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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41화 (2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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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임명

    "구원…. 구원…."

    사도 임명이 성공한 이상, 더 이상 후배위 자세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사라를 반 바퀴 돌려서 나와 마주보게 만들고, 바로 키스를 했다.

    사라는 양손으로 내 뺨을 감싸고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내 입술에 달라붙었다.

    "나…행복해…."

    우리는 그대로 사라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섹스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당연한 얘기지만 먼저 눈을 뜬 건 나였다.

    어제는 특히 격렬했으니까 말이야.

    사라도 사도 임명을 받은 게 그렇게 좋았는지, 평소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엄청 불타올랐다.

    사라는 평소보다도 더 늦게 일어날지도 모르겠는걸.

    그럼 어디 사라가 일어날 동안 스탯 창과 스킬 창이라도 확인해볼까.

    어제는 결국 서로 너무 불타올라서 확인도 못하고 넘어갔으니 말이야.

    스킬 창 하니까 하는 얘기지만, 참고로 디아나의 스킬 창은 배울 수 있는 모든 스킬이 스킬레벨 max로 전부 찍혀 있었다. 과연 대마법사님이라고 할까.

    게다가 배운 스킬이 너무 많아서, 다 확인하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스킬 창을 닫아버렸다.

    아마 디아나가 더 스킬을 배우려면, 내가 성자의 진심을 개발한 것처럼 디아나 역시 스스로 스킬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을 거다.

    그럼 어디 우리 사라도 한 번 확인해볼까?

    이름 : 사라 아우덴

    종족 : 마인 21

    직업 : 용사 87 / 모험가 46 / 궁사 76 / 사냥꾼 57

    레벨 : 93

    생명 : 18000/18000

    정기 : 8700/8700

    근력 : 238

    내구 : 198

    민첩 : 248

    체력 : 169

    지력 : 179

    정신 : 187

    매력 : 250

    보너스 스탯 : 2

    상태 : 보통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엄청나게 많은 스탯 창이었다.

    일단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높은 압도적인 스탯.

    뭐야 이거. 나보다 레벨도 낮은 주제에 스탯 총합은 나보다 높은 거 아냐?

    아니, 물론 보너스 스탯을 포함하면 내가 더 높겠지만, 그래도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치다.

    심지어 매력은 벌써 한계치를 찍고 있다니. 아니, 이건 뭐 예쁘니까 그나마 이해가 가는 수준인가.

    그 외에는 근력과 민첩이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엄청나게 높은 능력치를 자랑했다.

    사라의 이 스탯은 순전히 관련 행동으로 인한 상승과 직업 레벨 상승으로 만들어졌다는 건데.

    사라의 직업 레벨 중 제일 높은 건 역시 용사다.

    그렇다면 혹시 용사라는 직업도 성자처럼 레벨 업을 할 때마다 모든 스탯을 올려주는 걸까?

    뭐야 그거. 게다가 전투 시에 보정도 들어갈 거 아냐? 오히려 성자보다 더 좋은 거 아냐? 역시 용사란 직업은 사기였어.

    아니, 물론 나한테 성자랑 용사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망설임 없이 성자를 선택할 거지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으며 기회를 줘도 매번 성자를 선택할 거지만.

    그래도 역시 용사의 사기성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사라의 스킬 창에는 이 높은 스탯을 설명해줄 수 있는 스킬이 존재했다.

    용사의 혈통 MAX

    패시브 스킬

    전쟁신의 가호를 받고 태어난 용사. 그들은 전투를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전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모든 능력에 대한 성장 속도가 대폭으로 증가합니다.

    사라의 스킬 창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용사 스킬이 바로 이거였다.

    단순한 설명의 스킬이었지만, 정말 사기적인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스킬 하나로 사라가 전투 시에 레벨 업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도, 직업 레벨의 성장이 빠른 것도, 관련 행동으로 인한 스탯 상승 량이 많은 것도 모조리 설명이 가능했다.

    심지어 스킬 레벨들도 상당히 높았다.

    사라가 저레벨때부터 화살에 마나를 담아 날려대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게이머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상의 것들이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 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게이머가 아니다.

    사라의 남자로서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었다.

    우선 이름.

    사라 아우덴. 지금까지 사라는 자신의 성을 말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숨기는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사도 임명까지 성공한 애라고. 나한테 숨기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사라는 전에 복수를 마친 후, 나에게 자기 과거를 얘기를 전부 해줬었다.

    그렇다면 나오는 대답은 단 하나, 사라 자신도 스스로의 성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 사라에게 본인의 성을 알려주는 게 좋을까?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있었다.

    과연 사라가 자신의 성을 알고 싶어 할까?

