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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96화 (18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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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잠깐만요, 디아나!"

    "자네들 막게!"

    "네, 넷?!"

    마법에 당하지 않은 사라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디아나는 무려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방패로 세웠다.

    저렇게 써도 되는 거냐. 쟤들 저래 뵈도 일단 나름 높으신 분들 아니었어?

    "자, 이 틈에 가세!"

    디아나는 구원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저택을 빠져나왔다.

    구원도 너무 순식간에 일이 전개돼서 엉겁결에 디아나를 따라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저택이 안 보일 정도로 멀어졌을 때가 돼서야 구원은 걸음을 멈췄다.

    "잠깐, 잠깐만. 디아나."

    디아나에게 이끌려 저택 밖으로 나온 구원은 디아나를 멈춰 세웠다.

    "뭔가?"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이 몸이 그걸 왜 걱정하나? 감당은 자네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구원의 걱정 섞인 말에, 디아나는 뻔뻔하게도 그렇게 대답했다.

    "뭐, 뭐라고?!"

    "그 정도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하렘을 꾸릴 생각이었던 겐가?"

    "…돌아가자! 지금 당장!"

    솔직히 이 상황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면 어떻게 커버할 자신이 전혀 없었다.

    지금이라도 레이아한테 돌아가서….

    "…진심인가?"

    "당연하지! 아무리 천사 같은 레이아라도 이건 화 낼 거라고!"

    "…그런가. 알겠네. 돌아가세."

    의외로 디아나는 저항하지 않고 깔끔하게 승낙해줬다.

    "어? 정말로?"

    너무 깔끔하게 승낙해주는 바람에 오히려 내 쪽이 놀라서 되물었을 정도였다.

    "음. 이 몸은 처음으로 키스를 바친 날 쓸쓸하게 홀로 남겨져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겠네."

    디아나는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불쌍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으며 쓸쓸하게 말했다.

    "전혀 안 괜찮잖아!"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럼 괜찮을 줄 알았나?! 자네는 아직도 이 몸에게 키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모양이구먼! 당연히 안 괜찮네! 지금 돌아가면 영원히 저주할 걸세!"

    구원의 외침에, 디아나는 쓸쓸한 표정에서 순식간에 욱하는 표정으로 변해 일갈했다.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 네가 저주 같은 말을 하면 그냥 위협하는 걸로 안 들리잖아!"

    "위협 아닐세!"

    그럼 더 문제잖아!

    "자네 미래의 일을 두려워해서 지금의 감정에 거짓말을 하는 겁쟁이는 되고 싶지 않다고 안 했나?"

    "아니, 그래도 그거랑 이거랑은…."

    "뭐가 다른가?! 이 몸은 홀로 남겨져도, 자넨 레이아양과 하니 그만이라는 말인가!"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럴 리가 없잖아! 알았어! 오늘은 둘이서 이대로 돌아가지 말자!"

    결국 구원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 레이아. 이 벌충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할게.

    "…정말인가? 레이아양에겐 뭐라고 말할 셈인가?"

    구원이 결단을 내리자, 디아나가 살짝 걱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넌 지금 돌아가기 싫은 거냐,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거냐.

    정작 가지 말자니까 걱정할 거면, 처음부터 이런 짓을 벌이지 말라고.

    뭐, 이런 짓을 벌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니까 나도 이런 결단을 내린 거지만.

    그리고 레이아한테 뭐라고 말할 거냐고? 그런 거 생각해놨을 리가 없잖아!

    원래 지금을 즐기려면 나중 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는 거야!

    "몰라! 일단 가자!"

    "어딜 말인가?"

    "아무데나! 아무튼 데이트 느낌 나는 곳으로!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것도 아니잖아?"

    "데, 데이트…."

    "그래! 팔짱이라도 낄래?"

    구원이 팔을 내밀자, 디아나는 주저주저하면서도 살그머니 그 팔을 붙잡았다.

    방금 전에는 그렇게 날 끌고 오더니, 막상 의식해서 팔짱을 끼려니까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렇게 디아나와 팔짱을 끼고, 구원은 그냥 아무 가게나 닥치는 대로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거리에 맛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이것저것 사먹어도 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윈도우 쇼핑도 하면서 말이다.

    "저것도 맛있어 보이네. 디아나 먹을래?"

    "으, 음."

    "아, 그래도 좀 양이 많아 보이네. 하나 사서 둘이 나눠 먹을까?"

    "그, 그러세."

    그리고 그러는 내내 디아나는 평소보다 확연히 말수가 적었다.

    얘가 안 어울리게 왜 이렇게 부끄럼을 타.

    "언제까지 부끄러워하고 있으려고 그래?"

