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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그렇게 한동안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빤히 바라보던 구원과 사라는,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부끄럽네.
가슴 한편이 근질근질하다고 해야 할지, 정체모를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젠장. 이런 건 나답지 않아.
그래. 서로 관계를 확실히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딱히 변하는 건 없잖아.
애초에 이렇게 고백하기 전부터 서로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인 행동을 했었는데. 뭘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야.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사라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줬다.
그리고 그대로 들어올려서, 사라를 침대 위로 사뿐히 던졌다.
"그럼 우리 관계를 확실히 한 기념으로, 몸에도 확실히 우리 관계를 새겨두도록 할까."
"자, 잠깐. 구원. 이런 분위기에? 정말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그리고 넌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없는 남자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 여자고."
구원의 말에, 가볍게 항의하려던 사라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훗. 이겼다.
구원은 순식간에 사라를 알몸으로 만들고, 그 음부에 손을 가져다댔다.
"흐응! 바, 바보!"
"그런데 사라."
"왜, 왜?"
"왜 젖어있는 거야?"
"그, 그거야! 구원이 만지니까…!"
"아니. 내가 만지기 전부터 확실히 젖어있었어. 시치미 떼지 말고 솔직히 말해. 왜 젖어있었어?"
하지만 사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손을 뻗어 구원의 물건을 꽉 쥐어왔다.
"그렇게 말하는 구원도 벌써 이렇게 커져 있잖아."
"난 원래 네 벗은 몸만 봐도 서는 변태라 그래. 앗, 그럼 사라도 설마…."
"아, 아니거든?!"
사라는 말로는 구원을 도저히 못 이기겠는지, 구원을 밀치고 그 가랑이 사이에 파고 들고 앉아서 물건을 핥기 시작했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행위에나 집중하라는 무언의 시위인 건가.
하지만 구원은 입을 다물지 않았다.
구원은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뻗어서 사라의 젖어있는 음부를 만지작거렸다.
"야. 솔직히 말해봐. 뭐 땜에 젖었어?"
사라는 대답하는 대신 입을 크게 벌려 구원의 물건을 입 안에 넣었다.
"솔직히 말해봐. 우리 사이에 뭘 창피해하고 그래? 아니면 대답하지 못할 만큼 부끄러운 이유야?"
구원이 그렇게 말하자, 손가락에 닿은 사라의 음부가 움찔하고 떨리는 게 느껴졌다.
"뭐야? 진짜로? 과연 어떤 이유일까…."
구원은 한번 생각해봤다.
포츠에게 복수한 쾌감으로? 일단 이건 아니다. 일단 사라가 그런 거에 희열을 느껴 적시는 성격도 아니고, 사라의 말을 들으면 복수의 쾌감도 거의 없었던 모양이고.
그럼 설마….
"너…내가 케이트랑 하는 거 보고 흥분한 거야?"
전부터 계속 들었던 의혹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살짝 발동을 했던 건가?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질투…!"
"그럼 질투해서 젖은 거야? 그것도 충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라는 구원의 물건에서 입을 떼고 항의하려고 했지만, 구원의 말에 할 말이 없어졌는지 다시 물건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앗, 너 설마 다른 여자를 만들어도 된다고 한 것도…으악. 죄송합니다. 너무 나댔어요. 용서해주세요."
구원은 기세를 타서 사라를 더 놀리려고 했지만, 이내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사라가 이를 세워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물건이 아이언 페니스로 다른 부위보다 방어력이 뛰어나다곤 해도, 사라의 무식한 공격력까지 막아낼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물건을 건 도박을 할 생각은 없다.
구원이 조용히 하자 사라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구원의 물건을 몇 번 더 쪽쪽 빨더니, 몸을 일으켜서 음부를 구원의 물건에 맞댔다.
"조용히 하고. 행위에나 집중해. 내 몸에도 우리 관계를 확실히 새기는 거지?"
"그야 당연하지."
구원은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거세게 허리를 올려붙였다.
"하응! 구원! 구원! 좋아! 좋아해!"
"그렇게만 말하면 잘 모르겠는데. 뭐가 좋다는 거야? 내가? 아니면 나랑 하는 섹스가?"
"둘 다! 당신이라면, 당신과 하는 거라면 전부 다 좋아!"
