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72화 (156/1,205)
  • 172====================

    복수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방을 나선 구원의 눈에 처음 들어온 건, 구원의 방문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케이트였다.

    "구, 구원씨? 없나요?"

    케이트는 상당히 애타는 목소리로 구원을 부르며 방문을 두드렸다.

    나 오늘 거기에서 안 잤어.

    그런가. 그걸 모르는 케이트는, 구원이 의도적으로 안 나오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너 거기서 뭐하냐?"

    "앗, 구, 구원씨!"

    등 뒤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케이트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앗, 그, 어젠 다른 방에서 잤나보네요."

    "응.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네. 어제 일 말인데요. 당신을 따라가지 않았어도 괜찮았던 게 맞는 거죠?"

    "응. 맞아. 어때? 포츠가 뭐라고 하지 않든?"

    "그야 뭐라고 했죠. 그렇게 대놓고 눈빛을 보냈으니까요. 전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 뗐어요."

    "좋아. 잘했어."

    "앞으로 구체적으론 어떻게 할 셈인 건가요? 협력하고 있는 이상, 저도 더 정확한 계획을 알고 싶은데요."

    "그렇네. 간단히 말하면 떨궜다 올리고 다시 떨구기 작전이야."

    "네? 뭔가요, 그게?"

    "우선 포츠가 널 의심하게 만드는 거야. 서서히 조금씩 단서를 주면서.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주지 않는 거지. 어디까지나 포츠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오해하게. 그렇게 점점 말려들면서 놈의 피가 점점 말라갈 때, 내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려고 해. 그렇게 붕괴 직전이었던 둘의 사이는 원상복구. 아니 그 이상으로 진전! 해피엔딩! 이라고 놈이 생각했을 때 다시 철저히 지옥으로 떨구는 거지."

    "……당신 진짜로 성격 나쁘네요."

    "뭘. 놈이 한 짓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이 얼굴을 내민 건 안 좋았던 거 아닌가요? 당신이 중간다리가 되어준다면서요?"

    "물론 다른 놈이 그 역할을 맡는 게 좋았겠지만, 딱히 맡길 놈도 없었고 말이야. 어차피 그 정도론 크게 의심 안 할 테니까. 앞으론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방향으로 놈의 신경을 긁는 수밖에."

    "그렇군요. 그게 좋겠어요."

    "아무튼 그 얘기를 하려고 온 거야? 다른 용무는 없고?"

    얘기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거다.

    다른 용무가 없을 리가 없지.

    "아, 네. 뭐, 그렇죠."

    하지만 케이트는 내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건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아침부터 또 케이트와 한 판 해야 되나 체념하고 있었던 나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물론 그런 약속이니까 케이트가 원하면 해주겠지만 말이야.

    "그래. 그럼 확인했으니 됐네. 잘 가."

    구원은 케이트의 마음이 변할 새라,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식당으로 돌렸다.

    "앗…."

    케이트는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구원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진 이후였다.

    그리고 그날 구원이 사냥을 마치고 오자마자, 포츠와 함께 식당 테이블에 앉아있던 케이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구원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짓을 했다.

    아무리 포츠 자리에서 안 보이는 쪽 손이라고 해도, 저렇게 파닥대면 옆에 있는 포츠한테 들킬 것 같은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케이트는 다급한 모양이었다.

    구원은 느긋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화장실로 꺾이는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등 뒤에서 케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요!"

    "뭐야. 그렇게 큰 소리로. 식당까지 들리겠네."

    "지금 해요!"

    "야. 너 너무 대놓고 그러는 거 아니냐? 전에 계획 얘기해줬잖아. 어디까지나 결정적인 증거는 남기지 않고…."

    "그런 거 관계없이 전 지금 당신이랑 하고 싶다고요!"

    …그러냐.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여기서 해도 절대 포츠한테 안 들킬 자신 있지?"

    "걱정 마요. 그 바보 남자. 오히려 이 정도는 해야 조금은 의심을 할 정도예요."

    뭐, 나보다 놈과 오래 알고지낸 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냉정한 판단으론 안 보였지만, 얘도 포츠한테 들키면 그날로 나와의 관계는 끝이란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결국 나는 스킬을 풀로 사용하여 짧은 시간 안에 케이트를 철저히 느끼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디아나에게만 전념하고 난 다음 날 아침.

    식당에 있던 포츠와 케이트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일단 둘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평소에는 찰떡같이 붙어있던 둘이 서로 마주 보며 앉아있었고, 포츠의 시끄러운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케이트는 케이트 대로 화난 표정을 짓고 있고, 포츠는 포츠대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짐작컨대 그런 거겠지. 드디어 포츠가 케이트의 바람을 의심했지만, 케이트는 오히려 자기가 화를 내면서 부정했다.

