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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6화 (6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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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족 사제

    "그러니까 레이아가 그 행위로 생기를 빨아들인다는 말인가요?"

    대사제는 안 그래도 깐깐해 보이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인파악을 위해 레이아는 남성 대사제와 동침한 적도 있어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때 그분이 회복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리가 없는데요?"

    그건 구원도 혼자서 나름 생각을 해본 내용이다.

    가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레이아가 몸을 조종하는 바람에 회복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성직자의 회복마법도 마법처럼 기도를 드리듯 두 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는 사전 동작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사제쯤 되는 사람이 회복 마법을 주문 없이 사용할 수 없을까?

    그렇다면 생기가 빨리는지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구원도 생명력 게이지를 보기 전에는 눈치 채지 못했었으니까.

    레이아가 주는 그 기묘할 정도의 쾌락에 눈이 멀어 생기가 빨리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죽었을 수도.

    마지막으로 신성력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레이아와 키스만 하고 있어도 구원의 생명력 게이지가 닳는 게 보일 정도였다.

    성직자가 그 정도 속도로 생명력이 빨려나가면, 아마 계속해서 연거푸 회복 마법을 써야할 거다.

    그렇게 계속 회복 마법을 사용하다가 결국 신성력이 바닥났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게 정답이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구원이 자신의 가설을 나름 정리해서 말했다.

    그러자 대사제는 더더욱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빠져나온 거죠?"

    "저야 뭐…. 직업 덕분에 그 상태로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레이아가 절정에 달하도록 만드니까 풀리던데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저희 사제들도 그 방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입니다. 대사제도 하지 못한 걸 겨우 당신이?"

    대사제는 마치 절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아니 여긴 이방인들 많아서 특수직업도 많다면서? 그게 그렇게 이상해? 왜 이렇게 필사적이야?

    그리고 아무리 너희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라도, 결국 테크닉만 갈고닦은 정도겠지.

    나처럼 스킬을 써서 빠져나오는 게 아니면 불가능하다니까.

    하지만 대사제의 깐깐한 얼굴을 보니, 아무리 말로 설명해줘도 도저히 알아듣지를 못할 것 같다.

    "좋아요. 그럼 직접 증명해드리죠."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대사제의 농염한 그 가슴을…만지면 큰일 나겠지?

    어딜 만져야하지….

    어딜 만져도 성희롱이 될 것 같다.

    젠장. 왜 여자 몸이란 건 이렇게 함부로 손댈 데가 없는 거야.

    살짝 고민하던 구원은 그냥 대사제의 귓불을 가볍게 터치했다.

    여성의 주요 성감대 중에는 그나마 만져도 욕만 먹고 끝날 정도인 곳이 여기밖에 없어 보인다.

    "이것은…! 뭐하는 짓이죠?"

    대사제는 살짝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놀라는 것 같다가, 바로 다시 표정을 고치고 구원을 쳐다봤다.

    어, 어라? 안 먹혀? 이거 설마 혹시…?

    구원은 황급히 대사제에게 애널라이즈를 실행해봤다.

    역시나 레벨이나 직업을 볼 수 없다.

    망했다. 전생 전 디아나 때처럼, 아무래도 레벨 차이 때문에 안 먹히는 모양이다.

    사태를 파악한 구원은 당황해서 횡설수설했다.

    "저, 정말이에요! 정 못 믿겠으면 제가 레이아랑 하는 걸 직접 보실래요?"

    "지금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러자 대사제가 호통을 쳤다.

    어라? 혹시 행위를 남한테 보여주거나 보거나 하는 것도 사제들한테는 금기라거나 그런 건가?

    "레이아. 역시 이런 남자와 파티는…."

    "구원씨는 그저 이방인이셔서 아직 여기 상식을 잘 모르시는 것뿐이에요."

    "그럼 정말로 이 남자와 함께 다니고 싶다는 말인가요?"

    "네. 구원씨와 함께 하면 이 체질도 나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대사제님도 느끼셨잖아요?"

    대사제와 레이아는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곧게 쳐다보며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하아…. 어쩔 수 없죠. 레이아의 감을 믿도록 하죠."

    "고마워요 대사제님."

