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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료
여왕개미의 포스가 너무 압도적이라 그쪽에만 시선을 뺏겨버렸지만, 무너진 벽에서 튀어나온 건 여왕개미 혼자만이 아니었다.
역시 무리지어 생활하는 몬스터들의 보스답게, 그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초월종이 밀집해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쫄렸다.
아무리 우리 파티가 2계층에서 사냥하기에 차고 넘치는 스펙을 자랑한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수를 한 번에 상대하는 게 가능할까?
나는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스탯 창을 열어 내 스탯을 확인했다.
그리고 스탯 창을 보자마자 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상대 가능한 게 당연하잖아? 안되면 보너스 스탯을 매력에 몰아주고 성자의 손길로 때려주면 끝날 일이다.
게다가 이제 매력에 보너스 스탯을 몰아줘도, 잠자리에서 여자들이 복상사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직 스킬 포인트를 찍진 않았지만 100레벨을 찍어 약자 태세도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좋아. 자신감이 생겼다. 한 번 해 보자고.
그래도 처음부터 보너스 스탯을 매력에 전부 투자하기는 아깝다.
일단은 그냥 해보고, 안되면 올려야지.
"구원님! 저도 전위에서 싸우겠습니다!"
내가 잠깐 동안 멈춰있자, 실비아도 위기 상황이라고 느낀 모양이다.
검 손잡이에 손을 얹고 이쪽으로 다가오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넌 그대로 거기 있어."
"하지만…!"
실비아는 비통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네 실력을 의심하거나,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네가 내 곁에서 싸우면, 성역 선포를 못 쓰게 되잖아!
"오히려 이번에야말로 적들이 후위에 붙으면 위험해. 게다가 이번엔 내가 다 붙들고 있지 못할 수도 있어. 넌 거기서 계속 후위를 지켜줘. 믿을게."
"읏…넵! 맡겨주십시오!"
내가 믿는다는 말을 하자마자, 이번엔 감동받은 표정으로 굳게 자리를 지키고 서는 실비아. 쟤 공략 난이도가 너무 쉬운 거 아니냐?
섹스할 때 그렇게 어색했던 걸 보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남자친구 하나 없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그랬지? 얼굴도 이쁘고, 꼬드기기도 이렇게 쉬운데?
뭐,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여왕개미를 향해 돌진하면서, 성자의 진심을 발동했다.
그리고 후위에서 적당히 멀어진 시점에서 성역 선포까지.
성역 선포를 발동하자마자, 여왕 개미와 개미 초월종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는 광경에는 조금 쫄았다.
하지만 난 내 성자의 손길을 믿어!
주먹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나는 달려가던 기세를 멈추지 않은 채 여왕개미의 다리를 공격했다.
키에에에엑!
내 주먹이 여왕개미에게 닿는 순간, 공간 전체가 진동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여왕개미가 몸부림쳤다.
그리고 동시에, 벽 전체에 깔려있던 개미알들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그리고 안에서 갓 태어난 개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끈적이는 액체를 걷어내더니, 이내 여타 병정개미들과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기세 좋게 날 향해 몰려들었다.
만약 여기 있는 알들만 부화한 거라면, 솔직히 크게 걱정은 안 됐다.
어차피 성역 선포의 효과 덕분에 놈들은 나를 향해서만 돌진해올 거다. 그리고 놈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봐야, 근접공격밖에 할 수 없는 놈들은 결국 한 번에 날 공격할 수 있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
둘러싸여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전신을 개미에게 물린 채로 성자의 손길을 두른 채 발버둥치는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난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알들을 그냥 방치하면서 지나쳐왔다.
만약 방금 전 그 울음소리로, 다른 방에 있던 알까지 부화해버렸다면?
물론 우리 애들도 강해지기는 했지만, 나만큼 많이 레벨이 오른 건 아니다.
기껏해야 나랑 하면서 복상사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을 수준까지 올린 것에 불과하다.
실비아라는 보험을 남겨두긴 했지만, 실비아가 나처럼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몽땅 끌 수 있는 건 아닐 거다.
아니, 그래도 아직 다른 방의 알들이 부화했다고 생각하는 건 이르….
콰아아앙!
그때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디아나의 마법이다.
하지만 폭발음이 들려온 거리가 상당히 멀다.
