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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2화 (10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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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랜 창설

일단은 그렇게 상황을 모면했지만, 또 막상 자고 일어나니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너무 막 나갔나.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고백을 해버렸으니, 어떤 방향으로든 관계의 변화가 생겨버릴 거다.

심지어 구원의 고백으로 사라의 화가 다 풀렸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내가 대체 왜 그런 미친 짓을 한 거지.

여러 이유가 있긴 하다.

사라가 스스로 나서서 입으로 해주니 평소보다도 더 예뻐 보이기도 했고, 멘탈이 깨졌던 직후라 제대로 된 판단이 안 되기도 했고, 섹스 중이라 머리보단 물건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 버린 감도 있다.

아무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둘 중 하나다.

사라가 구원을 받아들이면, 물론 기쁘기는 하다. 이런 예쁜 애랑 애인이 되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디아나나 레이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쓰레기 같은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사라만큼이나 그 둘도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사라가 구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더 최악이다.

이게 사라와 하는 마지막 섹스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아니, 더 나가서 어쩌면 이게 사라의 얼굴을 보는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

구원은 잠들어있는 사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얘랑 이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남자의 본능인지, 여전히 사라의 몸 속 깊이 박혀있는 구원의 물건이 꿈틀댔다.

구원은 그 본능에 거스르지 않았다.

절대 놓치지 않아. 누가 놔줄까보냐. 넌 내꺼야.

그런 감정을 부딪치듯이, 거세게 허리를 흔들었다.

"으응…흐읏…에…? 구, 구원? 히읏! 이, 이게…흐읍!"

그 자극에 사라가 깨어나 뭐라고 하려 했지만, 구원은 사라의 입에 자신의 입을 덮어 막았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며 사라의 엉덩이를 꽉 붙잡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자 사라도 구원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라는 양 팔을 구원의 머리 뒤로 돌려 끌어안고, 격렬하게 혀를 얽혀왔다.

이건 그냥 깨어난 직후라 정신이 없어서 반응하는 건가? 아니면 섹스할 때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그것도 아니면 내 고백을 받아들였다는 의미?

구원은 사라의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 생각을 엿보려고 했지만, 사라의 눈에서 쾌락 이외의 감정을 읽어낼 수는 없었다.

똑똑. 달칵.

사라와 아침부터 격렬하게 뒤엉켜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살짝 열렸다.

"구원님. 사라님. 디아나님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는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바네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잠깐만! 얼른 준비하고 갈 테니까. 디아나한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전해줘!"

예상외의 사태에 구원은 당황해서 외쳤다.

어제까진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오던 애가, 이번엔 저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 게다가 사라까지 불렀겠다.

설마 아침부터 열심히 섹스 중인 게 들켰나?

살짝 부끄럽다.

"네. 그럼 이만."

하지만 그렇다고 어중간하게 끝낼 생각은 없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구원은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 허리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흐으으으으읍!"

진한 입맞춤을 나누며, 사라와 구원의 몸이 동시에 떨렸다.

"하아, 하아, 하아, 후읏.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거예요."

드디어 구원의 입이 떨어지자, 사라가 가볍게 눈을 흘기며 구원에게 불평했다.

"미안.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구원은 사라에게 살짝 아부성 발언을 했다.

아침부터 섹스로 한차례 또 늦춰지긴 했지만, 이제 정말 운명의 시간이다.

자, 어떻게 나올 거냐.

구원은 각오를 다지고 사라를 쳐다봤지만, 사라는 예상외의 반응을 했다.

"하아, 하앗, 흐그윽! 하앗, 이번엔 왠지 평소보다도 더 많이 싼 것 같네요. 디아나가 기다린다니까 얼른 씻고 가요."

허리를 들어 구원의 물건을 뽑아낸 사라는, 그렇게 말을 한 거다.

마치 어제 대화는 말끔히 잊어버렸다는 듯이.

설마, 너무 지나친 쾌락에 기억이 날아가 버린 걸까?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산뜻한 태도였다.

