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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6화 (7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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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족 사제

    쐐액!

    구원이 막 내구에 보너스 스탯을 투자하려는 찰나에,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강렬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제일 앞에 있던 웨어 울프의 눈에 화살이 박혔다.

    "구원! 괜찮아요?"

    "사라? 어떻게? 저쪽에도 튀어나왔다면서?"

    "…저쪽은 이미 다 정리됐어요."

    사라는 어째선지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구원에게 대답했다.

    왜 저런 표정을? 서, 설마 누가 다치기라도 한 건가?

    "구원씨! 어, 어서 기도를…!"

    "아니, 아직 안다쳤어. 괜찮아."

    "흠. 이쪽도 꽤나 숫자가 많구먼."

    하지만 구원의 걱정과는 달리, 레이아와 디아나도 멀쩡한 얼굴로 땅굴에서 차례로 나왔다.

    다행이다. 둘 다 딱히 다친 데는 없어 보인다.

    "괜찮아? 다들 다친 데는 없어?"

    "네."

    "그쪽도 웨어 울프가 튀어나왔다면서? 어떻게?"

    "음. 우선은 이 녀석들을 정리하고 얘기하세."

    그래. 다들 무사한 것 같으니 우선은 전투를 마저 끝내야지.

    디아나의 말에 구원은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웨어 울프들은 우리 여성진들이 아무런 상처 없이 나타나자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딱 봐도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 대고 있었다.

    "감히 짐승대가리 주제에 머리를 썼단 말이지?"

    구원은 손으로 우두둑우두둑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웨어 울프에게 다가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웨어 울프들도 물불 가릴 때가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이다.

    녀석들은 네발로 서서 곧장 구원을 향해 달려왔다.

    얼핏 구원 쪽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녀석들의 속셈은 뻔하다.

    굳이 네발로 달려오는 걸 보니, 구원을 지나쳐 우리 여성진들 쪽으로 향하려는 속셈이겠지.

    물론 구원이 그렇게 두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직 성자의 손길을 다른 부위로 사용하는 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손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초월종과 대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손만으로도 전부 커버할 수 있지.

    조금 튀어나왔다 싶은 놈들에겐 사라의 화살과 디아나의 마법이 적중하기도 했기 때문에, 결국 구원의 옆을 지나칠 수 있는 놈은 없었다.

    그렇게 구원은 웨어 울프 일곱 마리와 대치하여 전투를 벌였다.

    아무래도 막힌 공간이 아닌 탁 트인 공간이다 보니, 일곱 마리 전부에게 둘러싸여 상대를 해야 했다.

    이거 꽤나 고역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 못할 것은 없다.

    오히려 직업 레벨을 더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자.

    앞뒤좌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덮쳐드는 놈들의 공격을 전부 피하기란 불가능하지만, 구원은 팔과 다리로 최대한 공격들을 막으며 녀석들을 상대했다.

    결국 평소 전투보다 상처가 많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일행은 이곳을 다니는 모험가 파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손쉽게 웨어 울프 일곱 마리를 처리할 수 있었다.

    "구원씨!"

    전투를 마치자 곧장 레이아가 구원에게 다가왔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건지, 손에는 이미 밝은 빛이 머물러 있었다.

    레이아는 그 손으로 구원의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치유를 해나갔다.

    전투 후 레이아의 손이 이곳저곳을 더듬는 순간은 역시 최고다.

    이때마다 역시 레이아를 영입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제법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던 만큼, 레이아가 구원을 어루만지는 시간도 자연히 길어졌다.

    급속도로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생기는 간질간질한 느낌도 합쳐져 피로가 풀리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전투가 끝나면 바로 달려오는 상냥한 성격의 레이아지만, 의외로 본인의 성격과는 다르게 전투 중에는 치유 마법을 쓸 타이밍을 냉정하게 판단한다. 상황을 보고 구원의 상처가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치유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방금 전 전투에서도 몇몇 순간에 치유 마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아직 구원의 몸에는 몇군데 상처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성격과 전투는 별개인 걸까? 아니, 어쩌면 이런 성격이니 신성력를 아끼는 걸지도.

    남발하다가 정작 중요한 때에 신성력이 부족해지면 그거야 말로 최악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고마워. 레이아도 이번엔 전투 중에 신성력을 많이 사용해서 피곤할 텐데."

    "아뇨. 이게 제 역할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신성력을 사용해야 직업 레벨도 올라가는 걸요."

    그러고 보니. 직업 레벨을 올리는 조건은 그 직업에 관련된 행동을 하는 거지, 전투를 해야 오르는 게 아니다.

    사제가 전투로 직업 레벨이 성장 하는 건 버프를 걸거나 다친 동료들을 치유할 때라는 얘기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회피를 하지 말고 오히려 어느 정도 맞아가면서 전투를 하는 게 나은가?

    "흠. 수고했네."

    그렇게 치료를 받고 있자, 디아나도 구원에게 다가와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왔다.

