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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35화 (2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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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임명

개미굴에서 개미들의 잔당이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어차피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초월종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다보니, 들어올 때와 달리 나갈 때는 상당히 편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사실 여왕개미에게 고생을 조금 해서 그렇지, 우리가 던전에 들어온 건 이제 겨우 이틀째다.

평소보다 훨씬 짧게 머물었던 셈이지만, 디아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텔레포트 쪽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자, 빨리 가게. 빨리. 자네 오늘따라 왜 그렇게 걸음이 느린가?"

우리가 누구 때문에 던전에 왔던 건데.

뭐, 디아나로선 평생 쫓았던 꿈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인 거다. 이해는 충분히 되지만 말이야.

그렇게 이틀 만에 던전에서 다시 밖으로 돌아온 우리는,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

"흠. 그럼 이 몸들은 이만 실례하겠네. 미안하네만 저녁식사는 함께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구먼. 그럼 좋은 밤 되게."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디아나는 사라와 레이아를 돌아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 소매를 이끌고 얼른 침실로 가자는 듯이 이끌기 시작했다.

좋은 밤 되라니. 지금 초저녁이다. 이것아.

게다가 저녁까지 안 먹어? 대체 얼마나 할 셈인 건데?

스킬 발동하는 건 한 번만 해도 충분하거든? 하여간 요망한 것 같으니라고.

나는 디아나가 소매를 잡고 이끄는데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물론 디아나가 이렇게 보채는 게 싫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좋아 죽겠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잖아?

"실비아. 넌 언제까지 따라오려고?"

그랬다. 던전을 빠져나오고, 저택의 정문 앞까지 도착한 시점에서도 실비아는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말을 걸자, 실비아는 들켰다는 듯이 몸을 움찔 떨더니 살며시 시선을 피했다.

"구원씨. 벌써 시간도 늦었잖아요. 이런 시간에 여자 혼자서 돌아다니게 하는 건 위험해요. 오늘은 그냥 실비아씨도 저택에 머무르게 하는 건 어떠세요?"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천사님이 안쓰럽단 표정으로 천사님다운 말씀을 하셨다.

역시 레이아는 실비아의 처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실비아가 불쌍해 보이는 모양이다.

내 여자가 자신을 두둔해 줄지는 몰랐는지, 실비아는 감격에 찬 눈초리로 레이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거 우리 천사님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는데.

너무 유명해져서 넘보는 놈이 생기면 곤란한데. 물론 곤란해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넘보는 놈의 생명이지만.

사실 레이아의 말에 태클 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는 했다.

일단 지금은 늦은 시간이라기엔 아직 해도 저물지 않은 초저녁이고, 무엇보다 저렇게 호화로운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님이 이 시간에 혼자 돌아다닌다고 위험할 리가 있나. 장담하는데 술에 취해 꽐라가 된 놈도 저 갑옷 앞에선 얌전해질 거다.

하지만 우리 천사님이 착한 마음씨로 그런 얘기를 하시는데, 그런 사소한 부분에 태클을 걸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도 일단 말은 저렇게 했지만, 실비아를 내쫓을 생각은 없었다.

이틀간의 짧은 임시파티였다고는 해도 같이 고생한 사이 아닌가. 심지어 실비아는 우리 애들을 대신해서 큰 부상까지 입었었고.

마냥 매정하게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사실 난 실비아의 처우를 두고 한 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직 결단을 내린 건 아니지만, 일단 오늘은 저택에 머무르게 하는 게 좋겠지.

"그래. 그럼 방은…."

"그런 건 바네사에게 말하면 알아서 할 걸세."

디아나는 이제 내 뒤로 돌아와서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너무 그렇게 보채지 마라. 괜히 더 놀리고 싶어지잖아.

뭐, 놀리는 건 조금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나는 일단 디아나에게 떠밀려서 침실로 향했다.

"자, 그럼 뭘 어떻게 하면 되나?"

"으음…. 잠깐만, 머릿속으로 정리 좀 하고. 우선 먼저 씻고 올래? 난 그동안 할 말을 정리하고 있을게."

"으음…. 그, 그런가…."

기대의 눈빛을 보내던 디아나는, 내 말에 살짝 시무룩해졌다.

"미안. 미안. 한 번에 설명하기엔 조금 복잡해서 그래. 아니면 나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래? 같이 씻을까?"

"음. 그러세."

으, 응? 정말로?

예상과는 다르게, 디아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엔 같이 씻자고 해도 그렇게 앙탈 부리면서 거부했던 주제에.

