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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3화 (10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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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랜 창설

    신전에 도착한 후, 디아나와 바네사는 마차를 주차하기 위한 수속을 밟으러 갔다.

    구원은 사라와 함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자, 때마침 신전에서 나오던 레이아와 마주쳤다.

    "레이아!"

    레이아는 커다란 크로스백 형식의 가방을 메고, 다른 사제들과 같이 나오고 있었다.

    "어머. 여러분 안녕하세요."

    "응. 안녕. 어디가?"

    "잠깐 마을에요."

    레이아는 크로스백 형식의 커다란 가방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크로스백이란 게 이렇게 좋은 물건이었나.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 사이를 크로스백의 끈이 가로질러서, 펑퍼짐한 사제복 위에서도 그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레이아. 이 사람이 그 구원이란 사람이야?"

    구원이 잠깐 레이아의 가슴에 정신이 팔려있자, 레이아의 옆에 있던 사제가 끼어들었다.

    꽤나 섹시하게 생긴 누님이다.

    분명 입고 있는 게 사제복이긴 한데, 개조를 한 건지 레이아의 것과는 다르게 몸에 딱 달라붙어 있고 장식도 군데군데 돼있었다.

    사제복에 저런 걸 해도 되는 건가?

    "아, 네. 소개할 게요. 같은 파티가 된 구원씨, 사라씨에요. 여러분, 이쪽은 저와 같은 신전사제인 제인, 크리스에요."

    "안녕."

    "안녕하세요."

    섹시해 보이는 누님이 제인.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순수해 보이는 여자가 크리스였다.

    둘 다 큼지막한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다.

    "흐음. 과연. 이 사람이 레이아가 말한 그 사람이란 말이지…."

    제인은 자못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대체 레이아가 뭐라고 말한 거지?

    "여러분은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예배라도 드리러 오셨나요?"

    "아니. 물론 시간 남으면 예배도 드리겠지만, 일단 마나풀 관련으로 찾아왔는데. 누구한테 가면 돼? 대사제님한테 가면 되나?"

    "아, 네! 제가…! 아, 어, 어쩌죠?"

    레이아는 자신이 메고 있는 크로스백을 바라보고 곤란한 듯이 말했다.

    흔들린다. 흔들려.

    "어쩌기는. 그거 이리 주고 안내해드려."

    크리스가 레이아의 크로스백을 들며 말했다.

    흔들린다. 흔들려.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괜찮으니까 동료들을 안내해드려. 오늘은 우리끼리 갈 테니까."

    "괜찮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제인과 크리스는 반쯤 강제적으로 레이아의 가방을 뺏었다.

    으아아. 매혹의 골짜기가!

    "그럼 우린 이만 갈게. 레이아. 힘내."

    "화이팅!"

    제인과 크리스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하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네에?"

    레이아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음. 레이아양과 만났군."

    "아, 디아나님! 안녕하세요."

    곧 디아나가 돌아왔다. 바네사는 마차에 대기하고 있는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안내해줄래?"

    "네. 여기에요."

    레이아가 안내해준 곳은, 역시나 대사제가 있는 곳이었다.

    "흠. 자네가 대사제인가."

    "네. 어서 오십시오. 텔루나님. 2년 전부터 이 신전을 맡고 있는 소피아라고 합니다."

    대사제는 레이아에게 미리 들은 건지, 디아나를 보자마자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마나풀을 거래하고 싶은데요."

    "네. 레이아한테 얘기는 들었어요. 저희는 조금 싸게 살 수 밖에 없습니다만, 괜찮으신가요?"

    "네. 상관없어요. 사람들 돕는 일에 쓰이는 건데요. 뭘."

    구원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실 사람들을 돕건 말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걸로 레이아의 호감도가 오를 거라는 거지.

    게다가 돈은 어제 길드에서 엄청나게 받았다.

    앞으로도 계속 벌어들일 고정수입도 생겼고 말이다.

    "신전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당신을 조금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대사제의 눈빛이 저번과는 다르게 확실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역시 깐깐해 보여도 이런 신전을 맡는 사제답다. 남을 돕는 일에는 평가가 후한 모양이다.

    "그럼 일단 캐온 마나풀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지금부터 할 얘기가 본론인데요."

    "네? 뭔가 더 있나요?"

    아무래도 레이아가 그 장소까지는 말하지 않은 모양이다.

    "네. 마나풀의 자생지에 관한 건데요."

