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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4화 (5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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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 퀘스트

    그렇게 일행은 직업 레벨 업에 집중했다.

    정규루트로는 왕복 4일이 걸리는 곳이다.

    이동만 그렇게 걸리는 데 딱 4일만 있다가 나가서 마석을 왕창 가져가면 의심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사라와 디아나와도 상의해봤다.

    그 결과 굳이 4일 동안만 머무를 게 아니라 아예 일주일을 채워보기로 했다.

    어차피 인벤토리에 필요한 물건들은 일주일이 아니라 그 이상 버텨도 괜찮을 정도로 넉넉히 가져왔고, 잠은 웨어 울프의 비밀 공간을 비밀 기지삼아 안전하게 잘 수 있으니 말이다.

    던전 안은 항시 밝은 상태라 시간개념이 없어지기 십상이지만, 구원은 시야 한 구석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며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낮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장소의 맵을 채워가며 직업 레벨을 올리고, 밤이 되면 비밀 기지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첫날이후 사라도 밤중에 레벨 업을 하자고 유혹하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구원은 아쉬운 마음 반, 다행스러운 마음 반으로 밤에 잠만 자게 됐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결국 비밀 기지에서 반나절에 갈 수 있는 거리의 정규루트 쪽 맵은 거의 채울 수 있었다.

    아마 오늘만 돌아다니면 반나절 거리의 맵은 전부 채워지겠지.

    오늘 갈 곳은 지도상으로 위로 올라가는 길의 정반대쪽이다. 길드에서도 가장 조사가 미흡한 곳이다.

    아마 지금까지 발견이 안 된 오크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찾는다면 이곳이 가장 확률이 높겠지.

    조심해서 가자.

    점심때까지는 이렇다 할 문제도 없이 평범하게 오크와 웨어 울프를 잡으며 던전을 탐험했다.

    그렇게 오늘도 맵을 채워가며 평범하게 직업 레벨을 올리다 끝나나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웨어 울프와 조우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웨어 울프가 많이 보이네."

    "음. 어쩌면 또 다른 웨어 울프의 부락일지도 모르겠군. 조심하세나."

    만약 찾게 되면 오크들의 부락을 찾을 수 있게 될까 싶었는데 또 웨어 울프냐.

    얘들은 대체 부락이 얼마나 많은 거야.

    디아나의 말로는 길드 지도에 나타나 있는 웨어 울프 초월종은 전부 하나의 부락을 이루고 있다고 했었다. 원체 따로 다니는 놈들인 만큼 각자 소수가 모여 조그만 부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나보다.

    잠깐. 근데 이거 설마?

    맵을 보던 구원은 길드 지도를 꺼내봤다.

    역시 그렇군.

    비록 삐뚤빼뚤 엉성하긴 하지만 초월종들의 분포는 계층 주인을 중심으로 부채꼴을 이루고 있었다.

    일행이 향하고 있는 곳 역시 계층 주인이 있는 곳에서 일정한 거리에 떨어진 위치.

    어쩌면 계층 주인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초월종이 진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마치 늑대개나 고블린의 초월종 주위에 더 강한 개체들이 포진하고 있었듯이 말이다.

    계층 주인도 엄청나게 위압감이 다르긴 하지만 웨어 울프 종류로 보이기도 했으니, 구원은 자신의 가설을 확신했다.

    "웨어 울프 초월종이라…. 그 정도면 우리끼리도 충분히 잡을 수 있겠지?"

    "그럼요. 충분할거예요."

    "음. 부락의 규모를 봐야겠지만 말일세."

    사라는 자신감에 차있었고, 디아나 역시 말은 신중하게 했지만 그다지 걱정되는 표정이 아니었다.

    결코 저번에 처참하게 잡힌 초월종의 경우를 생각하고 방심하는 게 아니다.

    이 며칠 동안 먹고 자고 직업 레벨만 올린 일행은 그때보다도 더 강해졌다.

    탄막 피하기를 하면서 무투가 레벨을 올린 구원도 그렇지만, 특히 사라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였다.

    이제는 굳이 구원이 앞에 나서지 않아도 웨어 울프 한 마리는 사라와 디아나가 원거리에서 처리 가능할 정도면 말 다했지.

    "잠깐만요. 모두 멈춰요."

    그렇게 전진하다가 이제 슬슬 멈추지 않으면 밤까지 비밀 기지로 돌아갈 수 없겠다 싶었을 때, 사라가 일행을 멈춰 세웠다.

    "저기에 웨어 울프들이 모여 있네요."

    사라가 가리킨 방향은 상당히 멀리 떨어진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이었다.

    설마 저 거리가 보이는 건가?

    사라가 있는 것 같아요 라고 하지 않고 있네요 라고 했으니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일행은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이동했다.

    "음. 제대로 찾은 모양이군."

    사라가 가리켰던 곳에 도착하자 확실히 웨어 울프들이 모여 있었다.

    평소에도 따로 다니는 놈들인 만큼 모여 있다고 해도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평범한 웨어 울프 일곱 마리와, 그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웨어 울프가 한 마리.