    "어, 어딜 봐서 이 몸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겐가."

    "그냥 봐도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로 보여. 답지 않게 말도 없이 조용히 하고 있잖아."

    "자네는 대체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몸은 원래 과묵하고 무게감 있는 마법사들의 정점일세!"

    웃기고 있네. 평소에는 아무거나 질문해도 신나서 떠들어대는 주제에.

    "그래. 그래. 그럼 데이트할 때만이라도 좋으니까 그 무거운 입 좀 열어줘. 나 혼자만 신난 것 같잖아. 아님 뭐야? 디아나는 재미없어?"

    "아, 아니네! 그런 거 아니네! 이 몸도 충분히 즐기고 있네!"

    "그럼 조용히 있지 말고 좀 더 즐거운 티를 내 달라고. 그래. 이번엔 어디 갈지 네가 정해봐. 어기 가고 싶은 곳 없어?"

    아예 디아나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정하는 건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한정돼버리니까.

    디아나라면 내가 모르는 괜찮은 곳을 많이 알고 있겠지.

    "가고 싶은 곳? 그런 걸 물어봐도…으음…. 딱히 없네. 그냥 자네가 정해주게."

    "에이. 그러지 말고. 정말로 한 군데도 떠오르는 데가 없어?"

    "어, 어쩔 수 없지 않나! 이 몸은 데이트 같은 게 처음이란 말일세!"

    아니, 그건 나도 별 다를 거 없거든? 기껏 해봐야 너희들이랑 해본 게 전부인데.

    물론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남자는 쓸데없는 오기를 부릴 때도 있는 법이다.

    …그 오기 때문에 펠리시아랑은 그렇게 해버리게 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디아나가 저렇게 말하니, 다시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문득 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응? 디아나. 저긴 뭐하는 가게야?"

    다른 가게와는 달리 창문 하나 없어서,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가게였다.

    창고 같은 곳인가 싶었지만, 그런 게 이런 상점가에 있을 리가 없다. 살짝 구석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상점가에 있는 가게였다.

    무엇보다 건물엔 제대로 간판이 걸려있었다. 필립의 가게라는, 이름만 봐서는 뭐하는 가게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간판이었지만 말이다.

    "음? 이 몸도 처음 보는 가게로군."

    디아나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한 번 들어가 볼까.

    "어서 오십시오. 오호. 커플이신가요? 이거 또 보기 드문 손님들이 오셨군요."

    가게 안에 들어가자마자, 수상한 목소리가 구원과 디아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구원은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바로 눈치 챘다.

    이걸 보고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가게 안의 선반에는 각양각색의 양물이 진열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여, 여기는?!"

    디아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석화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설마 이런 가게였을 줄이야."

    "이런. 모르고 들어오신 겁니까? 호기심이 많으신 분들이군요. 하지만 모처럼 이렇게 오셨으니 한 번 구경이라도 하고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럼 그럴까."

    "뭐, 뭣이!"

    옆에서 깜짝 놀라는 디아나를 이끌고, 구원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살짝 호기심 같은 것도 있었다.

    성인용품점 같은 곳엔 이 세계에 오기 전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구원은 살짝 두근두근 하면서 가게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제일 임팩트있는 게 양물들이 전시된 곳이라 처음 눈에 들어왔을 뿐, 그밖에도 꽤나 재밌는 것들이 보였다.

    젤이라든가, 물건에 끼우는 걸로 보이는 링 같은 거라던가.

    "이런 거 재밌어 보이네. 진짜 이거 끼우고 하면 더 기분 좋은 걸까?"

    "이, 이 몸이 알 리가 있나! 그런 거 물어보지 말게! 애초에 자넨 그런 거 필요 없지 않나!"

    "훗. 그야 그렇지. 저런 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는 패배자들이나 쓰는 물건일 뿐. 나쯤 되면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지."

    "그래! 자네는 대단하네! 그러니 얼른 나가세!"

    "왜? 좀 더 보고가자. 재밌잖아."

    디아나는 얼른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구원은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가게 안을 둘러보면, 여성용은 기껏해야 딜도 밖에 안보이고, 나머지는 전부 남성이 사용하는 섹스 보조 기구들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 세계의 남자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실감이 됐다.

    하긴, 이 세계는 여자들이 느끼는 척 연기를 해도 통하지 않는다.

    경험치가 들어오는 걸로 바로 확인이 되니 말이다.

    레벨 업이 아니더라도 섹스는 할 텐데, 매번 자기만 느끼면 자괴감이 장난 아니겠지.

    이런 걸 사용해서라도 여자들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싶은 거다.

    그런데도 고레벨에 여자들이 많은 걸 보면 크게 성과는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아니, 애초에 이런 도구들을 사용해서 상대를 절정으로 이끌면 과연 경험치가 제대로 들어오긴 할까?

