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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13화 (19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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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의 각오

    "후우…잘 먹었다. 그런데 이제 뭐하지."

    이번에는 어떻게든 상황을 진정시키고,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던전에 가는 거 아니었어?"

    당연히 던전에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던전. 던전 말이지….

    "응? 뭐야 사라는 나랑 노는 거보다 던전에 가는 게 더 좋아?"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사라가 이렇게 반응할 걸 알고, 일부러 얼버무렸다.

    그도 그렇잖아?

    애초에 말이야. 이제 던전에 갈 필요가 없잖아?

    내가 던전에 다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인을 만나기 위해서.

    레벨만 올린다고 무조건 미인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던전 깊은 곳으로 가면? 거기에서 만나는 모험가들은 못해도 평균이상은 되는 미인들의 천국이다.

    하렘왕을 꿈꾸는 자로서, 원래는 그런 목적으로 던전을 다녔었다.

    하지만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와 만났다.

    하나만 있어도 차고 넘치는 미인들을 셋이나 만난 거다.

    게다가 이 셋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데, 여기서 더 미인을 찾겠다고 던전 심층으로 내려가는 건 미친 짓이지.

    그런데도 줄 곳 던전에 다녔던 건, 사라를 위해서였다.

    처음 만났을 때 사라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빚을 갚기 위해서. 같이 마왕을 토벌하고, 영웅이 되기 위해서.

    그래서 착실히 무투가의 레벨을 올려가면서, 전투의 기본기를 다지며 던전을 다녔었다.

    하지만 사실은 어땠는가?

    이 세계에 마왕 따위는 없었다.

    사라가 레벨을 올리는데 열심이었던 건, 그저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복수는 끝났다.

    이유를 길게 늘어놨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더 이상 던전에 갈 이유가 없다는 거다.

    생활비? 돈은 이미 고정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

    매달 길드와 신전에서 돈만으로도 4명이서 먹고 살기엔 차고 넘친다.

    물론 디아나의 저택에서 이렇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긴 하지만.

    음…. 이대로 기둥서방이 되긴 싫으니, 역시 돈을 더 벌긴 벌어야 되겠지?

    아무튼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전처럼 빈번하게 던전에 갈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냥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가끔 심심하면 던전에 가는 걸로 충분하지.

    대놓고 그냥 놀면서 살겠다는 말을 하기엔 찔리니까 얼버무렸지만,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던전에 갈 이유는 없을 거다.

    사라는 던전에 다니던 이유를 해결한 상태.

    디아나는 성자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어차피 성자 레벨은 섹스로 오른다.

    자기 몸으로 맛보면서 스킬들을 강화하고 늘릴 수 있으니, 굳이 던전에 갈 필요가 없다.

    레이아에 이르러서는 그저 우리를 위해서 따라온 것에 불과하다. 던전에 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좋아. 결심했어.

    오늘부터 모험가 생활은 휴업이다.

    "음?! 오늘 던전에 안 간다는 말인가?!"

    하지만 어째선지 디아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응. 그럴 생각인데. 왜?"

    "그, 그것이…."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아, 과연. 디아나는 던전에 갈 이유가 하나 있기는 했구나. 마법사 협회 사람들이 들러붙는 걸 피할 목적으로.

    음…그래도 모험가는 휴업하겠다고 결심한 직후라서, 고작 그런 이유로 던전에 가긴 귀찮단 말이지.

    "야. 너 안 그래도 또 가출해서 이번엔 별로 놀아주지도 않았잖아. 가끔은 좀 놀아주고 해라."

    내가 말하자,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던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다들 함박미소를 지었다.

    날 바라보며 썸즈 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포인트를 땄군. 미인들이긴 해도 저런 아줌마, 아니 할머니들 포인트를 따서 무슨 소용인가 싶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디아나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누가 디아나보고 할머니래. 디아나는 디아나니까 문제없다.

    "잘 가~."

    "으아아. 자네 두고 보게!"

    넌 명색이 대마법사면서 엑스트라a가 내뱉을 만한 대사를 하냐.

    그런 말을 하면서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에게 안겨서 끌려가는 디아나에게 손까지 흔들어주면서 배웅하고, 사라와 레이아를 쳐다봤다.

    "그럼 디아나 빼고 우리끼리 재밌게 놀까?"

    "정말 못됐다…."

    그 모습을 보고 사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뭐야. 사라는 같이 안 놀려고?"

    "아니."