    "하지만, 역시 방랑 사제가 되는 건 허락할 수 없어요. 당신은 이 신전의 자랑스러운 사제니까요. 수속은 오랫동안 파견하는 걸로 처리하죠."

    "대사제님…."

    "그리고 레이아. 알고 있겠지만 당신이 밤에 생기는 문제는 여기만의 비밀로 하죠."

    "네."

    "당신도 알겠죠?"

    "네. 물론이죠."

    구원도 당연히 그런 걸 어디 가서 떠벌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대사제는 손으로 턱을 짚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구원을 손가락으로 척 가리키며 말했다.

    "네, 네?!"

    "레이아를 데리고 다니는 건 조건이 있어요. 당신은 앞으로 꼭 일주일에 한번은 이 신전에 들르도록 하세요."

    "네? 왜요?"

    "당신같이 상식이 없는 남자에게 우리 레이아를 그냥 맡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제가 당신에게 이 세계의 상식을 철저히 주입시켜드리죠."

    대사제는 엄격한 눈초리로 구원을 바라봤다.

    젠장…. 설마 이 세계 와서까지 공부라니. 그럴 순 없어.

    "저…제가 모험가라서 매주 한번은 조금…."

    최후의 발악으로 구원이 변명을 하자, 대사제는 구원을 찌릿 노려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적어도 던전에 다녀오면 한번은 찾아오는 걸로 하죠. 어차피 레이아는 쉬는 날에 신전에 올 테니 그때 같이 오도록 하세요."

    "네…."

    결국 공부를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구원이 시무룩해져서 대답하자, 대사제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반응은 뭔가요? 고작 이런 조건으로 우리 레이아를 동료로 맞을 수 있다는데 불만이라도?"

    "아뇨. 그럴 리가요. 분에 넘치는 행운에 할 말이 안 나와서요."

    후…. 그래 고작 그따위 공부쯤이야.

    옆에서 구원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는 레이아의 미모를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지.

    구원은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원과 레이아가 신전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을 때였다.

    "완전히 날이 저물어 버렸네요."

    "그러게요. 제가 던전에서 나올 때는 아직 저녁 먹기도 이른 시간…."

    거기까지 말하고 구원은 겨우 사태를 파악했다.

    망했다. 대체 그때부터 몇 시간이나 지난거지?

    "구원씨? 왜 그래요?"

    "으, 응? 아니, 아니야. 그런데 레이아. 우리 조금만 더 빨리 걸을까?"

    이미 늦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구원은 최후의 발악을 하기위해, 경보라도 하듯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당연하게도 그런 구원의 행동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어머, 어서 오세요. 빨리 오셨네요?"

    "자네는 아무래도 이 몸의 말이 말 같지 않은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여관에 들어서자, 입구가 보이는 식당 테이블에 사라와 디아나가 나란히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저 앉아있을 뿐인데, 사라와 디아나의 몸 주위에서 분노의 오라가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침 둘은 용사와 대마법사다. 저거 어쩌면 환영이 아닐지도 몰라.

    구원은 바로 무릎을 꿇고 빌었다.

    나 구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남자다.

    "왜 이렇게 늦으셨나 했더니 레이아씨도 대동하시고. 참 즐거우셨겠네요. 데이트 잘 즐기다 오셨나요?"

    "그야 즐거웠을 게 당연하지 않나! 이 몸들이 식당에 앉아서 이제나 저제나 자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동안 즐긴 데이트니 말일세."

    아무래도 최근 사라와 디아나의 합이 너무 잘 맞는 것 같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아니면 뭔가요? 저희가 헤어지면서 한 말에 대한 변명이 있다는 건가요?"

    "아뇨. 변명이라뇨."

    "자네 이 몸이 뭐라고 했나 기억하나? 한 번 말해보게!"

    "딴 길로 새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때 자네는 뭐라고 했나?"

    "애, 애도 아니고…."

    "그런데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말인가요?"

    "아뇨. 그저 죄송하다고…."

    구원의 말에 디아나가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네는 아무래도 이 몸의 말을 허투루 듣는 것 같네. 이 기회에 이 몸의 위치를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오늘 밤은 각오해두게나."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의 목소리에는 대마법사라는 칭호에 걸맞은 위엄이 서려있었다.