부끄러운 것보다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더 큰 건가.

아무렴 어때! 같이 씻을 수 있으면 나야 좋지!

물론 같이 씻게 된 건 기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릿속으로 정리해놓고 있지 않으면 또 디아나에게 구박을 들을 거다.

나는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으면서, 일단 머릿속으로 어떻게 설명할지 정리를 하기로 했다.

얼른 정리하고 디아나와의 혼욕을 만끽해야지.

일단 내 예상이 맞는다고 한다면, 디아나는 100레벨의 제한을 풀고 그 다음의 상한선에 도달하게 된 거다.

레벨 제한을 푸는 방법은 항상 동일하다.

직업 레벨을 한계치까지 올리고, 그 직업에 관련된 스탯 역시 한계치까지 찍어서 전직을 하면 된다.

아마 디아나도 직업 레벨을 한계치까지 올리는 건 이미 마쳤을 거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얘기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닐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난 디아나의 지능이나 정신 스탯 중 어느 한 쪽이 한계치에 도달하지 못한 거라고 예상했다.

나처럼 보너스 스탯으로 스탯을 찍을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이 세계 사람들이 스탯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으니 말이다.

스탯과 관련된 행동을 통한 자연성장과, 직업 레벨을 올려서 얻을 수 있는 스탯.

둘 다 지금의 디아나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단 자연 성장은 스탯이 커지면 커질수록 성장하기 힘들어진다.

디아나가 몇 레벨 제한에 걸린 건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쯤 되면 이미 자연 성장으로 스탯을 올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할 거다.

그리고 직업 레벨을 올리는 것 역시, 이미 마법사 계통 직업 레벨을 한계까지 찍은 디아나로선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기대하는 게 바로 100레벨에 새로 찍은 스킬, 사도 임명이다.

게임마다 이름은 달랐지만, 이 스킬 역시도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에는 단골로 등장했던 스킬 중 하나다.

여기서는 성자라는 직업에 걸맞게 스킬 이름이 사도 임명, 대상이 되는 사람을 사도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이 스킬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대상을 나에게 종속화 시키는 스킬이다.

다른 게임의 펫 시스템을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쉽겠지.

그렇게 나에게 종속된 npc는 그때부터 나 자신의 것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탯 창이나 스킬 창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포인트를 분배해 관리도 할 수 있다.

게임으로 치면 진정한 동료가 되는 셈이다.

종속시키지 않은 캐릭터라고 해도 동료로 만들고 같이 싸울 수 있지만, 아무래도 스탯과 스킬을 내가 직접 관리하는 캐릭터들과는 성장 면이나 사용 가능한 전술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도 임명의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다.

일단 스킬의 레벨에 따라서 나에게 종속된 모든 캐릭터들에게 추가로 보너스 스탯이 주어진다.

아무래도 고레벨 캐릭터들을 종속시킨 경우, 이미 성장이 거의 다 끝난 상황이라서 레벨을 올려 분배할 수 있는 보너스 스탯 자체가 적으니 말이다.

레벨이 한계치에 도달해서 아마 앞으로 분배할 보너스 스탯이 0에 가까울 디아나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는 효과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하나 남아있는데, 사도 임명의 스킬 레벨이 상승할수록 대상 캐릭터와의 속궁합이 좋아진다.

안 그래도 우리 애들은 명기중의 명기인데, 만약 여기서 속궁합이 더 좋아지면…크흐흐흐.

크흠. 나도 모르게 그만 경박한 웃음을 흘리고 말았군.

아무튼 이 사도 임명이라는 스킬을 통해서, 디아나를 한 번 더 전직시키고 레벨 제한을 풀 생각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스킬 레벨.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 내 사도 임명의 스킬 레벨은 고작 1이다.

즉,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스탯도 1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가 겨우 스탯 1이 부족해서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전직을 못하고 있지는 않았겠지.

즉, 디아나를 전직시키려면 스킬 레벨을 더 올려야하고, 이 스킬의 레벨을 올리려면 사도 임명을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내게 사도 후보라고는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밖에 없다.

만약 남은 스킬 포인트를 여기에 몽땅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디아나를 전직할 수 있을 만큼 스킬 레벨이 충분할지 어떨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건 그나마 해결책이 있다.

바로 부족한 스탯과 관련 된 다른 직업을 가지게 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세부 스탯의 개념이 없는 여기 사람들은 직업을 여러 개 가지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는 하다.