    결국 사라도 나랑 같이 놀고 싶긴 한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전 조금 신전에 볼 일이 있어서요."

    하지만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갑자기 무슨 볼 일?

    설마 자긴 어제 날 독점했으니, 오늘은 사라에게 양보하겠다는 마음인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착해빠졌잖아.

    "레이아? 어제 나랑 둘이서 있었다고 사양할 거 없어."

    "사, 사양이라니.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로 볼 일이 있어요."

    "정말이지?"

    "네. 전에 말했잖아요? 저도 구원씨 생각처럼 마냥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아냐. 넌 그렇게 생각 안할지 몰라도, 마냥 착한 사람 맞아.

    아니, 그 수준을 뛰어 넘어서 천사야. 엔젤이야. 내 눈에는 네 등 뒤로 지금도 날개가 보여.

    아아. 천사님.

    "으음…. 그렇다면 뭐…."

    "흥. 왜? 나랑 둘이 있기 싫은 모양이다?"

    "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세상에 어떤 남자가 우리 사라랑 둘이 있기 싫어하겠어."

    "후훗. 구원씨. 그럼 전 신전에 다녀올게요. 너무 사라씨하고만 친해지셔서 저 잊으시면 안돼요?"

    "헤헷. 물론이죠. 천사…으아악."

    결국 사라에게 허벅지를 꼬집혔다.

    네가 꼬집으면 진짜 아프다니까. 피멍들었을지도 몰라. 뭐, 금방 낫긴 하지만.

    "어머."

    레이아가 손에 빛을 머금고 내가 꼬집혔던 부위를 살살 만져줬다.

    꼬집힌 부위가 허벅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고간근처까지 손이 닿았다.

    게다가 허벅지를 만지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다 보니, 마성의 골짜기가 바로 내려다보였다.

    역시 천사님이 최고야. 설 것 같다.

    "으윽…."

    내가 헤벌쭉해지자, 사라는 또 응징을 하고 싶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럼 또 레이아만 좋은 일을 시켜줄 거란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응. 다녀와."

    레이아마저 배웅해주고, 이제 단 둘이 남게 된 상황에서 사라를 쳐다봤다.

    "사라야. 삐졌어?"

    "흥. 내가 삐질 일을 했단 자각은 있나보네?"

    "에이. 너랑은 이제부터 단 둘이 있을 건데, 같이 못 있을 레이아한테 저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지."

    "…정말로 그게 다야?"

    아니, 미안. 사실 그냥 헤벌쭉거린 거 맞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상대는 천사님이라고! 불가항력이라고!

    라고 말할 수 있을 리도 없어서, 그냥 얼버무리기로 했다.

    "그럼 지금부터 둘이서 뭐하고 놀까?"

    사라의 옆구리를 껴안고 바싹 끌어당기자, 사라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마지 못한다는 듯이 끌려왔다.

    아, 논다고 하니까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내가 준 장난감은 어쩌고 있지?

    망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하필 그걸 까먹었냐.

    변명을 좀 하자면,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솔직히 까먹어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사라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겠지.

    그러고 보니 원래는 그제가 자기 차례라고 화냈었지.

    응. 화 낼만 하네.

    오히려 그 정도로 화내고 말아준 게 고마울 정도다.

    역시 사라 얘가 생긴 건 좀 차가워 보여도 실은 이렇게 착해요.

    하지만 아까 의자에 앉을 때 별 반응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익숙해 진 건가? 아님 그냥 화나서 뽑아버린 건가?

    "사라. 가자. 따라와."

    "으, 응? 갑자기 어딜?"

    당장 확인해보기 위해서, 사라의 손을 붙잡고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의 허리를 눌러서 이쪽에 엉덩이를 내밀게 만들고, 그대로 바지에 손을 댔다.

    "꺄악! 가, 갑자기 뭐하는 거야!"

    사라는 화들짝 놀라서 자기 바지를 붙잡았지만, 난 그 손을 풀고 말했다.

    "가만히 있어봐. 확인할 게 있어."

    그대로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아서 내리자, 위로 솟은 사라의 탄력있는 엉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 역시 언제 봐도 훌륭한 엉덩이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양 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 그대로 드러난 구멍을 확인하자, 역시나 보여야할 게 보이지 않았다.

    원래 여기에 고리가 삐져나와있어야 하는데. 어디 간 거야.

    "사라야. 내 선물은?"

    "아직도 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역시 그런 건가.

