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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82화 (16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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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잘 잤어?"

    다음 날 아침. 먼저 일어나서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구원은, 디아나가 일어나자마자 사랑스럽다는 시선을 보내며 인사했다.

    하지만 디아나는 꽁한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겐가?"

    "뭐겠어. 당연히 디아나지."

    "…이 몸도 자네도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네만, 일단 확인하는 걸세. 설마 자네, 어제 그걸로 이 몸이 자네의 여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키스 한다고…."

    구원은 말에, 디아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로 물들었다.

    "이 몸이 언제 키스한다고 그랬나?!"

    으…응? 생각해보니 좋아한다고만 했지, 딱히 키스를 다시 약속하지는 않았다.

    "그, 그래도 날 좋아한다고…."

    "어제 한 말은 전부 무효일세! 무효! 절정에 달할 듯 말 듯한 상태로 계속 희롱하면서 그렇게 괴롭혀놓고, 정말로 이 몸과 진심으로 대화했다고 생각하는 겐가!"

    "디, 디아나? 지, 진정해."

    "애초에 뭔가 어제 그 태도는! 평생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는 대화를 하면서, 여성을 그렇게 가지고 놀아서 제대로 생각도 못하게 만들어?! 그리고는 그 상태로 자기 좋을 대로 구슬린 다음 진심이 통했다?! 장난하나!"

    "아, 아니. 난 그저 네가 조금 더 솔직해지도록…."

    "그러면 아예 자백제를 투여한 다음 대화를 나누지 그랬나! 응?! 더 솔직해지게 말일세!"

    디아나의 격렬한 반응에, 구원은 드디어 디아나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해했다.

    "디아나. 미안 내 생각이 짧았어. 하지만 난 정말로 그런 의도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의도로 그런 게 아니면 뭔가?! 자네 머릿속에는 항상 그 짓 할 생각밖에 없는 겐가?! 게다가 쓸데없이 기술만 좋아져서는 이 몸을 그런, 그런…! 이, 이 몸의 마음도 모르고…!"

    디아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매섭게 뜨고 구원을 노려봤다.

    "…뭘 커지고 있는 겐가? 이 와중에도 자신있는 섹스로 해결을 하려고 하는 겐가!"

    "아니. 잠깐만 기다려. 그런 거 아냐. 네가 위에서 움직이니까 반응한 것뿐이…."

    "시끄럽네! 자네는 근성부터 틀렸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의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혀 아프지 않았고, 하는 행동만 보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저 표정을 보면 절대 흐뭇해하고 있을 수 없었다.

    이건 정말 억울하다. 고자가 아닌 이상 네 명기에 집어넣고 위에서 그렇게 움직이는데 반응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지금 위에 있는 건 디아나니까, 빼고 말하면 되는데.

    게다가 디아나는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말까지 했다.

    "그렇게 아무 여자나 꼬드기려는 태도나! 섹스로 뭐든 해결하려고 드는 태도나!"

    응. 이건 확실히 흘려들을 수 없다.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아무 여자나 막 건드리고 다닌 적은 없다.

    "섹스로 해결하려고 든 건 사과할게. 네 말대로 내 생각이 짧았어.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제일 자신 있는 걸로 해결하려고 했나봐. 하지만, 그래도 하나는 정정해줘. 아무 여자나라니, 난 너랑 사라랑 레이아밖에…!"

    하지만 구원의 발언은 디아나의 화를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

    디아나는 이마에 혈관까지 꿈틀거리며 눈을 파르르 떨었다.

    "호, 호오. 그러신가. 이 몸과 사라양뿐만 아니라, 레이아양까지. 그거 참 자랑이구먼!"

    디아나는 구원의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던 손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디아나의 몸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디, 디아나님? 지금 뭐 하시는…."

    "자네가 했던 것처럼 이 몸도, 가장 자신 있는 걸로 자네를 훈계해주려고 말일세."

    자, 잠깐만! 사라는 그나마 물리 공격이니까 버텼지, 디아나가 마법으로 공격하면 알짤 없이 죽을 거다.

    "디, 디아나님. 이, 일단 화를 가라앉히시고…."

    "이 몸이 어제 앞으로 자네 하는 걸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이 섹스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멈추라고 했을 때, 자네는 어떻게 반응했나? 이 몸 말대로 멈췄나?"

    그, 그런 말을 했었나? 솔직히 중간부턴 너무 신나서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긴 덕분에 잘 기억이….

    "그, 그게…저…."

    "…설마 기억조차 못하는 건 아니겠지?"

    "에, 에헤헤헤."

    "역시 자네는 혼 좀 나봐야 하네!"

    콰앙!

