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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53화 (23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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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임명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맹렬하게 심심해졌다.

    디아나는 마법사 협회에 사람들에게 파묻힌 상태로 유괴됐고, 레이아는 오늘 고아원에 갈 예정이라면서 신전으로 갔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레이아를 따라가야 하겠지만, 오늘은 길드 사람이 오기로 한 날이라서 집을 지키게 됐다.

    뭐, 내가 없더라도 바네사가 알아서 응대하고 보수도 받아 놓겠지만, 다들 알잖아?

    택배가 오는 날에는, 아무리 하찮은 택배라도 왠지 집을 지키고 있어야할 것 같은 이 기분.

    지금 내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일단 카일 녀석도 해탈해버렸으니, 굳이 고아원에 따라가지 않더라도 괜찮긴 할 거고.

    천사 같은 레이아도 그걸 잘 이해해줘서, ‘그럼 다녀올게요.’ 라고 부드럽게 웃어주고 고아원으로 갔다.

    오늘 밤도 레이아 차례니까, 이 미안한 감정은 밤에 충분히 보답해주자.

    나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별로 할 일도 없어 보이는 사라하고 같이 노닥거리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거절당했고.

    슬쩍 다가가서 끌어안으려고 했더니, 사라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내 포옹을 피하고 내 손을 가볍게 찰싹 때렸다. 그리고는 ‘내일까지 참아!’ 라고 한 마디 내뱉은 후 그대로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냥 끌어안고 노닥거리려고 한 것뿐인데…. 뭐 계속 그러고만 있으면서 섹스를 안 할 자신은 없었지만. 사라도 같이 있으면 결국에는 몸을 겹치게 될 거란 걸 알고 딴 데로 가버린 거겠지.

    쓸쓸하다.

    아무튼 그런고로 나는 지금 정원의 볕 좋은 곳에 대자로 누워서 맹렬하게 심심해하는 중이었다.

    정원을 손질중인 메이드가 가끔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치마 속을 들여다보려는 게 아니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할 거 하세요.

    뭐, 보이는 위치에 오면 보겠지만.

    그렇게 얼마 동안 광합성을 즐겼지만, 역시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젠장. 바람도, 햇볕도, 그늘도 딱 좋은데 왜 잠이 안 오는 거야! 어제 밤 샜으니까 잠 좀 오라고! 빌어먹을 힐링 섹스!

    아아! 이대론 안 돼! 뭔가, 뭔가 할 걸 찾아야 돼! 내가 무슨 식물도 아니고, 이대로 광합성만 하면서 지낼 순 없어! 사람은 심심해서 죽을 수도 있는 생물이라고!

    내가 몸을 벌떡 일으키자, 시야 구석에서 뭔가 움찔하고 떨리는 게 보였다.

    그게 뭔지는 말 할 것도 없겠지. 실비아였다.

    실비아는 나와 거의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몰래 날 엿보는 중이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쟤가 있었지.

    이제 같은 저택에서 지내는 사이니까, 저렇게 스토커처럼 쳐다보고만 있지 말고 당당하게 같이 놀면 될 텐데.

    "실비아."

    나는 실비아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네, 넵!"

    실비아는 쭈뼛쭈뼛하면서도 이쪽으로 다가왔다.

    무서워하지 마. 해치지 않아요.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실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

    "……?"

    실비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내가 뻗은 손 위로 가볍게 손은 얹었다.

    마치 사교장에서 춤 신청을 받은 귀족 영애 같은 그 행동을 보면 역시 얘도 귀족 영애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게 됐다.

    아무튼 난 그 손을 붙잡고, 그대로 실비아의 손을 확 끌어당겨서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꺅! 구, 구, 구원님?!"

    그러자 실비아의 전신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면서 딱딱하게 굳어졌다.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난 실비아를 꽉 끌어안고, 그대로 그 정수리에 뺨을 부비부비 비벼댔다.

    "우아, 아, 아, 아아아!"

    실비아는 마치 이럴 줄 몰랐다는 듯이,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배신감에 물들이면서 날 쳐다봤다.

    눈은 그렇게 뜨고 있지만 몸은 솔직하잖아. 정신적 충족감과 부끄러움이 혼합되어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고? 크큭.

    상황이 이러니까 분위기를 타서 살짝 악당 기분도 내봤다.

    "어제 하던 특훈, 마저 해야지. 오늘은 어제에 비해서 좀 발전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어깨 위에서 일자로 가지런히 잘린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에 코를 가져다대고 쓰읍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음. 향기롭다.

