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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1화 (6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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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족 사제

    구원의 가벼운 발걸음과는 달리, 뒤에서 따라오는 사라와 디아나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무거웠다.

    앞서나가던 구원은 그 사실을 던전을 빠져나오고, 여관에 도착한 후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얘들 뭐야. 따라오는 내내 이런 분위기였던 거야? 무섭게 왜 이러냐.

    "자, 그럼 오늘은 이만 이쯤에서…! 식사라도 하러 가실까요, 아가씨들?"

    이건 결코 쫄아서 그런 게 아니다.

    던전에 다녀오고 난 후 식사는 꼭 함께 하자는 건 내가 한 말이었으니까 말이지.

    난 스스로 내뱉은 말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것에 불과해.

    사라와 디아나는 묵묵히 식당으로 향했다.

    테이블 한 쪽에 구원과 레이아가 앉고, 맞은편에는 사라와 디아나가 앉았다.

    둘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게를 잡기 시작했다.

    뭐지 이 분위기는? 너희들 언제 말이라도 맞췄냐? 호흡 잘 맞는다?

    "자네는 나이가 어떻게 되나?"

    디아나가 불퉁한 표정으로 레이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무슨 딸 시집보내는 장인어른이냐?

    "네, 네? 스, 스물다섯 살이요…."

    한 살 연상인가.

    딱 좋은 나이차다.

    나와 궁합이 굉장히 좋을 것 같군.

    "뭐가 좋은가요? 연상이 그렇게 좋은가요?"

    레이아의 대답을 들은 구원이 흐뭇한 표정을 짓자, 사라가 마치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차가운 표정으로 구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야 물…아뇨. 나이가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사라의 그 냉랭한 분위기에 구원은 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상관이 없지는 않지 않나. 연상은 좋은 걸세."

    디아나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너흰 호흡이 좋은 거냐? 아니면 나쁜 거냐?

    그렇게 식사시간 내내 면접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응? 면접? 면접이라….

    그럼 혹시 얘들도 레이아를 파티원 후보로 보고 있는 건가?

    뭐야. 결국 나랑 같은 마음이었잖아.

    이렇게 무게 잡고 있는 것도 그냥 일종의 압박면접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는 거겠지?

    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구원은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걸 느꼈다.

    에이. 괜히 쫄았네.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잖아.

    "뭐가 그리 좋나?"

    "아뇨. 아무것도."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길고 긴 식사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때가 왔다.

    "그럼 이만…."

    "흠. 그러면 레이아양은 먼저 들어가서 씻고 있게나."

    방 문 앞에서 사라와 디아나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하자, 디아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아, 네. 그럼 씻고 있을게요."

    디아나의 눈짓에 구원은 얼른 여관 열쇠를 레이아에게 건넸다.

    근데 굳이 레이아만 먼저 들어갈 필요 없지 않아?

    구원이 그런 의문에 잠겨있을 때, 사라와 디아나가 각각 구원의 팔을 한쪽씩 잡고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구원이 완전히 벽 쪽으로 몰리자, 정면에서 둘이 나란히 서서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음. 미인 둘 한테 이렇게 몰리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다.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이거 멀리서 보면 여자 일진 둘한테 삥 뜯기는 모습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구원의 복잡한 심정과는 관계없이, 사라와 디아나는 다발총처럼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알고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레이아씨를 돕기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그 외에 다른 마음은 절대 없어야 되요. 행위에도 일정 선이란 게 있어야 하고요."

    "음. 무슨 일이든 정도라는 것이 중요한 법일세. 어디까지나 도와주기 위한 행위니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거든 그 즉시 행위를 멈추게나. 아주 조금이라도 말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나?"

    "어, 어. 응."

    그 기세에 눌려 나온 구원의 대답에 둘 다 만족한 기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따라오게나."

    "자, 잠깐만요. 디아나 방은 왜?"

    디아나가 자신의 방에 구원을 끌고 가려고 하자,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사라와 디아나의 연계가 드디어 깨졌다.

    사실 구원도 갑자기 디아나가 자기 방에 데려가려는 이유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이긴 하다.

    "왜라니. 상대는 사제 아닌가."

    "그게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사라의 말에 디아나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깨달은 모양이다.

