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230화 (214/1,205)
  • 230====================

    새로운 동료

    나는 후위에 있던 넷이 옆으로 빠지는 걸 곁눈질로 확인하면서, 앞뒤로 달려드는 적들을 상대했다.

    역시 많기는 더럽게 많다. 하지만 사라와 디아나도 옆으로 피해서 정비가 끝나면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을 테니, 의외로 쉽게 끝날지도 모른다.

    사실 더 빨리 끝내려면 내가 매력 스탯을 더 투자하는 게 가장 좋겠지.

    아까 올리려고 했던 타이밍에는 여왕개미의 방해를 받아서 결국 못 올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전투를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하는 건, 뒤에 있는 애들이 성역 선포로 발정하기 전에 끝내기 위해서다.

    아까라면 모를까 이제 와서 매력 스탯을 올려버리면, 아예 발정시켜버리겠다고 노리는 꼴이 되어버린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어차피 지금도 초월종이 몇 대만 때리면 나가떨어지는 상황.

    변수는 저 더럽게 덩치 큰 여왕개미지만, 저 여왕개미의 존재가 꼭 마이너스 요소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수도 있었다.

    아까 모습을 보면 여왕개미는 자기 동족들을 다치게 만드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으니까 말이야.

    성자의 손길 때문에 발정이 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얼마든지 더 낳을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충분히 이용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키에에에에에!

    여왕개미가 다시 한 번 괴성을 내지르며 내 쪽으로 돌진해왔다.

    여전히 시끄럽기 짝이 없는 소리지만, 이젠 저 소리로 부화할 알도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했다.

    나는 뒤쪽을 힐끔 보고는 뒤에서 몰려오는 개미들과 나, 그리고 여왕개미가 일직선상에 놓이도록 이동했다.

    여왕개미는 정말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 내 몸보다도 더 거대한 집게 턱으로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분쇄하며 일직선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까 물리공격에 저항력이 있는 것처럼 내 공격도 완화시켰던 초월종들이 여왕개미의 집게 턱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썰려나가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조금 불안해졌다.

    하지만 겁먹을 순 없지.

    난 애초에 그런 거 모르는 남자라고! 이 구원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성감대가 없는 애도 싸게 만드는 성자님이라고!

    나는 정면에서 달려드는 여왕개미를 마주보면서 피하지 않고, 오히려 양손바닥을 번갈아 내밀며 성자의 파동을 연속해서 날렸다.

    키이이이잇!

    아까보다 괴성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쪽을 향해 돌진하는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맹렬해졌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렇게 여왕개미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나는 곧바로 다음 동작을 취했다.

    놈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이렇게 근접한 상황에서 옆으로 피해봤자 이미 늦었다.

    하지만 놈의 덩치가 크다는 건, 놈의 몸과 지면 사이로 나 정도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는 소리도 된다.

    나는 곧장 슬라이딩을 해서 놈의 몸체 밑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놈이 내 몸 위를 그대로 지나치는 동안, 놈의 배를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으로 마구 연타했다.

    어때? 지리지 않니? 그러니까 오빠의 쩌는 테크닉에 얼른 지리고 복상사나 하렴!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여왕개미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앞으로 돌진하던 기세를 멈추지 않은 채 고꾸라졌다.

    어? 아니 잠깐! 싸는 건 좋지만 내 위는 완전히 통과하고 나서…!

    "꾸에에엑!"

    이건 결코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야.

    그저…아무튼 아니야.

    앞으로 고꾸라지는 여왕개미의 몸에 온몸이 깔아뭉개진 채로 마찰당해서 상당히 불쾌했지만, 실은 그다지 데미지가 크지는 않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놈의 무게가 심각하게 무겁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무리하면 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까지는 몸무게가 줄었다.

    그렇구나…. 너 애 낳고 다이어트 성공했구나! 장하다! 그거 엄청 힘들다던데! 뭐, 난 남자라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난 쓰러진 놈의 몸을 살짝 들어 올리고 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직 조금 꿈틀대는 게 죽은 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이렇게 늘어져있는 걸 보면 상당한 데미지…쾌감이 있었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쾌감에 늘어져있을 때 연속해서 쾌감을 줘서 미치게 만드는 게 복상사의 기본이지.

    나는 늘어져있는 놈의 몸 위로 올라나서, 다리로 놈의 몸마디 사이를 단단히 감싸 몸을 고정했다.

    이렇게 올라타서 보니 장관이었다.

    주변에 이놈이 팀 킬한 개미들의 터진 시체가 사방을 물들이고 있었다.

    갓 태어난 어린놈도 있는데 이 얼마나 불쌍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걱정마라. 너희 엄마도 곧 너희 곁으로 보내줄게.

