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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9화 (5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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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족 사제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식당에는 디아나가 먼저 내려가고 구원이 나중에 내려갔다.

    "어머? 구원? 어디 있었어요? 부르러 갔을 땐 대답이 없더니."

    "응? 아아. 미안. 내 방에서 다시 잠들었나봐."

    "네? 힐링 섹스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왠지 기분좋아보였다.

    다행이다. 의심은 사지 않은 모양이다.

    "흠흠. 뭐 피곤했을 테니 말일세."

    하지만 그런 사라의 반응에 디아나가 반박하듯이 그런 말을 했다.

    어째선지 서로 다시 마주보는 사라와 디아나.

    …왠지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야.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도 없다.

    구원은 지뢰밭을 돌진하는 기분으로 둘에게 말을 건넸다.

    "자, 자. 오늘은 신전에도 들러야하니 어서 식사나 하자고."

    그래서 오늘은 던전에 가기 전에 먼저 신전에 들르기로 했다.

    신전은 도시의 중앙에서 좀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제법 거리가 있었다.

    장소는 분명 한적한 곳인데 신전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길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더니, 신전 건물이 시야에 들어올 정도가 되자 이미 출퇴근시간의 지하철을 생각나게 만들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 거렸다.

    개중엔 구원 일행과 같은 목적으로 힐러를 구하러 온 건지 모험가 차림을 한 사람들도 간간이 보였지만, 대다수는 일반인으로 보였다.

    대체 여기 신은 사람들한테 인기가 얼마나 많은 거야.

    뭐 지금 이 세계 돌아가는 걸 보면 확실히 엄청나게 매력적인 신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많잖아.

    이 사람들 전부가 아침부터 이렇게 신전을 향할 정도로 열렬한 신도란 말이야?

    구원은 절대로 이 세계에서 신을 까는 발언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한 마디라도 내뱉는 순간 길거리에서 돌팔매질로 죽을 수준이네.

    "이쪽이네. 따라오게나."

    그렇게 엄청난 수의 인파를 헤치고 겨우 신전에 들어서자, 디아나가 구원과 사라를 사람들이 향하는 곳과 반대편으로 유도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저기로 가는데?"

    "자네가 신께 기도를 드리러 온 것도 아니지 않나? 잔말 말고 따라 오게나."

    "그래요. 구원.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저희 할 일을 하죠."

    사라와 디아나는 각각 구원의 팔 한쪽을 꽉 붙들어 구원이 딴 길로 새지 못하게 막았다.

    내가 애도 아니고 딴 길로 안 샌다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

    확실히 디아나 말대로 몇몇 모험가 차림의 사람들은 디아나가 가리킨 길 쪽으로 가고 있었었다.

    "성직자는 두 분류가 있다네. 신전에 소속된 신전 사제와, 떠돌아다니며 교리를 전파하는 방랑 사제. 보통 파티에 소속된 성직자는 전부 방랑 사제라고 보면 되네."

    "그럼 파티원으로 구하려면 여기서 구할 수 없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다네. 여긴 던전 도시 아닌가. 이 도시의 신전에서는 일정량의 성금을 받고 신전 사제를 일정기간동안 파견해 주기도 한다네."

    "그 말은 임시 파티원이란 말이잖아? 난 이왕이면 임시 파티원보단 계속 같이 할 파티원을 구하고 싶은데. 우리한테는 그 길도 있고 말이야."

    "말은 끝까지 듣게나. 그뿐만 아니라 여기엔 모험가와 파티를 희망하는 방랑 사제들도 임시로 거주하고 있다네. 파티원을 구하려면 이러나저러나 여기가 가장 좋다는 말이네."

    과연 그렇게 되는 건가.

    제법 긴 통로를 지나 도착한 방의 맞은편에는 카운터 같은 곳이 있어, 그 안에 성직자 몇 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

    과연 모시는 신이 신이다 보니 다들 한 미모 하시는 분들이다.

    한쪽 벽면에는 모험가 길드처럼 종이들이 붙어있다.

    길드처럼 빼곡히 붙어있는 건 아니지만, 저게 아마 파티 구인 광고 같은 거겠지.

    "그럼 한 번 둘러 보세나."

    일행은 각자 나눠져서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혹시 여기에 어제 본 그 성직자도 있는 게 아닐까?

    이왕이면 그 사람이랑 같이 하고 싶은데.

