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80화 (8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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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들의 영역

    마나풀이란, 간단히 말해서 마나가 함유량이 높은 풀이다.

    지상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던전에서만 간간히 발견이 되는 식물이다.

    아무래도 이 마나풀처럼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고 던전에서만 발견이 되는 것들이 제법 존재하는 모양으로, 특히 던전에는 다니기보다 연구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는 마법사들이나 신기한 걸 좋아하는 귀족들이 이런 것들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제법 많이 한다.

    특히나 이 마나풀은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굳이 마법사나 귀족뿐만 아니라도 많이들 의뢰를 하는 수요가 높은 식물이라고 한다.

    포션의 재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심지어 신전에서는 아예 대형 클랜들과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마나풀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다만 마나풀이란 것이 정해진 곳에서 일정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급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상이 어리둥절해있는 구원에게 디아나가 해준 설명의 요약이다.

    참고로 디아나가 설명해주는 사이에도 레이아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구원의 손을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레이아도 신전 소속인 만큼 마나풀이 부족한 것이 절실하게 다가왔던 걸까?

    아무튼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게임에서 약초라는 성의 없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하는 풀이란 얘기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 잡초와 전혀 구분이 안 간다.

    레이아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밟고 지나갔을 거다.

    하지만 뭐 확실히…듣고 보니 살짝 향기 같은 게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부족하면 지상에서 재배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가능했다면 신전이 그렇게 구하려고 고생하지도 않았겠지. 마나풀 뿐만 아니라 던전에서 구한 식물들은 전부 재배를 하려고 하면 성질이 변해버리더군. 심지어 던전 안에서 시도를 해봐도 말일세. 일단 관심 있는 마법사들이 계속 연구를 하고 있기는 하네만…."

    으음. 역시나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는 말인가.

    "그런 것 치고 여기는 엄청나게 많이 있네."

    분명 정해진 곳에서 구할 수 없는데다가, 재배도 불가능 하다고 했잖아.

    하지만 꽤나 넓은 이 네모난 공간 안 전체에는 마나풀이 말 그대로 장판처럼 깔려있다.

    "음. 하지만 재배한 건 아닐 걸세. 이렇게 무작위로 나있으니 말이네."

    디아나의 말투는 마치 꼭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하긴 여기서 만약 재배가 되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가 재배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마법사인 디아나로서는 인간이 개척하지 못한 영역을 지능도 떨어지는 몬스터가 개척해냈다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재배가 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여기 마나풀이 대량으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 하나만은 명백하다.

    어쩌면 웨어 울프들이 기를 쓰고 이 구역으로 오려고 했던 것도, 이렇게 마나풀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놈들도 지능이 있으니 이걸 사용하면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 정도는 알았을 테고 말이다.

    게다가 아까 전 오크의 반응을 보면, 오크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는 것 하나는 명백하다.

    뭐, 그거야 어찌됐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그럼…우선은 쓸어담을까?"

    "네!"

    "그런데 그냥 뽑으면 되는 건가? 이 몸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일세."

    "그야…."

    디아나도 모르는 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구원의 시선이 자연히 레이아를 향했다.

    "에, 에헤헤."

    레이아는 쑥스럽다는 듯이 살짝 얼굴을 붉히고 웃었다.

    응. 귀여우시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거 어쩔 거야? 눈앞에 금덩이가 굴러다니는데 아무도 줍는 법을 모르는 상황이잖아.

    "그냥 다른 풀들을 캐는 것처럼 캐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다른 풀들을 캐는 건 어떻게 하는데?"

    "…제가 알려드릴게요."

    사라가 약간 씁쓸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오오! 과연 사라! 역시 시골 출신은 뭔가 달라도 달라! …이건 편견인가?

    아무튼 사라의 시범을 보고 일행들은 곧장 마나풀을 뽑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라 이렇게요. 자, 손 줘보세요."

    처음 씁쓸하게 말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라는 꽤나 열정적으로 뽑는 방법을 알려줬다.

    심지어 구원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사라가 계속해서 맨투맨으로 마크를 하면서 알려줄 정도였다.

    "손으로 여기를 잡고, 나이프로 이렇게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뭐 이러면서 자연히 스킨십도 많아지니 나야 즐겁지만 말이다.

    꽤나 이런 일에 익숙해 보이는 걸 보면, 아마 고향에선 이런 일도 자주하며 지냈겠지. 게다가 지금은 활까지 쏘는 데도 불구하고 굳은 살 하나 없는 매끈한 손이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위에 겹쳐진 사라의 손을 매만졌다.

    "구, 구원?!"

    사라의 목소리에 구원은 퍼뜩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큰일 났다. 이건 뭐라고 변명할 말도 없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어, 아, 아니. 그게, 미안…."

    사라는 손을 떼고 구원에게 말했다.