    역시 어린 애는 엄마가 곁에 있어 줘야지. 크으. 난 왜 이렇게 착한 걸까.

    나는 두 주먹을 들고 성자의 손길로 감싼 후, 그대로 파운딩 펀치를 하듯이 내리쳤다.

    움찔!

    내 주먹이 닿은 순간, 위에 올라탄 내 몸이 격렬하게 흔들릴 정도로 여왕개미가 반응을 시작했다.

    반응 좋고!

    나는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에 힘을 더욱 꽉 주고, 더욱더 거세게 주먹의 비를 내렸다.

    쿠이이이익!

    아마도 나를 떨어뜨리고 싶은 모양인지, 놈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연하지 못해 슬픈 개미는, 등에 있는 나에게 닿을 수단이 전혀 없었다.

    날개까지 퍼덕이면서 발버둥을 쳐대지만, 나는 날갯죽지보다 위쪽에 올라탄 상황이라 영향 받을 일도 없다.

    오히려 주변의 개미들만 죽어나가는 상황이었다.

    과연 성역 선포야. 여왕개미의 발버둥에 죽어나가면서도 나한테 다가오려고 애쓰는 꼴이라니.

    상황이 이렇게 되니 조금 재밌어졌다.

    마치 내가 여왕개미를 타고 조종하는 것처럼 개미들을 학살하고 있는 그림이니 말이다.

    원래 세계에서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게임에 등장하는 드래곤 나이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그냥 기사랑 드래곤이 따로따로 싸우는 게 더 강하지 않아?

    굳이 타고 있는 이유가 뭔데? 기사는 드래곤 위에 타고 있으면 검이 제대로 닿지도 않을 거 아니야? 검기만 날리면 된다고? 마나 낭비잖아?

    그래. 인정하지. 그땐 내가 너무 부정적이었어.

    막상 개미에 타보니 드래곤 나이트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이거…재밌다!

    나는 여왕개미의 몸 위를 엉금엉금 기어서, 아예 놈의 머리 위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양 손으로 놈의 더듬이를 붙잡은 후, 성자의 손길로 컨트롤을 시작했다.

    왼손에만 성자의 손길을 쓰면 놈이 왼쪽으로 돌고, 오른 손에만 성자의 손길을 쓰면 놈이 오른 쪽으로 돈다.

    개미의 최고 감각 기관인 더듬이를 직접 자극하기 때문인지, 성자의 손길을 쓸 때마다 여왕개미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해왔다.

    "흑흑! 엄마가 미안해! 하지만 아들, 딸, 걱정 마. 고통은 한 순간이야. 엄마도 곧 따라갈게!"

    나는 말 못하는 여왕개미를 대신해서 그 심정을 말해주면서, 주변의 개미들을 무차별로 학살했다.

    여왕개미가 주변을 학살하고, 저기 구석에선 사라와 디아나가 여왕개미와 떨어진 적들에게 무지막지한 원거리 공격을 날려댔다.

    덕분에 내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개미들의 수가 줄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유일한 걱정거리라면 내 몸에 힐이 들어오고 있지 않다는 건데.

    설마 레이아 벌써 발정해서 구미호가 된 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겠어? 아닐 거야. 성역 선포를 사용한지 얼마나 됐다고.

    게다가 전에는 내가 애무로 절정에 한 번 보낼 때까지도 참았었잖아.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발버둥 치는 여왕개미의 위에선 시야가 너무 흔들려 도저히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왔다.

    키에에에에!

    지속된 성자의 손길에 드디어 미쳐버렸는지, 여왕개미는 더듬이 컨트롤도 무시한 채 이리저리 구르기 시작했다.

    그 발버둥이 얼마나 격렬한지, 나도 더듬이를 놓치고 그대로 공중에 내던져졌다.

    하지만 공중에 붕 뜨고 땅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나는 계속해서 성자의 파동을 날려댔다.

    누가 봐도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

    이럴 때 막타를 제대로 넣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딜러라고 할 수 있지.

    나와 같은 의견인지, 방의 통로 쪽 통로에서 몰려오는 개미들을 공격하던 사라와 디아나 역시 여왕개미에게 공격을 집중시켰다.

    쿠구구궁!

    그리고 드디어 여왕개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여왕개미는 비통한 울음소리를 한 번 더 내지르더니, 그대로 땅에 쓰러져 결국 움직이지 않게 됐다.

    "좋았어!"

    여왕개미가 쓰러지고 난 이후에, 뒷정리는 참 간단했다.

    어차피 초월종들은 여왕개미 근처에 호위하듯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아까 발버둥 칠 때 전부 쓸려나갔다.

    남은 일은 통로 쪽에서 몰려오는 병정개미들을 처리하는 것 뿐.

    어차피 쟤들은 성자의 손길 한 방에 쓰러지는 애들인데다가, 통로에서 몰려오니 틀어막기도 쉽다.

