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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60화 (24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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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마석에 적용된 마법적 술식은 디아나조차 전혀 생각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나다고 했다.

같이 따라온 마법사 협회의 수장 누님들은 눈앞에 보면서도 거의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모양이고, 디아나조차도 골치를 썩일 만큼 말이다.

한마디로 마석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흔적이 있고, 그걸 또 누가 만들었냐는 최대의 수수께끼만 신경 쓰지 않으면, 최고의 마법연구 재료라는 얘기다.

디아나는 저 마석 연구가 내 성자 스킬 연구와 동급으로 마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거라고까지 했다.

그런 말까지 들으니 왠지 쓸쓸…아니, 이런 걸로는 쓸쓸하지 않아! 애초에 디아나는 그런 거랑 상관없이 날 좋아하는 거니까. 음. 그렇고말고.

아무튼 마석이 여왕개미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고 더더욱 의욕이 폭발한 디아나와 누님들은 마석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평소엔 디아나를 둘러싸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만 짓던 누님들이 진지한 얼굴로 디아나와 마법적 토론을 했고, 디아나 역시도 평소엔 그렇게 질색하더니 이번엔 스스로 누님들에게 둘러싸여서, 오히려 신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즉,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 며칠째 디아나가 안 놀아줘서 심심하단 말이다.

슬슬 어두운 개미굴에 처박혀있는 것도 지겨웠고. 개미들을 상대하는 것도 지겨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석 연구는 대충 그쯤하고 가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난 좋은 남자니까 말이야. 내 여자의 앞길을 막을 순 없지.

그래서 난 디아나가 놀아주지 않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다른 애들과 전력으로 놀기로 했다.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건 제일 가까이에 있는 사라였다.

사라는 오늘 사냥에서 썼다가 회수한 화살들을 늘어놓고, 일일이 촉의 마모된 정도나 깃이 망가지지는 않았는지 대가 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제대로 확인 해주지 않으면 생각만큼 위력이 나오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화살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사라의 등 뒤에 조용히 다가가서 확 끌어안았다.

"사라야!"

"꺄악! 가, 갑자기 뭐야?!"

"하핫. 그렇게 놀랐어?"

"바, 바보야! 놀라서 하마터면 화살로 찌를 뻔 했잖아!"

시선을 내려서 내 허리 부근을 바라보니, 사라의 손이 화살하나를 움켜쥐고 내 옆구리를 찌르기 직전인 상태에서 겨우 멈춰있었다.

…앞으로 사라한테 장난칠 때는 조금 더 조심하자. 특히 손에 무기가 될만한 게 있을 때는.

크흠. 아무튼 지금은 안 다쳤으니까 됐어.

나는 뒤에서 사라를 끌어안은 채로, 부드러운 머릿결의 감촉을 맛보면서 그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 달콤한 목소리로 사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랑 좋은 거 할까?"

"흥. 내 차례에 그렇게 기대한다고 해놓고 던전에 들어온 사람이 이제 와서?"

내가 사라를 끌어안은 팔을 올려 은근슬쩍 사라의 가슴아래에 손을 가져다대자, 사라가 그 손을 찰싹 쳐내면서 말했다.

아, 역시 그거 좀 삐져있었구나.

뭐, 다음 사라 차례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그렇게 잔뜩 해놓고, 정작 당일에는 던전에 와버린 내 잘못이긴 하지만.

"응? 무슨 소리야? 갑자기 웬 섹스 얘기야? 설마 좋은 거라는 게 섹스 얘기인줄 알았어? 에이. 아무리 나라도 다른 사람도 다 보는 앞에서 그런 걸 하나고 꼬드기지는 않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사라 응큼…."

"찌를 거야."

"죄송합니다."

얜 왜 아직도 내 옆구리에서 화살을 안 치우고 있는 거야.

"그래서. 결국 뭘 하자는 거야?"

"음. 사실 나도 뭘 할지 정하진 않았어. 그냥 심심해. 놀아줘."

"하아…. 구원 당신 애도 아니고 말이야. 난 화살들을 살펴보느라 바빠. 구원도 할 일이 없으면 뭔가 생산적인 일이라도 하는 게 어때? 예전처럼 마나를 다루는 연습이라도 하면 되잖아."

"훗. 천재인 이 몸은 이미 마나의 컨트롤 방법을 완벽하게 숙지했다는 말씀."