    "한번 스스로 해보세요. …그래요. 이제 잘 하시네요. 그렇게 하면 되요. 계속 그렇게 하세요."

    구원이 한번 뽑아보자,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디아나가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진짜 이걸로 괜찮아? 내 기준으론 아까 하던 거랑 그리 차이도 없었는데….

    다행이 화는 안 냈지만, 안 그래도 사라와는 아침부터 대화도 잘 없었는데 더 그러게 생겼다.

    그런데 요즘 사라랑 디아나, 정말 사이가 좋네.

    문득 보면 저렇게 둘이 같이 뭉쳐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파티원끼리 사이가 좋은 건 기쁜 일이고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처음에는 꽤나 투닥거렸던 것 같은데 어느새 저렇게 된 걸까?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일행은 방 안에 있는 마나풀의 대부분을 캐냈다.

    일부러 몇 개를 남겨놓은 건 만약을 위해서다.

    정말 디아나 말대로 마나풀이 여기서 자생하고 있는 거라면, 모조리 뽑아가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돼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정도 양이면 정말 많은 분들이 구원받을 수 있을 거예요."

    레이아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아무래도 마나풀을 보고 기뻐한 것도 다른 사람들을 더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나 보다. 역시 천사다.

    "그럼 이건 신전에 직접 팔도록 할까요?"

    "정말요?! 하, 하지만 신전에서는 정해진 가격으로만 사들여서요…. 잡화상에 파는 게 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그러면서도 파티를 배려해 솔직하게 말하는 마음씨까지.

    이 누님을 기뻐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내가 뭔들 못하겠냐.

    "하지만 신전에 파는 게 아픈 사람들을 더 많이 구할 수 있잖아요? 다들 어떻게 생각해?"

    물론 동의해주겠지만.

    사라도 디아나도 딱히 돈 욕심은 없다.

    게다가 둘 다 은근 배려심이 강하니, 남을 돕는 일이라고 하면 무조건 찬성해주겠지.

    "네. 저도 신전에 파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음.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나."

    역시나 둘 다 곧바로 구원의 의견에 찬성해줬다.

    다만 어째서 둘 다 떨떠름한 얼굴인 거지?

    "저, 정말 감사해요!"

    다른 일행의 승인도 떨어지자, 레이아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구원을 껴안았다.

    구원도 그 모습을 보자 덩달아 행복해졌다. 특히 눈 아래에 펼쳐진 거대한 가슴이 눌리는 모습 때문에 더욱더.

    다만…어째서 난 가죽 갑옷 같은 걸 입고 있는 거냐! 이것만 없었다면! 이것만 없었다면! 번뇌가 살짝 행복을 상쇄시켰지만 말이다.

    "크흠. 자네가 그렇게 남을 위하는 성격이었나?"

    "무, 물론이지! 내 이름을 봐! 부모님이 남을 위하라고 지어준 이름이라고!"

    "와아! 정말 멋지세요!"

    레이아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구원의 양심을 사정없이 찔러왔지만, 구원은 애써 미소를 띄우며 버텨냈다.

    거짓말은 안했어. 거짓말은. 게다가 이유야 어찌됐건 지금 하는 일은 남을 위하는 일 맞잖아?

    "그런데 아직 식사할 시간 안됐나요? 조금 배가 고프네요."

    "으음. 그렇구먼. 듣고 보니 이 몸도 그렇다네."

    눈을 돌려 확인해보니, 확실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벌서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여기서 점심을 먹을까."

    마침 여기도 식사를 하기에는 딱 좋은 공간이다.

    기습에 대비하기도 용이하고, 밖에서 모습도 보이지 않고 말이다.

    "네. 얼른 준비하죠."

    "자, 서두르게나."

    "알았어. 알았어."

    사라와 디아나의 닦달에 구원은 아쉽지만 레이아와 떨어져 인벤토리에서 음식들을 꺼냈다.

    레이아는 대체 얼마나 기쁜 건지, 이렇게 떨어져서 보니 옷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맹렬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이렇게 기뻐하는 걸 보면 역시 천사가 맞는가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계획이 조금 틀어지네."

    "그러네요."

    사실 지금 구원 일행이 잠자리로 쓰고 있는 비밀기지는 얼마 후 길드에 알려줄 예정이었다.

    몬스터의 성기를 이용하는 비밀 통로를 밝힐 수는 없지만, 그냥 몬스터들이 다니는 길인 비밀기지 쪽은 밝혀도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구원 일행이 2계층을 다니게 되면 더 이상 그곳을 쓸 일도 없어지게 되고, 그렇다면 보물을 썩히고 있는 것보다는 길드에 알려주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 될 테니 말이다.

    아직도 길드 퀘스트가 발동 중이니 아마 비밀기지와 더불어 이 구역의 지도까지 넘기면 아마 엄청난 보상금이 들어올 거고, 모험가로서 일행의 명성도 올라가겠지.

