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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0화 (6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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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족 사제

    겨우 늑대개들을 처리하자, 드디어 성직자 누님과 대화할 여유가 생겼다.

    "금발…."

    "수인족…."

    어째선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에서 한기가 느껴졌지만, 일단은 이쪽이 우선이다.

    어제는 왜 도망갔고,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묻고 싶은 점은 산더미 같지만 우선 제일 먼저 물어볼 것은 정해져 있다.

    "괜찮으세요?"

    "흐윽. 네."

    성직자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온 몸에 붉은 자상이 남아있지만, 일단 치명상일 입진 않은 모양이다.

    "저, 일단 치료를…."

    "아,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스스로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놔둘 수도 없다.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건네려고 했지만, 그녀는 정중히 사양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비로운 빛이 그녀를 감싸며 상처가 빨리 감기라도 한 듯이 순식간에 아물어 곧 상처는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됐다.

    아직 레벨이 18이니 직업 레벨도 고작해야 그 이하일 텐데 이정도 회복력인가.

    역시 파티에 힐러 하나는 필수라는 게 괜히 하는 말이 아니구나.

    하지만 그렇게 회복이 되고 나자, 이번엔 눈 둘 곳이 곤란해졌다.

    여기저기 찢긴 사제복 사이로 뽀얀 살결이 드러나고 있었다.

    펑퍼짐한 옷인데도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가슴과 덕분에 더더욱 안쪽에 보이는 허리라인이 오히려 야한 느낌이다.

    물론 눈 둘 곳이 곤란하다고 해서 실제로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스스로 신사임을 자처하는 구원은 이런 때일수록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이 아름다운 광경을 뇌리에 새져놓기 위해 노력했다.

    음. 어제부터 생각했었지만 역시 엄청난 가슴이다.

    "뭐하는 겐가! 옷이라도 하나 꺼내주게!"

    "그래요. 어차피 쌓아두고 다니잖아요?"

    비록 뒤에서 바로 디아나가 구원의 허리를 찰싹 때리며 방해하고, 사라도 거기에 가세한 탓에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가, 감사합니다."

    구원이 하는 수 없이 인벤토리에서 상의를 꺼내 건네자, 성직자 누님은 그걸 바로 사제복 위에 걸쳐 입었다.

    구원의 안 그래도 펑퍼짐한 옷에 구원의 큰 옷까지 걸치자, 아무리 성직자 누님의 매력적인 흉부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순식간에 색기고 뭐고 사라져 버리다니.

    "흠. 이 처자가 자네가 말했던 그 사제인가? 과연…."

    "왜 그렇게 애타게 찾았는지 빤히 알겠네요."

    사라가 성직자 누님의 가슴을 주시하더니,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구원을 쏘아봤다.

    어, 어쩔 수 없잖아! 저기에 눈이 가는 건 본능이야! 거유는 남자의 로망이라고! 여자인 넌 절대 알 수 없는 세계야!

    "흠. 이 몸도 성장만 하면 저 정도는 가뿐하네만 말일세!"

    게다가 디아나는 왠지 경쟁심을 자극받은 듯 했다.

    자신의 가슴을 양 손으로 팡팡 쳐보더니, 정색하고 가슴을 쭉 피며 그렇게 외쳤다.

    가뿐하기는 무슨. 넌 최대치로 커져도 저거랑 같거나 조금 작은 정도잖아.

    게다가 저만큼 크려면 대체 강산이 몇 번 바뀔 만큼 세월이 지나야 되는 거냐?

    물론 생각한 걸 전부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구원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전부 마음속으로만 묻어뒀다.

    "그래서 그…그쪽은…."

    "아, 인사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은인 분들께 이런 실례를. 레이아라고 해요."

    "아뇨. 이쪽이야 말로. 전 구원이라고 합니다. 이쪽이 사라, 이쪽은 디아나고요. 그래서 레이아씨는 왜 이런 곳에 혼자 계시나요?"

    "네? 그, 그게…."

    그다지 이상한 질문은 아니었을 텐데,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고 대답하길 주저했다.

    "실은…여기서 늑대개 초월종이 새로 발견됐다고 들어서요."

    설마 늑대개 초월종을 잡으러 온 건가? 그것도 혼자서?

    어라? 어제는 오크를 잡는 게 목적처럼 보였는데?

    "사제시니 신전에서 파티를 구하셔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혼자서…."

    "그게…모험가분들이 다들 그 초월종을 잡기 꺼려하셔서요…."

    하긴 걔가 이 구역 놈 치곤 좀 세긴 하지.

    이 근처를 다니는 모험가들이 잡기엔 너무 강하고, 그렇다고 그놈을 잡을 정도의 모험가들은 이 근처에 볼일이 없는 상황이다.