    사라의 과거 얘기를 들어보면, 사라와 마찬가지로 용사인 사라의 아버지는 이미 죽은 걸로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용사라는 직함을 보고 사라의 아버지를 이용하려고 했다고도 했다.

    사라만 봐도 용사란 게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알 수 있는데, 고작 평범한 모험가들이 이용해먹을 수 있지는 않을 거다.

    그렇다면 높으신 분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얘기가 되고, 그렇다면 디아나 역시도 사라의 아버지를 알고 있을 거다.

    즉, 사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기 혈족에 대한 진상을 파헤칠 수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사라가 디아나에게 그런 내용으로 상담을 하는 모습은 전혀 못봤다.

    용사라는 직업을 숨기기 위해서?

    그건 아닐 거다. 사라와 디아나 사이에도 그 정도 신뢰관계는 구축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라는 자신의 성이나 아버지에 대해 파고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다.

    괜히 성을 알려주면, 신경 쓰이게 만들어서 스트레스만 받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이건 좀 대화가 더 필요할 것 같군.

    그렇게 사라의 성은 나중에 사라와 대화해보고 알려줄지 말지 정한다고 쳐도, 사라의 스탯 창에는 여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제일 신경 쓰였다.

    마인이라니. 저 종족명은 대체 뭐야?

    당연한 얘기지만, 사라한테 물어봐도 모를 거다.

    자기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애가 뭘 알겠어.

    하지만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 종족명이 아닐 수 없었다.

    용사라는 직업이랑 너무 안 어울리는 종족 아니야?

    원래대로라면 용사는 주인공, 마인은 적이잖아.

    아니, 반대로 생각해보자.

    혹시 용사의 혈통이 대대로 마인인 거 아닐까?

    아까 전에 봤던 용사의 혈통이란 스킬을 보면, 아무래도 용사는 유전인 모양이니까.

    마인이라는 이름에 왠지 편견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면 꽤나 그럴싸했다.

    용사의 혈통 스킬의 설명을 보면, 용사는 전쟁신의 가호를 받고 태어났다고 설명되어있다.

    이 세계에서 떠받들어주는 여신은 분명 전쟁신이 아니라 대지신이었다.

    이 세계의 신이란 게 꼭 날 여기로 데려온 여신만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적어도 신전의 상식 교육에서 그 이외의 신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가설이 하나 있었다.

    혹시 용사도 다른 세계에서 온 게 아닐까?

    전쟁신이 다스리는 세계의 용사를, 이 세계의 여신이 납치해온 거다. 바로 나처럼.

    그리고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종족명이 바로 마인인거지.

    솔직히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이 너무 적어서 끼워 맞추기 수준의 억지 설명이지만, 그럴싸하잖아?

    적어도 이론상 모순되는 점은 없어 보였다.

    …으아아. 이게 대체 뭐가 뭔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탯 창이나 스킬 창만 조금 보려고 했던 건데, 엄청나게 머리가 아파져왔다.

    분명 처음에는 그냥 엄청나게 예쁘기만 한 시골 처녀인줄 알았더니, 사라 얘는 대체 정체가 뭐야.

    딱히 사라 잘못은 아니지만, 머리가 아파진 난 심술부리듯 사라의 볼을 콕콕 찔렀다.

    "으음…구워언…? …아음."

    그리고 그 감각에, 사라가 잠에서 깨어났다.

    사라는 잠에서 덜 깨 멍한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자신의 볼을 찌르고 있는 내 손가락을 깨닫고는 그대로 덥석 물고 쪽쪽 빨았다.

    "으어어!"

    "후훗. 뭐야? 이상한 소리 내고."

    "갑자기 손가락을 빨리면 누구라도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고!"

    "구원이 괜히 자는 사람 볼을 찌르니까 그런 거 아냐."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스럽게 내 손가락을 날름 핥았다.

    이, 이 요망한 것 같으니라고!

    내 물건이 아직도 자기 안에 들어가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당장 사라의 안쪽에 몽둥이찜질을 해주고 싶어졌다.

    "그런데 왜 그런 표정 짓고 있었던 거야?"

    "응? 그런 표정이라니?"

    "왠지 구원답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 고민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사라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던 건, 그저 단순히 잠에 덜 깨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라 나름대로 장난을 쳐서 내 기분을 달래주려고 한 건가.

    나는 뭔가 가슴이 벅차올라서, 사라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꺄아악! 뭐하는 거야? 이걸로 얼버무릴 생각이야? 아님 뭐야? 나한테도 말 못할 고민이야?"

    "아니. 그럴 리가."

    애초에 고민이라고 할 것 까진 아니다.

    그냥 별 거 아니…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우리 사라 문제니까 별거 아니진 않다.

    아무튼 고민이 아니라 혼자 괜히 생각이 복잡해진 것뿐이니까.