    "음? 자네 설마…. 사라양. 자네 피임은 했나?"

    디아나의 그 질문에 사라와 구원이 동시에 굳었다.

    피, 피임?!

    그런 쪽으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냥 어렴풋이 아무렴 섹스로 레벨 업 하는 세계인데 설마 모험가들이 대책이 없이 안에 싸게 하겠어? 라는 인식만 있었을 뿐.

    "네, 네에?! 피임?! 그, 그냥 끝나고 씻을 때…."

    하지만 사라는 제대로 된 대책 같은 게 전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얜 모험가들의 상식 같은 건 전혀 없었지.

    지금까지 임신 안한 게 기적이다.

    아니, 잠깐. 어떻게 단정할 수 있지?

    어쩌면 벌써 내 애를 임신한 거 아냐?

    사라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구원과 사라의 시선이 동시에 늘씬한 사라의 배로 향했다.

    "새, 생겼으면 책임질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구원은 일단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무책임한 짓을 하기는 싫기도 하고, 사라면 나도 대환영이라는 마음도 있다.

    "구원…."

    사라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촉촉한 느낌이었다.

    구원이 손을 내밀자, 사라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구원의 손가락 사이로 꽉 얽매여왔다.

    구원과 사라가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하자, 그 분위기를 깨고 디아나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흠. 신파극 그만 찍게나. 안 생겼을 걸세."

    "그, 그래?"

    "확실한 건 다음 생리 때가 되어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 사라양의 배에서 다른 생명의 마나는 안 느껴지는 군."

    디아나의 말에 사라와 구원은 괜히 머쓱해졌다.

    맞잡고 있던 손도 어느 샌가 자연스레 떨어졌다.

    "하지만 이방인인 이 자는 그렇다 쳐도 자네까지…. 자네들은 조금 상식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구먼. 둘 다 내 방으로 오게나."

    과연 디아나도 이 상황에는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디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구원과 사라가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고 머쓱하게 방으로 들어가자, 디아나 선생님의 상식 강의가 이어졌다.

    "잘 듣게나. 모험가를 하려면 적어도 피임 마법은 기본일세. 자네들도 거리에서 마법 가게를 본 적은 있겠지? 피임 마법의 지속시간은 기본적으로 한 달. 모험가라면 달마다 피임을 하는 건 절대 잊지 말아야하네."

    과연. 거기에서 마법으로 피임을 하는 거였나.

    마법이랑은 연이 없는 직업인 탓에 전혀 가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곳이다.

    "그럼 아까 상대가 사제란 말은?"

    "사제들은 교리 때문에 기본적으로 피임을 하지 않네. 사제들과 하려면 상대방 쪽에서 피임을 하는 게 기본상식이지."

    교리? 그러고 보니 여기 신은 그냥 섹스에 미친 게 아니라, 섹스가 새로운 가능성의 탄생이라는 둥 하면서 권장하고 있는 거였지.

    피임이 교리에 위배될 만도 하다.

    하지만 아마도 그 신의 신도들일 모험가는 멀쩡히 피임을 하는 걸 보면, 원래 세계의 가톨릭에서 신부나 수녀는 결혼을 안 하지만 신도들은 멀쩡히 하는 것과 비슷한 건가?

    "그럼 벗게나."

    "으, 응? 벗어?"

    "뭘 놀라나. 피임마법을 걸어줄 테니 벗으라는 말일세. 영광으로 알게나. 이 몸이 남에게 이런 마법까지 써주는 건 처음 있는 일일세."

    그거야 대마법사님한테 고작 피임이나 걸어달라는 간 큰 놈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마법이면서 벗어야 한다니.

    그것도 여자애 둘 앞에서 혼자만 벗다니. 난 그런 취미는 없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구원이 바지를 내리자, 디아나가 뭔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디아나의 손에 푸른 마나가 깃들자, 디아나는 그 손으로 구원의 불알을 덥석 잡아왔다.

    "…왜 커지는 겐가?"

    "부, 불가항력이야. 너 같은 애가 만져주는 데 어쩔 수 없잖아."

    어떤 의미에선 물건보다 더 예민한 불알을 조심스레 살살 굴리듯 만져주는데, 그 쾌감이 또 색달랐다.

