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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8화 (7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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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족 사제

    "그런데 디아나는 이제 필요할 때만 지원해주게?"

    "음. 그럴 생각이네만. 혹시 불편한가?"

    "아니. 디아나의 판단력은 믿고 있으니까 별로 상관없어."

    "이, 이 몸의 판단력을 믿는 거야 당연한 일일세."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얼굴을 붉혔다.

    역시나 별거 아닌 걸로는 으스대도 중요한 건 티 안나 게 배려하는 디아나답게, 이렇게 대놓고 칭찬하면 나름 부끄러운 모양이다. 귀여운 녀석.

    "그런데 구원, 아까는 왜 회피를 안했나요? 전투 스타일이 바뀐 것 같은데."

    "이러는 게 더 직업레벨 올리기에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레이아의 사제 레벨은 물론이고 무투가의 레벨을 올리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적절하게 움직임에 지장이 없을 곳에만 적당한 세기의 공격만 맞으면서 방어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회피보다 더 몸놀림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구원은 그 다음 전투에도 같은 방식으로 전투를 했다.

    전투가 끝나자 레이아가 곧장 구원에게 다가와 치료를 하면서 말했다.

    "직업 레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래선 너무 혹사하시는 거 아닌가요?"

    "걱정 마. 이정도론 끄떡도 안 해."

    "구원씨가 듬직하신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치신 걸 보면 너무 안쓰러워요."

    레이아는 마치 자기가 다치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구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역시 천생 사제라는 느낌이다.

    레이아는 아마 굳이 신전에 버려진 고아가 아니었어도 사제가 됐을 거야.

    "대신 이렇게 전투가 끝나면 레이아가 보살펴주는 시간도 늘잖아? 난 오히려 이걸 위해서라도 계속 이렇게 싸우고 싶은데."

    "어머. 구원씨도 참. 사라씨와 디아나씨도 보고 계셔요."

    레이아는 구원을 혼내기라도 하듯이 가볍게 구원의 팔을 치면서 말했다.

    역시 레이아는 이렇게 들이대도 완전히 튕겨내지 않는단 말이야.

    사라와 디아나는 너무 들이대면 전부 튕겨내 버리는데, 레이아는 이런 점에서 대화하는 맛이 있다.

    "하하. 그럼 보라고 하자고. 자랑이라도…."

    "저, 적당히 가게나."

    기가 살아서 더 나대려는 구원에게 디아나가 차갑게 말했다.

    어라? 얘 아침부터 방금까지는 기분 좋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디아나의 눈은 분노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잠깐 노닥대는 것도 던전에서 방심하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뭐 사라랑 디아나한테 보란 듯이 말한 건 잘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엄하잖아.

    물론 생각한 바를 그대로 입 밖에 내뱉는 실책을 범하지는 않았다.

    "네. 자중하겠습니다."

    하지만 디아나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구원이 보란 듯이 말한 덕분인지, 정찰을 위해 구원의 옆에 붙은 사라도 정면은 안보고 구원의 얼굴을 무척 차가운 눈으로 계속 쏘아보고 걸었다.

    저…사라야? 제가 보라고한 건 지금 모습이 아니라….

    아,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더 도발이 돼버리나?

    그렇게 구원을 쏘아보며 걷던 사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다.

    갑자기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활시위에 걸고 마나까지 불어넣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살촉만 빛나던 평소와는 달리, 화살 전체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넘실넘실 대는 게, 절대 예사공격이 아니다.

    혹시 용사란 직업이 분노로 강해지는 직업이야?

    "사, 사라야? 지, 진정해! 말로 하자! 사람은 대화로 서로 이해할 수 있어!"

    쐐액!

    하지만 화살이 날아간 방향은 구원 쪽이 아니라 걷던 방향이었다.

    마침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오크의 머리에 사라의 화살이 그대로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뒤 이어 거대한 화염 마법이 날아가 뒤따라 나온 오크를 그대로 통구이로 만들어버렸다.

    "어머, 힘이 너무 들어갔네. 죄송해요. 이번엔 치료를 못 받겠네요?"

    방금 공격은 사라도 꽤나 무리를 한 건지, 사라는 살짝 안색이 파래진 상태에서도 구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화났던 거냐.

    "그, 그렇겠네. 그, 그런데 디아나도 이번엔 도와줬네?"

    "흠. 계속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자니 좀이 쑤셔서 말일세."

    사라의 눈이 너무 무서워서 디아나에게 시선을 돌려 봤지만, 디아나조차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 눈은 무서웠다.

    뭐야 얘들.

    노닥거리는 게 눈꼴셔서 그런지 보란 듯이 말한 게 기분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해주면 안 되겠니?