"저…사라야?"

"네? 뭔가요?"

구원은 자기도 모르게 사라를 불렀지만, 사라의 태도는 평소와 같았다.

아니. 섹스를 하고 난 직후라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더 기분 좋아 보이는 정도로만 보였다.

"아니, 그…아무것도 아니야."

역시나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훗. 아침부터 뭐에요 그게."

사라는 싱겁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방 한쪽에 있는 욕조로 가서 커튼을 쳐버렸다.

저 태도는 대체 뭐지…. 진짜로 어제 한 말들이 기억이 안나나?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거야?

정말로 기억이 안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기분이 좋아 보이니, 구체적인 대답은 안했지만 사라도 나한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상처주기 싫어서 대답을 회피한 것뿐이고, 내 고백을 받아들일 마음은 없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 사라도 나처럼 지금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걸까? 아니, 이건 몸만을 원하는 거니까, 차인 거나 다름없는 건가.

구원은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뒤엉키는 느낌이 들었다.

사라는 생긴 게 쿨하고 도도해 보이는 미인이라서 착각하기 십상이지만, 아마 구원과 만나기 전엔 남자 손도 잡아본 적 없는 순진한 시골 처녀다.

구원도 지금까지 같이 지내면서 그 정도는 파악했다.

그런 애가 밀당 같은 고급 기술을 구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으아아아. 밀당도 아니면 대체 저 태도는 뭐냐고!

"구원. 전 끝났어요. 구원도 얼른 씻어요."

결국 사라가 전부 씻을 때까지 고민해봤지만, 이렇다 할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고민해봤자 소용없나. 일단 씻기나 하자.

사라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도 지금 관계가 깨질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라가 저런 태도라 다행인 거 아니야?

사라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면했고, 그렇다고 완전히 이어져서 디아나나 레이아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게 됐다.

뭐야. 딱 내가 원하는 대로 현상유지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혼자서 끙끙 앓는 건 내 캐릭터가 아니지. 얼른 씻기나 하자.

구원은 가벼워진 머리로 욕조에 들어갔다.

…어? 혹시 아까 사라가 씻을 때 난입했으면, 같이 씻을 수 있었던 거 아니야?

그리고 뒤늦게 큰 찬스를 하나 날려버렸음을 인지했다.

"자네들 말일세…. 아무리 휴일이라고는 하지만, 아침 시간에는 때맞춰 내려오지 못하겠나? 모처럼 준비한 음식이 식어버리지 않나."

식당에 가자, 디아나가 불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앉아서 말했다.

저 반응. 역시 아침부터 한 걸 들킨 것 같다. 바네사가 그런 것까지 말한 건가?

"미안. 내일부터 주의할게."

"내일…!"

디아나는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인상을 찌푸렸다.

"미안해요, 디아나. 아침부터 화내지 말고 화 풀어요."

"딱히 화난 건 아닐세. 그보다 자네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먼."

"후훗. 그래 보이나요?"

응. 그건 나도 생각하고 있었다.

평소의 쿨한 표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저렇게 웃고 있는데 당연하지.

으음. 저 얼굴만 보면 내 고백에 기분이 좋아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지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럼 쟤가 대답을 안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괜히 대답만 늦으면 내가 디아나나 레이아랑 자는 기간만 늘어날 뿐이니까.

"그리고 자네는 또 왜 그러나? 아까부터 사라양을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고."

"응? 내, 내가? 그랬나?"

"…아주 둘이서 깨가 쏟아지는구먼."

디아나의 눈에는, 구원과 사라가 아침부터 서로에게 깨가 쏟아지는 커플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으그극. 얼른 식사나 하세."

그대도 역시나 디아나는 어른이다.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그 한마디만 말했다.

본의 아니게 눈꼴 시린 짓을 한 건 미안한데, 그런 표정하지 마라.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길라.

"그럼 오늘은 신전에 가는 건가요?"

