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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9화 (7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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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족 사제

    그렇게 구원 혼자 억울해진 식사를 마쳤지만, 잠을 자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이르다.

    그럼 연습이나 해볼까?

    성장을 한다고 굳이 직업 레벨만 올릴 게 아니다. 기술을 갈고닦는 것 역시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구원은 깔아놓은 이불에 앉아 구원은 잠을 자기 전에 새로운 방법으로 사용하는 성자의 손길을 더 연구해보기로 했다.

    일단 원래하던 방식대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 어떤 방식으로 마나가 흐르나 되새겨보고, 이번에는 이 세계의 사람들의 방식대로 손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봤다.

    역시나 원래하던 방법보다는 발동에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손에 발동시키는 건 비교적 손쉽게 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이 방법으로 마나를 더 불어넣거나 덜 불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스킬 위력에 변화가 생기는 걸까?

    시험해보려면 우선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줄 도우미가 한 명 필요하다.

    우선 레이아는 무조건 안 된다.

    구미호화가 어떨 때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지금, 괜히 스킬 시험을 해봤다가 레이아가 구미호화가 돼버리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그럼 디아나? 스킬 연구의 일환이니 그야말로 적임이기는 하다.

    다만 디아나의 성벽이 문제가 된다.

    괜히 이런데서 성자의 손길을 맞고 노출증이 자극돼서 발정이라도 나버리면…상상해보니 흥분되기는 하지만, 뒷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럼 역시 남은 건 사라뿐인가.

    "사라. 미안한데 조금 부탁 좀 해도 될까?"

    "네? 뭘요?"

    "내가 이 세계의 방법으로 스킬을 배웠다고 했잖아. 마나량에 따라 스킬 위력이 달라지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아, 네.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협력할게요."

    "고마워. 그럼 우선 이게 평소 성자의 손길이랑 얼마나 다른지 좀 알려줘."

    구원은 될 수 있는 한 적은 양의 마나를 담아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사라의 엉덩이를 살짝 건드렸다.

    결코 어제 만지다가 만 것이 아쉬워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적은 양의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니, 사라가 비교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사라의 가장 큰 성감대를 만진 것뿐이다.

    "네?! 여기서 성자의 손기…아흣…어머?"

    사라는 구원의 말을 듣고 상당히 당황했지만, 정작 구원의 손이 닿아도 평소 같은 쾌감이 전해지지 않아 놀란 모양이었다.

    "어때?"

    "네. 확실히 평소보다 훨씬 위력이 약하네요."

    역시 예상대로다. 하지만 이건 그럴 거라고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다.

    문제는 마나를 평소보다 많이 불어넣었을 때다.

    사라가 오크를 한 번에 꿰뚫었던 것처럼, 이 세계 사람들이 스킬에 마나를 더 많이 담아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명백하다.

    다만 게임 시스템 상 스킬 레벨이라는 제한을 가지고 있는 구원 역시도 그게 가능할까?

    "그럼 다음 갈게."

    구원은 이번에는 사라의 손을 잡고,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마나를 때려 박아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봤다.

    "하으으읏!"

    그러자 그 즉시 사라의 몸이 거세게 떨리며 구원에게 몸을 기대왔다.

    하지만 성자의 손길은 원래 위력이 강하니까, 이게 평소보다 위력이 더 강한건지 겉보기로는 구분이 안 된다.

    "어때?"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구원은 사라에게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기, 기분 좋아요…."

    하지만 사라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렇게 엉뚱한 소리를 내뱉었다.

    으윽. 딱히 그런 성벽이 없는 사라마저도 이런 반응이라니. 역시 성자의 손길. 무섭도다.

    이걸 디아나한테 했으면 대체 어떤 반응이었을지….

    섹시한 사라의 반응에 구원도 잠깐 그 분위기에 휘말릴 뻔했지만, 겨우 정신을 다잡고 되물었다.

    "아, 아니, 평소보다 위력이 어떠냐고."

    "핫! 그, 그러네요! 평소와는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구원의 말에 사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응. 부끄러워할 거 없어. 오빠도 다 이해한단다.

    하지만 역시나 이 방법으로도 스킬 레벨 이상의 효과는 발휘할 수 없는 모양이다.

    만약 스킬 레벨의 한계를 초월한 효과를 보는 게 가능해지면 성자의 손길뿐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특히 섹스 애널라이즈 같은 스킬이 강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을 텐데.

    아쉽기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괜히 미련 가져봐야 어쩔 수 없지.

    안 그래도 게임 시스템으로 남들보다 유독 강해진 거다. 이정도 페널티는 있어야 그나마 밸런스가 맞는다고 생각하자.