    "흠. 그래도 너무 무모하군."

    디아나의 말대로다.

    수인족의 특성상 성직자라도 어느 정도 전투는 가능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18레벨 성직자가 혼자서 그 놈을 잡겠다니. 터무니없는 것도 정도가 있다.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고. 일단 길드까지 데려다주자."

    "네. 그게 좋겠어요."

    길드까지 갔다가 다시 오려면 시간이 부족하긴 하다.

    어쩌면 오늘 안에 비밀 기지까지 가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사라도 디아나도 이견은 없는 모양이다.

    얘들이 가끔 이유도 없이 차가워지긴 해도 기본적으론 착하다니까.

    "저기…그게…."

    하지만 레이아는 조금 주저하더니, 일행에게 갑자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같이 늑대개 초월종을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도와주신 분들께 염치없는 얘기인건 알지만, 부탁드립니다."

    "…어쩔까?"

    "잡는 건 문제가 없지만요…."

    그 말대로. 잡는 거야 문제가 없다.

    어차피 놈은 가는 길목에 있을 테고, 놈이 다시 나타났다면 레이아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얼른 잡고 지나갈 테니까.

    하지만 레이아와 함께 잡게 되면, 다시 길드까지 보내줘야 하는 수고도 있으니 오늘 하루는 그냥 날려버리게 된다.

    "초월종을 잡고 싶은 이유라도 있나요? 그러고 보니 어제는 오크를 잡고 싶어 하셨잖아요?"

    "오크를 잡는 파티 분들은 더 레벨이 높은 사제분들을 데려 가시니까요."

    그건 알겠다.

    아무래도 오크들이 나오는 영역까지 내려가는 파티는 이왕 신전 사제를 고용하는 거 더 레벨 높은 사제를 고용하겠지.

    구원이 궁금한 건 오크 대신으로 갑자기 왜 늑대개 초월종이 튀어나오는 건지이다.

    "그, 그러니까…성기를 얻으려면…."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튀어나와버렸다.

    성기? 성기라고? 주로 사용되는 용도가 딜도라는 그 몬스터 성기?

    이렇게 예쁜 누님이 밤에 욱신거림을 참지 못하고 딜도를 얻기 위해 여기까지 혼자 왔단 말이야?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야릇한 광경들이 휙휙 지나갔다.

    그럴 때는 딜도보다는 진짜 남자지!

    좋아 내가 나설 차례인 것 같군.

    나에겐 성자라는 직업을 가진 자로서 여인들에게 진짜 쾌락이 뭔지 확실히 알려줄 의무가 있어!

    "그런 거라면 제가…."

    "스태프를 원하는 겐가."

    "도울 수 있을 것 같군요. 스태프라니. 성직자로서 당연히 필요한 거죠."

    디아나야 정말 고맙다.

    하마터면 이 미인 누님한테 뜬금없는 섹드립을 날릴 뻔 했어.

    오늘 아침에 봤듯이 그렇게 열렬한 신도들이 많은 세계다.

    사제한테 섹드립 했다고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러고 보니 성직자의 스태프 재료로 쓰인다고도 했었지.

    딜도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쩔래?"

    성기를 얻는 게 목적이라면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초월종에서 성기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성기를 세운 상태에서 잡아야 한다.

    이건 되도록 남한테 알려지고 싶지 않은 비밀인데.

    "미안하지만 이 몸들도 할 일이 있다네. 길드까지는 데려다 줄 테니 성기를 구하는 거 레벨을 더 올리고 도전하게나."

    디아나도 그걸 눈치 챘는지 레이아의 부탁을 거절했다.

    던전에 다니는 데 가장 관심이 없는 디아나라면 오히려 우리 중에서 제일 도와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텐데도 말이지.

    "…그런가요. 네. 감사합니다."

    레이아도 더는 부탁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머리 위로 쫑긋 솟아있던 귀도 같이 축 처져서 더욱 더 안쓰러워보인다.

    "기운 내세요. 레이아씨 정도면 그 정도 레벨은 쉽게 올릴 거예요."

    "음. 게다가 자네는 사제 아닌가? 신관에서 그런 일도 있지 않나."

    "네…."

    사라와 디아나는 레이아가 안되어 보였는지 그렇게 다독였지만, 레이아는 더욱 더 기운이 없어졌다.

    "뭔가 사정이라도 있나요?"

    남자가 여자한테 이런 걸 물어보는 건 섹드립일지도 모르지만, 구원은 도저히 신경 쓰여서 결국 그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뇨. 저, 그, 아무것도…."

