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69화 (153/1,205)
  • 169====================

    복수

    하지만 구원에게 상황을 수습할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포츠라는 이름의 기회가 말이다.

    "뭐가 이렇게 소란스럽나 했더니. 뭐냐 구원. 또 너야? 하여간 능력이 안 되면 고생하…."

    "꺼져요."

    "네, 넵!"

    구원일행이 소란피우는 걸 보고 주제넘게 참견하려던 포츠는 사라의 살벌한 목소리를 듣고 바로 찌그러졌다.

    사라는 진짜로 저 놈을 죽이고 싶어 하다 보니, 목소리에 담긴 살기가 장난 아니었으니 말이지. 아무리 눈치 없는 포츠라도 저런 살기를 받고 나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낄 때 안 낄 때 구분하게."

    "그쪽보단 우리 구원씨가 훨씬 더 능력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뒤이어 우리 여성진의 집중 포화까지 이어졌다.

    사라야 바로 험한 말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 천사님마저 얼굴 몇 번 본 게 전부인 포츠한테 가차 없었다.

    그리고 구원은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포츠에게 말을 걸었다.

    어차피 이 멍청한 놈은 말을 걸면 또 바로 나대줄 거다.

    내부의 다툼을 진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에 공동의 적을 만드는 거지.

    "넌 위로 올라간다면서 왜 아직 안가고 여기 있냐?"

    "좀 더 여기 있기로 했다. 우리 마음씨 착한 케이트가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줘서 말이야."

    포츠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케이트의 허리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

    정작 그 케이트는 그런 포츠가 불편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구원을 힐끔 바라봤다.

    과연. 그런 건가. 주머니 사정말이지….

    협력하기로 약속을 한지 얼마나 됐다고, 케이트는 벌써부터 한 건 제대로 해주신 모양이다.

    "역시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 저런 무서…."

    포츠는 중간에 사라의 눈치를 살피고 하던 말을 삼켰다.

    후드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어서 사라의 얼굴은 코 아랫부분 정도밖에 안보이지만, 녀석도 명색이 모험가. 저렇게 강렬한 살기는 느낄 수 있나보다.

    그런데 그 잘 만났다는 네 여자, 지금 입고 있는 속옷이 다른 남자로 인해 흠뻑 젖어있는데 말이지.

    갈아입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묘하게 가랑이를 모으고 있는 불편한 자세를 보니 그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그리고 포츠의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았는지, 레이아가 갑자기 구원의 팔에 팔짱을 껴왔다.

    구원을 올려다보는 레이아의 표정을 보고, 구원은 직감적으로 정답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다시없을 절호의 찬스야!

    나머지 팔로 사라와 디아나를 한꺼번에 껴안아 끌어당기고는, 구원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여자들은 참 잘 만났어."

    "구원씨…."

    역시 구원의 행동은 정답이었다.

    레이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의 팔에 더더욱 밀착해왔다.

    구원도 행복해졌다.

    결코 팔에 느껴지는 훌륭한 감촉 때문만이 아니다. 저 미소만 봐도 난 얼마든지 행복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이 훌륭한 감촉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무척 필요하다. 살아가는 활력소가 된다. 사랑합니다, 레이아 누님.

    "여자들 말이죠…."

    "으, 으음. 이 몸이 좋은 여자이긴 하지. 언제부터 자네 여자가 됐는지는 모르겠네만 말일세."

    사라와 디아나는 살짝 불평을 했지만, 그래도 구원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크윽. 그, 그래봤자 우리 케이트가 최고다!"

    구원이 여자 셋을 끼고 승리자의 미소를 짓자, 포츠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케이트를 더 꽉 끌어안았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걔 나 때문에 속옷 흠뻑 적시고 있다니까.

    "훗. 그러냐."

    구원은 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한 번 껴주고 여관을 나섰다.

    멍청한 녀석. 케이트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뭐, 내 위기를 구해준 건 감사하도록 하지.

    물론 그렇다고 네 과거를 용서해 줄 건 아니지만 말이다.

    개미굴에서 사냥을 하고 오고 나서, 구원은 곧바로 다음 작전을 개시하려고 했다.

    사냥을 빨리 마치고 오다보니, 여관에 도착했을 때 바로 식사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그래서 각자 자유 시간을 조금 즐기게 됐다.

    물론 구원은 그 시간을 이용해 케이트와 좀 더 작전을 진행시키려고 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사라가 찾아왔다.

    "구원. 지금부터 그 여자를 만나는 거죠?"

    "으, 응? 응. 물론 하고 나서 너한테도 말하려고 했어."

