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3화 (93/1,205)

93====================

클랜 창설

방으로 돌아가는 사라의 뒷모습을 보면서, 구원은 생각했다.

…어라? 방금 나 거의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야?

내 딴엔 필사적이라 입 밖에 나오는 대로 막 내뱉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직접적으로 좋아한다고만 안했지 완전히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다.

소중하다고 하고, 다른 남자랑 자지 말라고 하고.

사라 입장에선 완전히 고백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사라가 얼굴이 붉어진 게 꼭 삑사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 어쩌면….

하지만 구원의 생각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않았다.

방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이미 샤워를 마치고 나온 레이아가 이불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불 위로 새하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을 보면, 그 밑은 알몸이 분명했다.

천사의 모습으로 악마와 같이 유혹하는 그 자태에, 구원의 뇌는 지금까지 하던 생각을 전부 멈추고 눈앞의 광경에 빠져들었다.

"구원씨? 왜 그러고 계세요?"

구원이 방문 앞에서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서있자,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왜긴 왜겠어요.

사라나 디아나와는 다르게, 이 아가씨는 유독 자기 미모에 자각이 없는 것 같다니까.

물론 그래서 더 좋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순수함을 잃지 않고 계셔주세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 얼른 샤워하고 올게."

"네. 다녀오세요."

레이아는 이불 위로 한 손을 꺼내 살랑살랑 흔들며 미소 지었다.

크으. 녹는다 녹아.

구원은 최대한 빨리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럼…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응.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이번에도 바로 정신을 잃게 되겠죠?"

레이아는 가련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레이아의 이불속에 숨겨져 있는 몸에만 정신을 집중하던 구원도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안 되지 안 돼. 즐기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욕망에만 빠져선 안 된다.

레이아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부드러운 미소 뒤에는 어렴풋한 공포가 엿보였다.

하긴 자신은 정신을 잃고 기억에도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건데 무섭겠지.

"그거 말인데. 실은 오늘은 섹스를 안 하려고."

구원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저번에 했던 실험의 연장선이다.

저번에 레이아가 자고 있을 동안에 가슴을 만진 걸로, 자극만 가지고 레이아가 구미호가 되는 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구미호가 되는 조건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한 실험이다.

과연 레이아는 섹스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극만 가해져도 구미호가 될까?

"네? 하지만…."

"들어봐. 실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워봤는데, 혹시 섹스는 안하고 전희까지만 하면 레이아도 기절하지 않는 거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런 식으로 천천히 익숙해지는 걸로 극복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이 실험은 레이아가 정말로 오늘은 섹스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해야 성립할 수 있다.

그래서 구원은 레이아에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아, 그렇군요. 절위해서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다니…고마워요. 남성분은 힘드실 텐데…."

레이아는 두 눈에 감동의 빛을 가득 담고 구원을 응시했다.

윽. 이렇게 바라보니 양심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은 끝까지 할 거라고 실토할 수도 없다.

"하하. 뭘."

구원은 어색하고 미소 짓고 레이아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천천히 걷었다.

그렇게 천천히 드러나는 레이아의 몸매는 역시나 환상적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원의 이상형을 그대로 조각해놓은 것 같은 몸이다.

"마, 만질게. 침착해. 오늘은 섹스를 안 할 거니까. 놀랄 것 없어. 오늘은 변하지 않을 거야."

젠장. 혀까지 꼬이네. 내가 먼저 침착해야겠다.

"네."

하지만 레이아 역시 구원의 모습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지, 얼굴을 붉히고 심호흡을 했다.

"흐읏!"

그렇게 가슴에 손을 가져다대자, 레이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직 성자의 손길 같은 것도 안 썼으니, 쾌감으로 떨린 건 아닐 거다.

그저 손만 대고 있어도 절로 행복해지는 감촉에 구원은 이성을 잃을 것 같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참아내고, 레이아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괜찮아?"

"아, 아뇨. 저, 저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레이아의 눈에는 아직 구미호로 변했을 때의 그 요염한 빛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대신 눈을 그렁그렁 거리며 구원을 바라봤다.

"가슴이 막 콩닥콩닥 뛰어요. 괜찮은 걸까요?"

확실히 구원이 손 안에 들어온 가슴에서는 심장이 엄청난 속도로 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가 정신을 잃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제대로 애무하는 건 처음이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반응이 예쁘신 거 아니냐.

