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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70화 (7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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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족 사제

"진짜 많이도 나오네."

웨어 울프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구원은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점심때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난 시간.

그런데도 아직까지 일행은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구먼."

디아나의 말대로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웨어 울프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며 구원 일행을 귀찮게 했다.

웨어 울프라는 놈들이 이렇게 많은 놈들이었어?

"그곳이 그렇게 중요한 곳이었을까요?"

"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 통로가 되는 그곳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운다면, 이곳에 뭔가 더 비밀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

비밀 기지의 반대편, 즉 정규루트 쪽은 저번에 일주일동안 돌아다니면서 비밀 기지 근처는 거의 완벽하게 맵을 밝혀뒀다.

하지만 이쪽은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맵이 어두운 상태다.

원래는 레이아의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르면 곧장 계층의 주인과 맞붙을 생각이었지만….

하지만 디아나의 말대로 정말 이 공간에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라면, 또 한동안 머무르면서 이쪽 맵을 밝히는 작업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자, 다 됐어요."

전투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가온 레이아가 구원의 몸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레이아는 이렇게 손을 대는 방식으로 구원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역시 천사다.

순간 음란마귀가 껴서 이런 천사님께 그런 일을 벌였던 그때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응. 고마워."

이곳을 더 탐험할지 어쩔지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지금 당장은 우선 밥을 먹는 게 중요하다.

구원은 맵을 보며 삼면이 막혀있는 곳으로 향했다.

삼면이 막혀있으면 도망가기는 건 불가능해지지만, 대신 몬스터가 한쪽에서만 나타나니 대응하기도 쉽다.

어차피 이 근처 몬스터에게서 도망갈 일이 없는 일행에게는 최고의 지형이다.

그곳에도 역시나 웨어 울프 두 마리가 있었지만, 일행은 가볍게 놈들을 처리하고 드디어 점심을 먹게 됐다.

그런데 오늘은 오크들을 별로 못 만나서 고기가 없네.

구원은 일단 스프와 빵을 넉넉하게 꺼냈다.

"와아! 따뜻하네요?"

레이아가 스프 접시를 양손으로 받아들고는 후후 불어가며 말했다.

"응. 넉넉히 가져왔으니까 많이 먹어."

"후훗. 그렇게 많이 먹으면 못 움직이게 되어버려요."

그 모습에 흐뭇해진 구원이 빵을 왕창 건네며 말하자, 레이아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아, 치유된다. 조금만 더 방심하면 여기가 던전 안이란 것도 잊어버릴 것 같다.

"구원, 할 일 없으면 같이 마른 가지 줍는 것 좀 도와주세요."

사라가 구원과 레이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말했다.

"아, 응. 그럴게."

"앗, 그럼 저도…."

"아뇨. 레이아씨는 저희와 같이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셨을 테니 쉬고 계세요. 이런 건 체력 남는 사람들이 해야죠."

그렇게 레이아를 배려해준 사라는 구원의 손을 붙잡고 나무 근처로 향했다.

"잎이 좁은 것 보다는 잎이 넓은 나무가 불에 잘 타요. 떨어진지 얼마 안 된 가지보다는 떨어진지 오래 되어 수분이 완전히 빠진 가지가 좋고요. 자 여기 만져보세요."

사라는 구원에게 이것저것 요령을 알려주고 때때론 구원의 손을 잡고 비교도 시켜주며 불에 잘 타는 나무를 골라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갔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피부접촉이 많은 느낌이다.

기분 탓인가?

사라와 나뭇가지를 주워오자, 디아나도 마법으로 고기 구울 준비를 마쳐둔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탐험 물품 조달할 때 이건 생각을 못하고 있었네.

다음부터는 아예 바비큐 그릴을 하나 구해서 인벤토리에 넣어둘까.

이 세계에 바비큐 그릴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으면 하나 주문제작 하면 되겠지. 구조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자, 준비는 다 끝났으니 어서 굽게나."

구원이 다가가자, 디아나가 사라와 반대편 쪽 옆에 딱 달라붙으며 말했다.

"응. 근데 왜 그렇게 달라붙어?"

"으, 음? 구, 굽는 자네와 붙어있어야 빨리 먹을 것 아닌가!"

그, 그럼 그런 거지 왜 소리를 지르냐?

하여간 쪼끄만 게 식탐은 많아가지고.

게다가 사라까지 옆에 그대로 있는 바람에, 구원은 양 옆에 사라와 디아나를 끼고 있는 상태가 됐다.