    구원은 찔리는 것도 없는데 괜히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공인된 거라고 해도, 이렇게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선언하는 건 역시 어색했다.

    심지어 상대는 서로 제대로 말만 안했다 뿐이지 거의 사귀는 거나 다름없는 사라니까 말이다.

    "알아요. 믿어요. 그런데 어디서 할 셈이죠?"

    "응? 뭘?"

    "뭐겠어요. 그 여자를 어디서 안을 거냐고요. 전처럼 또 화장실에서 할 건 아니잖아요?"

    "그야 물론 방을 하나 더 잡아서…."

    "제 방에서 하세요."

    "응. 네? 뭐, 뭐라고요?"

    구원은 당황해서 그만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제 방에서 하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 여자와 관계를 맺을 땐 제 방을 이용하세요. 걱정 마세요. 문에 열쇠를 집어넣는 소리가 들리면 전 알아서 숨을 테니까요."

    아니. 그 말은 즉, 훔쳐보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거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왜요? 어차피 저한테 보고할 거니까, 처음부터 제가 지켜봐도 문제될 거 없잖아요? 아님 뭔가요? 저한테는 말 못할 행위라도 할 생각인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너 전에 울었잖아."

    "그, 그건…괜찮아요. 이번엔 참을 수 있어요."

    참을 거면 애초에 안보는 게 낫지 않냐?

    그런 말이 목구멍 안쪽을 맴돌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사라의 열기가 느껴지는 시선을 보아하니, 저 고집을 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알았어."

    구원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포츠를 찾아갔다.

    식당에서 녀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지만, 꽤나 사냥하는 시간이 짧은 모양이니 이 시간엔 돌아와 있을 거다.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면 좋을 텐데.

    다행이도 녀석은 방에 있었다.

    "누구세…앗."

    구원이 포츠의 방문을 두드리자, 케이트가 문을 열어줬다.

    "응? 구원? 무슨 일이냐?"

    포츠는 막 씻고 나온 건지,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르고 방 안에 서있었다.

    사내놈의 몸 따위에 흥미가 없는 구원은 얼른 시선을 돌려 케이트를 쳐다봤다.

    "응? 너희가 왜…아. 방 잘못 찾았다. 옆방에 가려고 했는데."

    구원은 그렇게 능청을 떨면서 케이트를 바라보며 미묘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케이트도 구원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멍청한 포츠는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구원이 당황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린 걸로 보인 모양이다.

    저렇게 둔해서야. 내 계획대로 케이트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네.

    "멍청하기는. 문 앞에 숫자는 안 보이냐."

    글쎄. 과연 멍청한 게 누굴까.

    "미안. 미안. 일 봐라."

    구원은 그렇게 말하고 옆방으로 향했다.

    물론 가는 척만 한 거다. 방문이 닫히고도 복도에 서서 기다리고 있자, 곧 케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일인가요?"

    "그래. 가자."

    아까 방에선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주제에, 이렇게 밖으로 나온 케이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에게 다가왔다.

    구원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사라의 방으로 케이트를 데리고 갔다.

    방에는 이미 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처럼 옷장에라도 숨어있는 걸까?

    "하지만 왜 이 시간에 하는 건가요? 뭔가 의미라도 있는 건가요?"

    케이트는 의아한 눈빛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너 아직 포츠랑 하기 전일 거 아냐? 아니 그 모습을 보면 바로 직전이었나. 그런 때에 네가 갑자기 방을 빠져나오면, 그 포츠도 뭔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물론 이번엔 그렇게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은 없지만, 이런 사소한 의심에서부터 사이가 뒤틀리는 법이지."

    "당신도 꽤나 성격이 나쁘시네요."

    "후하핫. 그런 말 해봤자 나한텐 아무런 타격도 없다. 사실이니까."

    "인정하는 건 가요…."

    "뭐, 농담은 그만하고. 놈을 지옥에 빠뜨리기 위해서라면 더 한 짓도 해보이겠어. 놈은 그 정도 죄를 지은 거니까."

    내가 이번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케이트가 뭔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넌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대충 포츠와 계속 애인인 척만 해주고 있으면, 나머지 계획은 내가 다 알아서 진행할 테니까. 그러니까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구원은 말을 하면서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그렇게 바라던 쾌락이나 충분히 느끼라고. 그걸 위해서 나한테 협력하고 있는 거잖아?"

    빳빳이 선 구원의 물건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쳐다보던 케이트는, 이내 결심을 한 듯 무릎을 꿇고 앉아서 구원의 물건을 입에 담았다.

    "응? 뭐야? 이러면 나만 만족하잖아. 넌 필요 없어?"

    "…아침엔 저만 만족했으니까요. 일단 한 번은 당신부터…."