구원의 짓궂은 질문에, 사라는 허리를 흔들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해버리면 또 내가 부끄러워져 버리네.
구원은 사라의 솔직한 태도에 더 놀릴 생각을 못하고, 그냥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라가 구원이 그러도록 놔두지 않았다.
"구원 당신은? 당신은 어떤데?"
"그, 그야 나도…."
"안 돼. 제대로. 나처럼 확실히 말해줘. 확실히 몸에 새겨주는 거지?"
어, 어라? 왜 갑자기 공수가 역전….
"구원!"
"그래! 좋아한다! 나도 너랑 하는 거면 전부 다 좋아!"
구원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쳤다.
으아아. 부끄러워 죽고 싶다. 얜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거지?
구원의 말이 만족스러웠는지, 사라는 상체를 기울여 구원의 머리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좀 더. 좀 더 들려줘. 좀 더 새겨줘. 날 당신만의 여자로 만들어줘."
구원과 사라는 거칠게 서로를 탐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많은 일이 있었던 밤이다.
구원과 사라가 맺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디아나와 레이아가 일어날 시간이 됐다.
아쉽지만 할 수 없지.
이제 이렇게 이어진 이상, 어차피 시간은 말 그대로 평생 있다.
너무 조급하지 말고 느긋하게 즐기자.
"사라 슬슬…."
"응. 마지막. 마지막으로 하응! 한 번 더…. 하으으으읏!"
사라는 구원의 위에서 물건을 뽑아낼 기세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더니, 몸을 떨며 구원의 몸 위로 쓰러졌다.
동시에 구원도 사라의 안에 다시 한 번 사정했다.
구원의 몸 위에서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의 여운을 느끼던 사라는, 마치 심장소리를 듣는 것처럼 얼굴을 구원의 가슴에 대고 손가락으로 구원의 가슴에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어."
"걱정 마. 지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평생에 걸쳐서 계속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줄게."
"후훗.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그 사이에 너한테 물들었나보지. 왜 싫어?"
사실 지금은 분위기를 타서 아무렇지 않지만, 또 나중에 기억해내면 이불킥을 할지도 모른다. 뭐, 그땐 그때지.
"아니. 엄청 좋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구원의 가슴에 뺨을 부비부비 문질러댔다.
사라와 대화를 하면서, 구원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아까까지 섹스에 빠져서 신경을 못 썼는데….
"그런데 사라.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뭔데?"
"…너 왜 반말이냐?"
그랬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사라가 계속 반말을 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구원이 그러라고 했잖아?"
뭐? 내가 그랬다고? 대체 언제?
"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걸. 구원이 친애의 증거로 서로 반말하자고 한 거."
으…응? 서로? 그럼 나도? 아니, 내가 반말 한 건 처음 만났…아.
"기억났어?"
"어…응. 너 기억력 엄청 좋네."
"당신과 있었던 일이라면, 전부 기억하고 있어."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때라면, 사라도 나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을 때였다. 진짜 잘도 기억하고 있네.
"그래서, 내가 반말하는 거 싫어?"
"아니. 괜찮아. 내가 하라고 한 건데 뭐. 근데 조금 어색하네. 연하한테 반말을 들어서 그런가?"
"풋. 뭐야? 그럼 오빠라고 해줄까?"
사라는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했지만, 오빠라는 그 단어는 구원의 심금을 울렸다.
오빠…좋은 울림이다.
"응."
구원이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정작 말을 꺼낸 사라가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혔다.
"사, 상황 봐서. 가끔 생각나면 불러줄게."
"그래…."
구원이 풀죽은 표정을 짓자, 사라가 당황한 듯 허둥댔다.
그리고는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방안을 휙휙 둘러보더니, 부끄러운 목소리로 조용하게 말했다.
"왜, 왜 그런 걸로 풀이 죽는 건데. 그…오, 오빠…."
"풀 안 죽었어! 나 완전 기운 넘쳐!"
"꺅! 아, 안에서 또 커졌어! 시간 없다면서!"
"그러니까 얼른 끝내야지."
"잠, 정말로, 흐앙!"
결국 디아나가 뭐하고 있는 거냐고 문을 쾅쾅 두드릴 때까지, 구원은 사라와 계속해서 관계를 맺었다.
