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88화 (17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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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도시의 영주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응?"

"너 영주는 맞는 거지?"

"그래. 내가 여기서 제일 높으신 분이야."

구원은 당황해서 반말로 말했지만, 영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실비아 말대로 꽉 막힌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뭐, 내 앞에서 당당히 떡치던 사람이 꽉 막힌 사람이면 그건 그거대로 웃기지만. 지금도 알몸이고.

꽉 막히지 않은 걸 아득히 넘어서서, 심각하게 자유분방한 것 같다.

"그럼 나한테 먼저 물어볼 게 있지 않아? 갑자기 벗으라니 이상하잖아. 질문하기 전에 신체검사라도 할 셈이야?"

"후훗. 신체검사 좋네. 우선 물건 크기부터 검사…."

"지금 농담할 때야? 무슨 쿠데타 의혹이니 뭐니 말했었잖아?! 엄청 심각한 거 아니었어?!"

"그런 건 그쪽을 데려오기 위한 구실일 게 뻔하잖아. 아니면 뭐야? 할 생각이야? 쿠데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줄 알았어. 애초에 디아나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하셨던 분이 이제 와서 무슨…. 그 디아나님이 남자 하나에 낚여서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것도 이상하고. 어머님도 너무 겁이 많다니까."

영주는 정말로 가벼운 말투로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잠깐. 어머님? 영주는 자기라면서?

왕족이 어머님…. 이거 설마…아니. 아닐 거야. 제발 아니라고 해줘. 내 공주님에 대한 환상을 깨지 말아줘.

"뭐어?! 그럼 난 왜 부른 건데?!"

"궁금해서. 당신 성자라는 특수직업 덕분에 섹스를 엄청나게 잘 한다면서?"

"뭐, 뭣?!"

대놓고 섹스를 잘해서 데려왔다는 대답에, 과연 구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구원이 당황하든 말든, 영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도발하듯이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에, 살짝 진지한 빛을 띄우고 말이다.

"잘 들어. 다른 세계에서 온 성자씨. 왕족이란 말이지. 기본적으로 심심한 거야. 이런 태평성대에선 어차피 일은 밑에 사람들이 다 해줘서 할 건 없고. 그렇다고 함부로 밖에 싸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럼 내가 여기서 뭘 하면서 심심함을 달랠 거라고 생각해?"

"세, 섹스…?"

"정답이야. 그러니까 벗어."

"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아무나 데려다가 이런 짓을 한 단 말이야?"

"아무나라니. 이래 뵈도 상대역은 엄선하고 있어. 당신은 내 귀에 소문이 들릴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얘기야. 자랑하고 다녀도 돼."

"그래도 왕족이라면서 정조 관념 같은 건…."

"정조…. 후훗. 그런 건 말이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나 챙기는 거야. 어차피 정략 결혼할 게 뻔한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아?"

영주는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도발하듯이 요염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럼 설명은 충분하지? 벗어?"

"아니. 잠깐 기다려."

"또 뭐야?"

영주는 슬슬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구원도 물러설 수 없었다. 오히려 화내야 될 건 이쪽이다.

그럼 정말로 그냥 섹스 한 번 해보려고 불렀다는 얘기잖아.

아니, 물론 이렇게 예쁜 여자랑 섹스를 할 수 있는 건 좋다. 성격은 좀 그렇지만, 확실히 외모는 예쁘니까. 사실 지금도 계속 내 시선은 영주의 전신을 훑듯이 스캔하고 있는 중일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적절한 때라는 게 있잖아!

"난 지금 엄청 바쁘다고! 미안하지만 그런 얘기라면 돌아가겠어."

"쿠데타 의혹으로 불려온 당신이. 내 허가도 없이 맘대로?"

구원은 욕설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침착하자. 종잡을 수 없는 여자지만, 그래도 대화가 안 통하는 상대는 아닌 것 같다.

차분히 얘기하면 분명 설득할 수 있을 거다.

"이봐요. 영주님. 저도 남자라서 당신 같이 좋은 여자랑 할 기회를 놓치긴 싫어요. 그렇긴 한데, 지금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단 말이죠. 제가 정말 일생일대의 순간에 끌려온 거라서, 꼭 돌아가야 하는데. 오늘은 일단 이대로 보내줄 수 없을까요?"

"일생일대의 순간? 어떤 순간인데?"

정말로 구원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물어봤다고 하기 보단, 그냥 호기심이 동해서 물어본 표정이었다.

참고로 이 여자, 구원이 좋은 여자라고 할 때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지고의 대마법사님과 살짝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말이죠.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그러니까 그 일이 뭐냐고 묻고 있잖아. 말해봐. 들어보고 납득되는 이유면 보내줄 수도 있어."