    그래도 사라나 디아나나 정도라는 걸 아는 애들이라서 그런지, 그 다음 전투에서까지 전투 시작과 동시에 몬스터를 지워버리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구원 역시도 최대한 사라와 디아나를 도발하지 않기 위해, 레이아에게 치료를 받을 때도 표정을 다잡고 있었다. 물론 속으로는 레이아의 손길을 느끼며 좋아했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전투를 계속해나가며 하루 종일 맵을 밝히며 돌아다녔지만, 이렇다 할 발견은 하지 못하고 다시 비밀기지에 돌아와야 했다.

    그나마 비밀기지를 다시 점거한 덕분에 웨어 울프를 만날 확률이 줄어, 그만큼 오크 고기를 넉넉히 얻을 수 있게 된 점이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역시 여기가 막히니 저쪽에서 나타나는 웨어 울프의 숫자는 줄어드네요."

    비밀기지로 돌아와 구원이 오크 고기를 그릴로 굽고 있자, 옆에서 하나씩 고기를 주워먹던 사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역시 저긴 웨어 울프의 부락 같은 게 없나봐."

    "그러면 내일부터는 정규 루트 쪽으로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직업 레벨을 올리려면 그쪽이 효율이 좋잖아요."

    역시 사라는 성장이 최우선인지 그런 제안을 해왔다.

    "응…. 그야 성장만 따지면 그게 맞긴 한데 말이야…."

    "역시 저쪽에 뭐가 있는지 신경 쓰이나요?"

    "응.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말이야."

    웨어 울프가 집착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그리고 여기가 게임이란 건 아니지만, 여긴 게임과 유사한 시스템을 많이 가지고 있는 던전이다. 보통 게임에서 저런 비밀 장소에는 뭔가가 숨겨져 있는 법이다. 그냥 빨리 지름길을 위한 장소라고 하기엔 너무 넓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유를 늘어놔봤자, 결국에는 그냥 느낌에 불과하다.

    전부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결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다.

    역시 도박을 하기보다는 그냥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게 좋을까?

    수익으로 생각해봐도 1계층에 있을 비밀을 집착하기 보다는, 차라리 빨리 2계층으로 넘어가 거기를 돌아다니는 게 더 이득이 되기도 할 거고 말이다.

    "저, 저도 구원씨 감을 믿고 저쪽을 더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옆에서 레이아가 가슴 앞에서 양 주먹을 불끈 쥐고 그렇게 주장했다.

    "응? 그, 그래?"

    "네. 어쩌면 여신님의 인도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잖아요."

    레이아는 구원을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 내가 여신의 축복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그 얘기인가.

    하지만 이것만은 내 맘대로 정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리더라고는 해도 파티의 방향을 정하는 건 파티원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 그렇군요. 그럼 우선 그렇게 하죠."

    하지만 사라가 바로 그렇게 의견을 바꿔왔다.

    응? 설마 진짜로 여신님의 인도 어쩌고 하는 말에 생각이 바뀐 거야?

    얘가 그렇게 독실해보이지는 않는데….

    "그래도 돼?"

    "네. 오크와 싸우면 그만큼 전투도 빨리 끝나니 더 많이 잡으면 되죠.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차이도 없을 것 같네요."

    큰 차이가 없다뿐이지, 차이는 확실한 차이다.

    어쩌면 사라도 대립하는 것보다는 순순히 의견을 따라주는 걸 택한 걸지도 모르겠네.

    얘도 겉보기랑 다르게 의외로 배려심이 있으니까.

    "그럼 며칠만 좀 다녀보고, 아무것도 없으면 그 다음부터는 정규루트 쪽으로 가는 걸로 하자."

    구원은 사라의 마음도 생각해서 그나마 중도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네, 네! 그래요 그럼."

    사라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확 밝혔다가, 곧장 다시 표정을 다잡고 쿨하게 말했다.

    역시 배려해준 거였군.

    "흐흥."

    그래도 자기 의견이 어느 정도 통해서 기분이 좋은지, 사라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고기를 집어먹었다.

    "구원씨도 굽기만 하지 마시고 조금 드세요. 제가 바꿔드릴까요?"

    대화가 끝나고 한동안 열심히 고기를 주워 먹던 레이아가 구원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니, 배려해주는 건 고맙지만, 나 맨손으로 굽고 있는 거 안보이니? 네가 하면 손에 화상 입을걸.

    참고로 굽기 전에 손은 디아나의 마법으로 깨끗이 씻었다. 위생도 완벽하다고.

    "응? 아니. 나도 구우면서 하나씩 주워 먹고…."

    구원은 고개를 들며 그렇게 말하려다가 바로 말을 멈췄다.

    왜냐면 눈앞에서 레이아가 자기 포크로 고기를 찍어 구원에게 들이밀고 있었거든.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전설의 여자가 먹여주기! 설마 실존하는 거였을 줄이야.