    그렇게 구원의 이상형에 들어맞는 외모는 미인들이 많은 모험가들 중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구원은 일단 가장 정면에 있는 종이에 손을 뻗었다.

    길드에서 본 모험가들이 조잡하게 휘갈겨 쓴 것들과는 다르게, 종이에는 꽤나 제대로 된 프로필들이 쓰여 있었다.

    레벨과 사용할 수 있는 신성 마법들은 물론, 쓰리 사이즈에 파티에의 요구사항까지 적혀있다.

    게다가 한쪽 구석에는 본인의 얼굴 사진까지 있었다.

    아니 사진이 아니라 그림인가? 어쨌든 사진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교한 그림이 그려져 외모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구원이 아무 생각 없이 손에든 종이에는 섹시해 보이는 누님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고, 프로필에 보이는 쓰리 사이즈도 외모에 어울리는 폭발적인 수치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요구사항은 무려 파티에 남자가 꼭 한명은 있을 것♡ 이라고 쓰여 있었다.

    뒤에 있는 하트가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군.

    좋아. 결심했다. 우리 파티는 무조건 이 누님을 모셔온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누님의 레벨은 무려 80대였다.

    젠장. 예쁜 건 예쁜 값을 한다니까.

    구원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른 종이에 손을 뻗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방랑 사제는 구할 수 없었다.

    뭐가 이렇게 다들 레벨이 높아?

    구원이 확인 해본 방랑 사제들 중 제일 낮은 레벨이 60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심지어 레벨이 레벨인 만큼 그려져 있는 얼굴들이 하나같이 다들 미인이라 더 열이 받았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라니.

    상황이 이런데 어제의 그 18레벨 성직자가 없었던 건 말할 것도 없겠지.

    "너희 쪽에는 괜찮은 사람 있었어?"

    "아니요."

    "없네."

    사라와 디아나에게도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로? 단 한명도? 그냥 레벨만 맞는 사람도?"

    "네. 단 한명도요."

    "흠. 전혀 없더군. 아무래도 힐러를 구하는 건 포기해야겠네."

    그러는 사라와 디아나는 왠지 전혀 아쉬운 기색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레벨만 맞는 사람도 없다는 건 어제 그 성직자는 사라나 디아나 쪽에서도 없었다고 봐야겠지.

    그럼 혹시 신관 사제인가?

    "으음…. 임시로 파견 받는 건 조금 그런데…."

    "없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냥 계층 주인을 잡을 때만 정규 루트로 가는 게 어떨까요?"

    "음. 이 몸도 그게 가장 괜찮아 보이는구먼."

    으윽. 역시 그러는 수밖에 없을까?

    좋아. 어제 그 성직자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 한번 가보자.

    구원은 카운터에 다갔다.

    "실례합니다. 혹시 신관 사제 중에 20레벨 근처의 금발 수인족 사제는 있나요?"

    레벨은 내가 일방적으로 애널라이즈를 써서 알아본 거니 일부러 애매하게 말했는데, 그게 오히려 카운터에 있는 성직자의 의심을 산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사제의 개인 정보는 함부로 알려줄 수 없습니다."

    명백하게 스토커를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하하. 아뇨.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닙니다. 어제 만났는데 이름을 못 들어서 그런 것뿐이에요."

    "죄송합니다."

    물론 구원의 되도 않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외모만 보고 반해서 정보 캐내려고 하는 게 맞으니 저 태도에 불평할 수도 없다.

    "…뭔가요? 그 수인족 사제라는 건?"

    "자네 그런 취미였나?"

    게다가 사라와 디아나까지 차가운 눈으로 구원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냐! 진짜로 어제 길드에서 만났단 말이야. 파티에 껴달라고 하던데 계속 같이 할 수 있냐니까 갑자기 도망가더라고."

    "그래서 한 눈에 반하셨다고요?"

    응. 바로 그거야.

    구원은 왠지 모르게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된다고 본능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 아니. 그냥 갑자기 왜 도망갔는지 궁금해서…."

    구원의 변명에도 사라와 디아나의 차가운 눈길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하지만 의외로 옆에서 듣고 있던 성직자는 구원의 얘기에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스토커 의혹은 풀렸는지 아까처럼 의심스런 눈빛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 애라면 지금 여기 없어요. 아침부터 일찍 어디로 나가더군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구원은 대답을 듣고 카운터를 뒤로 했다.

    역시 그 성직자는 신관 사제인 모양이다.

    혹시 그래서 계속 같이 하기는 힘들다고 한 건가?