식사를 하면서, 여전히 기분 좋아 보이는 사라가 구원에게 물었다.

"응. 그래야겠지. 마나풀도 건네야 하고, 마나풀 자생지 관련해서 얘기도 좀 해봐야하니."

그리고 공부도 해야 되고…. 으아아. 그런 생각하니까 또 가기 싫어진다.

"디아나. 미안한데 같이 가줄래?"

"음? 물론일세. 그런 교섭을 자네에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런 의미로 같이 가달라고 한 게 맞지만, 디아나 입으로 직접 들으니 조금 슬퍼졌다.

그래도 내 이름을 클랜장으로 올려놨으면서 너무 믿음이 없는 거 아니냐?

"저도 같이 갈게요."

"그래? 사라는 같이 가봤자 별로 할 거 없을 텐데."

사실 어제도 사라는 아무 것도 안하고 따라다니기만 했었고.

"그래도요. 다들 모이는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신전에 가면 레이아까지 다들 같이 다니게 되는 거네.

과연. 혼자 떨어져 있기는 싫다는 건가. 역시 얘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그런 일이 있어서 자꾸 의식이 되는 건지, 사소한 일에도 평소보다 더 예쁘게 보이니 큰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구원은 저택의 로비에서 서있었다.

사라와 디아나는 잠깐 옷을 갈아입고 온다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간 생태였다.

혼자는 아니다.

"바네사."

"네."

바네사가 구원의 뒤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얘 집사라면서. 할 일 없어?

어제부터 이상할 정도로 나한테만 붙어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혼자 기다리긴 심심한데 잘됐다.

"혹시 바네사도 모험가였어?"

"아뇨."

"그런 것 치고는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던데?"

"텔루나가의 집사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 그래."

그게 왜 집사로서 당연한 건데.

설마 이 세계에서는 집사도 전투직이거나, 전투 집사라는 직업이 있거나 뭐 그런 거 아니지?

그렇게 별 영양가 없는 얘기를 주고받고 있자, 곧 사라와 디아나가 내려왔다.

"어? 오늘은 둘 다 평범한 차림이네."

둘 다 꽤나 세련된 차림이기는 하지만, 어제같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은 아니다.

이 저택에 그런 드레스가 한두 벌이 아닐 테니, 옷이 없는 걸 아닐테고.

"네. 구두는 조금 신기 불편해서…."

"어제는 필요해서 그렇게 입은 거네. 평소에도 굳이 눈에 띄게 다닐 필요는 없지 않나."

이유는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아무튼 드레스를 입고 다니지는 않을 모양이다.

아쉽다. 고르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예쁘긴 엄청 예뻤는데.

물론 그렇다고 지금 모습이 안 예쁘다는 건 아니지만.

화려한 드레스가 아닐 뿐, 둘 다 각자 어울리는 옷을 세련되게 소화하고 있었다.

"바네사. 마차는 준비됐는가?"

"네."

아무래도 오늘도 마차로 가는 건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정원으로 나가자, 이미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의외로 소박하네."

디아나를 상징하는 큼지막한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마차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박한 생김새였다.

"화려한 마차 쪽이 좋은가? 그런 마차도 있기는 하네만."

"아니. 그냥 의외라서 한 말이었어. 굳이 눈에 띄게 화려한 걸 타고 다닐 필요는 없지."

"음. 동감일세."

디아나는 아무래도 눈에 띄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차피 가출도 끝났으니, 이제 굳이 숨어 다닐 필요도 없을 텐데.

그러고 보니 전에 던전에서 기사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찾으러 다닐 때, 자기 연구를 방해하는 사악한 무리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았었나?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딱히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네. 얜 대체 왜 가출했던 거야?

"그런데 마부가 없네요?"

"괜찮습니다. 제가 몰 겁니다."

사라의 물음에 바네사가 대답했다.

너 진짜 만능이구나. 집사란 다 그런 건가.

그렇게 바네사가 모는 마차를 타고, 다 같이 신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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