    "사라야. 너 말이야. 네 아버지에 대해서 더 알아볼 생각은 없어?"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렇잖아. 아마 디아나는 알고 있을 거야. 그냥 질문 한 마디면 바로 대답이 나올 수도 있어. 애초에 용사란 게 흔한 게 아니잖아?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 건가 싶어서. 사람들한테 이용당하다 돌아가신 거지?"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을 생각해보면 아마…. 하지만 별로 더 알고 싶은 마음은 없어."

    "왜? 궁금하지 않아?"

    "그야 아예 궁금하지 않은 건 아냐. 어떻게 이용당했다는 건지, 어떻게 돌아가신 건지. 물론 궁금해.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할까? 복수를 해? …디아나가 힘을 빌려주면 분명 가능은 할 거야. 하지만…복수는 이제 지긋지긋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아빠를 위해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도 안 들어. …내가 매정한 걸까?"

    "…아니. 지극히 정상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해."

    사라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아무래도 사라는 한 번의 복수를 통해서 복수의 허무함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역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성을 말해주면서 네 아버지 단서를 찾았느니 뭐니 떠들지 않기를 잘 했어.

    나는 사라의 머리를 이번엔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미안해. 괜한 말을 해서."

    "아니야. 오히려 신경써줘서 기뻐. 하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은 왜 하게 된 거야?"

    "…실은 말이지. 사도 임명으로 보이는 네 스탯 창에 네 성도 나와 있었어."

    "응?"

    사라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도 은근 머리가 좋은 앤데, 이것만으론 이해가 바로 안 되는 걸까?

    "아니, 그러니까 내가 성을 알려주면 네 아버지…."

    "나 내 성 알아."

    "으, 응? 뭐?"

    "나 내 성 안다고."

    "그럼 나한테는 왜 얘기 안 해줬어?"

    "이, 일부러 숨긴 거 아니야. 그냥 익숙하지 않아서 말하지 않은 거야. 애초에 나도 모험가 카드에 나오는 걸 보고 처음 알았던 거란 말이야."

    …아. 모험가 카드.

    이런 멍청한! 나 완전 바보 아니냐?! 내가 왜 그걸 까먹고 있었지?!

    "설마 까먹은 거야? 모험가 카드에 이름 나오는 거? 후훗. 바아보."

    "바보라고 하지 마라! 내가 바보면 그 바보를 좋아하는 너도 바보거든!"

    젠장. 내 나름대로 신경써주려고 얼마나 생각을 거듭했는데.

    나는 황급히 모험가 카드를 꺼내서, 거기에 나와 있는 사항을 확인해봤다.

    솔직히 만들 때 빼고 자세히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단 말이야. 텔레포트 할 때 빼곤 꺼낼 일도 없고. 좀 까먹을 수도 있잖아.

    이름. 레벨. 직업. 상태.

    좋아. 역시 모험가 카드에 종족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럼 너 혹시 마인은 뭔지 알아?"

    "응? 마인? 그게 뭐야?"

    "뭐긴 뭐야 네 종족이지."

    "…응?"

    "스탯 창에 나온 네 종족. 마인이라고 나오는데?"

    "흐응. 특이한 종족이네. 용사라서 그런가? 지금까지 계속 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통 사람이랑 뭐가 다른 걸까? 겉모습은 차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라는 아무래도 마인이란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순수하게 호기심을 드러내면서, 새삼스레 자기 몸을 이곳저곳 만져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져봤자 탄력 있는 극상의 몸매밖에 안 만져 지니까 소용없어.

    내가 한 군데도 빠짐없이 전부 만지고 물고 빨고 해봤으니 잘 안다.

    하지만 저 반응을 보면, 이 세계엔 마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걸까?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도 마인이란 게 매체마다 달라서 딱 이거다 하고 정해진 건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뭔가 악독하고 악마 같은 놈들을 지칭하는 용어 아닌가?

    좋은 의미로 쓰이는 건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세계에는 마인이란 용어가 없는 거란 가능성이 커지는 군.

    사라가 기본적으론 시골 처녀라 상식이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 맞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마인이 내가 생각하는 개념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모를 리가 없을 거다.

    결국 마인에 대한 해답은 풀리지 않은 채, 수수께끼는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에잇. 모르는 사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봐야 소용없지.

    이럴 때는 우리 클랜의 지혜 주머니. 지고의 대마법사 디아나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도 임명이 디아나 관련 스토리인 것처럼 떡밥을 던졌던 건 페이크였습니다.

    plepolipa,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선무하 // 던전에 다닐 뚜렷한 목표가 곧 생길 겁니다. 히로인이 늘어날지 안 늘어날지는 미정이네요.

    파이팅맘 // 전직 관련 설명이 나온 화를 보시면, 성자 같은 특수직은 전직이 따로 없다고 설명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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