그래. 알게 모르게 계속 연습을 해온 덕분에, 나도 이젠 마나를 꽤나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적어도 지금 배운 스킬들은 전부 마나 운용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위력도 조절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면 다른 연습이라도 하면 되잖아. 구원이 우리 파티 중에서 전투직 레벨은 제일 낮은 거 알지?"

으윽. 아픈 데를 찌르다니.

사라는 그렇게 일침을 가하고는, 내가 뒤에서 끌어안은 것에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화살들을 점검해나갔다.

고지식한 사라로서는 일단 하던 일을 전부 마치고 싶은 거겠지.

괜히 화살 점검을 대충 했다가 만약 화살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면 정말로 큰 일이 날 수도 있는 거니까 이해는 한다.

아무래도 더 이상 귀찮게 굴 수는 없을 것 같군.

"흑. 사라 요즘 사랑이 식었어."

나는 장난조로 과장되게 말하면서 사라에게 떨어지려고 했다.

"자, 잠깐!"

그러자 이번엔 사라가 내 팔을 꽉 붙잡고, 자기를 끌어안도록 만들었다.

"아, 안 식었거든! 하지만 화살 점검은 정말로 중요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잠깐만 이러고 기다려. 얼마 안 남았으니까 금방 끝내고 놀아줄 테니까."

아무래도 내가 장난 식으로 던진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사라는 방금까지 보여줬던 쿨한 태도가 순식간에 무너져서는 안절부절 못했다.

"크, 크큭."

"왜, 왜 웃는데?"

"하하핫. 아니. 미안. 응. 안 식은 거 나도 알아. 사라 귀여워. 최고야."

"이, 이씨! 바보야!"

내가 장난쳤다는 걸 깨달았는지, 사라가 새빨개진 얼굴로 홱 돌아봤다.

노려보면 쿨한 얼굴과 시너지를 발휘하여 엄청 무서운 사라였지만, 이번만큼은 사라가 노려봐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어허. 오빠한테 바보라니. 됐으니까 넌 빨리 화살 점검이나 마저 해. 난 네 말대로 이 상태로 기다리고 있을…크헉."

"저리 가, 이 바보야!"

결국 난 사라한테 등짝 스매쉬를 얻어맞고 쫓겨나야했다.

등은 아프지만 마음은 풍족해졌다. …등은 아프지만. 이거 분명히 등에 손바닥 모양으로 자국 남았을 거야.

아무튼 사라와 놀 수 없게 된 나는, 다음 타깃을 찾아 헤맸다.

아직도 열띤 토론중인 디아나나 마법사 협회 누님들과 놀아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소거법으로 남은 건 레이아와 실비아. 이 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레이아는 지금 기도 중이었다.

레이아는 저렇게 하루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여신님께 기도를 드린다. 신전에서 자랐기 때문에 습관이 됐다나.

과연 던전 탐험 중에 시간을 꼬박꼬박 지킬 순 없으니 그날마다 기도드리는 시간에 변동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잠들기 전에라도 꼭 기도는 드리고 잠이 드는 레이아였다.

한 마디로 지금 방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방해하면 정말로 레이아가 화난 표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그거대로 조금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천사님께 미움 받으면서까지 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천사님이라면 놀아달라고 어리광부려도 저 가슴만큼이나 거대한 포용력으로 다 받아들여 줄 텐데.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사라 말대로 정말로 생산적인 일이라도 할까.

이런 곳에서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다.

바로 특훈이다.

"실비아."

"히극!"

나는 아까부터, 아니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전투 때만 제외하곤 줄곧 날 바라보던 실비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는 몸을 움찔 떨었지만, 아쉽게도 이 방에서 도망갈 곳은 없었다.

내가 먹이를 눈앞에 둔 포식자처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자, 실비아의 얼굴에 점점 더 동요의 빛이 퍼져나갔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지금 할 일 없지? 그럼 특훈해야지?"

나만 빤히 바라보고 있던 애가 할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아우…그, 그러니까 구원님. 저기, 그러니까, 전투는 아무 문제없었고…."

"응. 그랬네."

확실히 이 며칠사이에 느낀 건데, 실비아의 이런 반응은 전투 때에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았다.

아마도 탱커를 맡고 있는 만큼, 자신이 실수하면 다른 사람도 위험해진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는 거겠지. 덕분에 가끔 나와 몸이 닿아도 전투 때에는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투가 끝나면 다시 부끄러워 죽으려는 것 같았지만.