개미들에게 둘러싸여 주변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디아나가 내 주변의 개미들을 처리한 게 아니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아까부터 사라의 화살이 날아오는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 발 한 발 마다 개미들을 줄줄이 엮어내며 내 몸에 붙은 개미들을 떨어뜨려주던 화살이.
그것들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젠장. 역시 다른 방의 알들도 부화한 건가.
여성들은 전 방에서 들어오는 통로 쪽에 뭉쳐있었다.
전 방을 완전히 소탕한 상황에서 새로운 방으로 들어올 때는 보통 거기 위치를 잡는 게 제일 안전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게 독으로 작용했다.
아마 뒤에서 몰려오는 개미들을 막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나마 내 몸으로 들어오는 회복 마법의 존재 덕분에, 여성들이 아직 위험한 상황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앙!
이번에는 가깝다.
하지만 뒤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전부 처리한 건 아닐 거다.
그러기엔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쳐온 알들이 너무 많았다.
아마 내가 개미들에 둘러싸여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자, 다급해진 디아나가 내 주변으로 한 방 날린 거겠지.
"얘들아! 난 괜찮아! 여긴 나 혼자 맡고 있을게! 우선은 뒤에서 몰려오는 적들에게 전념해!"
"하지만…!"
누군가 반발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미들이 내는 소리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괜찮아! 제발 너희 안전부터 챙겨줘! 나 믿지!"
일단 다시 한 번 소리쳐서 안심시키고, 나는 눈앞의 적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뒤부터 정리하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정말로 우리가 지나쳐온 모든 방들의 알이 부화한 거라면, 뒤에서 오는 적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을 거다.
내가 이놈들을 처리하는 속도가 더 빨랐으면 빨랐지, 뒤쪽 적들이 먼저 정리되진 않겠지.
좋아. 해보자고. 먼저 팍팍 정리하고 멋있게 구해주러 가자.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나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온 몸이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개미들은 성자의 손길에 스치기만 해도 픽픽 쓰러져갔다.
그나마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초월종들은 몇 대를 더 때려야 했지만, 이 정도는 매력 스탯을 더 올리면…!
하지만 스탯 창을 열고 매력을 찍기도 전에,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졌다.
이번엔 또 뭐야?!
내가 눈을 감거나, 눈앞이 뭔가로 막힌 게 아니다. 그저 방이 어두워진 것뿐이다.
하지만 방 제일 위쪽에 디아나가 빛의 구체를 띄워놓고 있을 텐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자, 나는 왜 갑자기 방이 어두워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여왕개미가 빛의 구체를 가리듯이 내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덩치가 무식하게 큰 만큼, 그 날개 짓만으로도 풍압이 느껴질 정도였다. 개미주제에.
왜 저러고 있는 거지? 쟤도 내 스킬에 적용받고 있을 테니 나한테 달려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놈이 내 머리 위에서 그대로 뚝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아오. 내가 요즘 욕 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 애들한테 내 이미지 나빠지면 어떡하려고! 하여간 몬스터란 놈들은 일생에 도움이 안돼요!
라고 혼자 허풍을 떨어봤지만, 위험한 상황이라는 건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나는 두 팔을 들어 머리 위를 막고 온 몸에 힘을 줬다.
버텨줘라! 내 근력 250! 덤으로 내구도 250!
콰아아앙!
이게 몬스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다. 믿겨지냐?
내 팔? 다행이 무사하다. 적어도 부러지진 않은 모양이다. 다만 끼고 있던 건틀렛이 짜부라진 것 같지만.
여왕개미의 몸무게가 얼마나 나갔던 건지, 발을 딛고 있던 땅이 움푹하고 꺼졌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나는 뒤로 벌러덩 넘어져버렸다.
그러자 여왕개미는 더욱더 동체를 내려 나를 깔아뭉개왔다.
뿌지직!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주위에 있던 개미들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 나는 괜찮다. 이놈이 떨어지기 직전에 보너스 스탯으로 내구를 250까지 올려놨거든.
온몸이 쑤시고, 무엇보다 기분이 더럽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한테 밀착한 게 네놈의 패인이다.
나는 일단 온 힘을 다해서 놈들 들어보려고 했지만, 놈은 얼마나 무거운지 근력 250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보너스 스탯을 더 투자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별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그냥 성자의 손길을 놈에게 계속 때려 박기만 하면 끝날 문제니까.
자, 천국으로 보내주지.
나는 대자로 누운 상태로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놈의 몸을 툭툭 쳤다.
