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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61화 (14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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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결국 구원 일행이 식사를 다 마칠 동안, 케이트와 포츠는 식당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일단 그쪽에는 신경 끄고, 구원은 어제 발견한 그 동굴로 향했다.

쌍방통행이 가능하다고 밝혀진 시점에서 더 이상 주저할 필요는 없다. 디아나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빛에 의지하며, 일행은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디아나의 마법은 직시하면 눈이 아플 정도로 상당히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공동 전체를 밝히는 건 불가능했다. 시야는 밖에 있을 때보다 현저히 좁다.

그래서인지 동굴에 내려오고 나서도 레이아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사라는 내려오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 삼켰다.

"이건…확실히 너무 많네요."

"그렇지? 무슨 알이…."

"아뇨. 알 말고 벌레들이요."

구원은 사라가 내뱉은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굳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등 뒤로 차가운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어제완 다르게 주변이 묘하게 소란스러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사삭 샤샤샥 같은, 벌레가 기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눈에 힘을 주고 주위를 둘러보자, 제대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거뭇거뭇한 그림자들이 재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젠장!"

구원은 생각할 것도 없이 성역 선포를 최대 범위로 발동시키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구원을 향해 몰려왔다.

거리가 수 미터 정도로 가까워지자, 구원은 드디어 녀석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몸길이가 1미터정도는 되어 보이는 개미들이었다.

놈들이 구원과 맞닥뜨리기 전에, 뒤에서 파티원들이 각각 전투를 개시했다.

사라와 화살을 날렸고, 레이아는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줬다. 요즘엔 전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관찰만 하던 디아나 역시도 이번에는 도울 때라고 판단했는지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수의 개미들이 구원에게 도달해 공격을 가했다.

사라의 화살은 애초에 한 번에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것보단 한 마리씩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스타일이니 어쩔 수 없다.

원래 이렇게 많은 수를 상대할 때는 디아나의 마법이 가장 의지가 되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디아나의 마법이 평소만큼의 위력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위에 빛을 띄워놓으면서 동시에 마법을 사용하니까? 아니면 이 동굴이 무너질지도 몰라서?

이유야 어찌됐든 디아나도 한 번에 몇 마리씩밖에 몬스터를 잡지 못하는 이상, 내가 분발할 수밖에 없다.

구원은 손발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사방에서 덮쳐드는 놈들을 하나하나 쳐냈다.

녀석들은 성자의 손길에 스치기만 해도 맥없이 쓰러져버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부 해치우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결국 놈들을 전부 정리하는 것보다, 구원의 정기가 바닥나는 게 더 빨랐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사라!"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모기의 꼬리를 꺼내 사라를 향해 힘껏 던졌다.

경황이 없어서 그만 전력으로 던져버렸지만, 사라는 기세 좋게 날아온 꼬리를 멋지게 받아냈다. 이 어둑어둑한 와중에도 대단하네.

사라는 자신이 받아낸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고는, 곧바로 구원의 의도를 이해한 듯 통로를 열었다.

"사라, 레이아, 디아나 순으로!"

어차피 모든 몬스터의 어그로는 내가 끌고 있기 때문에 쟤들이 빠져나가는 건 문제가 안 될 거다. 쟤들이 다 나갈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볼까.

하지만 시야 때문에 디아나는 빠져나가지 않고 통로 앞에서 외쳤다.

"구원. 자네도 오게!"

디아나의 외침에 구원은 바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당연히 개미들도 구원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디아나가 지원해주는 덕분에 구원이 한 발 앞서 통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도 구원은 달리던 기세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디아나를 안아 들은 채로 내달렸다.

디아나는 구원에게 안겨 뒤로 마법을 날려대면서도 왠지 기뻐 보이는 것 같았다.

디아나는 상기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러니 옛날 생각나는구먼."

고블린 사냥할 때 말하는 건가? 하여간 태평한 녀석이다.

구원이 통로를 빠져나오자, 바로 통로가 닫히기 시작했다.

개미 몇 마리는 구원을 따라 출구 가까이까지 빠져나왔지만, 통로가 닫히면서 그대로 매장되어 버렸다.

"으어어. 죽겠다."

통로가 닫히는 걸 확인한 구원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정기가 정말 1도 안 남고 완전히 바닥났으니 말이다.

이 정기란 거, 아예 바닥이 날 때까지 사용하면 꽤나 지친다.

체력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정신적으로 지친다고 해야 할지. 말로 표현하기엔 조금 힘든 감각이었다.

그나마 생명력은 레이아가 지속적으로 치유해준 덕분에 크게 깎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구원씨!"