    "말 해봐요. 혹시 저희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너무 남 사정에 간섭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구원은 그 딱한 모습에 동정심이 생겨서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아는 그렇게 주저하다가 도와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결국 결심을 한 듯 말을 꺼냈다.

    "실은…. 전 레벨 업이 불가능해요."

    "네, 네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남자라면 이해가 간다. 고자가 되면 레벨 업이 불가능해지니까.

    근데 여자가 레벨 업이 불가능하다니?

    "그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랑 자신 남자 분들은 전부 돌아가셔서…."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 울먹이며 그런 말을 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레이아랑 섹스를 한 사람들이 전부 복상사를 당했다고?

    이유를 알 수 없고 자시고 그냥 명기라서 그런 거잖아? 근데 그런 게 실제로 가능해?

    레벨도 엄청 낮잖아? 대체 얼마나 명기여야 저 레벨에 그런 게 가능한 거야?

    "그, 그런가요. 그거 참 안됐네요. 죄송하지만 그런 거라면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으, 음. 그것만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말일세."

    사라와 디아나가 무척이나 당황하며 그렇게 레이아를 위로했다.

    호기심에 물어봤는데 이런 대답이 나왔으니 그야 당황스러운 마음이야 나도 충분히 알겠지만, 그래도 너무 당황하는 거 아니냐?

    잠깐? 난 성자잖아. 완전히 내가 도울 수 있는 문제 아니야?

    "어? 그럼 제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구원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사라와 디아나가 구원을 휙 돌아봤다.

    왜 그러냐 무섭게.

    니들도 당황해서 생각이 못 미치는 모양인데, 근거 없이 하는 말 아니야.

    "아, 안돼요! 신전에서도 원인을 알려고 레벨이 무척 높으신 대사제님을 모셔왔는데, 그 분도 역시…."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더욱 더 무서운 말을 해왔다.

    압도적인 레벨차이를 뛰어넘어 오히려 상대를 복상사 시켰다고?

    "그, 그럼 안 되겠네요. 구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음. 음. 레벨 차이를 뛰어 넘는 수준이라니. 이 몸도 들어본 적 없을 정도네."

    "하지만 난 성자잖아? 설마 내가 고작 한 번 한다고 죽을까?"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고작 쾌락 때문에 복상사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아예 정기가 거덜 날 때까지 몇날며칠 계속 쥐어짜여서 쇠약사하는 거면 모를까.

    실제로 전생 전 디아나랑 할 때도 안 죽었잖아?

    구원의 말에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귀여운 녀석들. 내가 괜히 나섰다가 죽을까봐 그렇게 걱정되나?

    "네?! 그, 그게 무슨 소리신가요?!"

    레이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원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잡으며 물었다.

    "그게, 제 직업이 성자라고 한 마디로 말해서 섹스하는 직업이거든요."

    구원의 한마디에 레이아의 눈에 초롱초롱 희망의 불빛이 반짝였다.

    "저, 정말인가요? 그럼 제가 왜 이런지 원인을 알 수 있을까요?"

    "이유를 알 수 있을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구원의 말에 레이아가 감싸 잡은 구원의 손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으음. 좋은 감촉이다.

    구원은 손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그 감촉을 음미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이랬었지. 습관인 걸까?

    "부, 부탁드립니다. 저, 저와."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구원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즉각 대답했다.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은 심정인데요, 뭘.

    이런 완벽히 내 이상형에 부합하는 미인 누님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와주기 위해서라는 완벽한 대의명분까지 있다니.

    구원의 입이 귀에 걸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네 기뻐 보이는구먼."

    "어, 엉? 응. 누군가의 도움이 된다는 건 참 기쁜 일이지. 하하하."

    "흐응. 그러신가요."

    사라와 디아나의 눈은 가면 갈수록 차가워졌다.

    구원이 하루를 레이아와 자면 자연히 사라와 디아나의 레벨 업과 스킬 연구도 하루 씩 밀리는 거니 저런 반응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역시 사람 도와주는 일인데 말릴 수도 없는 건지, 사라와 디아나도 차가운 눈길로 바라만 볼 뿐 제지하지는 못했다.

    미안해. 벌충은 니들이랑 할 때 열과 성의를 다해서 할게.

    하지만 오늘 밤은 레이아야.

    구원은 폴짝폴짝 뛰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얼른 던전 밖을 향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모에 // 묘사를 썼었는데 수정하다가 같이 지워버렸나 보네요. 딱이 특이할 건 없고 그냥 평범한 서양쪽 수도원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기좋아요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illya // 지적 감사합니다. 레벨과 사용할 수 있는 신성 마법인데 문장을 고치다가 조사를 하나 안바꿨네요.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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