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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52화 (2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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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임명

    천사님의 그런 말을 듣고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아침까지 밤새 자지 않고 이어져있었다.

    레이아는 도중에 한 번 기절했다가 깨어난 덕분인지, 특별히 힘든 기색도 없이 청순한 얼굴로 밤새 요염한 허리 놀림을 보여줬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바네사가 아침 식사 준비를 알리러 왔을 때가 되어서야 우린 겨우 행위를 멈췄다.

    "그럼 갈까?"

    "네…앗, 구원씨 먼저 내려가 계세요."

    "응? 왜?"

    "저는 조금 준비할 게 있어요. 먼저 내려가 계시면 저도 곧 따라갈게요."

    방금 전까지 계속 몸을 겹치고 있었으니 그렇게 보이는 걸까? 레이아는 평소보다 살짝 요염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응. 그럼 먼저."

    방에서 나온 난 아무생각 없이 식당으로 향하려고 하다가, 문득 사라 생각이 나서 발길을 사라의 방으로 돌렸다.

    원래대로라면 사라가 먼저 식당에 도착해있겠지만, 어제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 뛰쳐나갔었으니까 말이야. 어쩌면 아직 방에 있을지도 모른다.

    똑똑.

    "네."

    문을 두들기자, 역시나 사라는 아직 방에 있었다. 목소리는 꽤나 쿨한 것이, 평소와 다름없는 사라다. 문을 두드린 게 나란 걸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만.

    "사라, 들어갈게."

    나는 사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라는 이쪽에 등을 돌리고 침대를 향해서 서있었다.

    상반신은 제대로 옷을 갖춰 입고 있지만, 하반신에는 속옷만 두른 채로 모델처럼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서있었다.

    침대 위에는 바지 두 개가 놓여있는 것을 보니, 어떤 바지를 입을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나마나 그 인장이 드러나는 윗단이 짧은 바지와, 평범한 바지 중에서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

    저걸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면, 역시 인장을 드러낸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어제보단 많이 희석된 모양이다.

    "구원…."

    사라는 고개만 돌려서 날 돌아보면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내겐 그 모습이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이미 화는 다 풀렸지만, 억지로 화난 척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어젠 부끄러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그 인장을 왜 그런 위치에 새겼는지 미리 말해줬어야 했는데."

    "…흥. 정말이야. 바보."

    "그래도. 사라야. 내 말 좀 들어줘. 딱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너도 내가 알려주기 전까지 몰랐던 것처럼, 다른 사람도 왜 그런 위치에 인장을 새겼는지 전혀 모를 테니까. 그걸 알고 있는 건 나와 너, 디아나와 레이아 뿐이라고. 넌 그냥 당당하게 그저 나와의 사랑의 증거라고 자랑하고 다니면 될 거라고 생각해. 너도 그걸 아니까 지금 그렇게 뭘 입을지 고민하고 있는 거지?"

    나는 사라에게 다가가서, 오른손으로 엉덩이 위에 있는 인장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건…."

    역시나. 방에서 혼자 곰곰이 생각해본 사라는, 그런 결론에 도달했던 거다.

    어차피 남들은 절대 모르는 거니까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었다고.

    지금 이렇게 화난 척을 하는 건, 어제 그렇게 뛰쳐나가놓고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대하기 조금 무안해서 그런 것뿐일 거다.

    "정 남들한테 보이는 게 싫으면, 아예 투명하게 만들어줄까?"

    "아, 안 돼, 이 바보야! 그런 게 아니잖아! 그리고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봤잖아! 이제 와서 숨길 이유가 없잖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인장이 눈에 보이는 건 기쁜 건가.

    나는 그런 사라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사라의 얼굴에 왼손을 뻗어서 내 쪽을 바라보도록 돌리고, 그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정말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 수 있을까?"

    "벼, 별로 그렇게까지 화난 건 아닌데…."

    내가 그렇게 계속 사과하자, 사라도 더 화내기는 무안한지 결국 내 몸에 살짝 기대면서 아까보다 훨씬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속옷 엄청 예뻐."

    나는 다시 한 번 사라에게 키스를 하면서, 인장을 어루만지던 오른손을 내려서 사라의 팬티에 감싸인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랬다. 평범한 바지와 인장이 보이는 바지 중 뭘 입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은, 바꿔 말해서 둘 중 뭘 입어도 괜찮을 속옷을 입고 있다는 말을 뜻한다.

