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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8화 (9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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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랜 창설

    마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면서, 이미 길드에 뭘 공개하고 뭘 공개하지 말아야할지 얘기를 마쳤다.

    결국 비밀기지와 그 건너편 공간, 그리고 오크들의 영역에서 이어지는 다음 계층으로 가는이 있다는 것 까지 밝혔다.

    비밀로 간직해둔 건, 마나풀의 서식지와 몬스터의 성기를 이용한 비밀 통로의 존재뿐이다.

    디아나의 입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차례차례 튀어나올 때마다, 차분해 보였던 길드장의 표정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다음 계층으로 가는 새 경로요?! 그렇다면…!"

    "그래. 자네도 이게 얼마나 중대한 발견인지 알겠지?"

    "그, 그렇군요. 그럼 당장 각 클랜에 연락을…."

    "그 전에 할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아, 그렇군요. 정말 대단한 발견이에요. 미약하게나마 보수를 드려야겠네요."

    "고작 그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지 않나?"

    "네?!"

    디아나의 말에, 길드장은 상당히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디아나 당신 진심인가요?"

    "물론일세. 애초에 이것들을 발견한 건 이 몸 혼자만의 성과가 아닐세. 보수는 이 몸들의 클랜 상대로 지불해야할 걸세."

    "클랜?! 당신 클랜까지 들었어요?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설마 정말로…."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튼! 보수는 클랜 상대로 줘야할 걸세. 자세한 건 우리 클랜장과 말하게나."

    디아나는 구원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게다가 클랜장이 남자…."

    길드장은 눈에 강한 의혹을 띄고 구원을 쳐다봤다.

    뭐. 왜. 아무리 남자 모험가 수가 적다고는 해도, 클랜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크흠. 그래서 말인데요. 우선 다른 루트로 통하는 비밀기지. 그곳은 정기적으로 부활하는 웨어 울프 초월종 한 마리만 퇴치하면, 완전히 안전이 보장된 곳입니다. 다른 클랜과 마찬가지로, 저희 클랜도 그곳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군요."

    디아나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다른 클랜은 던전 안의 안전한 곳을 개척하여 관리하는 모양이다.

    던전 안에서 안전한 곳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모험가들도 당연히 그런 곳이 있다면 던전에서 지내는 동안 거기서 체류하게 되고, 그건 전부 그 영역을 관리하는 클랜의 돈줄이 된다.

    아직까지 1계층에는 그런 공간이 없었다.

    물론 대형 클랜들 입장에선 1계층에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없는 게 아니다. 만들 가치가 없는 거다.

    결국 그런 장소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하지만 1계층 모험가들 상대로 얼마나 벌 수 있을까? 투자를 하여 그런 장소를 확보해도, 아마 유지비가 더 나올 가능성마저 있다.

    애초에 1계층은 입구에서부터 왕복을 해도 며칠 걸리지 않다보니, 안전한 장소를 굳이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밀 기지는 그 문제들이 말끔히 해결된 곳이다.

    일단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냥 주기적으로 웨어 울프 초월종 한 마리만 잡으면 끝이니 말이다.

    그리고 모험가들의 이용 문제는 다른 루트로 가는 통로라는 점으로 해결된다.

    비밀 통로의 존재를 모르는 이상, 오크들의 영역으로 가려면 비밀 기지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아마 그쪽 루트가 알려지면, 통행세를 내고서라도 그곳에 가려고 하는 모험가들도 상당히 많을 거다.

    "그렇군요. 하지만, 당신들 클랜에 거길 관리할 인원은 있는 건가요?"

    뭐, 길드장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클랜이니 이런 반응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 이 몸이 있는 클랜인데 고작 그 정도도 못할 것 같나?"

    우리에게는 치트키가 있다는 말씀.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길드장은 바로 납득했다.

    사실 디아나의 힘으로 클랜 인원을 보충한다든가 하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그냥 대화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내뱉은 말에 불과하다.

    사실 던전은 누가 주인이랄 것 없이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에, 길드 측에선 우리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반대할 명분도 없긴 하다.

    "하지만, 확실히 고작 1계층에 사람을 파견하기는 아깝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저희 클랜의 목표는 어디까지 던전 공략이니까요."

    구원은 그렇게 말하고 뜸을 들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만약 길드에서 원한다면 그 권리를 양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앞서서 그렇게까지 말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기엔 조금 무안했지만, 구원은 철면피를 깔고 말했다.

    아마 이 한 마디로 길드장은 구원의 클랜에 거길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 눈치 채겠지.

    "조건은 어떻게 되죠?"

    하지만 길드장은 딱히 의심하는 기색 없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디아나가 있는데 거길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는 건가.