이러다가 내가 먼저 죽겠다. 만약 죽으면 사인은 심쿵사라고 알아라.

"걱정 마. 자연스러운 반응이야."

구원은 손 안에 들어온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하읏!"

처음에는 원을 그리듯이 부드럽게, 가슴의 가운데 부분은 피해가면서 일부러 애태우듯 바깥쪽만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한참을 애태우다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극을 가해가며 슬금슬금 손을 가슴의 가운데 부분으로 옮겨갔다.

"하읏, 하앗, 핫, 저, 저 기분이 이상…!"

점점 쾌감이 전해져도, 아직까지 레이아가 변하려는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은 건가. 쾌감이 문제가 아니었어.

아무래도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하는 조건은, 레이아 스스로가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괜찮아. 이상한 게 아니야. 자연스러운 거지. 그냥 받아들여."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드디어 레이아의 가슴 중앙에 있는 열매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 가볍게 비틀었다.

"하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레이아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떨었다.

"어때? 처음 느끼는 절정은?"

아니, 그러고 보니 처음 한 날도 아침에 제정신이 들고도 한 번 더 했구나.

그럼 처음 느끼는 절정은 아니겠네.

구원은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레이아는 제정신으로 여기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감동한 모양이다.

"구원씨, 저…."

두 눈을 감동으로 빛내며 뭔가 말하려고 하는 레이아의 입을, 구원은 자신의 입을 가져다대어 막았다.

그런 걸 굳이 말로 하는 건 멋이 없는 짓이지.

서로 가볍게 맞댄 입술의 사이에서 혀를 내밀어, 서로의 혀가 만났다.

처음엔 부드럽게, 그리고 점차 격렬하게 혀가 얽혀가면서 구원은 눈치 챘다.

엄청나게 능숙하잖아.

이런 망할. 엄청 좋은 분위기였는데.

구원은 주저하지 않고, 여전히 레이아의 가슴에 놓여있던 자신의 손에 곧바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흐으으읍!"

레이아가 몸을 떠는 사이에 얼굴을 뗀 구원은 그 눈을 바라봤다.

역시나.

레이아의 눈은 이미 요사로운 빛이 감돌고 있었다.

젠장. 뭐가 문제였지? 분명 절정에 이를 때까지 제정신이었는데.

아무튼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

구원이 먼저 선공을 날려서 이전처럼 몸이 조종당하는 사태는 면했지만, 그래도 언제 이 구미호가 정신을 차리고 구원을 구속할지 모를 일이다.

일단은 안전한 상황으로 만들어놔야지.

이미 물건은 언제라도 돌입 가능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구원은 주저 없이 자신의 물건 끝을 레이아의 음부에 맞대었다.

"잠…흐이이잇!"

구미호가 당황하며 뭔가 외치려고 했지만, 구원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허리를 전진시켰다.

후우. 이걸로 일단 위기는 넘겼군.

일단 삽입에 성공하면, 그 이후로는 구미호가 어떤 수작을 벌여도 곧바로 풀려날 자신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삽입한 상태로 가만히 있을 것도 아니지만.

얼른 천사 같은 레이아 누님으로 돌아와라. 아까 진짜로 분위기 좋았는데.

구원은 그런 염원을 담아 거세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구미호 상대로 봐줄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주지.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손으로 레이아의 몸 곳곳을 어루만졌고, 동시에 성기를 이용한 각종 스킬들을 사용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앙! 하아앗! 흐아아앗!"

역시 남자의 정기를 빼먹고 사는 구미호라고 해도 전력을 다하는 성자에게는 상대가 안됐다.

레이아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도리질하며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댈 뿐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허리가 구원의 성감을 최대한 자극하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대단했다.

과연 구미호. 저번에 빨 때도 제정신 못 차리는 와중에 혀는 움직이더니. 명불허전이다.

저번에 빨아주던 때를 생각하니, 벌어져있는 레이아의 입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지금도 크게 벌려져 계속해서 신음성을 토해내고 있는 입 안에는, 붉은 혀가 파르르 떨며 꿈틀대고 있었다.

혀라는 게 딱히 야한 부위가 아닌데도, 왠지 엄청나게 야해 보이는 광경이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그 입 안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가져갔다.

