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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13화 (1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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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아의 일상

    디아나와 아침부터 뒤엉키다가, 바네사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구원은 식당으로 내려왔다.

    참고로 디아나는 어제 입언던 그 복잡한 드레스가 아닌, 스스로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입고 내려왔다.

    "어머."

    "구, 구원 그 얼굴은 뭔가요?"

    식당에 내려온 구원을 맞이해준 건, 역시나 바로 구원의 이변을 깨달은 레이아와 사라의 목소리였다.

    "내 얼굴이 왜? 오늘따라 잘생겨 보이기라도해?"

    "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사라는 멋지게 얼버무리는 게 가능했지만, 레이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순수하다는 게 때로는 더 핵심을 찌르는 법이구나.

    오히려 레이아의 말에 가장 많이 놀란 건 사라였는지, 사라는 레이아를 홱 돌아보더니 말했다.

    "여, 역시 제 착각이 아닌 거죠? 평소보다 좀 잘생겨 보이죠?"

    "네."

    "뭐야. 잘 생겨 보이는 거 맞잖아. 부끄러워하기는."

    "시, 시끄러워요! 그보다 뭐에요 그 얼굴! 설마 저한테는 그렇게 다른 남자랑 자지 말라고 해놓고 당신은 다른 여자랑…."

    "그런 거 아니야! 나 어제 디아나랑 자고 왔어!"

    역시 이 세계에서는 갑자기 잘생겨지면 레벨부터 의심하는 게 보통인가 보다.

    사라 역시도 디아나와 같은 의심을 해왔다.

    얜 내가 그렇게 쓰레기로 보이나.

    …뭐 사라한테는 그렇게 말하면서 난 3명이랑 자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쓰레기지만.

    "그럼 뭔가요?! 디아나의 레벨로는 갑자기 그렇게 레벨이 오르지 않잖아요?!"

    "애초에 레벨이 오른 게 아니야. 그냥 성자 능력이 오른 거지. 그치 디아나?"

    "음. 그런 걸세. 이자는 어젯밤에 계속 이 몸과 같이 있었네."

    세부스탯을 설명하지 않는 이상 갑자기 잘생겨진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디아나와 말을 맞춰 이런 식으로 둘러대기로 했다.

    사실 사라나 레이아에게는 말해줘도 상관없겠지만, 지금 여기엔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 그런가요…."

    디아나가 확언하자, 사라는 복잡한 얼굴을 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여기 기준으로도 완벽하게 설명이 되는 걸 텐데.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오해도 풀리고, 일행은 식사를 시작했다.

    "그럼 이제 슬슬 다시 오늘부터 던전에 들어가 볼까? 웨어 울프 쪽 계층의 주인도 잡고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야지."

    아직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우진 못했지만, 그래도 구원은 자신이 있었다.

    마탑에서 명백하게 구원보다 레벨이 훨씬 높았던 힙합퍼도 굴복시킨 성자의 손길이다.

    아무리 마법사 계열이 아니라지만, 그 계층의 주인한테도 통하지 않을 리가 없다.

    적어도 디아나가 말했던 그 주위 몬스터들을 불러 모으는 스킬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신을 쏙 빼놓을 수 있을 거다.

    "음. 그거 말이네만. 이 몸은 조금 할 일이 있네."

    하지만 구원의 의욕에 디아나가 찬물을 끼얹었다.

    "할 일? 무슨?"

    "일단 자네가 말했던 대로 마법사 협회의 자들과 제대로 조정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아차.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심지어 내가 꺼낸 말이니 남 일도 아니다.

    저택에 몇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지 같은 문제는 전혀 모르니, 구원이 도와줄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길드에서도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어서 말일세."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우리가 위치를 넘긴 곳에 정식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할 모양이네. 클랜의 수입과도 연관되는 일인데, 조금 도와줘야하지 않겠나."

    오호라. 그냥 휴식처 제공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거기까지 해주는 건가.

    거기에 텔레포트가 생기는 건 구원으로서도 물론 대환영이다.

    수입뿐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말이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아, 잠깐. 그럼 길드 일 도와줄 때 비밀기지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거야?"

    "음.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네."

    "그럼 그때 말해줘. 어차피 등록도 해야 하니까 아예 같이 가자."

    "음. 그러세. 그런데 자네 이런 건 또 자세히 알고 있구먼?"

    "뭐, 그렇지. 길드 등록할 때 대충 설명은 들었거든."

    실은 이런 건 그레이트 어스 게임의 모든 게임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었으니 아는 거지만.

    길드의 수입원은 마석 정산금의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모험가들이 모아온 정보를 토대로 지도를 만들어 파는 것은 물론,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던전 각지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어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던전 입구에 있었던 거대한 빛의 기둥. 그게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이다.