    케이트만큼은 정말로 좋아하는 포츠는, 의심을 하면서도 케이트에게 기가 눌려서 제대로 자기 발언을 못하고 있는 거다.

    좋아. 잘하고 있어. 케이트. 바로 그거야.

    둘만 있었다면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다.

    아니. 저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짜증내고 있는 건가.

    어차피 케이트는 포츠를 진심으로 싫어하게 됐으니까 말이야.

    강간마에 살인범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식었던 감정은, 나와의 관계를 거듭하면서 증오에 가까운 감정으로까지 변해갔다.

    아마 날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건, 케이트가 정말로 포츠를 싫어하게 됐다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 레이아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구원은 다시 천장을 탔다.

    참고로 레이아는 요즘 갑자기 구미호로 변해도 제대로 의식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라, 같이 씻지 못하게 됐다.

    같이 씻으면 구원부터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곳저곳 애무해버리니 말이다.

    레이아의 알몸이 눈앞에 두고, 심지어 직접 손에 거품 칠을 하고 씻어주면서 애무까지 발전을 안 할 남자가 어디 있을까? 적어도 정상적인 남자라면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레이아와는 아예 같이 씻지 않고 있다.

    슬프지만, 레이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을 위해선 데 이 정도쯤이야.

    그리고 옆방에선 또 포츠가 케이트의 위에 올라가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처럼 성자란 직업으로 버프를 받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매일같이 해대는 걸 보면, 확실히 여기에 다닐 수준으로 레벨을 올린 모험가답게 정력은 어느 정도 되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요즘 나와 빈번하게 관계를 맺는 케이트를 만족시켜줄 수준은 안 되겠지만.

    게다가….

    "좀 제대로 못해? 진짜 요즘 왜 그래? 모험가가 아닌 남자도 이거보단 잘 하겠다!"

    "뭐! 케이트! 그건 아니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요즘 계속 딴 남자 언급이나 하고! 너 진짜 바람피우는 거 아니지?!"

    "뭐?! 당신 의처증까지 있어?! 아니. 내가 당신 아내도 아니니까 더 최악이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당신 만나기 전까지 아무하고도 안 잤을 것 같아?! 당신이랑 처음 할 때, 나 처녀였어?! 아니지?!"

    "그, 그건…!"

    "애초에 말이야! 포츠 당신이 바람피우니까 지금 날 그렇게 몰아붙이는 거 아냐?! 자기 양심의 가책을 줄이려고?!"

    "뭐어?! 케이트! 너 내가 그런 남자로 보여?!"

    "그럼 당신은 내가 그런 여자로 보인다는 말이야?!"

    우와. 연기 박력 죽이네. 케이트야. 너 진짜로 배우해도 되겠다.

    "그, 그건…!"

    "흥! 식었어! 잘 하지도 못하는 게 의심까지! 빼!"

    "자, 잠깐 케이트…!"

    거기까지만 보고, 구원은 다시 자신의 침실로 돌아왔다.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케이트에게 협력을 요청한 건 정답이었어.

    그런 흡족한 생각을 하면서, 구원은 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온 레이아를 껴안았다.

    으음. 이 부드러운 감촉. 역시 최고야.

    레이아를 껴안고 숙면을 취한 다음 날 아침에 방을 나서자, 또 다시 케이트가 문 앞에 서있었다.

    케이트는 구원을 살짝 노려보더니, 예상 외의 말을 중얼거렸다.

    "당신 설마 훔쳐보기 같은 취미도 있나요?"

    "무, 무슨 소리야?"

    "어젯밤, 봤죠?"

    "그, 그걸 어떻게?"

    "포츠를 절망에 빠뜨리는데 그렇게 열심인 당신이, 정작 포츠의 상태 보고는 전부 저한테 전해 듣기만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 안을 꼼꼼히 살펴봤더니 천장에…."

    진짜냐. 난 케이트한테 들킨 것도 몰랐는데.

    "포츠는 모르지?"

    "당연하잖아요. 그런 둔감 쓰레기가 알 리가 없죠."

    어제 포츠와 싸우던 연기의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건지 케이트의 입은 어느 때보다도 더 험악했다.

    "휴우. 미안. 미안. 네 말대로 스스로 진행상황을 파악해놓고 싶어서 말이야."

    "적어도 협력하는 저한텐 미리 말해줬어도 되잖아요?"

    "깜빡했지 뭐야. 미안해."

    "뭐, 됐어요. 그런 것보다…한 번 하죠?"

    "응? 급한가봐?"

    "당연하잖아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이거 봐요."

    케이트는 자신의 스커트를 확 걷어 올렸다.

    케이트의 스커트 안은 대단했다. 이미 팬티는 예전에 그 기능을 상실하여 안쪽 모습을 투명하게 비춰주고 있었고, 거기서 흘러나온 액체는 허벅지를 타고 종아리까지 흘러내려온 상황이었다.