    모여 사는 것 치곤 확실히 규모가 작아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셋이서 막 들이댈 정도의 숫자도 아니다.

    "음. 그래도 수가 적은 편이구먼."

    웨어 울프 치고도 이 정도면 그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나보다.

    "그래도 몇 마리만 유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되든 안 되든 멀리 돌아가서 한 번 해보자."

    일행은 일단 그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왔다.

    큰 소리를 내면 웨어 울프 무리들에게 가까스로 소리는 들릴 정도의 거리다.

    초월종을 제외한 몇 마리가 유인되면 최고고, 안되면 말고 라는 식의 유인이다.

    전부 다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보너스 스탯을 내구에 몰빵하고 들이대야지 뭐.

    디아나의 영창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구원은 양손의 건틀릿을 강하게 부딪혀 큰 소리를 발생시켰다.

    캉! 캉! 캉!

    계속해서 소음을 내자 웨어 울프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아. 딱 적당한 숫자로군.

    혹시 몰라 열어뒀던 스탯창을 닫고 구원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굳이 이쪽에서 다가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쟤들이 올 테니까.

    곧바로 디아나의 화염 마법이 놈들에게 작렬했다.

    제일 앞에서 달려오던 놈에게 명중한 마법은 그대로 폭발하듯이 터져 다른 놈들에게도 화상을 입히고 그 털을 불태웠다.

    그 위로 사라의 화살이 마치 줄을 잇듯 끊임없이 날아가 박혔다.

    결국 일행이 있는 장소로 도착할 수 있었던 웨어 울프는 겨우 한 마리뿐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구원이 나서 마지막 한 마리에게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 어그로를 끌었다.

    이쯤 소란을 피우자 슬슬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는지 나머지 웨어 울프들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미 그땐 앞서 나온 세 마리가 모두 잡힌 상황이었다.

    "아우우우우!"

    웨어 울프들이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듯 길게 울며 초월종를 앞세워 돌진해왔다.

    그 역시도 사라와 디아나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수가 줄어, 구원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초월종와 일반 개체 두 마리가 남은 상황이었다.

    "사라! 뒤로 빠지게! 놈은 넓은 범위의 공격도 사용하네!"

    계속해서 공격하려는 사라를 디아나가 말리며 뒤로 물러난다.

    범위 공격? 초월종들은 원래 그런 건가?

    지금까지 초월종들을 전부 특이한 방법으로 잡은 덕분에 몰랐지만, 아마 그런 모양이다.

    구원은 세 마리 모두에게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 어그로를 끌면서 사라와 디아나가 물러설 시간을 벌었다.

    사라와 디아나가 잡기 쉬운 일반 개체들을 공격하는 사이에, 구원은 공격을 하기보다 몬스터들을 공격을 막고 피하는 데 집중했다.

    어차피 공격력은 사라와 디아나만으로 충분하고, 제대로 된 회복수단도 값비싼 비상용 포션밖에 없는 만큼 다치면 손해니 말이다.

    탄막 놀이도 전부 회피하는 구원이 방어에만 전념하자, 세 마리의 합공도 전부 제대로 받아낼 수 있었다.

    좋아. 역시 내 특훈이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군.

    그렇게 결국 사라와 디아나가 일반 개체 두 마리를 정리했다.

    남은 건 이제 초월종 하나뿐.

    "좋아! 넌 이제 죽…우왓"

    "크르릉!"

    구원이 이제 슬슬 공세로 전환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초월종이 크게 울부짖으며 양팔을 거칠게 휘둘러 왔다.

    구원이 왠지 위험해보여 뒤로 훌쩍 물러나 피하자, 초월종이 양팔을 마구잡이로 거칠게 휘둘러대기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발톱이 지나가는 경로에 붉은 빛 잔상이 남는 걸 보면 아마 스킬인 모양이다.

    초월종은 그렇게 양팔을 휘저어 3미터 정도 발톱으로 공기를 가르며 이동하더니 곧 멈춰 섰다.

    이게 바로 디아나가 말했던 광역기인가?

    확실히 사라나 디아나가 휩쓸렸으면 위험했을 공격이다.

    어그로를 내가 끌고 있다고 해서 다른 애들이 완전히 안전해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구나.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이면 별 문제 없다.

    일행이 초월종을 향해 공격을 집중시키자 곧 초월종도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좋아! 이 정도면 이제 1계층에선 계층 주인 빼고는 문제될 놈이 없네."

    "음. 단기간에 이 정도까지 성장하다니. 특히 사라양은 대단하군."

    "네, 네?! 아, 아니에요. 다 여러분 덕분이죠."

    사라는 디아나의 칭찬에 깜짝 놀라 공을 우리에게 돌려왔다.

    역시 아직 용사라는 걸 밝힐 생각은 없는 건가?

    뭐, 느긋하게 기다리자. 언젠간 말해주겠지.

    웨어 울프의 초월종까지 제대로 사냥에 성공한 일행은 그 이후로 거칠 것이 없었다.

    어느덧 예정했던 일주일이 지나고, 일행은 한 번 마을로 돌아갔다.