    물론 돈만 낸다고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괜히 자기 분수도 모르는 모험가들의 시체만 늘려주는 꼴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모험가들이 그렇게 죽어나는 건 길드 입장에서도 그리 달갑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길드는 텔레포트 등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모험가 스스로가 가본 적이 있는 곳에만 텔레포트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모험가 카드를 제시하면 된다.

    먼저 처음 길드 카드를 건네받았을 때에는, 이 모험가 카드에 던전 입구의 텔레포트 마법진만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던전을 탐험하며 아래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된 곳까지 도착하여 모험가 카드에 등록하면, 그제야 비로소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이상이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었던 텔레포트의 설명이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레이트 어스의 다른 게임들도 가본 곳의 텔레포트만 이용 가능이라는 점은 모두 같았다.

    게임할 때는 그냥 편하게 이용만 했는데, 현실이 되니 설치할 때 이런 노력도 든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그럼 오늘은 마법사 협회랑 조정이야?"

    "음."

    "그럼 난 그동안 뭐하지…."

    완전히 던전에 갈 생각만만이었는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저랑 같이 강화 맡긴 장비들이나 찾으러 가요."

    "그럴까? 같이 데이트도 하고?"

    "데,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에요!"

    사라도 나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요즘. 한 번 들이대 봤지만 역시나 그렇게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다.

    어차피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라는 식으로 찔러본 거였다.

    구원은 바로 포기했다.

    "쳇. 역시 안 되나. 그럼 장비들 다 찾고 뭐하지."

    "에…."

    장비들 찾는 거야 얼마 걸리지도 않을 텐데.

    아, 그래. 사라가 안 되면 레이아가 있잖아.

    구원은 옆에 앉은 레이아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말이 없던 레이아는 역시나 복스럽게 먹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레이아도 보면 은근히 먹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저렇게 많이 먹어서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역시 가슴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아의 먹는 모습이 복스럽다 못해 신성해 보였다.

    많이 많이 먹어라.

    "레이아. 레이아는 뭐 할 일 있어?"

    "네. 어제는 빈민가에 못 갔으니까요. 오늘은 가보려고해요."

    "그렇단 말이지…. 혹시 나도 가도 돼?"

    "네? 그야 물론 오시는 거야 상관없지만…오셔도 할 일이 없을 텐데요?"

    "할 일이 없기는. 어제 보니까 짐도 엄청 무거워 보이던데. 적어도 짐은 내가 전부 옮길 수 있잖아. 도착하고 나서도 힘쓰는 일이 필요하게 되면 할 수 있을 거고. 무엇보다 레이아랑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최고지 뭐."

    "어머. 구원씨도 참."

    살포시 얼굴을 붉히는 레이아는, 전혀 싫은 기색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기뻐보였다.

    의자 뒤로 빼낸 꼬리도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오늘은 드레스가 아니라 사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구원의 의뢰로 디자인에 혁신을 일으킨 녀석이라 꼬리는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저, 저도 갈 거예요!"

    "응? 사라도?"

    "네. 그 반응은 뭐에요? 왜요? 제가 따라가면 안 되나 보죠?"

    이 반응만 보면 날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야.

    딱 질투해서 따라오는 그림이다.

    그런데 아까 데이트는 거절당했단 말이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내 머리론 도저히 사라의 심리를 파악할 수 없었다.

    크흑.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못난 놈이라 미안하다!

    "따라오는 건 상관없는데. 아니, 나야 오히려 좋은데. 넌 왜 오는 거야?"

    "저, 저도 남들 돕는 거 좋아하거든요!"

    아니 네가 은근 착하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수 아니냐?

    "어머. 역시 이 파티는 모두 착하신 분들만 계시네요!"

    하지만 우리 천사님께서는 순수하게도, 아무런 의심도 없이 사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심지어 살짝 손뼉을 마주치며 좋아하고 계셨다. 꼬리도 아까보다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말이다.

    으음. 천사님이 저렇게 좋아하고 계시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도 멋이 없는 짓인가.

    "그,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예요!"

    아무래도 사라는 자기주장을 굽힐 마음은 없어보였다.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 일정이 대충 정해졌다.

    우선은 강화를 맡겼던 장비들을 회수하고, 봉사활동을 간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에서 디아나가 구원을 추궁할 때 먼저 다른 여자와 자서 폭렙을 했다고 의심하는 장면을 짤막하게 추가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레벨 업부터 생각해야 맞는데, 실수로 어제 쓰다가 빼먹었었네요.

    오늘은 짧습니다.

    야근하고 와서 열심히 써봤지만 평소만큼 쓰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일단 조금이라도 써서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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