    사라는 평범한 속옷보다 상당히 천의 면적이 작고 위치가 낮은, 일명 로우 라이즈 팬티라고 불리는 종류의 속옷을 입고 있었다.

    사실 방 안에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이거였지만, 일단 달래주는 게 먼저라서 일부러 그쪽으로 신경이 안 가도록 주의하고 있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되는데, 진짜 섹시하다.

    사라의 지방 하나 없는 탄탄한 11자 복근과의 시너지효과가 장난 아니야.

    "흐읏. 이것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한 거였는데. 맥 빠지게 보였잖아. 바보."

    사라는 엉덩이를 만지는 내 손을 가볍게 찰싹 때리면서, 내 얼굴을 살짝 노려봤다.

    하지만 화는 전부 풀렸는지, 눈에 살기는 전혀 없어서 오히려 귀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사라가 진심으로 노려보면 안 그래도 쿨한 외모까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위압감이 장난 아니니까 말이다. 다 티가 난다.

    "맥 빠지게라니. 그럴 리가 있나. 엄청 섹시해. 최고야. 지금 당장 덮치고 싶을 정도야."

    "그럼 왜 안 덮치는 건데?"

    "덮쳐도 돼?!"

    "안 돼. 바아보. 내가 창피한 경험을 하게 만든 벌이야. 내일까지 만지지도 못하게 할 거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찰싹 쳐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놓인 바지 중 하나를 손에 들고 잽싸게 입어 버렸다.

    내일까지라니. 뭐 사라 차례가 내일이니까 그런 거겠지만, 벌치고는 상당히 짧은 기간이네.

    "그럼 가자."

    그리고 사라가 고른 바지는 역시나 인장이 다 드러나는 바지였다.

    내가 인장 쪽으로 다시 손을 뻗으려고 하자, 사라가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방을 나섰다.

    "어머. 구원씨. 사라씨하고 화해하셨나보네요?"

    그리고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사제복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있는 레이아와, 역시나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드레스를 입은 채로 레이아를 노려보고 있는 디아나였다.

    레이아의 옷은 아마 그제 쇼핑을 하면서 샀던 옷이겠지.

    레이아와 잘 어울리는 청순한 느낌의 새하얀 원피스였는데, 목 부분이 꽤나 대담하게 파여 있는 옷이었다.

    덕분에 사도의 인장은 물론, 가슴골까지 꽤나 엿보일 정도였다.

    청순미와 섹시미를 동시에 잡다니! 과연 구미호! 요망하기 그지없다.

    "레, 레이아, 그 옷…!"

    "어, 어떤가요? 어울리나요?"

    "응! 엄청 어울려!"

    "후훗. 고마워요. 사실 가슴이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지만, 모처럼 구원씨가 사주신 거니까 힘내봤어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과거의 나야. 옷가게에서 한턱 쏘기로 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나 때랑은 반응이 엄청 다른 것 같은데?"

    "그, 그럴 리가! 너도 엄청 섹시해! 다만 화내고 있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기 힘들어서 그랬을 뿐이야! 정말이야!"

    "흐음…."

    사라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날 쳐다봤다.

    아무래도 믿어주지 않는 모양이다.

    "으으윽…역시 가슴인가! 가슴인 겐가! 게다가 인장의 저 위치…으으윽…."

    그리고 내 말을 믿지 않는 건 사라뿐만이 아니었다.

    디아나는 정말로 분개한 표정으로 레이아의 가슴을 바라봤다.

    야. 가슴이랑 적대하지 마라. 가슴은 좋은 거라고. 너도 나중에 저거랑 비슷한 크기로 자라나잖아.

    그리고 그렇게 분개하는 디아나 역시도 가슴이 엄청나게 대담하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노출도만 놓고 보면 레이아 이상이다.

    과연 아직 성장도중인만큼 레이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역시 디아나도 디아나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는 디아나도 별 일이네. 그렇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흥. 가슴에 빠져서 이제야 눈치 채는 겐가."

    "아니. 처음부터 눈치 채고 있었어. 그냥 어쩌다보니 말거는 순서가 나중이 됐을 뿐이지. 진짜로 예뻐. 그런데 정말로 웬일이야?"

    "흠. 놀라지 말게."

    예쁘단 말에 조금은 기분이 풀렸는지, 디아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식탁 아래로 가려져있던 디아나의 전신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

    디아나의 드레스는 무려 세로로 찢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목부터 가슴, 배꼽을 지나 하복부까지 가운데 부분이 쭉 패여서 노출이 되어있는 드레스였다.