    머리카락도 유난히 부드럽고.

    이렇게 껴안고 있으니까 정말로 애완동물을 껴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거라면 몇 시간이고 버틸 수 있겠군. 좋은 장난…할 거리를 찾았어.

    실비아의 부끄러움증 치료도 도와주고, 덤으로 나도 시간을 때울 수 있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말해두겠는데. 도망갈 생각하지 마. 익숙해질 때까지 특훈은 계속될 거니까."

    "으아아아…. 으으으…. 저, 저 죽…."

    "걱정 마. 사람은 아무리 부끄러워도 그런 이유론 죽지 않아."

    "하, 하, 하, 하지만 시, 심장이…!"

    "응? 여기?"

    "흐아아아앙!"

    내가 실비아의 심장 부근, 즉 왼쪽 가슴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쿵쾅쿵쾅 거세게 맥박 치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려고 하자, 실비아는 반사적으로 도망가려고 다리를 파닥거렸다.

    놔주지 않을 거지만.

    "저, 저, 화, 화장실…."

    응? 그러고 보니 실비아의 고간이 닿아있는 허벅지 쪽이 살짝 습해진 느낌이 드는데?

    가슴이 성감대는 아닐 지라도, 내가 가슴을 만져준다는 사실에 흥분한 모양이다.

    이거 또 섹스로 풀어 줘야하나? 아니, 그래도 스킬을 쓴 건 아니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겠지.

    나라고 항상 발정만 난 건 아니다.

    지금은 이대로 맨질맨질 복슬복슬 치유 타임을 즐기고 싶다.

    "괜찮아. 이대로 있어."

    "히으으응…."

    진짜로 강아지 같다.

    실비아는 눈을 꼭 감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부끄러움을 버티기 시작했다.

    "…구원님."

    그렇게 한창 실비아로 즐기…특훈을 도와주고 있을 때, 바네사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뭐하시는 겁니까?"

    평소에는 정말로 용건밖에 말하지 않는 바네사지만, 과연 이 모습을 보고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응? 아니, 얘가 부끄러움을 너무 잘 타서 조금 특훈을…그보다 무슨 일이야?"

    "길드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젠장. 좋을 때였는데.

    하지만 애초에 내 목적이 길드 사람을 기다리는 거였으니, 이대로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안. 실비아. 특훈은 나중에 해야겠네."

    내가 귓가에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속삭이자, 실비아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몸을 놓아주자마자, 후다다닥 튀어나가서 그대로 모습이 안 보이게…아, 벽 뒤로 숨어서 보고 있잖아. 그러니까 저럴 거면 그냥 붙어 있으라니까.

    뭐, 일단은 저대로 놔두자.

    나는 뒤에 실비아라는 꼬리가 붙은 채로 바네사에게 안내되어 길드 직원을 만나러 갔다.

    접견실로 들어가자, 금발 벽안 거유에 인텔리 느낌이 나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 테이블에 앉아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레이첼 누님! 웬일이세요? 누님은 안내원 아니셨어요?"

    "안녕하세요. 안내원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일을 해요. 아무래도 구원씨가 정산을 받을 땐 꼭 저한테 오시니까, 어머…길드장님께서 세이비어스 클랜의 상대는 제가 적임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나이스 길드장님!

    처음 만났을 때처럼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속셈은 없지만, 역시 이왕이면 이런 미인이 상대해주는 게 좋지. 게다가 그 미인이 대하기 편한 익숙한 상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 보수 얘기를…하기 전에 저 뒤에 분은?"

    "아, 괜찮아요. 저희 클랜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레이첼 누님은 내 뒤에서 스토커처럼 졸졸 따라온 실비아가 꽤나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뭐, 나도 처음엔 시선이 신경 쓰였었지.

    이젠 좀 익숙해졌지만.

    "그런가요? 그럼…일단 구원씨가 말해주신 내용의 대부분은 확인이 가능했어요. 남성형 몬스터에게서 성기를 얻는 방법. 그리고 비밀통로들의 존재도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건 그냥 순수한 호기심에 물어보는 건데요. 몬스터한테서 성기 드랍을 확인할 때 어떤 방법을 쓰셨는지 아세요?"

    "그, 그건…."

    그러자 레이첼 누님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명백하게 부끄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본인이 한 게 아닐 테니 저런 표정을 지을 것 까지는…아니. 잠깐. 방금 안내원 말고도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 했지?