    "뭘 이정도로. 그보다 너희 쪽에도 웨어 울프가 나왔었다면서? 대체 어떻게 해치운 거야?"

    "음? 뭐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네. 이 몸들을 얕봤는지 고작 세 마리가 전부였으니 말일세."

    아무래도 웨어 울프들이 가장 경계한 건 구원이었던 모양이다.

    나만 잡아두면 나머지 여성진들은 각각 자기들 혼자서 처리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건가.

    하긴, 내가 생각해도 웨어 울프 놈들 입장에선 내가 제일 눈에 띄었을 것 같기는 해.

    하지만 세 마리라고는 해도 전위가 없는 상황에선 위험했을 텐데.

    세 마리가 각각 사라, 디아나, 레이아에게 달려들기만 해도 엄청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

    사라는 단검으로, 디아나는 쉴드 마법으로 어찌어찌 버틴다고 해도 레이아는 순식간에 당했을 거다.

    "…전부 디아나 덕분이었죠."

    여전히 씁쓸한 표정의 사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게다가 왠지 미묘하게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이에요. 화염 마법 하나로 웨어 울프 한 마리를 순식간에 처리했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디아나씨는 무척 강하신 분이었군요."

    뭐?! 웨어 울프가 한 방?!

    디아나 성격에 그런 걸 자랑을 안 할 애가 아닌데?

    구원이 디아나를 훽 돌아보자, 의외로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고 살짝 창피한 듯이 말했다.

    "어, 어젯밤에 레벨이 좀 많이 오르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성자라는 직업을 가진 구원은 예외지만, 이 세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섹스로 레벨 업 후에 직업 레벨을 올려야지 강해질 수 있다.

    레벨 업을 하고난 직후에는 그저 레벨 업 보정으로 약간의 차이만 생기는 정도다.

    하지만 디아나는 그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레벨 업 만 하면 곧장 직업 레벨도 레벨에 맞춰서 상승한다.

    즉, 섹스로 레벨 업만 하고나면 무지막지하게 강해진다는 말이다.

    게다가 디아나는 익스플로전을 쓸 수 없을 레벨에서도 익스플로전을 사용한 걸로 알 수 있듯이, 보통 마법사들과 같은 레벨이라도 확연히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어제의 격렬한 섹스로 현재 디아나의 레벨은 38.

    웨어 울프를 상대하기 적정 레벨인 35마저 뛰어넘은 지금, 이정도 수준에서 날아다닐 정도로 강할 거란 건 쉽게 예상이 됐다.

    "그래도 웨어 울프를 한 방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라고? 그럼 왜 평소엔 안 그러는데? 방금 전투만 해도…."

    "이 몸은 더 이상 직업 레벨을 올릴 수 없으니 말일세. 되도록이면 자네들이 성장할 수 있게 조절하고 있네."

    디아나는 상당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그렇게 말했다.

    오오. 대마법사님. 그렇게 깊은 뜻이. 역시 이래봬도 대마법사님이란 건가.

    말을 들어봐서는 지금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투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조절하며 마법을 사용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도움만 되면 콧대를 세워서 자랑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장 자랑해도 될 만한 건 숨기고 있었다니.

    구원은 드디어 디아나의 깊은 뜻을 깨닫고 없던 존경심이 무럭무럭 생겨났다.

    "흐, 흠. 알았으면 이 몸을 좀 더 존경하게나."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상기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귀여운 녀석.

    "…정말 굉장했어요."

    그러면 사라의 살짝 씁쓸한 얼굴도 설명이 된다.

    디아나와 자신의 수준 차이를 느끼고 상심한 건가.

    용사로서 마왕과 맞서야 한다는 사명이 있는 사라로서는, 같이 성장을 해도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면 그야 상심이 되기도 하겠지.

    하지만 디아나와 비교하는 건 비교대상 선정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좋아. 이럴 땐 파티의 리더로서 케어를 해줘야겠지.

    "사라야 너무 상심하지 마. 디아나가 레벨 업만으로 특이 케이스라서 그렇지, 너도 충분히 강해지고 있어. 직업 레벨만 더 오르면 디아나보다 강해질 수도 있을 거고."

    "고마워요. 하지만 구원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기는. 얼굴에 나 씁쓸합니다 라고 쓰여 있는데.

    아무튼 그렇게 해서, 오늘의 목표인 비밀 기지 탈환은 무사히 성공할 수 있었다.

    비밀 기지를 둘러보니, 반대쪽을 막아놨던 바위도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을 뿐, 쪼개지거나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도 편히 지낼 수 있다는 말이군.

    뭐, 웨어 울프들이 이렇게 당하고도 또 여기를 찾아올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구원 얼른 바위로 정규루트로 가는 길을 막고, 지나왔던 땅굴을 통과해서 반대쪽 입구도 철저히 막았다.

    그 이후 디아나의 알람 마법까지 설치해 완벽하게 안전을 확보하자, 레이아가 탄성을 자아냈다.