    전투에서 무기를 사용한다고 반칙이 아닌 것처럼, 도구를 사용해도 경험치는 제대로 들어올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래도 자기 능력으로 느끼게 한 건 아니니 그만큼 경험치는 반감되는 걸까?

    모르겠다. 이건 제대로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겠군.

    "주인장. 여기 이거랑, 이거랑…아, 이것도 살까?"

    "필요 없다고 안 했나! 이런 걸 왜 사려고 그러는 겐가! 자네는 그런 거 없어도 충분하니 얼른 나가세!"

    "고마워. 그래도 모처럼 왔는데 아무것도 안사고 나가는 건 미안하잖아."

    결국 구원은 고집대로 물건을 몇 개 샀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좀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디아나가 하도 보채는 바람에 결국 대충 눈에 띤 것 몇 개만 사고 나와야했다.

    여긴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혼자 또 와보자.

    "자, 그럼 디아나."

    "뭔가?"

    "당장 실험해보자."

    "이럴 줄 알았네! 이래서 얼른 나오자고 한 거였는데!"

    "하지만 디아나도 궁금하지 않아? 도구를 써도 과연 경험치가 제대로 들어오는지 말이야."

    "안 들어오네! 당연한 것 아닌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설마 디아나…!"

    "해본 적 없네! 그런 걸 꼭 해봐야 하나! 다 얘기를 들어봐서 아는 걸세!"

    "그렇구나. 아무튼 그럼 이것들은 레벨업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 거 아니야. 그럼 저 가게는 대체 뭐 하러 있는 거야?"

    "보면 모르겠나?! 말 그대로 쾌락만을 위해 있는 존재하는 파렴치한 가게일세!"

    과연. 그래서 디아나가 그렇게 있기 싫어한 건가.

    "하지만 디아나. 발상을 전환해봐. 오히려 우리가 저 가게에 같이 들어간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생각해봐. 우리가 별 사이 아니라면, 레벨 업에도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이런 도구를 같이 사겠어? 저기 같이 들어간 건, 우리가 레벨 업을 신경 쓰지 않고 쾌락만을 추구할 수 있는 사이라는 뜻이잖아. 우리가 이렇게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광고하고 온 거라고."

    "그, 그건!"

    "그렇지? 우리가 맺어진 기념으로 가기에 딱 적당한 장소였지?"

    "으…으으! 자네는 말이라도 못하면…!"

    디아나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좋아. 이 기세를 몰아서!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는 디아나한테 곧장 이 물건들을 사용해볼까."

    "역시 그러려고 달콤한 소릴 늘어놓은 거였나!"

    "무슨 섭섭한 소리를. 그렇게 사랑한다는 건 진심이라고? 그러니까, 응? 괜찮지?"

    "아, 알겠네! 알겠으니까 그런 물건 들이밀지 말게! 우선 어디 여관으로…."

    "여관을 찾아갈 시간이 어디 있어?"

    구원은 디아나의 손을 잡고 그대로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왔다.

    좋아. 지나가는 사람은 전혀 없군.

    "자, 자네, 서, 설마 여기서 하자는 건 아니겠지?"

    "응? 맞는데?"

    "바보 아닌가! 이 몸이 이런 곳에서 할 것 같은가!"

    "왜? 뭐 어때서 그래?"

    "그걸 정말 몰라서 묻나! 누가 지나가다 보면 어쩌려고 그러나!"

    "당당히 보여주면 되지.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그 말 하나로 뭐든지 전부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칫. 역시 안통하나.

    그럼 이번엔….

    "디아나. 잘 들어봐. 여기서 하나는 건 날 위해서가 아니야. 오히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왜 몰라주는 거야?"

    디아나가 아까 했던 말을 따라 해봤다.

    자기가 했던 말이니 먹히겠지?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여기서 하면 네 성벽이 더…."

    "자네 아직도 그 소린가!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이 몸의 말까지 인용하기에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이유인가 싶었더니! 잠깐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했던 이 몸이 바보였네! 아니, 바보는 자네일세!"

    "그래. 나 바보 맞아. 디아나밖에 모르는 바…."

    "자꾸 헛소리 할 텐가!"

    살짝 진심이었는데….

    아무튼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구원은 다시 진지한 표정을 만들고 디아나에게 말했다.

    "디아나. 이제 평생 같이 지낼 사인데 숨기는 거 없이 솔직해지자고. 솔직히 너…."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디아나는 한사코 인정하지 않을 셈인가보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방금 산 물건들을 사용해보는 건 뒤로 미루자.

    우선은 얘가 솔직해지게 만들어주겠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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