"정말로 자네들은 믿을 수가 없군! 조금 강해졌다고 정신이 헤이해진 것 아닌가?!"
식사를 하면서 디아나는 구원을 향해 엄청나게 화를 냈다. 레이아의 시선도 그리 곱지는 못했다.
"미안해. 간밤에 잠을 못 자서 그래."
"그, 그,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하는 건가! 간밤에 둘이서 잠을 못잔 게 지금 자랑이라고…!"
"아, 아니야. 오해하지 마. 그런 거 아니야. 밤에 사건이 일어났었단 말이야."
"사건이요? 무슨 일 있었나요?"
"그래. 실은 포츠가 죽었어."
"네에?!"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치정 싸움으로 자살했대. 우린 옆방이라 소리가 들려서 말이야.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까 그냥 지나칠 수도 없잖아? 놀란 케이트를 달래주고 하느라 밤을 지새웠다고."
디아나와 레이아에게 우리가 복수를 했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구원은 그렇게 얼버무렸다.
아예 포츠가 죽었다고 밝히지 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그러면 또 케이트를 저택에 들일 작업도 해야 하니, 그냥 밝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아무튼 그래서 케이트가 갈 데가 없어진 것 같아서 말이야. 어차피 걔도 마법사니까 우리 저택에서 다른 마법사 협회 애들이랑 지내게 하면 어떨까 하는데. 디아나. 힘 좀 써줄 수 있겠어?"
"음? 저택에서 다른 이들과 잘 지내도록 말인가? 아니. 이 몸이 나서는 건 역효과일세. 오히려 시샘을 한 몸에 받고 견디지 못할 테지. 어차피 그냥 아는 사이 정도 아닌가? 자네가 그렇게까지 신경써줄 필요는 없을 텐데?"
"그래도 불쌍하잖아."
"자네가 언제부터 그런…아니. 잠깐. 자네 설마 그 케이트란 여자를…."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사라도 같이 있었다니까. 그렇지? 사라?"
"응. 괜찮아요. 디아나. 걱정할 거 없어요."
"음? 사라양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찝찝한 얼굴이었다.
"아무튼 디아나가 안 된다면, 내가 직접 잘 지내달라고 말해볼 수밖에 없겠네."
"음? 자네가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애들이 자네 말을 들을 리가…."
"걱정 마. 방법이 있거든."
아주 걔들이 껌뻑 죽을 딜을 하면, 걔들도 들어줄 거다.
"아무튼 그런 고로. 오늘 사냥은 중지다. 일단 위로 올라가자고."
"응.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요즘 너무 사냥만 했으니까. 가끔은 휴식도 취해줘야지."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사라의 말에, 디아나와 레이아가 움찔하고 반응했다.
"저…사라씨? 지금 그 말투는…."
"네? 뭐가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레이아는 뭔가 물어보려고 했지만, 사라의 태연한 반응에 입을 다물었다.
물어보고 싶지만, 한편으론 묻기 두렵다는 표정이었다.
"뭐, 신기하긴 하네. 그 사라가 사냥을…."
거기까지 말하던 구원은,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지금까지 계속, 사라가 사냥을 열심히 하는 건 용사의 사명감 때문에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서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용사는 너무 정석적인 스토리잖아?
그런데 사라는 말했다. 포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고향을 나선 거라고.
…어라? 그럼 마왕은?
젠장. 내가 왜 이걸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한 거지?
"구원? 왜 그래?"
"아…응. 얘들아. 나 좀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지금 이 세계에 마왕은 있는 거지?"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건가. 마왕이라니."
"동화책 얘기라도 하시는 건가요?"
"잠깐만. 진짜로? 농담 아니라? 그, 그래. 디아나. 혹시 네가 옛날에 용사와 함께 봉인한 마왕 같은 거…."
"그러니까 그런 거 없네. 무슨 소리인가. 마왕이라니."
혹시나 싶어 옛날이야기까지 물고 늘어져봤지만, 디아나는 그런 거 없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그럼 난…지금까지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던전을 다니면서 그 고생을….
아니, 원래 마왕을 잡으려는 것도 사라를 돕기 위해서였고, 포츠를 처리한 걸로 사라를 돕는다는 목적 자체는 이뤘으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건….
지금까지 모험가로서 열심히 던전을 다닌 게 전부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하니 허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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