    "네?! 마나풀의 자생지?!"

    대사제는 상당히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후훗. 놀라셨죠?"

    레이아는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서프라이즈로 얘기하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앙큼한 짓을 하시다니. 어쩜 이리 귀여우실까.

    "자, 자세한 얘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우연히 던전 안에서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게 됐는데, 거기 빼곡하게 마나풀이 자라고 있게 됐어요. 거기서 마나풀을 일부만 캐내고 며칠 후에 다시 가봤는데, 또 마나풀이 자라나고 있더군요. 즉, 안정적으로 마나풀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는 말이죠."

    "과연, 그래서 고작 4인 파티가 마나풀을 그렇게 얻을 수 있었던 거군요. 그래서, 그 얘기를 저한테 하는 이유가 뭔가요?"

    "그런 장소라면 아무래도 신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렇죠."

    대사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열띤 눈동자로 구원을 바라봤다.

    크으. 전에 만났을 땐 한없이 깐깐하기만 했던 사람이 저런 눈으로 쳐다보니 왠지 오싹오싹한 쾌감이….

    "만약 거기서 마음껏 마나풀을 가져올 수 있게 해준다고 하면요?"

    구원은 이 쾌감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 살짝 말을 질질 끌었다.

    "저, 정말인가요?"

    "글쎄요? 정말일까요? 앞으로 대사제님 태도에 따라…으악!"

    구원이 슬슬 대사제를 놀릴 기색을 보이자, 옆구리에 사정없는 공격이 들어왔다.

    지금 여기서 나한테 이런 물리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건 한 명뿐.

    옆구리 살을 비트는 손을 따라가자, 살짝 인상을 찌푸린 사라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뭐야. 좀 놀린 것뿐이잖아. 이렇게 공격할 필요있어?

    아, 호, 혹시 질투하는 건가? 그런 거니, 사라야?

    그런 일이 있은 다음이라, 아무래도 계속 사라가 나한테 마음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계속 하게 돼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니, 옆구리를 파고드는 이 고통도 조금 흐뭇하게 느껴졌다.

    훗. 귀여운 녀석.

    아니, 난 고통을 즐거워하는 변태는 결코 아니지만.

    "뭐, 뭐에요. 그 미소는. 당신 설마…."

    사라는 구원을 꼬집고 있는 자기 손을 한 번 더 들여다보더니, 기겁하는 표정으로 얼른 손을 뗐다.

    "잠깐 기다려.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자네들 사이좋은 건 알겠으니까, 이런 곳에서까지 노닥거리지 말고 얘기를 진행해주겠나?"

    이번에는 디아나가 이마에 혈관을 띄우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 이상 노닥거리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 같은 포스다.

    "아, 응. 미안. 그래서 신전과 거래를 하고 싶은데요."

    "어떤 거래 말이죠?"

    "그 전에 묻고 싶은데요. 신전에는 던전 1계층 최하층에 있는 곳을 관리할 정도의 전력이 있나요?"

    "네. 물론이죠. 저희 신전에는 사제뿐만 아니라 성기사도 있으니까요. 인원 일부를 차출하면 그 정도는 아무 문제없어요."

    "그럼 얘기는 간단하죠. 저희가 마나풀의 자생지를 알려드리고, 마나풀을 수확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신전에서 그곳을 관리하고 마나풀의 가격 일부를 저희 클랜에 내는 거죠."

    "마나풀의 가격 일부요? 그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가요?"

    "그야…."

    구원은 디아나를 힐끗 쳐다봤다.

    난 이런 거에는 약하니까 말이지. 적당한 수치를 제시해주십쇼. 디아나님!

    "그냥 간단하게 마나풀 가격의 절반만 주게나."

    "겨, 겨우 절반…. 그래도 되나요?"

    아무래도 신전 입장으로도 상당히 좋은 조건인 모양이다.

    대사제는 눈을 빛냈다.

    "뭐 그렇죠. 신전에서는 사람 도우려고 마나풀을 캐는데, 저희도 이익만 추구할 수 없으니까요."

    구원은 이때다 싶어서 다시 스스로를 띄워줬다.

    "그렇군요. 신전을 대표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훗. 좋아. 이걸로 레이아의 호감도는 대폭 상승했을 거다.

    덤으로 대사제도 날 좀 다시 봤을 거고.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세."

    디아나가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신전에 종이가 없을 리도 없고, 굳이 가져온 걸 보면 마법 계약서 같은 건가? 철저하네.