구원이 바닥에 드러눕자 걱정이 됐는지, 레이아가 쏜살같이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천사님이야. 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전처럼 무릎베개라도 해주시려나?

아니. 너무 욕망에 몸을 맡기지 말자. 약한척하면 괜히 우리 천사님에게 걱정만 더 끼칠 테니. 이럴땐 남자답게 안심시켜 드려야지.

"걱정 마. 레이아. 그냥 마나가…으읍."

하지만 레이아가 구원에게 달려들어 해준 건 무릎베개가 아니었다.

진하디 진한 키스였다.

"잠깐?!" "뭣?!"

뒤에서 사라와 디아나도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엇보다 제일 놀란 건 구원이었다.

레이아 누님. 위기를 돌파했으니 감성적이 되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대담하시잖아요. 물론 전 행복합니다만.

심지어 레이아의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길고 가는 혀를 내밀어 구원의 입술사이를 날름날름 핥으며 비집고 들어와서, 그대로 구원의 혀를 찾아 얽혀왔다.

"아음. 츄릅. 하음."

그 엄청난 혀 놀림에 사라와 디아나도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둘의 키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았던 구원도, 과연 여기까지 오자 위화감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대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테크닉이 너무 대단하다.

이 혀 놀림은 도저히 레이아가 맨 정신으로 보일 수 있는 테크닉이 아니다. 구미호라도 되지 않는 이상은.

구원이 힐끗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하자, 역시나 생명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명백하다. 구원의 성역 선포에 계속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젯밤이 레이아의 차례였기 때문에 완전히 구미호로 변한 건 아닌 듯, 눈에는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손을 내려 레이아의 엉덩이 근처를 만져보니, 만져지는 꼬리도 단 하나다. 꼬리도 실체화 될 정도까지 생긴 건 아닌 모양이다.

구원의 손이 꼬리에 닿자, 레이아의 꼬리가 기쁜 듯 구원의 팔을 둘둘 감쌌다.

구미호의 본능이 발동되어서 그런지 이런 행위 하나하나조차 요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상태를 만끽하는 건 위험하다. 주로 생명력 측면에서.

힐링 섹스의 영향도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정기가 흡수되고 있기 때문에, 구원의 생명력은 착실히 깎여나가고 있었다.

모처럼 위기를 넘겼는데 이런 식으로 죽을 수는 없지.

"레이아. 으읍. 새, 생명력이."

계속해서 문대지는 입술 틈 사이로 구원이 힘겹게 말을 꺼내자, 레이아는 깜짝 놀란 듯 몸을 확 뒤로 젖히며 구원과 떨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두 눈에서 옅게 새어나오던 빛도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어젯밤을 같이 보낸 덕분에 곧바로 이성을 되찾은 모양이다.

"에, 아, 그…."

레이아의 시선은 구원을 향했다가, 여전히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라와 디아나를 향하고, 땅에 처박혔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지 몸이 움찔움찔 떨렸지만, 그래도 레이아는 시선을 다시 구원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구원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자, 자네들 지금 뭐하는 겐가!"

그리고 드디어 경직에서 풀린 듯, 디아나가 큰 소리로 고함쳤다.

"치, 치료를…."

레이아는 깜짝 놀란 듯 꼬리를 파르르 떨었지만, 그래도 구원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을 떨어뜨리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생명력이 차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치료를 우선하는 건가. 역시 천사님이야.

"아까 말일세! 키스로 치료라도 했다고 주장할 셈인가!"

디아나는 진심으로 화가 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디아나. 진정해. 다 설명할 수 있어."

"그러시겠지! 자네도 좋다고 레이아양의 엉덩이를 만져댔으니 말일세!"

"아니, 그건 꼬리 확인을 하려고…."

"레이아양한테 꼬리가 달려있는 게 하루 이틀인가!"

이건 안 되겠다. 디아나는 분노로 맛이 가서 완전히 대화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디아나의 분노를 잠재워준 건 사라였다.

"…디아나. 일단 얘기라도 들어보죠."

표정을 보니 이쪽도 분노의 불길일 온 몸을 뒤덮은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지만, 사라는 화나면 점점 더 차가워지는 성격이라 다행히 일말의 이성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려면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하는 조건부터 구미호가 됐을 때의 특징까지 모든 걸 설명해야한다.

구미호의 모습은 독실한 레이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에, 그동안 대사제에게밖에 밝힌 적이 없는 얘기다.

그런 얘기를 구원이 함부로 꺼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왜요? 설명이 안 되나보죠?"

이거 이대로 가면 사라도 슬슬 폭발할 것 같은데. 진퇴양난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구원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옆에서 레이아의 부드러운 손이 구원의 손을 감싸 안았다.