역시 그냥은 안 보내주는군.

어쩔 수 없지. 대충이나마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구원은 대충이나마 자신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영주는….

"아하하하하하. 뭐야 그게? 디아나님과 잘 돼가면서, 다른 여자들한테도 문어발을 걸쳤다고? 당신 제정신이야?"

"아니, 하지만 이 세계는 능력만 되면 일부다처도 일처다부도 허용된다고…."

"그거야 자기 능력을 과시하려는 귀족들 중에 그런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당신 말대로 전부 다 사랑한다면서 문어발을 걸치는 사람은 좀처럼 없을 걸? 그것도 디아나님 상대로? 오히려 디아나님이 문어발을 걸친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말이야."

뭐, 뭐야?! 아니, 그래도 섹스하면서 설득할 때 디아나는 그런 얘기 안 했는데.

아무리 내가 애태워서 제정신이 아니었다지만, 그래도 그 디아나다. 그때 했던 얘기들이 완전히 진심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디아나가 화낸 이유는 문어발보다는, 내가 섹스로 농락하면서 꼬드기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말이야. 디아나님과 당신이 그런 사이라는 건 정말이야? 그냥 당신 혼자만의 착각 아니야?"

"아니야! 우린 정말로…."

"뭐 당신의 착각이든 아니든, 재밌는 얘기네. 좋아. 재밌어 보이니까 조금 협력해줄게."

영주는 쿡쿡 웃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난 하나도 재미없거든. 나한테는 앞으로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그럼 가도 된다는 거죠?"

"아니."

이 여자가 장난하나.

"가서 어쩌려고? 디아나님이 집에 안 돌아오신다면서? 어디 계실지 짐작 가는 곳은 있고?"

"아니. 그래도 돌아다니다보면…!"

"디아나님이 당신과 마주할 마음이 없는 이상, 당신이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당신 지고의 대마법사님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말 안 해줘도 그런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후훗. 그런 표정 짓지 마. 말 했잖아? 협력해준다고."

"…왕족이라면 디아나를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설마. 그 분이 작정하고 숨으시면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당신 말대로 그 분이 정말로 당신을 좋아하시는 거라면, 방법이 없지는 않지. 실비아."

영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금까지 구원의 옆에 우두커니 서있던 실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네."

"디아나님의 저택에 사람을 보내서 전해. 지금 이 자가 나한테 불려와 있다고 말이야."

"네."

실비아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어머, 모르겠어? 간단한 얘기야. 디아나님이 정말로 당신에게 신경 쓰고 있으신 거라면, 마냥 숨어계시진 않을 거야. 적어도 당신 상태를 살피기 위해 저택을 엿보기라도 하시겠지. 그런데 숨어서 저택을 확인해보니 당신 모습은 없고, 좀 더 상황을 파악해보니 나한테 붙들려있다고 하잖아. 그럼 디아나님도 행동에 나서지 않겠어? 디아나님이 날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영주의 논리정연한 말에 구원은 그대로 설득당하고 말았다.

…일리 있다. 적어도 내가 마을을 싸돌아다니면서 디아나를 찾는 것 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디아나와 만날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예쁘기만 하고 정신 나간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머리는 돌아가는 모양이다.

하긴,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왕족이라고 해도 이런 곳의 영주가 될 수는 없었겠지.

"이해했어?"

"…네. 그, 감사…."

"좋아. 그럼 벗어."

"뭐어?!"

"뭘 그렇게 놀라? 그럼 이대로 가만히 여기서 지내게 해줄 줄 알았어?"

"아니. 내가 디아나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얘기 들었잖아! 그 얘기를 듣고도…."

"그 얘기를 들었으니까 오히려 더 서둘러야지. 당신이 디아나님이랑 완전히 맺어지면 이제 아예 맛볼 기회가 없어지는 거잖아? 어차피 디아나님 말고도 다른 여자가 더 있다면서? 갑자기 왜 정조를 지키려는 척이야?"

"아니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가 화나서 뛰쳐나갔는데 그 사이에 또 다른 여자랑 섹스하는 건 이상하잖아. 나라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고."

"…그러네. 확실히 그건 그럴 지도 모르겠네."

"휴우. 이해해주는 거지?"

"응. 이해는 했어. 그러니까 벗어."

"아니, 잠깐만! 이해했다면서!"

"그래. 당신 심경은 이해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참을 필요는 없잖아?"

뭐, 뭐 이런 여자가…!

"계속 그렇게 버티고 있을 거면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새, 생각?"