    "와아! 여기서는 몬스터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건가요?"

    "응. 일주일동안 묵으면서도 아무 이상 없었어."

    "굉장해요! 던전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통로에 이어서 이런 장소까지. 어떻게 발견하게 된 건가요?"

    "그냥 운이 좋았지."

    통로는 게임을 통한 정보로 알게 된 거지만, 여기를 발견한 건 정말로 운이다.

    그저 웨어 울프가 잠자리로 돌아가면 초월종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서 따라다닌 거였으니.

    "운이라도 굉장하세요. 구원씨는 여신님의 축복이 함께하는 것 같네요."

    여신을 모시는 레이아로서는 아마 최고의 칭찬이겠지.

    레이아는 구원을 대단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별거 아닌 걸로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하지만 정말로 구원이 여신의 축복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게 함정이다.

    여신이 이 세계로 데려온 건 나 말고도 여럿 있는 모양이지만, 성자라는 사기 직업까지 달고 보내준 것은 내가 처음인 모양이고 말이다.

    일면식도 없는 날 축복해줄 이유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굳이 짐작 가는 거라면 그레이트 어스 게임의 광팬이라는 건데.

    그런 방면으로는 오히려 구원보다 더 굉장한 놈들이 많이 있다.

    팬 사이트를 운영하며 공략을 올리는 놈이나, 야리코미 플레이까지 즐기는 놈들도 있으니 말이다.

    뭐 여신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원이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후에, 일행은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역시나 같은 던전 안이라고 해도,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를 상황과 이렇게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전혀 다르다.

    그리고 드디어 잠자리에 드려는 순간.

    어김없이 사라와 디아나가 구원의 바로 옆에 이불을 펼쳤다.

    "어머. 나란히 주무시는 건가요? 후훗. 정말로 사이가 좋으시네요."

    "아,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도 몬스터가 습격해오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고, 기습에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건 구원뿐이니까요. 만약을 위해서 이렇게 자는 거예요. 만약을 위해서."

    "그 논리대로라면 사라보다는 신체 능력이 더 부족한 레이아가 내 옆에서 자야 하는 게…."

    "뭐라고요?!"

    사라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구원을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으윽. 하긴 기습당하면 사라나 레이아나 한 방에 당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사라를 버리고 레이아를 지키겠단 말처럼 들린 건가.

    "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흠. 그렇다면 레이아양이 이 몸 대신 이자의 옆에 자게나."

    갑자기 디아나가 그런 말을 했다.

    오오. 역시 디아나님. 아까에 이어서 배려심이 철철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네? 그래도 되나요? 그러면 디아나씨는…."

    "전혀 문제될 것 없네. 걱정 말게나."

    레이아는 사양하듯 그렇게 말했지만, 디아나는 정말로 아무 걱정도 없는 모양이었다.

    혹시 쉴드 마법이라도 쳐놓고 잘 수 있게 된 걸까? 아니면 공격 받을 시에 자동 발동이 가능하게 됐거나.

    하지만 디아나가 전혀 걱정 없어 보이는 건 마법과 전혀 관계없는 이유였다.

    "흠. 그럼 잘 자게나."

    "어머 어머."

    "뭐, 뭐하는…!"

    디아나는 무려 구원이 눕자 그 위에 엎어져왔다.

    그 모습에 레이아는 입으로 손을 가리며 살짝 볼을 상기시켰고, 사라도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 몸도 기습을 당하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네."

    "그, 그렇다면!"

    "그나마 몸이 작은 이 몸이 이렇게 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지. 그렇지 않은가?"

    "으으으윽!"

    디아나의 논리에 사라도 말문이 막힌 모양이다.

    "뭐, 그렇긴 한데…. 괜찮겠어?"

    말이야 맞는 말이긴 하다. 주장만 놓고 보면 말이지.

    하지만 던전에서 그런 행위는 엄금이라고 단단히 못 박았던 디아나가 이런 스킨십을 하니 위화감이 들었다.

    "떼끼.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이건 그냥 안전을 위해서네. 자네도 세우지 말게나."

    "세, 세웠어요!"

    "아, 안 세웠어!"

    아직은….

    "그럼 이대로 자겠네."

    "으윽!"

    디아나의 선언에 사라가 구원의 옆에 전신을 밀착시키듯이 딱 붙어왔다.

    야. 이러고 안 세우기를 바라는 거냐?

    게다가 옆에 레이아까지 꼬리 때문인지 구원 쪽을 향해서 옆으로 돌아눕자, 압박감이 더 심해졌다.

    레이아는 딱히 구원에게 밀착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특정 부위가 거대하다 보니 팔에 느껴지는 감각이 장난이 아니다.

    이거 진짜 안세우고 잘 수 있을까.

    네 명이서는 처음으로 보내는 던전의 첫날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쁜 아가씨가 돈만 내면 새로운 영웅을 언제나 환영해주셔서 하마터면 소설을 못 쓸 뻔 했네요.

    한 판만 하고 끄려고 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재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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