    하지만 이런 장소를 발견해버린 이상, 이 구역의 정보를 그냥 넘기는 건 아까운 짓이다.

    어쩌면 좋을까?

    고민해봤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할까.

    어차피 이것도 2계층으로 넘어간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일단은 1계층의 보스부터 잡고 생각할 일이지.

    식사를 마치고 그 마나풀의 방에서 나온 일행은 다시 탐험을 재개하기로 했다.

    웨어 울프들이 집요하게 이 구역을 다녔던 이유가 저곳 때문이라고 구원은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또 다른 발견을 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렇게 맵을 한쪽만 안채우고 돌아가는 건 게이머 특유의 본능이 용납하지를 않는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돌아가지 않은 건 정답이었다.

    "완전히 돼지우리네."

    구원은 일행 모두의 감상을 대변해서 그렇게 말했다.

    지금 일행이 나무위에 올라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곳에는 오크 무리의 주둔지가 펼쳐져있었다.

    어디 꽁꽁 숨어 있었나 싶었더니, 이런 곳에 있었나.

    하긴 1계층의 위쪽이 고블린들의 터전이라면, 아래쪽은 오크들의 터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이 나오는 놈들이다. 이런 주둔지가 없을 리가 없지.

    위치로 보자면 비밀기지를 기준으로 비밀통로의 입구와 정반대에 위치한 곳이다.

    여기는 완전히 자기들만의 세상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인지, 놈들은 딱히 목책 같은 것도 세우지 않고 뻥 뚫린 광활한 공간에 그저 모여 있었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있었는데, 그럼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대체 얼마나 넓은 곳에 얼마나 많은 놈들이 있는 건지 상상이 안 될 정도였다.

    게다가 분명 움막 같은 곳이 곳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리 한복판에서 왕성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곳곳이 눈에 띄었다.

    이게 바로 오크들의 번식력이 뛰어난 이유인가.

    눈만 버렸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여성진들도 구원과 마찬가지의 감상인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특히 레이아마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까까지의 함박웃음과 대비되어 더더욱 인상이 깊었다.

    저러고 있으니까 마치 구미호로 변했을 때 보는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하자 구원은 살짝 물건이 일어서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들아 뭐하는 거냐. 난 그런 취미 같은 건 없어.

    아무튼 보기 싫은 것과 별개로,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는 건 분명하다.

    위에서도 무한 리스폰의 효과는 톡톡히 봤었으니 말이다.

    비밀기지에서 조금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다 여기서 사냥을 하면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를 거다.

    덤으로 오크 초월종을 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다만 너무 탁 트여있는 곳이라 몇 마리만 유인해낼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제가 한 번 해볼게요."

    구원의 말을 듣고 바로 사라가 나섰다.

    오? 뭔가 비책이라도 있는 건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7화에서 사라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도 부끄럽다는 이유만으로 고백하지 않는다는 묘사를 수정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복수가 끝나기 전에 연애에 빠지는 건 죄책감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식으로요.

    이렇게까지 고백을 안하고 있는 게 단순히 부끄러워서라고 하기엔 너무 이유가 빈약해서 전부터 수정하려고 했는데, 컴퓨터만 켜면 까먹다가 이제야 바꿨네요.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파트 배분은 지금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속해서 좋아할 수 있게 비율을 맞춰 배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기에 걸려 하루종일 자는 바람에 다음 화를 미처 다 쓰지 못했습니다.

    내일 퇴근하고 내용을 더 채워서 연참하도록 할게요.

    이번 주 안에 연참을 한다고 했는데 주가 넘어가 버린 점 죄송합니다.

    모욕감 // 매일 연재하면서 개그를 계속 쓰는 건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 힘들더군요. 그래서 개그는 생각날 때만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개그맨들은 대단하다고 새삼 느껴지더군요.

    물주아자씨 // 일주일에 한번 찾아오라고 했는데, 구원이 그건 힘들다고 딜을 해서 던전에 다녀오고 그 사이 휴식 때마다 찾아오라고 했었죠.

    페르세이온 // 사실 감기에 걸려서 약을 먹었는데, 평소에 약같은 걸 안먹다보니 약빨이 강하게 들었는지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오타가 생겼나보네요. 감기가 낫는대로 읽어보고 수정하겠습니다.

    elas //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배의 // 사건 이후로 묘사는 안되고 있지만, 구원은 심층심리에는 사라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구원이 던전을 도는 건 사라를 도와 마왕을 물리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도는 건데, 그 사이에 욕망에 빠지거나 게이머의 본능이 튀어나와 인해 샛길에 빠지기도 하고 하는 거죠.

    누굴지? // 감사합니다. 지적해주신 부분 오타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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