    디아나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안, 구원은 마나풀을 신전의 창고에 보관하고 돈을 건네받기로 했다.

    아무래도 양이 워낙 많다보니 그냥 구원이 창고까지 가서 꺼내놓는 게 간편하다.

    레이아의 안내를 받아 창고에 다녀오니, 디아나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끝났어?"

    "음. 끝났네."

    "그럼 가자."

    돈도 건네받았고, 더 이상 이곳에 볼 일은 없다. 적어도 나는 말이지.

    구원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런 구원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잠깐만요."

    "무, 무슨 일이신지?"

    "제가 상식을 알려드린다고 했을 텐데요?"

    이런 젠장. 들켰나. 이대로 그냥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 그게…."

    "하지만 파티에 텔루나님이 계신 거면 확실히 필요가 없기는 하겠네요."

    "응. 아니, 네. 바로 그거죠. 제가 그래서…."

    "아니. 이 자는 상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네. 자네가 공부를 시켜준다니 다행이군."

    구원이 바로 맞장구를 치려고 했지만, 디아나가 가차 없이 말을 잘랐다.

    젠장. 디아나…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난 널 믿었는데….

    "그런가요? 그럼 당장 시작하죠. 거기 앉으세요."

    아무래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구원은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이 몸도 여기 있어도 되겠나? 교육 내용이 궁금해서 말일세. 방해는 않겠네."

    디아나는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젠장. 너 나한테 뭐 불만 있냐? 불만 있으면 말로 하자 말로.

    대체 내가 고통 받는 것의 어디가 즐거워서 그러는 건데.

    "네. 그러세요."

    "그럼 저도요."

    그렇게 디아나와, 어째선지 사라와 레이아까지 구원이 교육받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하지만 대사제와의 상식 교육은 구원이 생각했던 공부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는, 공식 홈페이지까지 전부 챙겨봤던 구원이다. 당연히 게임을 할 때에는 설정 같은 것도 철저하게 파고드는 걸 즐기는 성격이다.

    그런 구원에게 게임 같은 이 세계의 상식을 얘기해주는 거다.

    마치 게임 설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는 것 같아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니 예배도 그렇고, 여긴 참 이상한 게 재미있네.

    아무래도 가르치는 게 대사제다보니 일반 상식 말고도 신전관련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중 구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게 사제들의 규율이다.

    일반 신도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사제들은 철저하게 준수하는 교리가 몇 개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성행위를 제삼자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 말을 듣고 구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이런 규율이 있었어.

    나랑 레이아의 구미호 모드가 입으로 하는 거 사라한테 보였잖아.

    레이아는 기억 못해서 천만다행이다. 아마 들키면 엄청나게 미움 받겠지?

    그렇게 생각되자 사라가 양보를 해준 게 새삼 다시 고마워졌다.

    역시 내 첫 번째 동료. 사라야. 사랑한다.

    그리고도 한동안 신전 관련 얘기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문득 구원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각나서 질문했다.

    "그런데 예배가 끝나고 가는 교육장은 뭐하는 곳인가요?"

    "네? 그렇군요. 당신은 갈 일이 없는 곳입니다만…."

    대사제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갑자기 시선을 구원의 등 뒤로 돌렸다.

    응?

    구원이 그 시선을 따라 등 뒤를 돌아보니, 우리 여성진 세 명의 모습이 보였다.

    레이아는 경청하며 듣고 있는 자세였고, 사라와 디아나는 왠지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뭐지?

    "크흠. 그렇군요. 당신은 갈 일이 없을 곳이에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아니. 무진장 신경 쓰이는데.

    아까 말해주려고 했잖아. 대체 쟤들이 뒤에서 뭔 짓을 했길래 갑자기 말을 멈춰.

    하지만 대사제는 구원의 궁금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교육을 이어갔다.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하죠. 고생하셨어요."

    점심시간이 될 때쯤에 겨우 교육이 일단락됐다.

    "아뇨. 대사제님이야말로. 감사합니다."

    "저번에는 교육 받기 싫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열심히 들으시네요."

    "아, 네. 상식을 알아두는 건 중요하니까요."

    실은 게임 설정 같아서 재밌어서 들은 거지만,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해두는 게 정답이겠지?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죠."

    "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일행은 대사제실에서 나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하얀토끼103 // 피임 마법을 씁니다. 61화에 그 내용이 나왔죠.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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