    "그렇구나. 고마워. 큰 도움이 됐어."

    "끄, 끝인가요?"

    과연 사라도 몸이 달아오르긴 한 모양이다. 목소리에서 살짝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저런 반응을 보이니 나까지 흥분된다. 여기가 던전만 아니었으면 바로 덮쳤을 텐데.

    "응. 고마워."

    "아, 아뇨.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사라는 바로 이불로 들어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써버렸다.

    이거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오늘 이렇게 어중간하게 느끼게만 하고 끝낸 만큼, 다음에 사라와 잘 때 잘해줘야지.

    왠지 사라와 할 때는 이런 다짐을 항상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러고 나서도 구원의 스킬 연습은 끝나지 않았다.

    손 이외의 부위로 스킬을 발동하는 연습을 조금 하고 있자니 곧 잠을 잘 때가 됐다.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 디아나가 구원의 몸 위에 몸을 겹치려고 했다.

    "디아나, 잠깐만."

    "음? 뭔가?"

    "굳이 내 위에서 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쉽지만, 정말로 눈물 나게 아쉽지만, 구원은 디아나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모두 겹쳐서 잠을 자면, 아마 던전에서는 항상 그렇게 자는 게 기본이 되어버릴 거다.

    물론 미인 세 명에게 끼어서 자는 건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계속 그렇게 잤다가는 내 정신이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언제까지나 이성을 잃지 않고 있을 수 있을 거라고는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다.

    적어도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구원은 눈물을 머금고 디아나에게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이건 만약을 대비해서…."

    "응. 그런 거라면 내 머리위에 이불을 깔고 자도 대응 할 수 있을 거야."

    "자는 중에 기습을 받아도 말인가?"

    "적어도 이 근처에서 내가 그 정도 반응도 못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는 없잖아."

    "…자네는 그렇게도 이 몸이 위에서 자는 게 싫은가?"

    디아나가 살짝 씁쓸하게 말하자, 구원은 지금 하는 짓이 허무해졌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이런 예쁜 애한테 잘 때 떨어져서 자라고 애쓰는 꼴이라니.

    "아니, 디아나도 불편할 거 아니야."

    "이 몸의 걱정이라면 전혀 할 것 없네. 멀쩡하다네."

    하긴 섹스 끝나고도 항상 그렇게 자는데 이제 와서 불편하다고 할 리가 없지.

    그러면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나.

    욕 좀 먹겠지만, 앞으로의 숙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 실은 디아나가 그렇게 자면 내가 잠을 못자서."

    "음? 설마 무거운가?"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쪽이 조금 불편해져서. 그 왜 있잖아."

    구원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디아나도 드디어 무슨 말인지 눈치 챈 모양이다.

    으윽. 화내겠지. 또 파렴치하다고 설교 듣는 거 아니야?

    "흐, 흠. 그런가. 그런가. 어, 어쩔 수 없지. 이 몸이 워낙 매력적이니 말일세. 이해하네."

    하지만 디아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목소리 톤이 높아지며 그렇게 말했다.

    이건 괜찮은 거냐.

    얘가 화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준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구원의 설득이 먹혀들어, 디아나는 일행의 머리맡에 가로로 누워 자게 됐다.

    그리고 마치 디아나에 맞춰 거리를 벌리듯이 이번엔 레이아도 제대로 자기 이불에서 자게 됐다.

    그야 머리 위에 있어도 대응 가능하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말이야.

    고작 1미터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뿐이지만, 어제는 엄청나게 밀착해있었던 만큼 무척이나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다.

    게다가 사라는 아까 이불 안에 머리까지 들어가서 아직까지 전혀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가끔 꿈틀대는 걸 보면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지만.

    어쨌든 이걸로 내 숙면은 보장되게 된 거다.

    난 슬프지 않아. 결코 아쉽거나하지 않아.

    구원은 그렇게 자신에게 들려주듯 되뇌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레이아가 가세해 약간은 미묘한 분위기를 풍겼던 이번 던전 탐험도 드디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리 얘기했던 대로 이 며칠 동안 탐험은 비밀 통로 쪽 맵을 채워가면서 진행해왔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웨어 울프를 만나는 확률은 점점 더 줄어들어갔고, 이제는 만나는 몬스터의 대부분이 오크가 됐을 정도였다.

    덕분에 오크 고기는 아무리 먹어도 다 소비할 수 없을 정도로 인벤토리에 쌓여가게 됐다.

    "역시 별다른 건 없네."

    그리고 오늘 탐험을 나서면 드디어 비밀 통로 쪽 맵도 비밀 기지 근처는 전부 매워버리게 된다.