"하읏! 흐읍. 츄릅. 쯉."

"우옷."

구원은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게, 구원이 손가락을 가져가자마자 레이아가 마치 펠라치오라도 하듯이 손가락을 빨아왔으니까 말이다.

정말로 그냥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가?

구원은 허리를 움직이는 것도 잊고, 이번에는 검지와 중지 두 개를 한꺼번에 레이아의 입 안에 넣어봤다.

"하음. 츄읍. 츕. 츄릅."

레이아는 완전히 눈이 풀린 상태로 열심히 손가락을 빨았다.

입안에 넣은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레이아의 혀를 살짝 집어보자, 격렬하게 혀가 얽혀왔다.

와…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역시 구미호의 본능이란 게 장난 아니긴 하네.

그냥 손가락을 빠는 거다. 딱히 촉각에서 쾌감이 느껴지지 않아야 정상인데, 구미호 특유의 마력인지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쾌감이 아니더라도 흥분되는 광경이다.

특히 천사 같은 레이아의 얼굴로 이러는 거니 더욱더.

구원은 그렇게 한 손은 가슴을 주무르고 한 손은 입에 넣은 채로 허리 운동을 재개했다.

레이아가 느낄 때마다 손가락에 얽혀오는 혀도 파르르 떨리는 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

그렇게 신선한 감각에 정신을 못 차리고 즐기다가, 구원은 문득 제정신을 차렸다.

안되지 안 돼. 난 청순한 레이아 누님과 알콩달콩 섹스를 즐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순식간에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다니. 요망한 구미호 같으니라고.

제정신을 차린 구원은 다시 스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흐읍! 하읍! 츄릅! 흐응! 흐읏!"

레이아는 신음성을 내뱉으면서도 구원의 손가락을 빠는 건 잊지 않았다.

자, 어서 청순하고 순진한 레이아 누님으로 돌아와라.

"하읍! 흐읏! 흐으으으으읍!"

구원이 강렬하게 허리를 밀어 넣었을 때, 결국 레이아가 크게 신음성을 지르며 눈을 뒤집었다.

"어, 어라? 레이아?"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지만, 그건 절정의 여운 때문에 떨리는 것에 불과하다.

레이아는 누가 봐도 정신을 잃었다.

그 증거로 구원의 손가락을 감싸오던 혀마저 힘없이 축 늘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구미호 상태가 풀렸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레이아의 엉덩이 아래에는 아직도 보랏빛 꼬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차. 구미호 상태를 풀려면 얘를 느끼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빨리 빨리 쌌어야 했지.

제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지만, 구미호가 주는 마성의 쾌감에 완전히 제정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계속 해야겠지?

기절했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어차피 구미호 상태를 풀어야 하니 말이다.

덤으로 구원의 해소되지 않은 욕구도 충족시키고 말이다.

그래도 역시 기절한 애 상대로는 별로 재미가 없네.

일단 자극은 느끼고 있는지 가끔 움찔움찔 떨리기도 하고 간간이 잠꼬대 같은 신음성도 내뱉지만, 역시 깨어있을 때만큼의 반응은 없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허리를 움직이던 구원이 드디어 한 발 싸자, 레이아도 갑자기 다시 제대로 된 반응을 보였다.

"흐으으읏!"

아무래도 구원이 싸는 것과 동시에 절정에 이른 모양이다.

게다가 절정에 이르면서 다시 정신이 들었는지, 레이아는 눈을 뜨고 혼란스러운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서 기절했는지 기억 못하는 건가?

아직 눈에서 빛이 나는 걸 보니 구미호 상태가 풀린 건 아닌데 말이야.

"정신이 들었어? 다행이다. 역시 혼자 허리를 흔드는 것 보다는 같이 즐기는 편이 즐겁거든."

구원은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다시 허리를 흔들었다.

"흐앗! 하앙! 하앗! 흐아앙!"

요사롭게 빛나는 구미호의 눈에, 왠지 모르게 공포의 빛이 떠올라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내 착각이겠지.

구미호는 애초에 내 정기를 빼먹는 게 목적이고, 이건 내가 자진해서 정기를 주는 행위인데 말이야.

무엇보다 서로 기분까지 좋아지는데 무서워할 리가 있겠어?

구원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구미호가 만족할 때까지 행위를 계속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DarkBnana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