    "네?! 겨우 저번에 오크들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셨으면서 웨어 울프 초월종을 잡으셨다고요?! 굉장하네요!"

    그동안 웨어 울프와 오크, 그리고 초월종을 잡으며 모아놨던 마석을 전부 정산에 맡기자, 안내원 누님도 어지간히 놀란 얼굴이었다.

    늑대개만 잡던 놈이 갑자기 한 번 올때마다 이렇게 단계를 건너 뛰어버리면 놀랍기야 하겠지.

    "제가 그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건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죠."

    "네. 정말 그런가 보네요. 역시…."

    어라? 자뻑을 했는데 순수하게 인정해 줄 정도로 놀란 모양이다.

    "그런데 길드 퀘스트는 이제 끝났나요?"

    "아뇨. 길드의 예상보다 미확인 구역의 진척 상황이 더 좋아서요. 아마 한동안 더 할 것 같네요. 설마 지도까지 더 작성해오셨나요?"

    "아주 조금이지만요."

    여기서 밝힌 맵을 전부 그려서 제출하면 의심받을 테니, 구원은 일부러 맵의 일부분만 그려서 길드 퀘스트를 보고했다.

    어차피 돈은 마석 정산비로도 엄청나게 벌었을 테니 이정도 손해쯤이야.

    그리고 언제 길드 퀘스트가 끝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더 갔다 오는 동안 보고하면 되지.

    그렇게 마석의 정산을 마치고 잡화점에 들러 아이템까지 모조리 판매했다.

    참고로 각종 초월체의 성기는 물론, 그동안 엄청나게 많이 얻은 오크의 성기도 하나 남겨뒀다.

    언제 이걸로 다닐 수 있는 숨겨진 길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그건 그렇고 조난했을 때는 예외로 치면 처음으로 던전에서 야영을 하며 사냥을 한 건데 놀라울 정도로 일이 잘 풀렸다.

    구원은 뿌듯한 마음으로 사라와 디아나가 기다리는 술집으로 갔다.

    왜 여관이 아니라 술집이냐고?

    오늘은 기념으로 거하게 먹고 마시기로 했거든.

    이 세계에 와서는 항상 다음 날에도 던전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술도 안마시고 있었지만, 구원은 술을 싫어하지 않는다.

    일주일동안 지내다 왔으니 말은 안했지만 어차피 내일은 쉬게 될 거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기념으로 한 잔 마셔줘야지.

    구원은 미리 말해뒀던 술집에서 사라와 디아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둘 다 왠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왜 그래? 처음으로 무사히 던전에서 지내다 온 기념일이잖아. 오늘은 신나게 먹고 마시자고."

    "수, 술도요? 그, 그렇군요. 네. 좋아요."

    어쩐지 사라의 반응이 수상하다.

    "너 설마 마셔본 적 없어?"

    "그, 그럴 리가요? 뭐하세요? 얼른 주문하죠."

    이거 분명히 한 번도 안마셔본 것 같은데….

    뭐 어린애도 아니고 이 기회에 술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음. 이 몸은 사양하겠네."

    "어라? 왜?"

    "스, 스킬 연구 때문에 말일세. 보기로 하지 않았나."

    …아. 그러고 보니.

    완전 까먹고 있었다.

    얘들이 그래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구나.

    이거 더더욱 마실 이유가 생겼다.

    맨 정신으로 남한테 보여주면서 하는 건 난이도가 너무 높으니 말이야.

    오늘 보여주면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구원 역시도 안절부절못하는 기분이 되었다.

    에잇. 이럴 땐 마셔야지.

    "여기 맥주 두 병 주세요!"

    "이 몸은 주스로 부탁하네."

    구원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르고 주문하자, 옆에서 디아나가 말했다.

    …그래. 뭐 생긴 거랑 잘 어울리긴 한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전생 전 디아나에게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하는 부분을 설정 오류로 삭제했습니다.

    레벨 차이로 통하지 않을 텐데 말이죠.

    예전에 고쳐놓고 공지한다는 걸 까먹고 있었네요.

    3P를 의도하고 쓴 게 아닌데 다들 3P를 언급하셔서 당황했네요.

    참고로 디아나가 목격한건 구원과 사라의 섹스가 아닌 뒤엉켜서 키스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알기 어려웠나요?

    서로 감정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다같이 뒹구는 건 이상하잖아요.

    3P를 기대하신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selene0 //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세계 사람들이라도 모두 섹스를 레벨 업을 위해서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모험가들은 확실히 안하려고 하겠죠.

    고기좋아요 // 맞습니다. 설정 오류로 고친 거예요. 공지한다는 걸 깜박하고 있었네요. 생각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wooyu01 // 상대를 만족시키는 게 맞습니다. 단 섹스 중에 만족시켜야 하니, 남자가 싸기 전에 밖으로 빼서 싸버리면 여자는 몸 대줘서 남자 욕구만 풀어주고 레벨 업은 못하는 꼴이 되버리죠. 그런 뜻이었습니다.

    gkgngh // 디아나 관음증 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다 때려박으면 이상하잖아요.

    illya // 공지로 바꾸는 방법이 있었네요. 그 생각을 왜 못했지.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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