"그래. 디아나님을 찾는데 협력 안 해줄 거야. 아니. 오히려 방해할 거야. 그러니까 선택해. 지금 그 자리에서 벗고 디아나님을 쉽게 찾을지, 아니면 그렇게 안 벗고 버티다가 디아나님을 영영 못 만나게 될지."

"…댁 말이야. 성격 나쁘단 소리 많이 듣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걸? 2순위 왕위 계승권자인 이 펠리시아님 앞에서 당당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으아아악! 결국 말해버렸어! 2순위 왕위 계승권자면 빼도 박도 못하고 공주잖아! 내 공주에 대한 환상이!"

브로큰 판타즘을 직격으로 맞은 구원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절망했다.

"다, 당신 정말로 무례하네. 그것도 왕족모독인 거 알아? 지금 여기 착한 나밖에 없으니까 망정이지 큰일 날 발언이라고."

"시, 실례했습니다. 그만 본심이…."

"…뭐 좋아. 그래서, 어쩔 거야? 벗을 거야? 말 거야?"

"다,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요? 공주님께서 저같이 무례한 남자와 살을 맞댈 필요는…."

"확실히 당신은 무례하지만, 그래도 섹스는 잘 하는 거지?"

남자의 자존심이란 녀석이 방해를 해서, 도저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그래도…."

"좋아. 서비스 왕창 해줄게. 정 디아나님께 들키는 게 무섭다면, 이건 어때? 내가 절정 직전에 당신한테 말 해줄게. 당신은 타이밍을 맞춰서 물건을 빼는 거야. 그럼 레벨 업도 안 할 테고, 디아나님한테 들킬 일도 없지? 잘 선택해. 내가 이렇게까지 서비스해주는 경우 흔치 않다고?"

"…제안은 고마운데, 불가능해요."

"응? 뭐가?"

"그러니까. 저랑 섹스하면서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절정 때마다 일일이 알려주는 게 불가능하다고요."

구원의 말에, 펠리시아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구원을 쳐다봤다.

한동안 그렇게 쳐다보더니 다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구원을 쳐다봤다.

"정말 잘하나봐? 자신감이 대단하네. 그런 말을 하면 더 먹고 싶어지잖아. 그럼 서비스는 없던 걸로 하지 뭐. 자, 그럼 어쩔래? 벗을 거야? 말 거야?"

젠장. 괜한 말을 한 건가.

펠리시아의 눈은 점점 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변해갔다.

"아니, 그래도…."

"벗어. 어차피 당신한테 선택권은 없어. 5초 이내로 안 벗으면, 아까 말했던 협력은 전부 취소할 거야. 디아나님의 저택에는 알리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계속 당신을 여기 가둬둘 거야. 5…4…3…."

젠장. 벗는 수밖에 없는 건가.

확실히 얘가 협력을 안 해주면, 나로선 디아나를 찾을 수단이 막막하다.

미안. 디아나. 이것도 전부 널 만나기 위해서야. 난 이 여자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어! 정말이야!

"2…1…."

"알았어! 벗을게! 벗으면 되잖아! 이 색정광아!"

"새, 색정…! 당신 어떤 의미론 정말 대단하네. 만약 못하기만 해봐. 디아나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이건 뭐건 간에 왕족모독죄로 즉각 처형해 줄 테니까."

"미안하지만 그럴 일 없네요! 난 섹스에 관해선 무적이거든!"

구원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바지를 내렸다.

그렇게 드러난 구원의 물건을 보고, 펠리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야 그거?! 잠깐, 가짜 아니지?"

펠리시아는 재빨리 다가와서 구원의 물건을 잡고 위아래로 훑었다.

우와. 무슨 테크닉이….

"꺄아! 딱딱해! 좋아! 이런 건 처음 봐! 자랑할 수준은 되는 모양이네!"

펠리시아는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당연히 처음 보겠지. 이런 걸 몇 번씩 본 적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내가 놀랄 거다.

그런데 말이야, 말할 때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 얼굴을 보고 말해라.

펠리시아는 그대로 구원의 물건을 쥐고 침대 쪽으로 이끌더니, 구원을 눕혔다.

이미 그 눈은 맛이 가서, 완전히 색욕에 물들어있었다.

침대에 눕혀진 구원의 위로 올라탄 펠리시아는 구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도 내 침실에서 시체 치우긴 싫으니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당신 레벨 100은 넘지?"

"응? 아니. 73인데."

"…에?"

당장이라도 구원의 물건을 삽입하려던 펠리시아의 움직임이 뚝 하고 멈췄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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