    사라는 자기 엉덩이를 붙잡아 벌리고 있는 내 손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치우더니, 팬티와 바지를 잡아 올려 입고 뒤를 돌아서 내 쪽을 쏘아봤다.

    "아직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양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미, 미안."

    "애초에 거긴 볼일을 보는 곳이라고! 그렇게 며칠이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크윽. 너같이 예쁜 애들은 똥 안 쌀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내 환상을 깨지 말아줘.

    "3일만 있으면 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버텼는데! 지금 며칠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미안! 정말 미안! 나도 3일이면…응? 3일? 잠깐만. 그럼 3일은 끼고 있었다는 소리야?"

    "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니. 중요해. 대답해봐. 3일은 끼고 있었다는 소리야?"

    "그, 그건…그런데…."

    "그 사이에 볼 일은? 한 번도 안했어?"

    "그, 그게…그러니까…응. 당연하잖아."

    사라는 누가 봐도 거짓말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정말로?"

    "으, 응…."

    "정말로?"

    "으윽…. 그래! 알았어! 했어! 볼 일 보고 다시 넣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혹시 몰라서 이상한 기구까지 사서 뱃속을 깨끗하게 만들고 넣고! 그런데도 구원은 빼줄 생각은 안하고 딴 데 돌아다니고 있고!"

    결국 사라는 폭발해서 될대로 되라는 듯이 폭로해버렸다.

    스스로 다시 넣기까지만 한 게 아니라, 심지어 관장도 한 모양이다.

    "기구까지 샀어? 엉덩이 안쪽을 깨끗하게 해주는 거?! 관장?!"

    "어,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엉덩이로 하려면 그런 것도 필요한 거지?! 나 혼자 사는데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사실 얘도 엉덩이로 하는 거 기대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성감대도 그쪽이 제일 강하고.

    "미안해. 사라가 나랑 엉덩이로 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난 바보같이 생각도 못하고."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아서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가볍게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어, 엉덩이로 하려고 노력한 거 아니거든!"

    사라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그렇게 외쳤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다.

    "좋아. 그럼 사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당장 해볼까."

    "그, 그러니까 기대 안했다니까. 사람 말 듣고 있어?!"

    응. 응. 네가 원래 앙탈부리는 성격이란 건 잘 알고 있어.

    내가 너랑 좀 오래 같이 있었냐.

    "그래서, 그 관장 기구 어디 있어?"

    "…내, 내 방 서랍에…."

    "좋아. 당장 가자."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후회. 들켜버렸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앞으로 행해질 행위에 대한 기대감.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떠올라 새빨갛게 익은 상태로 굳어진 사라를 끌어안고, 희희낙락해서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 마침 바네사가 노크를 하려고 했다는 듯 손을 들고 서있었다.

    "바네사? 무슨 일이야? 우리 지금 바쁜데."

    "벼, 별로 바쁜 건…."

    "아냐. 엄청 바빠."

    부끄러워졌는지 빠져나가려는 사라의 입을 틀어막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입을 막히자 빠져나오려는 기색 없이 가만히 있는 걸 봐선, 역시 사라도 앙탈을 부린 것에 불과했다.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구원님께 손님이 오셨습니다."

    "응? 나한테? 디아나한테 온 게 아니라?"

    "네."

    누구지? 딱히 짐작 가는 사람이 없는데.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미안해, 사라. 일단 손님이 누군지 부터 확인해보자."

    "그, 그러니까 처음부터 기대 같은 거 안 했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얼굴에는 실망감과 안도감이 어우러져 드러나 있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바네사를 따라서 접객실로 가자, 거기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이 앉아있었다.

    바로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실비아였다.

    이젠 다시 볼 일 없을 거라고 하고 왔는데, 설마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아니, 애초에 여긴 왜 온 거지?

    그땐 정신없어서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했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하러 온 건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표정은 아니었다.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불안한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다고 생각할까.

    "앗, 구원님."

    실비아는 내가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더니, 그대로 쿵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면서 애절하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절 당신의 여자로 삼아주십시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아직 엔딩은 멀었습니다.

    풀어놓지 않은 떡밥이 많아서요.

    당장 전전편만 봐도 나중에 나올 스토리의 떡밥을 미약하게 던진지라….

    끝날 것 같은 분위기가 난 건, 아마 제가 쓸 때 드디어 사각관계가 좀 정리된다고 생각하면서 쓴 거라 그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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