    음부가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는 위치까지 대담하게 파여 있는 그 드레스는, 디아나의 하복부에 새겨진 인장이 드러날 정도였다.

    과연 날개마크까지 전부 드러나진 않았지만, 하트마크는 확실히 전부 보인다.

    "어떤가!"

    "엄청 예뻐. 엄청 예쁜데 말이야…."

    "음? 뭔가? 불만인가?"

    "그런 옷은 천 년 정도 나이를 더 먹고…아니! 그런 게 아니라!"

    위험해. 하마터면 말실수 할 뻔 했네.

    확실히 저렇게 너무 노골적으로 노출이 되어있다 보니, 전생하여 어려진 디아나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전생 전의 디아나였다면 엄청난 섹시미를 자랑했겠지만, 아직은 저런 옷을 입기엔 조금 이른 느낌이 들었다. 예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디아나한텐 더 어울리는 차림이 많이 있잖아. 자기 매력을 더 살리는 옷을 입자고.

    하지만 이거 그대로 말하면 삐지겠지.

    신중하게 말을 골라야할 때다.

    "예쁘긴 해.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인장을 드러내려는 그 노력도 무척 기뻐. 그런데 말이야. 그 옷 아무리 그래도 노출이 너무 심하지 않아?"

    "조금 그렇긴 하네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냐. 마음은 기쁜데, 그런 옷 입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어째서인가?"

    "네가 그러고 다니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네 대담하게 노출된 속살을 보게 되는 거 아니겠어? 난 그런 거 싫어. 네 속살은 나만 보고 싶어."

    좋아! 완벽해! 이걸로 디아나가 저런 차림을 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뭐 완전 거짓말도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딴 놈이 저렇게까지 노출하고 있는 디아나를 보는 건 싫으니까.

    "하지만 말일세."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의 시선이 사라와 레이아를 왕복했다.

    정확히는 대담히 노출되어있는 사라의 매끈한 하복부와, 역시나 대담히 노출되어있는 레이아의 가슴팍을.

    으윽. 젠장. 사라나 레이아는 좋아해놓고, 자신만 노출이 너무 심하다가 제지시키는 건 이상하다는 건가.

    네 노출이 제일 심하니까 그런 거잖아. 지금 레이아와 사라의 노출 부위를 합친 것보다 네 노출이 더 심하다고.

    하지만 이런 말은 통하지 않을 거다. 디아나는 분명 불공평하다고 여기겠지.

    젠장. 결국 공평하게 처리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사, 사라나 레이아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그렇게 노출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 그러니까 그런 옷은 입지…입지…저택에서만 입고 다녀!"

    어쩔 수 없잖아! 디아나까지 포함해서 섹시하긴 하단 말이야! 저 모습을 어떻게 그냥 포기해!

    "자네도 참 욕심쟁이로구먼. 보이는 것까지 혼자 소유하고 싶다는 겐가."

    "그래! 불만 있어?! 너흰 내꺼야!"

    "흐, 흠. 그런 거라면 알겠네."

    디아나는 덤덤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좋아하는 게 다 티나는 얼굴로 말했다.

    "구원씨가 그러길 원하신다면…."

    "하여간 욕심쟁이라니까."

    레이아와 사라도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젠장. 그래 이걸로 된 거야! 다들 좋아하니까 다 잘 된 거잖아?! 밖에서 이런 모습들을 좀 못 보면 어때?! 저택에서 맘껏 보면 되지! 젠장!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던전같은 데 가지 말고, 평생 저택에서 살면 안 될까? …안되겠지?

    "음. 그러고 보니 자네. 던전에는 다시 언제 갈 겐가?"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디아나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일단 길드에서 보상을 받고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왜?"

    "음. 그 마석을 연구하려면, 이왕이면 그 여왕개미가 다시 부활하기 전에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뭐, 이번엔 다른 이들도 같이 가는 거니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말일세."

    "아, 그런가. 마법사 협회 사람들한테 얘기는 끝났고?"

    "음. 문제없네."

    던전. 던전인가…. 결국 가야된단 말이로군.

    그래도 아직 길드의 보상을 못 받았으니까.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게다가 모처럼 이틀 연속 레이아 차례인데 던전에 가면 레이아가 얼마나 섭섭하겠어.

    그래. 오늘은 저택에서 느긋하게 지내면서 눈 호강이나 하자.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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