    굉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구원은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는 순간, 몸에 느껴지는 고통보다는 디아나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더 인상에 남았다.

    "어머? 일어났네?"

    다시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들려온 건 사라의 목소리였다.

    "…사라? 여기는…."

    "디아나 방이잖아."

    "디아나 방에서 왜 사라가…그래! 디아나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이 기억 난 구원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여기 없어. 아까 단단히 화가 나서 나가던데? 대체 디아나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아, 아니. 딱히 대단한 말은…. 그냥 난 디아나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했을 뿐이야. 그런데 그 과정이 조금 말이지…."

    "뭘 어쨌는데?"

    "그게…디아나가 계속 화난 상태니까, 조금 솔직해지도록 섹스로…."

    "당신 바보 아냐?!"

    "여, 역시 사라 생각에도 그래?"

    "당연하잖아! 일생일대의 고백을 하면서, 섹스로 정신을 쏙 빼놓고 방심 상태로 만든 다음에 억지로 대답을 들으려고 하다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바보였다니…."

    너무 바보바보 하지 마라. 상처 받잖아.

    그리고 그 바보를 좋아하는 너도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그, 그래도 디아나한테 했던 말들은 전부 진심이었는데. 전부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었다고."

    "그럼 차라리 화난 상태라도 좋으니까 그대로 말하지 그랬어. 당신이 정말 진심이고, 디아나도 당신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알아줬을 텐데. 왜 섹스로 그런…."

    "그거야, 결국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게 그거니까. 무의식적으로 기대버린 것도 있을 거고…. 으아아아!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지? 어때? 디아나 화 많이 난 것 같았어?"

    "응. 그렇게 화난 거 처음 봤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거 아냐? 디아나가 당신한테 마법을 쓴 건 처음이지?"

    "…어쩌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만약 내가 그 대답을 알고 있다고 해도, 알려줄 것 같아? 내 입장에선 당신이 디아나랑 잘 되면 괜히 연적만 늘어나는 건데?"

    "…그렇지. 미안해. 너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짓인데."

    "아, 아니. 사과할 정도는…."

    구원이 솔직하게 사과하자, 사라가 오히려 당황한 눈치였다.

    "기운 내. 난 당신의 밝은 모습이 좋으니까."

    "사, 사라야…!"

    사라의 상냥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그래. 한 번 실패했다고 풀죽어 있는 건 나답지 않다.

    다음부터 같은 실수를 안 하면 되는 거지.

    디아나한테 솔직히 사과하고, 다시 내 진심을 얘기해보자.

    내 착각이 아니라면, 한 번 더 찬스는 있을 거다. 지금까지 디아나와 쌓아올린 감정이, 이 실패 한 번으로 전부 사라질 정도로 얕은 감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사라, 나 다녀올게!"

    "응. 다녀와. 응원은 안 할 거지만."

    말은 저렇게 하지만, 역시 사라는 상냥하다.

    사라에게 용기를 북돋아진 구원은 당장 바네사한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구원."

    "응?"

    "그대로 갈 거야?"

    훗. 하여간 귀엽다니까.

    구원은 사라에게 다가가 가볍게 키스를 했다.

    "다녀올게."

    갑자기 키스를 당한 사라는 멍하니 구원을 바라보다가,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바, 바보! 이런 거 말고, 옷 말이야! 옷!"

    …응?

    구원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알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

    크, 큰일 날 뻔 했네. 하마터면 디아나를 보기 전에 잡혀 들어갈 뻔 했다.

    게다가 착각해서 사라한테는 그런 느끼한 짓을….

    구원은 황급히 옷을 꺼내 입었다.

    "그, 그럼 다녀올게."

    "…응."

    사라와도 살짝 무안해진 상태로, 구원은 바네사에게 향했다.

    사라는 디아나가 화를 내며 나갔다고 했지만, 우리의 만능 집사 바네사라면 디아나의 행방을 알 거다.

    구원은 바네사를 찾아가, 곧장 용건을 말했다.

    "바네사! 디아나 어디 있는지 알아?"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만. 디아나님께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하지만 바네사는 이쪽과 완전히 적대 모드였다.

    "미안. 내가 너무 경솔하게 생각해서 디아나한테 실수를 했어. 그래도 사과하려고 해. 한 번만 도와줘."

    구원이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자, 바네사가 이쪽을 바라보던 시선이 그나마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아마.

    솔직히 얜 너무 포커페이스라 표정을 못 읽겠어.

    "…저도 디아나님이 어디 계시는지 모릅니다. 화가 난 상태로 아무 말도 없이 나가셨습니다."

    젠장. 바네사한테도 아무 말 없이 나간 건가. 이거 정말 단단히 화가 났구나.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구원은 당장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일단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수소문이라도 해보게!"