"그, 그러면!"

실비아는 도망갈 구석이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외쳤다.

하지만 말이다. 실비아. 겨우 하나 남은 놀이 상…특훈 상대를 내가 놔줄리 없잖아?

"그래도 할 거야."

"왜, 왜 말입니까?"

환했던 실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너 나한테 닿으면 너무 좋아서 그렇게 과민반응 하는 거 아니었냐?

좋아 죽을 정도의 행위를 해주겠다는데 시무룩해지다니, 얘도 참 복잡한 녀석이다.

"그냥. 전투 땐 지장 없어도 일상생활에서 매번 그러는 건 마찬가지잖아. 난 일상생활에서도 좀 더 편해지고 싶다고."

완전 거짓말이다. 사실 오히려 계속 이런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실비아가 나와의 접촉에 익숙해져서, 내가 안아도 무반응이면 좀 서운할 것 같아.

"그런고로 얌전히 특훈을 받아라."

"아으…아으으으…."

내가 손을 뻗자, 실비아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어떻게든 도망갈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님 뭐야? 실비아는 나한테 닿는 게 싫은 거야? 전엔 내 곁에 있고 싶다고 그렇게 애원했으면서. 벌써 감정이 식었어?"

"아,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계속 곁에 있고 싶습니다!"

"그럼 내 곁에 더 잘 있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지. 왜 도망갈 생각을 해?"

"그, 그건…그러니까 너무 좋아서 심장이…."

"음…못 믿겠는데. 실비아. 나한테 믿음을 줘. 자, 난 여기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을게. 어디 네가 정말로 나와 있고 싶은지 증명해 줘봐. 스스로 특훈을 시작하는 거야."

"아, 아아…으으으…."

내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말하자, 실비아의 내면에서 갈등이 커지는 게 눈으로 보였다.

한 발은 도망가려는 것처럼 뒤를 향하고, 한 발은 다가오려는 것처럼 내 쪽을 향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게 꽤나 귀엽다.

"실비아?"

"이야아앗! 에잇! 흐아아아…으아아아."

결국 실비아는 뭔가 힘 빠지는 기합소리와 함께 내게 몸통 박치기를 하듯이 찰싹 달라붙더니,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훗. 걸려들었군.

내가 사라한테 장난치는 모습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주제에 똑같은 방법으로 걸려들다니.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나는 내 품에서 녹아내리는 중인 실비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히아앗?!"

"별로 이상한 짓도 안했는데 그렇게 비명 지르지 마라. 주위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나는 실비아의 허리를 잡고 들어올리고, 바닥에 양반다리 자세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내 다리 위에 실비아를 올려놓은 채로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실비아의 몸이 다시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녀린 와중에도 나름 포동포동함을 자랑하는 실비아의 엉덩이가 내 물건에 닿아서 진동을 하니, 이건 이거대로 꽤나….

"흐아아…구, 구원님…커, 커지…."

"아, 응. 미안. 생리현상이야."

"으아아아…더, 더 커지…하으으…."

"야. 그래도 하진 않을 거니까 적시지 마라."

"노, 노력하게…히으응…."

노력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 것 같긴 한데.

뭐 나름 분발하는 모습이 귀여우니까 계속 이러고 있어야지.

"며칠 동안 마법으로만 씻었는데도 좋은 냄새가 나네. 향수 같은 거라도 가져왔어?"

내가 실비아의 정수리에 코를 가져다대고 냄새를 맡으면서 말하자, 실비아의 몸이 파르르르 떨렸다.

"아, 아뇨. 그런 건…."

"그런데도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거야? 그럼 체질인가? 신기하네. 그럼 혹시 맛도 있는 거 아냐? 한 번 먹어볼까?"

"네, 넷?! 흐아앗?!"

나는 실비아가 놀라는 것과 상관없이, 실비아의 귓불을 입술로 가볍게 깨물었다.

맛은 모르겠지만, 말랑말랑한 감촉이 꽤나 흡족하다.

"왜 그렇게 놀라? 그렇게 귀여운 반응을 보여주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귀, 귀여…?! 아, 아, 아, 하으으으…."

"어라? 실비아? 실비아?!"

내가 실비아의 귓불을 오물거리면서 귓가에 속삭이자, 결국 실비아는 한계에 달한 듯 갑자기 온 몸의 기능을 정지하고 털썩 고개를 떨궜다.

기절까지 할 정도였냐.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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