    "응? 설마 누님이 직접 확인하셨어요?"

    "그, 네, 네. 아무래도 안전하게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레벨 높은 사람이 해야 했고, 하루 만에 여러 몬스터들을 전부 조사하려면 여러 사람이 나섰어야 했으니까요. 이래 봬도 제가 길드 내에서도 꽤나 레벨이 높은 편이거든요."

    그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섹스 애널라이즈를 시도하려고 그렇게 도전해봤다가 실패했던 아픈 추억이 있으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어떻게 확인하신 거예요?"

    "비, 비밀이에요."

    몬스터의 성기를 세우기 위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짓을 한 모양이다.

    이거 망상이 부풀어 오르는군.

    오크의 성기를 세우기 위해서 금발 벽안 거유의 인텔리 계열 엘프 누님이 므흣한 행동을…으읏. 설 것 같아.

    그뿐만이 아니다. 이 누님이 확인을 위해서 입에 담지 못할 행동을 했다는 말은…다른 모험가들도 성기를 얻기 위해서 비슷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

    성기의 입수법은 길드를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될 테니까. 호기심 많은 모험가들이 시도해보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면 던전에서 그런 모험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거고!

    역시 성기의 입수법을 공개하는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나는 스스로의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난 천재야. 당장 던전에 가보고 싶어졌다.

    "아무튼 그렇게 대부분은 확인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딱 하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네? 뭔가요?"

    "바로 모기의 성기와, 그걸 이용해서 갈 수 있다는 개미굴이에요."

    "아…. 과연."

    하긴. 아무리 이 누님이나 다른 길드 직원들이 섹시한 행동을 해도 그건 확인하기 힘들겠지.

    "그래서 길드에서 세이비어스 클랜에 정식으로 의뢰를 하려고 해요. 저희 길드 직원을 한 명 데리고, 아까 말했던 사실들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문제없어요."

    어차피 디아나의 마석 연구를 위해 한 번 더 가려고 했었던 곳이다.

    "그럼 다음번 던전에 가실 때 제게 얘기를 해주세요."

    "누님이 따라가시는 건가요?"

    "네. 말했잖아요? 세이비어스 클랜의 일은 아무래도 제 담당이 될 것 같다고. 왜요? 저론 불만인가요?"

    "그럴 리가요! 저야 오히려 좋죠!"

    "다행이네요. 요즘은 예전처럼 꼬셔주질 않으니까 이제 저한텐 흥미 없어진 줄 알았어요."

    "그, 그건 그런까…."

    "후훗. 농담이에요. 농담. 디아나님이 영주성에서 구원씨를 이 몸의 남자라고 선언한 거, 꽤나 소문이 나 있다니까요?"

    레이첼 누님은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귀여운 동생을 쳐다보는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젠장. 놀려진 건가.

    "그럼. 여기 보수에요. 일단 모기의 성기와 개미굴에 관한 정보도 포함된 금액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은 테이블 위에 턱하고 척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금화 보따리를 올려놨다.

    "선불로 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네. 다른 사실들이 다 사실로 확인 됐는데, 설마 그것만 거짓말이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디아나님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실 분도 아니고요."

    "으윽. 역시 저보단 디아나를 신용한 거군요."

    "후훗. 디아나님을 제외하고도 신용받고 싶으시다면, 앞으로도 좀 더 노력해서 더 유명해지세요. 저한테 성자의 전설을 보여주실 분이니까, 그 정도는 간단하죠?"

    "네! 그럼요!"

    저 여유로운 분위기. 역시 누님은 최고야.

    아니, 레이첼 누님이 좋다는 게 아니라고?

    애초에 사라는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고, 디아나는 우리 파티의 최고 연장자고, 레이아는 누님 그 자체고. 응. 그럼. 그럼.

    "자, 그럼…."

    레이첼 누님을 배웅하고 나서, 나는 다시 등 뒤를 홱 돌아봤다.

    실비아가 황급히 도망가려고 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이 굳는 실비아를 내가 따라잡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아까 못다한 특훈을 재개해야지."

    "사, 살려…."

    "그러니까 이런 걸론 안 죽는대도."

    저녁 시간이 되어서 다들 모일 때까지, 나는 이리저리 도망가려는 실비아를 꽉 끌어안고 그 감촉을 즐겼다.

    하아…치유된다. 얘 진짜 내 애완동물로 삼아버릴까.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 순수한 의미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소제목은 주말에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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