키에에에에엑!
그래. 그래. 내 성자의 손길이 좋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몸통을 내 몸에 비벼대지 말아줄래? 이 발정 난 것아.
내 물건이 아무리 크다곤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들어갈 크기는 아니에요.
들이대는 건 동족한테 해라. 동족한테.
계속해서 성자의 손길을 때려 박고 있자, 날 깔아뭉개고 있던 놈의 배가 점점 홀쭉해지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지면과 놈의 배 사이에 조금 틈이 생겼다.
나는 놈이 더 몸을 내리기 전에, 재빨리 옆으로 굴러 놈의 아래에서 탈출했다.
후우. 상쾌한 지하 공기맛.
역시 안기는 건 우리 애들한테 안기는 걸로 충분해.
탈출에 성공하여 놈을 다시 마주보자, 나는 왜 놈의 배가 홀쭉해졌는지 깨달았다.
알을 낳고 있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큰 알들을 왕창.
저러니까 그렇게 무거웠지.
"그거…우리 애는 아니지? 내가 애는 낳지 말라고 했잖아! 낙태비까지 줬는데, 왜…!"
키에에에에에!
거 농담도 못하겠네.
놈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방금 낳은 따끈따끈한 알이 터져나가면서 부화가 시작됐다.
아니 이상하잖아. 방금 낳은 게 왜 바로 부화돼.
아무리 몬스터라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은 좀 지켜주자 우리.
그렇게 부화된 놈들은 하나같이 전부 초월종이었다.
젠장. 빨리 끝내고 뒤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애들도 도와줘야하는데.
도저히 끝이 안 보이네.
그나마 아까 여왕개미가 팀 킬을 한 덕분에 주변 상황이 보일 만큼은 일반 개미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초월종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상황은 전혀 진전된 게 없다고 봐야겠지.
나는 고개를 돌려 뒤쪽의 상황을 살짝 살펴봤다.
거기엔 예상대로, 아니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의 개미들이 여성진을 둘러싸고 있었다.
실비아가 앞에서 열심히 막아주고 있었지만, 혼자서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전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라와 디아나도 공격을 엄청나게 퍼붓고 있었다.
사라는 화살을 관통시켜서, 디아나는 폭발 마법으로 한 방 한 방마다 엄청난 숫자의 개미를 줄여갔지만,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는 과연 전부 막아내기 힘든 모양이었다.
젠장. 저래서는 누구 하나 크게 다쳐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인데.
사라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디아나나 레이아는 공격 한 대만 맞아도 입는 데미지가 상당할 거다.
특히 레이아가 공격당하면 회복할 사람이 없어져서 상황은 더 절망적이 될 거다.
키에에에!
내가 잠깐 한눈을 팔고 있자, 여왕개미가 어딜 보냐는 듯이 초월종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젠장. 넌 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은 거냐.
내 손길에 그렇게 싸질렀으면 슬슬 뻗을 때 안 됐냐?
나는 성자의 손길을 감싼 주먹을 휘두르면서,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애들이 완전히 안전해지도록 만들 방법이 하나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쓰면 또…. 아니, 그래도 잠깐이잖아. 잠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꺄아아악!"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젠장! 그래. 지금이 그딴 거 고민하고 있을 때야?!
나는 곧장 성역 선포를 최대 범위로 설정하고 다시 발동했다.
그러자 뒤에서 개미들이 이쪽으로 우루루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뒤에서 오는 놈들도 내가 어그로 끌 테니까 너흰 옆으로 빠져서 공격에 집중해!"
그래. 아무리 실비아가 민감하다고 해도, 잠깐 성역 선포 영향을 받았다고 미친 듯이 발정하기야 하겠어?
솔직히 내가 그동안 스킬을 걸고 풀어주지 않은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일단 예전에 2계층에서 모험가들과 오크 상대로 수성전을 할때만 해도 그렇다.
성역 선포를 발동하고 그렇게 돌아다녔지만, 그때 영향 받은 모험가들도 잠깐밖에 영향을 안 받아서 그런지 큰 탈 없었잖아?
게다가 대사제마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증명한답시고 성자의 손길로 만진 적 있다.
그런데 멀쩡했잖아?
분명 잠깐이면 실비아도 멀쩡할 거야.
실비아가 발정하기 전에, 아니 그보다 레이아가 구미호가 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면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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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기념 한 편 더 투척! 이제 자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