    게다가 대딸을 쳐주는 것도 모르던 그 디아나가 말이다.

    "흐, 흐음. 그런가."

    디아나는 왠지 구원에게서 눈을 돌려 사라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리고는 디아나의 손에 맺힌 마력이 구원의 물건 쪽으로 스며들 듯 들어갔다.

    딱히 뭐가 변한 것 같은 느낌은 안 든다.

    "이게 끝이야?"

    "음. 효과는 한 달일세. 제대로 날짜를 기억하고 있게나. 그럼 사라양도 벗게나."

    "네, 네?! 저도요?"

    "당연한 것 아닌가. 임신하면 고생하는 건 여성이니 스스로 대비를 확실히 해둬야 하네. 어서 벗게나."

    사라는 상당히 창피한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주저하다가, 도움을 청하듯 구원을 쳐다봤다.

    근데 나한테 피임마법을 쓸 때도 알을 만졌는데, 그럼 설마 사라한테 쓸 때는 손을 어디까지 대는 거지?

    설마 안에 집어넣고…!

    구원의 머릿속에 흐뭇한 상상이 스쳐지나갔다.

    평소에 레즈 플레이 같은 건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 둘이라면 그것도 나름 그림이 될 것 같은데?

    도움을 바랬던 구원마저 기대의 눈길로 사라를 쳐다보자, 사라의 얼굴이 더욱더 붉어졌다.

    "구, 구원한테 걸려있으니 전 괜찮아요. 어차피 구원과만 할 테니까요."

    하지만 사라는 생각지도 못한 기쁜 말을 해주셨다.

    이러면 레즈 플레이는 물 건너가는 거지만, 그래도 저 말을 들은 게 더 기쁘다.

    "사라야!"

    "흐, 흠. 그렇구먼! 뭐 이 몸도 그건 마찬가지이네만 말일세!"

    구원이 감격해서 사라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디아나까지 지지 않고 그런 말을 해왔다.

    "저, 정말로?!"

    "으, 으음? 뭐, 뭐어….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말일세."

    디아나는 말해놓고 아차 싶었는지 정말 드물게도 얼굴까지 붉히고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얘도 참 은근 경쟁의식이 강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대마법사 같은 것도 됐겠지만.

    "나, 나도!"

    "레이아씨와 하잖아요."

    "레이아양과 하지 않나."

    감격하여 외치려는 구원에게 사라와 디아나가 바로 구박을 했다.

    그, 그랬죠.

    그래도 레이아와 안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게 남자의 슬픈 본능이었다.

    사라와 디아나도 레이아의 사정을 들었으니 하지 말라고는 못하는 상황이고 말이다.

    "알겠나. 아까 한 말들을 꼭 명심하게나."

    "꼭이에요. 하는 와중에도 제대로 기억하세요."

    디아나와 사라는 방에서 나설 때까지도 계속해서 구원에게 다짐을 하고 헤어졌다.

    저렇게까지 해주다니. 역시 난 파티원들은 정말 잘 만난 것 같단 말이야.

    게다가 정황상 본의는 아니게 튀어나온 말 같지만, 어쨌든 사라와 디아나가 구원하고만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구원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오, 오셨어요."

    레이아는 이미 몸을 다 씻고 침대 안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이불 위로 드러난 어깨를 보니, 이미 그 안은 알몸인 모양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준비할 게 있어서요. 저도 얼른 씻고 올게요."

    "네, 네."

    레이아의 그 가련한 분위기에 바로 달려들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참고 욕실에 들어갔다.

    그래도 던전에 다녀왔는데 아예 안 씻을 수는 없지.

    하지만 급한 마음에 할 수 있는 최대한 빨리 샤워를 마치고 튀어나온 구원은 바로 욕실을 튀어나갔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뇨…."

    레이아는 긴장한 건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저한테 맡기시면 되요."

    "네…."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살포시 긴장된 뺨을 당겨 웃어보였다.

    크으. 역시 아름다우시다.

    게다가 이 이불속에는…. 크흐흐흐.

    구원은 이불을 잡고 있는 레이아의 손을 살며시 잡아 풀고, 서서히 이불을 걷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 이번 화가 떡씬이 될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앞 얘기가 길어졌네요.

    레이아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다음 화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Mable Fantasm // 투척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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