    나는 통로 쪽으로 달려가면서, 성역 선포의 범위를 다시 확 줄였다.

    좋아. 이걸로 완벽해.

    그렇게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레이아도 실비아도, 성역 선포 때문에 발정할 일은 없겠지.

    저기에서 노출증 대마법사님도 잘 버티고 마법을 써대고 있으니까.

    병정개미를 상대하는 건 손쉬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안 깨고 온 알들이 좀 많았어야지.

    결국 병정개미들이 더 이상 몰려오지 않게 된 건, 시간상으로 한밤중이 됐을 때였다.

    "허억, 허억, 허억, 드디어 끝났나."

    100레벨로 오르며 무지막지하게 올랐던 내 정기도 완전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 사실 여왕개미를 물리친 시점에서 이미 간당간당했다.

    그래서 병정개미를 상대할 때는 성역 선포만 잠깐잠깐 켜주면서 공격은 기본적으로 사라와 디아나에게 맡기는 전법을 취하느라 더 오래 걸렸다.

    여왕개미가 튀어나온 게 저녁시간이었으니, 거의 반나절동안 전투만 한 거다.

    어차피 2계층에선 위험도 없으니 시간 때우기로 온 거였는데 왜 이렇게 빡세게 전투를 하게 된 건지.

    당장이라도 뒤로 벌러덩 드러눕고 싶었지만, 나한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얘들아 괜찮아?!"

    나는 황급히 여성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외쳤다.

    넷 다 하나같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역시 그 많은 수를 상대로 공격을 한 번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는지, 다들 군데군데 옷이 찢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특히 제일 앞에서 공격을 전부 틀어막고 있던 실비아는 번쩍이던 갑옷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가 되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기절한 건지, 레이아의 곁에 누워서 꼼짝을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아의 회복 마법으로 치료는 끝난 건지, 그나마 상처는 없어 보인다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

    "구원이야말로 괜찮은 거예요?"

    하지만 쟤들이 보기에는 자기들보다 내 안부가 더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사라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런 사라를 힘 있게 꽉 끌어안아줘서, 내가 아직 멀쩡하다는 걸 증명해줬다.

    "구원씨…! 흑, 죄송해요. 저, 신성력이…."

    그리고 뒤에서는 레이아가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울면서 말했다.

    과연. 어쩐지 회복이 안 들어오더라.

    "괘, 괜찮아! 울지 마! 난 튼튼해서 전혀 문제없어!"

    사실 한 번 생명력이 아슬아슬해져서 인벤토리에 있던 비상용 포션도 몽땅 마셨지만, 이건 레이아에게 비밀로 해두자.

    "디아나도 괜찮아?"

    "음. 미안하네. 이 몸이 있었으면서도…."

    "미안할 게 뭐 있어. 전생해서 레벨이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잖아. 신경 쓰지 마."

    디아나는 아무래도 풀이 죽어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디아나는 머리를 가볍게 툭툭 쳐주고, 레이아에게 다가갔다.

    "실비아는 왜 그러고 있는 거야?"

    "그게, 초월종에게 기습당한 절 감싸려고 하시다가 큰 부상을 당하셔서…."

    하지만 실비아에게 눈에 띠는 부상은 보이지 않았다.

    아, 레이아가 회복 마법을 전부 실비아에게 퍼부은 건가.

    하긴, 그런 게 아니고서야 레이아의 신성력이 바닥날 리가 없지.

    나중엔 내가 어그로를 전부 끌어서 후위는 공격을 전혀 당하지 않았을 테고, 그런데도 나한테 들어오는 회복 마법이 없었는데 말이야.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자,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며 애써준 실비아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욱더 커졌다.

    그리고 동시에 죄책감도 장난 아니게 느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크게 다친 게 레이아가 아니라 실비아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거다.

    힐러가 다치면 치유해 줄 사람이 없으니 차라리 실비아가 다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다.

    라고 자신을 속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그러니까 죄책감도 더 컸다.

    "괜찮은 거야?"

    "일단 보이는 상처는 전부 치료했어요. 하지만 아직 정신도 돌아오지 않으셨고, 내상이 어떨지는…. 흑, 죄송해요. 제가 부족해서…."

    "아니야. 레이아는 충분히 최선을 다 했어."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아니, 고민할 것도 없나.

    나는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얘들아. 정말 미안해. 미안한데, 잠깐만 자리 좀 비켜줘. 아무래도 힐링 섹스를 써야겠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에서 매력 스탯 안 찍었습니다.

    찍으려는 순간에 시야가 어두워져서 그냥 넘어가 버렸어요.

    다시 보니 제가 좀 알아보기 힘들게 썼네요. 조금 문장을 수정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