    뭐, 그렇게 생각해주면 이쪽이야 고맙다.

    "복잡할 거 없이 그냥 수입의 일부만 떼어주게나."

    디아나는 대놓고 뻔뻔하게 말했다.

    그리고 디아나와 길드장의 조율이 이어졌다.

    사실 이 세계의 돈의 가치를 아직도 정확히 파악 못한 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할 게 없었다.

    "하아…. 당신 언제부터 이렇게 돈 욕심이 많아졌나요?"

    길드장이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내뱉은 말로, 드디어 대화가 종료했다.

    "끝났어?"

    "음. 문제없네."

    결국 비밀기지를 통해 얻어지는 수입을 7:3으로 나누기로 했다. 물론 이쪽이 3이다.

    앞으로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그냥 들어오는 돈인데 이 정도나 받게 된 건 예상외다.

    디아나의 연륜이 빛을 발했다고 해야 하나.

    "그럼 이제 더 볼 일은 없나요?"

    "아뇨. 아직 지도를 안 드렸잖아요. 아참. 아직 길드 퀘스트는 발령 중이죠?"

    구원의 말에, 길드장의 얼굴이 다시 찌푸려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원 일행은 대박을 쳤다.

    아직 길드 퀘스트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지도 작성, 새로운 초월종과 던전의 주인 발견까지.

    안 그래도 엄청나게 가치가 높은 정보인데, 길드 퀘스트까지 겹치니 보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원래는 길드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보수를 건네지만, 이번에는 디아나의 이름값 덕분인지 바로 보수가 지급됐다.

    한마디로 디아나님 만만세라는 얘기다.

    모아놨던 마석들도 덤으로 처리해, 구원의 인벤토리에는 지금 금화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뭔가 갑자기 이렇게 돈이 많이 생기니까 실감이 안 나네.

    "이제 볼 일은 다 끝난 건가요?"

    사라의 물음에 구원은 한 번 할 일을 정리해봤다.

    이제 남은 건 마나풀의 처리와, 클랜 문장을 만드는 것뿐이다.

    신전에도 오늘 가는 게 좋을까?

    사실 신전에 가면 공부를 해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마지막으로 돌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가긴 가야한다.

    "아직 시간도 있으니, 마나풀을 처리하러 신전에라도 갈까."

    "아니, 그 전에 먼저 여관부터 가세."

    하지만 디아나가 그런 말을 해왔다.

    "여관에? 왜?"

    "말하지 않았나. 클랜 하우스를 이 몸의 저택으로 등록했다고. 이왕 그렇게 했으니, 앞으로는 이 몸의 저택에서 지내자는 말일세."

    "뭐? 그래도 돼?"

    "음. 안될게 뭐있겠나. 어차피 이 몸의 저택인데."

    "아니, 너 가출했잖아."

    "가출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하긴, 클랜을 등록하고 길드에 간 시점에서 이미 들키는 건 예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아마 내일이면 길드에서도 구원 일행이 발견한 새로운 루트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퍼트릴 테고, 그 클랜에 지고의 대마법사가 있다는 소문도 순식간에 퍼질 거다.

    어차피 들킬 거,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생각인가.

    "하지만…."

    사라도 살짝 사양하는 느낌으로 말을 흐렸다.

    "걱정 말게. 어차피 저택 관리를 위해 고용한 사람들 빼고는 사람도 없네."

    하지만 디아나는 예상외의 발언을 했다.

    "뭐? 그럼 넌 대체 누구한테서 가출…아니.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디아나가 슬슬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어서, 구원은 얼른 사과했다.

    그럼 예전에 길드에서 마주친 그 갑옷 입은 무리들은 뭔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가출인데 말이야.

    아무튼 일행은 짐을 싸기 위해 여관으로 돌아갔다.

    사실 짐이라고 해봐야, 구원은 여관에 놓고 다니는 물건 같은 건 전혀 없다.

    여관은 그저 잠을 자기위한 장소에 불과할 뿐. 구원의 모든 짐은 인벤토리 안에 있다.

    그래서 구원은 옷만 갈아입고, 다시 여관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왔다.

    여기 앉아서 적당히 시간이나 때워야지.

    하지만 구원의 이 행동은 안이한 행동이었다.

    어차피 여관비는 이미 지불해놓은 상태니, 쉬려면 자기 방에서 쉬어야 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살짝 이른 시간이라, 구원은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있었다.

    짐을 정리하는데 걸려봤자 얼마나 걸리겠냐는 생각이었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자, 결국 구원도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선이…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내 착각인가?

    "얘들은 왜 아직까지 안내려오는 거야. 뭐하고 있는 건지 좀 보러 갈까."