"구원씨. 괜찮아요. 사라씨와 디아나씨에게라면."

이 상황을 만든 게 자신의 행동이라는 책임감 때문이지, 아니면 그동안 사라와 디아나와 쌓은 신뢰 때문인지 레이아는 그렇게 말했다.

구원은 그런 레이아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설명을 했다.

레이아는 성적 자극에 취약해서 어느 정도 자극을 받으면 이성을 잃고 구미호가 된다. 구미호가 되면 정기를 흡수하는 것에만 열중하게 된다.

방금 레이아는 성역 선포의 효과를 오래 받아서 잠깐 이성을 잃고 반쯤 구미호가 된 상태였다.

구원이 레이아의 엉덩이 부근을 만진 건 꼬리가 늘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어젯밤이 레이아의 차례여서 정기가 충분히 보충되었기 때문에, 키스로 정기를 흡수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구원이 설명을 해나갈수록 사라와 디아나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잠깐. 정기를 흡수하는 것에만 열중하게 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하필 궁금한 부분이 그거야?

"그야 그…. 알잖아? 섹시하게 돼서. 아까처럼 고도의 테크닉으로…뭐, 그런 거지."

구원의 대답에 사라와 디아나는 더더욱 심각한 표정이 됐다.

"그 말은 즉…."

"야. 그 정도로 됐잖아. 어쨌든 이걸로 납득한 거지?"

디아나가 뭔가 더 묻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구원은 디아나의 질문을 멈췄다.

여기서 더 말했다간 옆에 있는 레이아의 얼굴이 폭발할 거야.

디아나도 레이아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불만족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이걸로 위기는 벗어날 수 있었어.

사라도 디아나도 착잡한 표정이었지만, 레이아도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닌 이상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얘들은 기본적으로 이해심이 있고 착하니 말이다.

"아무튼 좋은 사냥터를 발견했네. 이렇게 사냥하다가 마나가 회복되면 다시 들어가서 사냥하고. 1계층에서 고블린이나 오크의 서식지에서 사냥할 때처럼 가능한 거 아니야? 아니, 도망가기도 편하니 오히려 더 좋을지도."

"…그러네요. 당신이 성역 선포만 좀 더 주의해서 사용하면요."

"응. 미안. 아깐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그랬어. 앞으론 레이아에게 안 닿는 범위까지만 사용할게."

"…레이아양에게만 안 닿게 하는 게 아니라 이 몸들에게도 안 닿게 하는 걸세."

디아나는 뭔가를 참는 듯이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러고 보니 셋 다 얼굴이 너무 빨갛다.

사라와 디아나는 분노로 인해서, 레이아는 부끄러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반응을 보니 설마….

그러고 보면 미약하게나마 레이아의 구미호의 본성이 튀어나올 정도로 성역의 효과를 받은 거다.

마찬가지로 성역의 효과를 받은 사라도 디아나도 완전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레이아 역시도 직접적인 행위는 없었으니, 구미호 상태만 풀렸을 뿐 미약한 욕구불만 상태가 해소된 건 아닐 거다.

셋 다 미묘하게 허벅지와 허벅지를 비비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특히 디아나의 반응이 점점 더 격해졌다.

아까까지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정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일단 일단락되고 나자 주변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즉, 밖에서 달아오른 상태가 된 자신 말이다.

"그…일단 여기서 성자의 손길로 해소시켜줄까?"

"바보 아니에요?!"

응. 나도 그냥 던져본 말이야.

정말로 그랬다간 디아나는 완전히 발정이 나버릴 거고, 레이아는 다시 구미호로 변할지도 모른다.

구원은 일단 제일 위험해 보이는 디아나를 들쳐 업고, 곧장 여관에 돌아가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유리낙엽 // 이번 파트는 유독 씬이 줄줄이 이어지는 파트라 적당히 조절하고 있습니다. 각각을 전부 길게 써버리면 감당이 안 돼서요.

세르카디아 // 그렇군요. 솔직히 저런 게 있기만 해도 모험가들 사이에 다툼을 막는 효과가 있을 거란 생각에 별 생각 없이 만든 설정이었습니다. 그런 세계관이 소설의 분위기와 맞기도 하고요. 설정을 좀 더 다듬어야겠네요. 살인뿐만 아니라 위해를 가해도 실시간으로 기록이 남는 거니, 길드에 이런 사건만 전담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길드에 보관된 종이에 위해나 살인 같은 내용이 갱신되면, 바로 갱신된 시간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시간과 모험가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사태 파악에 나선다는 설정이 있으면 조금 더 납득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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