    그나마 포츠와 제대로 했으면 이정도까진 안 됐겠지만, 어제 포츠와 어중간하게 끝난 게 케이트를 이런 상황까지 몰아넣었나보다.

    "우와. 잘도 참았네. 날 위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어차피 이렇게 참은 다음 하면 더 기분 좋기도 하고."

    얘 진짜 섹스 좋아하는구나.

    혹시 내가 각성시킨 거 아니겠지?

    아무튼 구원은 케이트를 데리고 사라의 방으로 향했다.

    전처럼 사라가 숨을 걸 확인한 후 케이트를 방 안으로 들인 구원은, 삽입하고 허리를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케이트를 간단히 절정에 달하게 만들었다.

    "하아…어째서 이렇게….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도…."

    아무리 흥분했다지만 너무 간단하게 절정에 달해버리자, 케이트는 허망한 표정이었다.

    그 이후로도 구원은 허리를 몇 번 더 흔들어서 케이트를 몇 번이나 절정하게 만들었다.

    "후우. 이걸로 됐지? 그럼…아, 아니다. 어제 모습을 보니 슬슬 일을 더 진행 시켜도 될 것 같아. 그렇군…오늘 밤에 내가 이렇게 네 방문을 두드릴 거야. 이 노크 소리가 들리면 방에서 빠져나와. 알겠지?"

    구원은 바닥을 독특한 리듬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진행시킨다니…또 이상한 타이밍에 부르려는 건 아니죠?"

    "어떻게 알았어? 미리 변명 준비해놔."

    "하아…알았어요."

    케이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에 할 거란 말과, 시험할 거란 말. 그걸로 구원이 어떤 타이밍에 방문을 두드릴 건지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겠지.

    오늘은 사라의 차례이기 때문에, 밤에 일을 벌이기에 딱 좋은 날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포츠와 케이트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거다.

    그리고 그날 밤.

    구원은 천장을 뜯고 포츠와 케이트의 방 안을 엿봤다.

    "케이트. 오늘도…."

    "뭐어? 당신…."

    어젯밤에 화냈던 걸 아직도 풀어주지 못했는지 케이트는 포츠에게 대놓고 안기기 싫단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포츠는 굴하지 않았다.

    "어젠 내가 잘못했다니까. 괜한 의심을 했어. 사과 할 테니까. 응? 자, 이리 와봐."

    "흥…."

    포츠가 필사적으로 다독여도, 케이트는 완강히 관계를 거부하면서 계속해서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그런가. 내가 신호를 보낸다고 했으니까 타이밍을 재고 있는 건가.

    미안. 케이트 네가 포츠에게 안기기 전까지 문을 두드릴 생각은 없어. 그게 더 극적이잖아?

    그리고 결국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노크 소리가 들리지 않자, 케이트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포츠에게 안기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포츠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을 때, 구원은 천장을 내려왔다.

    포츠가 싸기 전에 얼른 가지 않으면.

    황급히 포츠의 방문 앞으로 달려간 구원은 아까 케이트에게 알려줬던 박자대로 문을 쾅쾅 두드렸다.

    "씨발! 뭐야!"

    싸기 직전에 방해를 받아 상당히 열 받은 건지, 포츠가 욕설을 내뱉으며 방문을 열었다.

    물론 구원은 문이 열리기 전에 암살자 스킬을 발동해서 기척을 죽이고 숨었다.

    또 다시 얼굴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얼마 후, 케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진짜로 나왔네?"

    "다, 당신이 불렀잖아요?!"

    "뭐, 일단 오라고."

    구원은 케이트를 방으로 데려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라는 옷장에 숨어있다.

    "포츠한텐 뭐라고 하고 나왔어?"

    "뭐라고 하긴요. 또 싸우고 나왔어요."

    "그렇군. 좋아. 그럼 다시 돌아가."

    "뭐, 뭐라고요?"

    "응? 왜? 더 볼일 있어? 난 그냥 이런 때까지 나가버리는 널 보고 포츠의 의심을 증폭시키려고 했을 뿐이니까, 이미 목적은 달성했는데."

    구원의 말에 케이트는 황당한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왜? 안 가? 혹시…여기 남아서 나랑 하고 싶어?"

    과연 그건 포츠한테 백 프로 들킬 테니까 이왕이면 삼가고 싶은데.

    아슬아슬할 때까지만 몰리고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안 주는 게 내 계획이라고.

    "이…!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고, 어쩔 수 없지.

    뭐, 금방 보내고 제대로 닦으면 안 들키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토므스크 // 레이아가 맞습니다. 그 전편에 사라와 한 건 식사 전이었고, 그날 차례는 레이아였으니까 밤은 레이아와 보냈죠. 중간 과정이 생략되서 혼란을 드린 모양이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