    사실 우리 여성진들이 많이 먹는다고 했지만, 구원도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주워 먹고 있었다. 손으로 구우면서 하나씩 낼름낼름 집어먹으니 잘 티가 안 났을 뿐이지.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바보짓을 할 리가 없지.

    "아, 아아!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네! 그럼 한 입."

    구원이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과장되게 말하고 레이아의 포크에 있는 고기를 먹었다.

    레이가 빵긋 웃고는 다시 그 포크로 고기를 찍어 자기 입에 가져갔다.

    완벽하다. 대체 이 완벽한 천사님은 누가 지상으로 보낸 걸까.

    섹스 중에도 입을 맞춘 경험은 물론 있지만, 이건 이거대로 전혀 다른 행복감이 충족된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사라와 디아나도 핫!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포크를 바라보고 얼굴을 붉혔다.

    그래. 더 부끄러워해라. 저런 배려심 없이 혼자만 날름날름 고기를 먹은 너희 모습을 더 부끄러워하라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

    그러니 너희도 얼른 나한테 고기를 내밀라고.

    구원의 그런 속내가 하필 표정으로도 드러난 모양이다.

    "레이아양. 배려는 좋지만 관찰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네. 이자가 먹은 고기가 자네가 먹은 고기보다도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럼에도 염치없이 레이아양이 준 호의를 날름 받아 챙기다니. 레이아양에게 더 먹으라고 해도 모자를 판에! 자네는 양심이란 게 있는가? 믿을 수 없군!"

    디아나는 상당히 화가 났는지 다발총처럼 구원에게 쏘아붙였다.

    "저, 전 괜찮아요. 다른 분들이 먹는 배불리 모습만 봐도 기뻐지는 걸요."

    "아니. 무르네. 그러면 그럴수록 이 양심도 없는 녀석이 더 기어오를 뿐이라네."

    "그래요. 구원은 조금만 잘해줘도 기어오르니까 조금 엄하게 대할 필요가 있어요."

    심지어 사라까지 가세해서 그런 말을 해왔다.

    기어오른다니…. 아니, 그야 뭐 사실이긴 하지만….

    "어, 엄하게…."

    사라와 디아나의 공세에 레이아는 애매한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안 돼! 내 유일한 안식처를! 마지막 남은 정신적 보금자리를 뺐지 말아줘!

    "너, 너무하다. 나도 장난 한번 쳐본 거야. 당연히 나보다 레이아가 더 많이 먹어야지. 자, 레이아 많이 먹어."

    구원은 레이아가 사라와 디아나에게 물드는 걸 막기 위해 얼른 고기를 하나 집어 레이아의 입가에 가져갔다.

    "고, 고마워요. 앗뜨."

    레이아는 당황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고기를 받아먹었다.

    "앗! 미안! 이번엔 불어서 줄게. 자, 후우후우. 많이 먹어."

    "고마워요."

    레이아는 구원이 준 걸 꼭꼭 씹어 먹고는 다시 받아먹으며 미소 지었다.

    다만 그 미소가 어딘가 필사적인 느낌도 들었다.

    응. 씹을 시간도 안주고 너무 막 가져다 줬나. 자중하자.

    하지만 이걸로 내 천사님은 지켜졌다.

    앞으로도 사라와 디아나의 마수가 뻗치면 내가 구해줘야지.

    레이아는 평생 이 성격을 유지해야해. 너희에게 물들게 놔둘까보냐.

    "자, 자, 자네 지금 반항하나?"

    하지만 어째선지 디아나는 더욱 불같이 화를 냈다.

    어, 어째서? 반항? 뭐가? 왜 화내는 건데?

    니들 말대로 양심 있게 배려해줬잖아!

    물론 분노에 눈이 돌아간 디아나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았다.

    디아나는 다시 구원에게 설교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설교의 주제가 배려였다. 배려! 남의 기분을 생각하라고 쏘아붙이는 디아나의 설교를 들으며 구원은 생각했다.

    너무 막 들이대긴 했지만, 그래도 내 딴엔 배려한다고 한 행동인데  이런 설교를 듣다니. 억울해….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후…오랜만에 게임에 빠졌더니 제대로 할일을 못하네요.

    앞으론 알람이라도 맞춰놓고 적당히 해야겠네요.

    이번 주 안으로 연참도 한 번 해야 하는데….

    로카다 // 그걸로 스토리를 이끌려는 생각은 아니었고요, 그냥 그런 장면이 한번쯤 나올 때가 됐나 싶어서요.

    별빛나래 // 어차피 본인 캐릭은 보이지 않으니 귀여운 게 의미가 없지 않나요?

    뚱이와집게 // 제가 이런 방식의 게임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재미있네요.

    그 외의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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