    그런데 신관 사제면 굳이 길드에서 파티를 찾을 필요가 없잖아?

    대답을 들었는데 의문점이 오히려 늘어나다니.

    "일단 나중에 다시 오자."

    "그 수인족 사제를 만날 때까지 말이죠."

    얜 아까부터 왜 이렇게 계속 정곡을 찌르냐?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이 다른 사람한테 들리게 되기라도 했나?

    "아니, 어차피 보스를 오늘 잡을 것도 아니고 급할 건 없잖아? 이왕이면 레벨이 맞는 방랑 사제를 구하는 쪽으로 가자고."

    구원은 그렇게 얼버무리며 그 곳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이왕 신전까지 온 거. 예배라도 한 번 하고 가야하나?"

    이렇게 아침부터 사람이 몰리는 걸 보면 여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신앙심이 강하다고 생각해야겠지.

    그렇다면 사라나 디아나도 예외는 아닐 거다.

    그리고 구원 역시도 이런 멋진 세계로 보내준 신님께는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다.

    적어도 예배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는.

    "아, 아뇨.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죠."

    "사라양의 말이 맞네. 오늘 안에 야영을 할 장소까지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할 걸세."

    하지만 사라와 디아나는 던전 탐험이 우선인 모양이다.

    사라는 물론 던전에는 그다지 관심 없는 디아나까지 저런 반응이라니.

    파티의 일원으로서 걱정해주는 건가?

    "그런가? 그러면 서두르자."

    일행은 어쩔 수 없이 곧장 신전을 뒤로 해야만 했다.

    신님 죄송합니다. 예배는 다음에 기회에 꼭 할게요.

    디아나 말대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있었다.

    신전에서 길드로. 길드에서 늑대개의 서식지에 있는 비밀 통로로. 그리고 또 그 비밀 통로를 지나 비밀 기지까지.

    정말 이거 쉬지 않고 서둘러서 가도 도착하면 한밤중이겠는걸?

    "꺄아아아아악!"

    그렇게 서둘러 비밀 통로의 근처에 왔을 때, 멀리서 가느다란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늑대개들의 컹컹 짖는 소리도 같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일단 가봐야겠지?"

    "어차피 가는 길이에요."

    사라는 그 비명소리로 위치까지 파악한 모양이다.

    일행이 서둘러 도착한 곳에는 이미 늑대개들이 엄청나게 몰려있었다.

    아마 근처 있는 놈을 전부 부르는 그 울음소리를 낸 거겠지.

    게다가 그걸 상대는 사람은 파티도 맺지 않고 홀로 분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수한 늑대개들에게 둘러싸여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나 말고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일단 도와주자."

    저번 칸나 때는 그래도 제법 여유가 있어보였으니 정석대로 일처리를 진행했지만, 이번엔 그대로 했다간 꼼짝없이 저 사람이 죽을 것 같다.

    구원은 재빨리 늑대개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다가가 녀석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이젠 이 녀석들 상대로는 성자의 손길을 쓸 필요도 없다.

    한 방에 한 놈씩 정리해 나가며 구원은 모험가의 모습을 확인했다.

    대체 어떤 무식 한 놈이 이런 짓을 벌인 거야?

    늑대개의 무리를 걷어내고 드러난 모험가는 의외로 구원과 구면인 사람이었다.

    "당신은!"

    "으흐흑.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봤던 그 아름다우신 수인족 성직자 누님이 눈가에 큼지막한 눈물을 그렁그렁 고인 채로 필사적으로 늑대개에게 양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어제 애널라이즈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 직업이 사제 하나밖에 없었을 텐데. 대체 혼자 뭐하는 거지?

    그나마 수인족의 특성상 그 발톱을 이용해 어떻게 분전은 한 모양이다.

    하지만 찬란히 빛나던 황금빛 머리는 마구잡이로 헝클어진데다가 옷의 여기저기가 찢겨져 있고 피까지 배어나오는 모습이 무사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이 녀석들을 전부 정리하죠."

    이 녀석들이 또 그 울음소리를 내면 괜히 시간만 더 잡아먹는다.

    지난 일주일동안 성장한 구원 일행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그 많던 늑대개의 무리들은 순식간에 정리가 됐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싱키레 ,파들 //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고양이가 누른 모양입니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요.

    Abraham // 쿠폰 감사하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루미네이드 // 피임을 합니다. 이제 몇화 안으로 글에서 그 설명이 나올 것 같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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