그래. 얘도 은근이 많이 먹었지.

그런데도 둘 다 몸매는 완벽하다. 같은 여자들한테 질투 받을 타입이다.

"후훗."

물론 우리 천사 같은 레이아 누님은 그런 하찮은 질투 같은 건 전혀 안하시겠지만.

저 몸매를 보면 질투 같은 걸 할 필요가 없어 전혀 없기도 하고.

살포시 미소 짓고 있는 레이아와 마주보고 구원은 오크 고기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응?!"

대충 다들 식사를 마쳤을 때 즈음에, 갑자기 사라가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봤다.

"왜 그래?"

"몬스터가 다가오는 모양이에요."

구원에게는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사라의 귀에는 뭔가 들린 모양이다.

"냄새를 맡고 온 건가?"

"아마도요.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해요. 마치 한두 마리가 아닌 것 같은…."

사라는 뭔가 석연치 않은 반응이었다.

던전 안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다보면 종종 이런 일도 있다.

때문에 모험가들은 가급적 던전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걸 꺼리는 편이라고 한다.

게다가 오크 고기도 엄연히 전투로 얻은 수입이니 말이다.

물론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막 먹는다.

어차피 이 근처에서 위협이 될 만한 몬스터도 없고, 지금처럼 사라의 감각도 무서울 정도로 예리하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식사가 끝나고 오는 거니 운이 좋은 편이다.

식사 중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걔들이 몰려와봤자 별일 있겠어? 가볍게 식후 운동이라도 하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났지만, 사실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밥 먹고 바로 움직이면 옆구리 땅긴단 말이야. 게다가 여러 마리라니.

하지만 구원은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나머지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몬스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자, 어떤 불행한 놈들이 스스로 무덤에 걸어들어 오냐.

"크르르르."

가장 먼저 등장한 놈은, 보통의 웨어 울프보다 덩치가 확연하게 더 큰 놈이었다.

와, 경계가 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초월종까지 왔었어?

어쩌면 그때 그 페니스 브레이크로 비참하게 죽은 놈 자리에 부활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그 놈 이후로는 비밀 기지를 뚫으려는 초월종이 더 나타나지 않았으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 사라의 말과는 다르게, 놈 혼자밖에 안 보인다.

"다시 한 번 아픈 꼴을 보고 싶은 모양이군. 겁도 없이 혼자…."

구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월종의 뒤에서 다른 웨어 울프들의 모습이 조용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몇 마리야 저거?

좁은 통로가 꽉 들어차 뒤로는 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수의 웨어 울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정도면 웨어 울프 두 부락은 합쳐진 규모 같은데?

니들 어디 전쟁이라도 하러 가냐?

"너희는 자존심도 없냐? 대체 몇 명이 온 거야. 너도 고추 달려있는 사내새끼면 정정당당히 싸울 걸 요구한다!"

"크르르르!"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초월종은 마치 진군 명령이라도 내리듯 팔을 휘저었고, 그 신호에 맞춰 뒤에 있던 웨어 울프들이 일제히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이런 지형에선 히트 앤 런 작전도 불가능한데.

그나마 다행인 건 통로가 좁아 구원이 앞에서 틀어막을 수 있다는 점과 웨어 울프 놈들이 원거리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블린들보다도 머리가 좋은 건 분명해보이는데, 놈들은 자신들의 신체 능력을 믿는 건지 좀처럼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얼른 앞으로 달려 나갔다.

사실 그다지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아직도 보너스 스탯은 40이나 남아있는 상황.

계층의 주인을 상대할 때를 대비해서는 어떻게든 남겨두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다.

여차하면 내구에 보너스 스탯 40을 전부 때려 박으면 된다.

구원은 우선 앞에 있는 녀석들을 전부 한 대씩 때려 어그로를 끌었다.

뒤에서 레이아의 기도소리와 함께, 사라의 디아나의 공격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구원은 레이아의 버프로 가벼워진 몸으로 놈들을 맞상대하기 시작했다.

통로의 넓이는 웨어 울프 서넛이 나란히 서있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이다.

이정도 숫자라면 굳이 보너스 스탯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그래도 구원이 공격까지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회피와 방어에만 전념하면 별 탈 없이 막을 수 있다.

공격은 사라와 디아나만으로 충분하니 말이다.

그렇게 웨어 울프를 몇 놈을 큰 피해 없이 안정적으로 쓰러뜨리자, 놈들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구원의 정면에 있던 놈이 쓰러지자, 바로 뒤이어 드디어 초월종이 직접 나섰다.