    구원은 괜히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이쪽을 바라보던 종업원의 눈빛이 번득이는 걸, 구원은 놓치지 않았다.

    젠장. 착각이 아니었어.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이렇게 테이블만 차지하고 있는 게 얼마나 민폐인지 구원도 잘 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상식은 있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지. 뭐라도 시킬까.

    "아가씨. 여기요."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음…여기 커피 한 잔 가져다주세요."

    "네. 커피 단 한 잔 맞으신가요?"

    …왠지 악센트가 단에 힘껏 집중된 느낌이 드는데.

    "하하. 네. 동료들이 내려오기 전에 혼자 뭘 먹기는 좀 그래서요. 동료와 같이 먹어야죠."

    구원은 입 꼬리를 당겨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후훗. 그러시군요."

    이봐. 눈이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닌데.

    나 몰라? 이래 봬도 여기 꽤 오래 묵었고, 밥 먹을 때마다 여자들이랑 같이 먹었는데…젠장. 이 시간에 식당에 있었던 적이 거의 없구나.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아가씨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구원은 커피를 천천히 들이키면서 계단 쪽을 주시했다.

    빨리 좀 내려와라.

    그리고 드디어 사라와 디아나가 내려왔다.

    대체 언제 그렇게 사들인 건지, 짐이 상당히 많았다.

    너희 분명 둘 다 처음엔 짐이 아예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라와 디아나가 내려오자마자, 구원은 종업원을 쳐다봤다.

    봤냐? 진짜로 일행 있었다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커피 하나로 테이블 차지하고 있던 민폐손님이었단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지금부터 커버하면 되는 거다. 조금 이르지만 저녁이라도 먹으면 되지.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셨나요? 그럼 가요."

    사라는 짐을 구원에게 넘기며 말했다.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의 짐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아니, 그 전에 저녁이라도 먹고 가자."

    "벌써 배가 고픈가? 저녁이라면 이 몸의 저택에서 호화롭게 차려주겠네. 조금만 참게나."

    하지만 디아나는 그런 구원의 손을 붙잡고 식당을 나섰다.

    아니. 잠깐만. 이렇게 가버리면 내가 그냥 민폐 손님이었다고 낙인찍히고 끝나버리잖아.

    …뭐 됐나. 어차피 다시 올 일도 없을 것 같고.

    구원은 나가면서 아까 그 종업원 아가씨한테 상큼한 미소나 한 방 날려주기로 했다.

    디아나에게 안내되어 도착한 곳은,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가 있던 주택가를 지나 더 안쪽에 있는 건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생각 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저택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건물이 튀어나올까 싶었는데.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니다.

    충분히 크고 훌륭한 저택이다.

    다만 아라크네 하우스보다 더 으리으리한 저택을 기대했던 구원의 예상과는 달랐다는 얘기다.

    하긴 고용인들 말고는 디아나 혼자 산다는 모양이니, 그렇게 무식하게 클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냥 세워진 목적이 다른 건물이라고 봐야겠지.

    크기는 작지만, 건물 생김새 같은 부분은 더 아름다워 보이기는 했다.

    원래대로라면 구원은 꿈도 못 꿀 엄청나게 비싼 건물이겠지.

    "테, 텔루나님?!"

    정문에 다가서자, 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가 디아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음. 문 좀 열어주게."

    "네, 네!"

    디아나가 마치 가출했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자, 경비원도 당황하면서 잽싸게 문을 열었다.

    그렇게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구원의 눈에는 한 고용인의 모습이 포착됐다.

    "디아나!"

    구원은 힘차게 외쳤다.

    "뭐, 뭔가?"

    "굿 잡!"

    구원은 엄지를 척 세우고 디아나를 향해 밝게 웃었다.

    왜냐면, 정원을 정리하고 있는 고용인이 메이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런 저택하면 메이드지! 너 뭘 좀 아는구나!

    "만약 저택의 메이드에게 손 끝 하나라도 대보게."

    구원의 반응을 보고 디아나가 안광을 번득였다.

    "다, 당연하지. 매일 돌아가면서 니들 상대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내가 그럴 틈이 어디 있어."

    젠장. 남자의 로망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림의 떡이라니.

    메이드를 건드리는 게 안 되면, 적어도 너희가 메이드 옷을 입고…이렇게 말하면 맞아 죽으려나?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클랜명 세이비어스는 Saviors를 말한 거였습니다.

    영어를 쓰면서 한글 발음으로만 써놔서 헷갈리게 만들었네요. 스펠링 추가했습니다.

    이걸로 길드 퀘스트 얘기가 마무리 됐네요.

    설마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이야.

    공부가싫어 // 초반에 게임 시작하면서 커스터마이징할 때 약간의 공사가 있었죠.

    머나먼환상향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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