어차피 직업 하나만 쭉 파고들어도 평생 통달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수명이 무한인 디아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굳이 보너스 스탯을 늘리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사도 임명을 통해 디아나의 정확한 스태이터스를 파악하고 관련 직업을 더 가지도록 조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디아나의 전직에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스태이터스 운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하나 남아있는데, 바로 스킬을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다.

스킬 발동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대상과 섹스를 해서 안에 한 발 싸고, 그대로 인장을 새기면 완료된다.

다만 섹스를 한다고 모두 사도로 임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도 임명을 위해선 조건이 필요한데, 그 조건이란 게 바로…상대방의 호감도 100. 즉, 호감도가 최대치일 것이 바로 사도 임명을 발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래. 그 호감도 맞다. 게임에서 히로인 공략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손쉽게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바로 그 호감도.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이 아니라 현실인 이곳에서 호감도 수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대로라면 애널라이즈의 레벨 1부터 호감도 자체는 보여야 정상이다.

하지만 내게 보이는 건 레벨과 직업 레벨뿐.

아무리 만능처럼 보이는 게임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에서조차 감정이라는 애매한 것에 수치를 매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즉, 애초에 호감도 자체가 없는 이 현실 세계에서는 사도 임명이 발동 될지 안 될지도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발동되지 않을 거라는 데에 무게 추를 싣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현실에 적용하기엔 너무 애매한 개념이잖아?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 모두 게임이라면 호감도 100을 찍었을 정도로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건 믿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같이 바보 같은 놈을 그렇게 믿고 따라줄 리가 없지.

하지만 아무리 얘들이 날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게임 시스템이 그걸 호감도 최대치로 인정할지 어떨지는 별개의 문제다.

좋아. 일단 생각은 정리됐군.

그럼 이제 디아나와의 혼욕을….

"다 씻었나? 그럼 나가세."

머릿속으로 정리를 마치고 이제 목욕을 즐기려고 하니, 이미 디아나는 깨끗이 씻은 상태였다.

게다가 어느 샌가 나도 씻는 걸 마치고 있었다.

이런 젠장! 안 돼! 어떻게 잡은 기회였는데!

하지만 기대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디아나를 더 기다리게 만들 수도 없었다.

제길…다음 기회엔 꼭 저 파릇파릇 탱탱한 몸을 욕실에서 만끽해주겠어.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욕실을 나섰다.

그래. 우리 디아나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거야. 지금은 지금 즐길 수 있는 걸 즐기자.

하지만 그 전에 앞서, 나는 디아나에게 설명부터 하기로 했다.

욕실에서 씻는 내내 그 생각을 한 만큼, 설명은 간단하고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 게임 운운은 내가 설명하기 힘드니 빼놓고 말이다.

뭐, 우리 디아나는 똑똑하니까 알기 힘들게 설명해도 다 알아들었겠지만.

"흠. 이해했네. 결국 그 사도 임명이라는 게 사용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직접 시험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구먼."

"뭐, 그렇게 되지."

"알겠네. 그럼 당장 시작하세."

"그 전에 일단 확인할 게 있어."

"또 뭔가?"

"만약 이 스킬이 성공한다면, 넌 영원히 나한테 종속되는 거야. 그 각오는 돼있어?"

새삼스럽지만, 그래도 일단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을 듣자마자, 디아나는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나에게 안겨들었다.

까치발을 해도 닿지 않는 내 입술에 닿기 위해 폴짝 점프를 해서 내 목에 팔을 두르고, 그대로 밀어붙이듯이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비벼왔다.

서로 욕실에서 막 나온 상태라서 둘 다 알몸인 상황.

덕분에 입술뿐만 아니라 전신에 디아나의 부드러운 감각이 그대로 전달됐다.

"이제 와서 그런 질문에 대답해야할 필요를 못 느끼겠구먼. 아니면 이 이상의 증거가 필요한 겐가?"

하긴 키스를 통해 수명을 공유하게 된 애한테 새삼 그런 질문을 할 필요는 없었나.

"아니. 미안. 내 생각이 좀 짧았어."

"알면 됐네. 알면. 그럼 시작하세나."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동침 순서는 사라-디아나-레이아 였죠.

사라와 디아나가 한꺼번에 끝났으니, 레이아부터 시작해서 원래대로라면 순서가 레이아-사라-디아나-레이아 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아나와 레이아가 순서를 바꿔서 디아나-사라-레이아-레이아가 된 거죠.

레이아가 이틀 독점하기 전에 사라가 하루 낀 겁니다. 사라 빼먹은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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