 마리가 더 끼어든 상황인가 보다.

    전위 둘이서 각각 한 마리씩 전갈을 맡고는 있지만, 척 보기에도 힘이 부쳐보였다.

    하지만 난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여긴 2계층이라고. 게다가 마을 주변. 여기 마을까지 도착한 애들이 고작 저런 약소 몬스터 두 마리 상대로 고전하는 게 말이 돼? 그럼. 말이 안 돼지. 안 도와줘도 될 거야."

    나는 빠르게 내뱉고는, 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

    저 녀석들이랑 엮이면 분명 뭔가 더 귀찮은 일이 일어날 거야. 내 감이 외치고 있어.

    하지만 내가 자리를 뜨는 것보다, 모험가들이 날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더 빨랐다.

    "야! 구원! 도와줘!"

    "대체 누구신데 아는 척을 하시는지?"

    "우리 셋을 한꺼번에 안겠…!"

    "그럼! 도와줘야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하지만 그 전에 할 게 있지. 도와…달라고는 확실히 말했으니까 이건 생략하고. 혹시 우리가 구해준 다음 전리품…."

    "그런 건 됐으니까!"

    알아. 농담 한 번 해본 거야.

    나는 디아나를 바닥에 사뿐히 내려주고, 전갈에게 다가가 사커킥을 날렸다.

    콰지직!

    전갈은 내 발길질 한 번에 그대로 짜부라지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 개미굴에서 무투가 레벨을 올린 보람이 있기는 하군. 뭐, 그게 아니더라도 2계층에서 제일 약한 전갈 따위는 한 주먹 거리였겠지만.

    "후우. 이걸로 됐지? 그럼 조심해라."

    발길질 두 번으로 가볍게 전갈 두 마리를 처리한 나는, 쿨하게 자리를 뜨려고 했다.

    "자, 잠깐 기다려! 왜 그렇게 급해?"

    왜 그럴 거 같냐? 다 네가 아까처럼 괜한 말을 할까봐 그러는 거 아니냐. 이 망할 여자야.

    나는 나름 야성미를 풍기는 칸나를 지긋이 노려봤다. 뭐, 야성미가 풍긴다고 해도 겉모습뿐으로, 실상은 방금 봤던 대로 무지막지하게 약하지만.

    그래. 지금 눈앞에 있는 셋은 전부 면식이 있는 애들이었다.

    바로 아라크네 길드의 밑바닥을 깔아주는 모험가. 칸나, 세레나, 에이미 삼인방이었다.

    "뭔가 더 볼 일이라도 있냐?"

    "아니, 그러니까 그게…."

    "구원씨. 혹시 마을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칸나가 뭔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세레나가 나섰다.

    "그런데?"

    "그러면 부탁하나 드릴 수 없을까요? 염치없는 부탁인 건 압니다만, 저희도 마을까지 동행시켜주십시오."

    응? 마을까지 동행시켜달라고?

    마을까지의 거리는 정말로 멀지 않았다.

    아무리 빈번하게 몬스터를 만나봐야 고작 두세 번 정도 더 만나는 게 고작이겠지.

    그런데 지금 그게 무섭다는 거야? 그럼 애초에 여기까진 어떻게 왔는데?

    척 보니 셋 다 그다지 상처는 입고 있지 않았다. 상태가 만전인 상태인데도 2계층의 가장 약한 몬스터도 못 잡는 애들이 여기 있다는 건….

    내가 지긋이 노려보자, 칸나가 찔리는 것처럼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세레나가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저희 같은 대형 클랜원은 도달하지 못한 텔레포트 마법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텔레포트로 계층을 이동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요."

    "텔레포트 등록제는 실력 없는 모험가가 괜히 깊은 계층을 도전하다가 허무하게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들었는데?"

    "물론 그래서 저희같이 도달하지 못한 계층을 텔레포트로 이동할 때는 인솔자를 데리고 오는 것이 필수입니다. 다만…."

    그렇게 말하면서 세레나는 칸나를 힐끔 쳐다봤다.

    과연. 사정을 대충 알 것 같다.

    원래는 인솔자를 동원하여 안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클랜 전용 시스템이지만, 저 칸나가 인솔자 없이도 막무가내로 2계층에 온 거다. 세레나와 에이미는 그런 칸나에게 끌려온 거고.

    "하아. 알았다. 마을까지 데려다주지. 조금만 기다려. 나도 동행이 있으니까. 조금 있으면 올 거야."

    칸나는 둘째치고, 세레나나 에이미는 불쌍하니까 어쩔 수 없지.

    친구 잘못만나서 무슨 고생이냐.

    "정말로?! 고마워?! 역시 너 좋은 놈이구나! 약속은 잘 안 지키지만!"

    아오! 저 놈의 입 좀 꿰매 버리고 싶다.