    "매번 그렇게 새로운 발견을 할 수는 없죠."

    사라는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이, 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사라와 정상적인 대화를 했다.

    아침에 갈아입을 옷을 건네받았을 때 말고는 왠지 얼굴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럼 오늘까지만 돌고 내일부터는 정규 루트 쪽으로 가자. 오늘만 돌면 근처에 안 돌아다닌 곳도 없어지고."

    "네. 마지막까지 힘내요."

    레이아가 파이팅이라고 말하듯 가슴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레이아가 저럴 때마다 그 거대한 가슴이 모아지고 눌려져서 상당히 흐뭇하다.

    성격뿐 아니라 이런 방면까지 완벽하다니, 정말로 내 이상형을 구현해놓은 것 같은 사람이라니까.

    그리고 새로운 발견은 일행의 기대도 한풀 꺾여 전혀 예상치 않았던 타이밍에 하게 되었다.

    "전방에 또 오크들이 있어요."

    "좋아. 그럼 또 고기 좀 얻어 볼까."

    일행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오크 세 마리였다.

    녀석들은 뭔가를 찾고 있는 중인지, 구원 일행에게 등을 돌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얘들아! 어디 가니?"

    구원이 말을 걸자, 녀석들은 소스라치게 당황하며 허둥지둥 무기를 꺼내 쥐고 구원 쪽을 향했다.

    왜 저렇게 놀라? 던전 한두 번 다녀보나.

    오크들이 유난히 허둥대는 바람에 이번 전투는 상처도 거의 입지 않고 끝나버렸다.

    쳇, 나의 힐링 타임이….

    그렇게 아쉬워하며 이번엔 치유 받을 것도 없이 마석만 캐내고 곧장 가던 길을 다시 걸었다. 그러다가 맵에 시선을 돌렸을 때, 구원은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맵 한 구석이 텅 비어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맵 한 구석이 정확히 네모난 모양으로 텅 비어있었다.

    던전이 일말의 맵 낭비도 없이 꽉꽉 들어찬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히 정사각형으로 맵이 비어있는 공간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수상했다.

    "잠깐만. 아까 오크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가보자."

    "왜 그러세요?"

    "어쩌면 정말로 뭔가 찾았는지도 모르겠어."

    다시 오크들과 싸웠던 곳으로 돌아온 일행은, 그 근처를 구석구석 찾아보기로 했다.

    "어머? 이 냄새는…."

    가장 먼저 뭔가를 느낀 건 레이아였다.

    냄새라니,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수인족인만큼 코가 좋기라도 한 걸까?

    레이아가 향한 곳은 맵에서 정확히 빈 공간의 한쪽 면의 가운데 부분이었다.

    하지만 저기도 벽으로 막혀있는 곳인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구원이 벽에 손을 대자, 팔이 수풀을 쑥 통과하고 지나갔다.

    어라? 이거 뭐야?

    그곳은 마치 벽에 빽빽이 담쟁이넝쿨을 뒤덮고, 벽만 빼낸 것 같은 구조였다.

    얼핏 보면 넝쿨들로 인해 벽에 막혀있는 걸로 보이지만, 실상은 넝쿨이 장막처럼 펼쳐져 있어서 조금 뚫어내면 바로 통과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런 장치도 있는 건가.

    심지어 맵에도 막힌 길로 표시되어 있다가, 구원이 팔을 집어넣어 확인한 순간 그제야 길로 표시되었다.

    맵에도 표시되지 않는 길이라니.

    이런 길을 만들어 놓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하드코어하지 않나?

    뭐, 게임이 아니니까 이런 불평을 해도 소용없긴 하지만.

    어쨌든 일행은 그 넝쿨 장막을 지나, 네모난 방 같은 곳에 들어섰다.

    보통 이런 곳에는 숨겨진 보물 같은 거라도 있기 마련인데 말이야.

    하지만 방 안에 들어간 일행의 눈앞에는 그저 텅 빈 공간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뭐야 여기? 아무것도 없잖아? 굳이 이렇게 숨겨진 장소처럼 있을 의미가 있는 곳이야?

    "와아!"

    하지만 그런 구원의 감상과는 다르게, 레이아는 탄성을 올리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이렇게 마나풀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니! 굉장해요! 역시 구원씨는 여신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는 모양이네요!"

    레이아는 구원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아 자신의 가슴골에 파묻듯이 끌어안으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제 딴에는 던전 진행만이 스토리 진행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이나 태도가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진행이라고 여기고 얘기를 집어넣은 것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그쪽에만 치중해서 던전 파트가 너무 지지부진하기는 하기는 하네요. 앞으로는 비율을 적절히 섞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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