    "이 도시가 얼마나 넓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차라리 여기서 얌전히 디아나님의 귀가를 기다리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

    바네사는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이 구원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기다려?! 난 지금 조금이라도 빨리 디아나와 얘기가 하고 싶어!"

    구원은 당장 저택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디아나를 수소문해서 찾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지난번에 사라를 같은 방식으로 찾은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혹시나 싶었는데, 현실은 가혹했다.

    사라를 쫓을 때와 다른 점이 너무도 많았다.

    일단 시간.

    시간을 확인해보니, 기절하기 전과 비교해서 벌써 2시간이나 경과한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곧장 뒤를 쫓았던 사라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또 하나.

    그건 바로 디아나가 종적을 감추는 걸 엄청나게 잘한다는 거다. 그 광신도 같은 마법사 협회 사람들에게도 들키지 않고 숨어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디아나가 어디로 향했는지 감추기로 마음먹고 이동했다면,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뭐? 은발 은안에 귀가 긴 유독 아름다운 엘프? 게다가 마법사 로브를 두르고 있을 거라고? 자네 뭐 지고의 대마법사님이라도 찾고 다니나? 크하하하."

    디아나의 외견을 설명하면,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아저씨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고의 대마법사를 떠올리며 폭소할 뿐이었다.

    아오. 썅. 지고의 대마법사 찾는 거 맞거든?!

    그렇게 말해봤자 바보취급 당할 게 뻔하기 때문에, 구원은 아무 말 않고 자리를 뒤로 해야 했다.

    …안되겠다.

    한동안 디아나의 용모를 설명하며 수소문을 해봤지만, 의욕만 앞세워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냥 바네사 말대로 저택에서 얌전히 기다릴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았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수소문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지금, 디아나를 찾기 위해서는 디아나가 과연 집을 나서서 어디로 갔을지 생각을 해봐야한다.

    디아나는 나 때문에 뛰쳐나갔다. 그렇다면 혹시, 나와 뭔가 추억이 있을 만한 곳에 가지는 않았을까?

    자만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거 말고는 딱히 구원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구원은 짐작이 가는 곳을 차례차례 둘러보기로 했다.

    디아나와 처음 만났던 여관. 디아나에게 처음 옷을 사줬던 옷가게. 디아나와 추억이 있는 곳은 꼼꼼히 살펴봤지만, 디아나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역시나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릴 리는 없다는 건가.

    하지만 이곳들을 제외하고 나면, 정말로 짐작 가는 바가 없다.

    난 내가 본 디아나만 알고 있을 뿐이니까.

    나와 만나기 전 디아나가 어디에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때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젠장. 내가 디아나를 이렇게 몰랐나?

    이제는 정말로 짐작 가는 곳이 한 군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구원의 뇌리에 천사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레이아라는 이름을 가진 천사의 얼굴이 말이다.

    그래. 디아나에게 정신이 팔려서 잠깐 신경을 못 썼지만, 지금 급한 불을 꺼야 하는 건 디아나뿐만이 아니다.

    어젯밤에 신전에서 잠을 자러 돌아간 레이아 역시 급한 건 마찬가지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레이아가 요즘 저택에서 잠을 잔 건 나에게 호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었다. 그냥 파티에 애착이 생겨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구원은 레이아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었다.

    사라나 디아나와 잘 되가니까 그냥 자신감 과잉이 된 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간에 구원의 생각이 맞는다고 한다면, 레이아가 신전으로 돌아가서 잠을 잔 건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어차피 디아나는 지금으로선 찾을 방법이 없다.

    디아나는 저택에 돌아왔을 때 차분히 얘기해보도록 하고, 우선은 어디에 있는지 확실한 레이아와 먼저 얘기를 해보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Brokenherat // 여자가 남자보다 고렙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이 특이한 경우지, 다른 남자들은 할 수 있는 횟수가 한정돼있으니까요. 단순히 횟수만 비교해도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고렙은 고렙과 해야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복상사 하지 않을 수준의 레벨만 데려다가 왕창 따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레벨이 저레벨을 대량 학살한다고 해서 경험치가 아예 안들어오는 건 아니죠. 효율이 조금 떨어질 뿐.

    예를들어 고레벨 남자 A가 있다고 칩시다. A는 거의 무조건 자신과 비슷한 레벨대의 여자와 해야 됩니다. 쌀 수 있는 횟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그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레벨을 올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A를 상대하는 비슷한 레벨대의 여자는, A를 상대하고나서 A가 나가떨어져도 다른 남자를 더 상대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A보다 여자가 더 레벨이 높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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