    "잠깐만요. 디아나. 밤이라뇨? 오늘은 제 차례잖아요?"

    하지만 그런 위엄도 용사에겐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사라는 가차 없이 디아나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으, 음?! 하, 하지만 이 몸의 말을…."

    "제 말도 무시한건 마찬가지인 걸요. 디아나는 내일 밤에…."

    "내일 던전에 가면 못하지 않나!"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둘이 갑자기 서로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갑자기 서로 말다툼을 시작한 둘의 사이에 레이아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실은 대사제님이 제가 속할 파티를 궁금해 하셔서 수속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께 말씀드리려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구원씨를 만났게 됐어요. 그래서 구원씨는 지금까지 제 수속을 도와드리다 온 거예요. 미처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하고 구원씨를 데려간 제 잘못이에요."

    레이아는 허리를 깊게 숙이고 그렇게 말을 했다.

    사실과 거짓을 적절하게 섞어서 만들어낸 완벽한 알리바이다.

    게다가 구원을 감싸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까지.

    천사야. 천사는 실존하는 거였어.

    구원은 후광이 너무 눈이 부셔 레이아를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아, 아뇨. 레이아씨가 사과할 거 없어요."

    "자네는 모르고 한 일 아닌가. 사과를 할 건 자네가 아닐세."

    "정말 미안. 말 하고 갔어야 하는데…."

    구원은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사과에 들어갔다.

    모처럼 레이아가 만들어준 기회를 그냥 보낼 순 없지.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그, 그럼. 당연하지. 뭣하면 오늘은 힘내서 레벨 업도 평소 두 배는 시켜줄까?"

    아까 사라와 디아나의 말다툼을 떠올리고 구원은 즉답했다.

    "그럼 한 번 하는 거 봐서 용서해드리죠. 두 배라고 했어요."

    으윽. 스스로 말했지만 두 배라니…. 밤 새서하면 가능하겠지?

    어제도 밤을 새서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이렇게 된 이상 힐링 섹스만 믿는다!

    사라는 새초롬하게 그렇게 말했다.

    "이 몸은 아직 용서하지 않았네만 말일세."

    "디아나도 내일 밤에…내일도 오늘처럼 던전에 다녀오면 되잖아! 시키는 대로 다 할게. 연구에 그 어떤 협력도 아끼지 않을게. 그만 화 풀어."

    중간에 디아나가 욱하는 표정을 지어 구원은 황급히 말했다.

    "두 번은 없네. 다음부터 이 몸의 말을 무시하면 각오하게나."

    디아나의 말에는 정말 기백이란 게 서려있어서, 구원의 마음 속에 단단히 새겨졌다.

    겉모습 때문에 잊기 쉽지만, 상대는 대마법사다. 앞으론 조심하자.

    "다행이네요."

    레이아는 고개를 구원 쪽으로 돌리고, 사라와 디아나에게 보이지 않는 쪽 눈을 찡긋 이며 윙크했다.

    "하지만 세 분은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그 모습을 보던 레이아가 미소 지으며, 한편으로는 부러운 듯이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래 보여? 내가 잘못하고 구박당하는 건데?

    이런 천사 눈에는 세상 모든 모습이 좋은 모습으로 필터 거쳐져서 보이는 건가.

    "무, 무슨 소리에요?"

    "이, 이 몸은 그저 말 안 듣는 어린애를 교육 시키려는 것뿐일세."

    사라와 디아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다.

    그 모습을 보고 레이아는 그저 쿡쿡 웃을 뿐이었다.

    "레이아도 같은 파티잖아. 셋 보다는 앞으로 넷이서 사이좋게 지내야지."

    구원은 이 흐름을 이어가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대사를 날렸다.

    "어머나. 후훗. 네."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예상대로 최상급의 미소를 보여줬다.

    음. 역시 나야. 완벽하게 흐름에 편승했어.

    구원은 속으로 흡족해하며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의 표정이 다시 무섭게 변해있었다.

    아니 왜? 대체 어째서?

    "생각을 해보니 그래도 역시 자네에겐 조금 훈계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 거기 앉아보게나."

    "그러네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단단하게 주의를 시켜야죠."

    결국 구원은 식사 내내 사라와 디아나에게 구박을 들어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잉여보노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Bobbylow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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