    마을로 데려가 준다니까 다시 기운이 난 듯, 칸나가 친한척하면서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소문 들었어. 요즘 활약이 굉장하더라? 얼마 전엔 엄청난 발견까지 했다고 하고."

    "아, 역시 길드에서 발표 했어?"

    "응. 덕분에 지금 다들 난리도 아니야. 던전 탐험의 패러다임이 바뀔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니까. 평소엔 그렇게 느긋하던 앨리시아씨마저 던전 탐험에 빠져서 요즘 인솔도 잘 안 해주고."

    칸나는 살짝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그런 사정이 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얘들이 이렇게 위험에 처한 것도 나랑 완전히 관계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거군. 뭐, 그래봐야 자업자득인 건 변함없지만.

    "그나저나 구원씨 일행은 누구신가요? 전에 봤던 사라씨 말씀하시는 건가요?"

    에이미도 나랑 만나서 꽤나 반가운 듯, 내가 다가와서 활기차게 말했다.

    "응. 물론 사라도 있고. 거기에 또…저기."

    "구원! 아무리 그래도 혼자 그렇게 달려가면 어떡해!"

    내가 손으로 뒤를 가리키자, 마침 사라가 날 따라잡으면서 핀잔을 줬다.

    그리고 사라의 등뒤로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

    "엣…."

    그건 과연 누가 낸 소리였을까?

    사라의 뒤로 따라오는 사람들을 보자, 아라크네 클랜 삼인방의 몸이 동시에 돌처럼 굳어졌다.

    그래. 저 은색 망토를 보고 쫄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구, 구원…아니. 구원씨? 구원님? 그게, 그, 일행들이라는 게 저분들…인가요?"

    그 칸나마저도 저렇게 쫄은 걸 보면, 확실히 저 누님들 파워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게 지고의 대마법사 다이애나 텔루나라고 밝히면 기절하는 거 아닐까?

    조금 보고 싶다.

    "어머? 에이미씨? 오랜만이에요."

    "레이아! 레이아가 여긴 어떻게?!"

    그리고 의외로 아는 사이도 있었다.

    아, 둘 다 성직자니까 그다지 의외는 아닌가?

    "전 구원씨와 같이 다니고 있어요."

    레이아가 살며시 내 옆으로 다가와서 팔짱을 끼자, 에이미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뭐? 그 레이아가? 대, 대체 어떻게?!"

    레이아가 나와 같이 다니는 걸 아직도 몰랐다니. 이 아가씨. 신전에는 거의 안가는 모양이군. 과연 성직자 주제에 4p를 하자고 꼬드겼던 아가씨답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진짜 문제였던 거 아냐? 성직자들 사이에선 금기라면서? 이거 생긴 거랑 다르게 완전히 발랑 까진 아가씨였네.

    아무튼 그 발랑 까진 아가씨도 마법사 협회 누님들과 같이 다닌다는 사실이 부담되는지, 레이아에게 찰싹 붙어서 최대한 그쪽으로 눈을 안 돌리려고 했다.

    "대, 대체 저 분들이 어떻게 다 모여계시는 거야? 혹시 여기 싸움판이라도 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저 누님들 원래 디아나를 두고 다투느라 사이가 안 좋았다고 했었지.

    요즘은 다 같이 디아나를 둘러싸고 하하호호 하는지라 전혀 그렇게 안보이지만.

    과연. 이 삼인방이 이렇게 쫄아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냥 높으신 분들이 부담스럽단 이유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다.

    "후훗. 그런 거 아니에요. 이분들은 그러니까…잠깐 구원씨를 도와주러 오신 거예요."

    레이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디아나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내 핑계를 댔다.

    웬만하면 정체를 밝히기 싫어하는 디아나를 배려해준 거다.

    덕분에 셋이 날 보는 시선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졌지만.

    "대, 대단해…어떻게 이 분들을 전부…. 난 그런 사람이랑 4p…."

    "크흠! 크흐흠! 아무튼 다들 모였으면 마을로 돌아가자! 빨리 가서 오랜만에 침대에 좀 눕고 싶네!"

    "음. 그러세."

    디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다시 업혔다.

    그리고 그런 디아나를 둘러싸듯이 마법사 협회 누님들이 주변에 원을 그리면서 모여들었다.

    내가 디아나를 업고 있으니, 겉보기엔 날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럼 가실까요?"

    게다가 누님들 중 한 분이 이쪽을 바라보면서 존댓말까지 썼다.

    "호, 혹시 엄청나게 높으신 분이었어? 난 그런 분께…."

    칸나가 옆에서 번민하는 게 보였다.

    훗. 호가호위라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인가.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나는 삼인방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고, 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화 레이아가 디아나의 뺨 치료해주는 부분을 아주 살짝 바꿨습니다.

    구원이 먼저 치료를 해달라고 레이아에게 부탁하는 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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