    "그 말은 즉, 한 번으로 끝낼 생각 없다는 얘기인가. 그거 무서운데?"

    구원의 너스레에 케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구원의 눈에서 물건 쪽으로 옮기고, 혀를 움직이는 일에 열중할 뿐이었다.

    구원은 그런 케이트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에 집중했다.

    역시 경험이 많은 건지, 꽤나 빠는 게 능숙했다.

    다만 한 가지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었다.

    "이왕 입으로 해줄 거면 끝까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케이트는 뿌리까지 제대로 빨아주지 않았다.

    사라가 해줄 때는 사라의 경험도 별로 없는데다가, 입으로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 그렇게 무리하게 끝까지 삼켜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꽤나 풍부할 케이트가 제대로 하지 않는 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구원의 말에 케이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걸 끝까지요?"

    "응? 왜? 포츠 상대로 많이 해봤을 거 아냐."

    포츠의 이름이 나오자 케이트의 표정에 살짝 구겨졌다. 이제는 혐오감까지 가지게 된 건가.

    뭐, 착한 줄 알았던 남자친구가 실은 강간마에 살인범이란 걸 알게됐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인가.

    구원이 허리를 한 번 내밀자 다시 물건 쪽에 집중했다.

    "그, 그래도 이런 건 처음이란 말이에요?"

    "이런 거라니?"

    "이렇게 큰 거 말이에요."

    케이트의 말에 구원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 알아서 포츠와 비교할 떡밥을 막 던져주네.

    "포츠랑 그렇게 차이나?"

    "그, 그건…당연하잖아요! 굳이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누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라고요."

    케이트는 포츠의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엮는 기분이 들어서 싫었던 건지, 표정을 구기면서 굳이 그런 말을 했다.

    "싫은 건 알겠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포츠와 비교해줘. 익숙해져야지 나중에 포츠 앞에서 제대로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연습한다는 기분으로."

    "하아…이것도 협력의 일종이란 건가요."

    "뭐, 그런 거지."

    "좋아요. 알았어요. 커요! 당신께 훨씬 더 커요! 이렇게 큰 건 다 못 삼키겠다고요!"

    "누구 거랑 비교해서 크단 거야?"

    "그, 그러니까…포, 포츠보다…."

    포츠의 이름을 말하는 것 만으로도 구겨지는 이 표정.

    게다가 내 물건이 훨씬 우월하다는 선언까지.

    정말로 포츠가 여기 없는 게 아쉽기 그지없었다.

    "그런가. 포츠보다 내 게 훨씬 더 큰가. 역시 큰 게 더 좋은 거야?"

    "계속하는 건가요?"

    "응. 이왕이면 포츠가 봤을 때 더 충격 받을 수 있도록 연기까지 섞어주면 금상첨화겠는데?"

    "하아…설마 복수는 핑계고 그런 성벽인 건 아니겠죠? 이러고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알아서 해요. 그, 그건…사람마다 달라요. 크면 아프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말하면서, 케이트는 제대로 연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뭐야. 잘 하잖아. 배우가 될 소질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일반적인 여자들 얘길 묻는 게 아니잖아. 넌 어떤데?"

    "저, 저는 적당한 크기가…."

    포츠가 충격을 받기 위한 행동. 즉, 케이트는 포츠를 여전히 좋아한다는 느낌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잘 알고 있잖아.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답을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이라니.

    구원도 정말로 포츠가 앞에서 보고 있다는 기분으로 연기를 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계속 이렇게 대답을 피하게 놔둬선 안 되지.

    그럼 어쩌면 좋을까…좋아. 주관식 질문에 회피한다면, 객관식으로 물어보면 된다. 무조건 한 가지 답을 고를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 잘 모르겠는데. 그럼 내 거랑 포츠 것 중 어느 쪽이 더 케이트한테 적당한 크기인데?"

    "그, 그건…."

    구원이 도주로를 완전히 차단하자, 케이트는 제대로 당황한 표정을 지어줬다.

    하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굳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케이트는 순순히 대답을 해줄 생각이었겠지만,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거짓말 할 생각은 하지 마. 만약 포츠 게 더 좋으면, 넌 포츠보다 기분 좋지도 않은 나랑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야."

    구원의 말을 들은 케이트는 잠깐 무슨 말이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전부 포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신 거요…."

    "솔직하네."

    구원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케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말을 포츠한테도 들려주고 싶은데.

    포츠가 여기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직은 포츠한테 보여줄 때가 아니니 말이다. 케이트의 이런 모습을 포츠에게 보여주는 건 좀 더 준비가 갖춰진 다음의 이야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