"드디어 납셨군. 너도 저번 놈이랑 똑같이 만들어주마."

"크러러러렁!"

마치 구원의 도발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놈은 성자의 손길을 맞기도 전부터 눈에 핏대를 세우고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네까짓 게 그래봤자 안 무섭거든?

구원은 얼른 성자의 손길로 놈을 한 대 후려치고, 바로 다시 방어에 전념했다.

하지만 놈들이 작전이 바뀐 건 고작 초월종이 나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초월종의 옆에서 합공해오는 웨어 울프를 쓰러뜨렸을 때, 그 뒤에서 뭔가가 낮게 지나갔다.

구원만 상대해서는 끝이 없다는 생각에 후위를 노리기로 한 건지,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네 발로 빠르게 구원의 옆을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당한 수에는 다시 안 당한다!"

웨어 울프들에게는 아쉽게도, 이건 이미 구원이 당해본 수법이다.

그때는 디아나가 마법으로 간단하게 막아버려서 무안한 상황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지금은 레이아도 있으니 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구원은 우선 발을 걸어 웨어 울프의 몸을 넘어뜨렸다.

하지만 놈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곧바로 다시 일어나 여성진에게 돌진하려고 했다.

젠장. 성자의 손길은 손으로만 사용 가능한 게 단점이라니까.

구원은 몸을 돌려 웨어 울프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크르릉!"

하지만 거기까지도 작전이었던 걸까?

구원이 몸을 돌리자, 그 즉시 초월종이 크게 울부짖으며 양팔을 거세게 휘둘렀다.

이런 미친. 너 옆에 동료도…!

아무래도 놈은 일반 웨어 울프의 목숨보다, 구원 일행을 쓰러뜨리는 걸 우선시한 모양이다.

옆에 있던 웨어 울프가 초월종의 스킬에 갈가리 찢겨나갔다.

그러고도 놈의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붉은 잔상을 남기며 발톱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몸을 돌린 상태였던 구원은 재빨리 몸을 던져 땅을 굴렀지만, 그래도 공격 일부를 허용하고 말았다.

살이 날카롭게 베어져 나가는 섬뜩한 느낌과 함께 구원의 한 쪽 팔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구원씨!"

뒤에서 누구 목소리인지 모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큭. 동료애도 모르는 매정한 새끼."

내가 다치면 저렇게 비명도 질러주는 우리 아가씨들 좀 본받아라.

다행이 반응이 빨라 그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초월종은 여성진을 노리던 웨어 울프까지 갈가리 찢어버리고 나서야 겨우 스킬 발동을 멈췄다.

"크르르. 크르르."

놈은 그래도 처음으로 구원에게 눈에 띌만한 상처를 입혔다는 데 만족한 모양이었다.

마치 웃는 것처럼 입 꼬리를 올리는 놈이었지만, 곧바로 뒤에서 바로 레이아의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밝은 빛에 감싸며 구원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크, 크르르?"

과연 이번에는 놈도 당황한 모양이다.

"뭘 당황하냐? 이제부터는 처 맞을 일만 남았는데."

"크르르!"

초월종이 당황해서 웨어 울프들에게 명령하듯 팔을 움직였지만, 움직이는 웨어 울프는 없었다.

그야 자기도 언제 방금 전 놈들처럼 썰릴지 모르는데 나서고 싶겠어?

웨어 울프들은 겁에 질린 것처럼 슬글슬금 뒷걸음질을 치더니, 곧 하나둘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 너희들은 가라. 가는 놈 안 잡는다.

구원은 초월종에게 다가가 성자의 손길이 발동 된 주먹을 들고 말했다.

"아무래도 어그로만 끌면 된다는 생각에 내가 처음 한 대만 때린 게 잘못인 것 같아. 이제는 너 혼자만 남았으니까 다른 생각은 안 들게 열심히 두들겨줄게."

결국 혼자 남은 초월종은 일행의 집중 공격을 맞게 됐다.

"끼이이잉!"

그리고는 곧 사정하며 허무하게 쓰러졌다.

죽고 나서도 움찔움찔 몸이 떨리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워 보였다.

그러게 왜 남의 성질을 건드려.

뭐, 안 건드렸어도 이런 최후를 맞았을 거란 건 변함이 없었겠지만.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칼데라린 // 이것저것 전부 묘사하다보니 전개가 느려진 감이 있네요. 변명을 하자면 동료도 더 생겼고 조금씩 진행은 되고 있…앞으로 더 전개에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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