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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7화 (4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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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퀘스트

"제길! 디아나! 안 돼!"

구원은 울부짖었다.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주먹을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그렇게 발버둥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웨어 울프가 디아나를 물어뜯으려고 했을 때, 사라가 날린 푸른빛을 내는 화살이 그 몸통을 꿰뚫었다.

동시에 디아나 앞에 생겨난 투명한 벽에 웨어 울프가 가로 막혀 튕겨져 나왔다.

구원이 휘두른 주먹은 튕겨져 나오는 웨어 울프의 척추에 그대로 클린 히트하여 웨어 울프는 그대로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땅에 나동그라졌다.

…어라?

디아나는 놀란 표정으로 울부짖는 얼굴로 굳어 버린 구원을 보더니, 황급히 자기 앞에 있던 투명한 벽을 지우고는 뒤로 살포시 쓰러지며 말했다.

"꺄악! 위험한 순간이었네. 고맙네, 구원. 자네 덕분에 살았군."

…신경써줘서 고맙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엄청난 발연기였지만, 그게 너 나름대로 열심히 한 거겠지.

구원은 맹렬하게 죽고 싶어졌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군. 자네가 없었으면 어찌 됐을지."

…고맙다.

정말 고마운데, 그만 하면 안 될까?

괜히 더 무안해지잖아.

지금이라면 이불킥으로 침대도 쪼개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마친 발밑을 보니 딱 차기 좋은 게 뒹굴 거리고 있었다.

구원은 자신의 상처받은 멘탈을 치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길질을 해댔다.

결국 구원의 이불킥, 아니 울프킥인가? 어쨌든 웨어 울프는 그렇게 허무하게 잡혔다.

쪽팔린 경험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교훈은 한 가지 확실히 얻었다.

정신 차리자. 여긴 던전 초입이 아니다.

이렇게 정신 빠진 상태로 돌아다닐 곳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조난중이기까지 하잖아.

만약 구원이 제대로 정신만 차리고 있었으면 아까 같은 상황은 없었을 거고,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해도 침착하게 보너스 스탯으로 민첩을 올려서 대응할 수 있었을 거다.

다행이 이번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위기를 넘겼지만, 이런 정신 상태로 다니다가는 언제 사라나 디아나가 위기에 처해도 이상하지 않다.

구원은 계속해서 사라에게 정신이 팔리는 마음을 다잡고 던전 탐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네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구먼. 이 몸이 다칠까봐 그렇게 겁났나? 응? 요 녀석. 요 녀석."

구원이 멘탈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엔 능글맞게 옆구리를 찔러오는 디아나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말이다.

얜 다음에 섹스할 때 절대 울게 만들어주마.

낮에는 이길 자신이 없는 구원은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다짐했다.

구원이 집중하고부터는 던전 탐사는 별 위험 없이 안전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안전하게만 진행됐을 뿐, 그다지 순조롭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애초에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히 맵만 밝혀가는 상황은 일행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게다가 또 하나 일행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사실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모험가를 한 번도 못 만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러네요…."

바로 이거다.

던전에서 모험가를 보기 힘든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지.

게다가 여긴 계층 끝이라고 예상되는 곳이다.

계층 간에는 분위기나 난이도가 확 바뀌는 만큼, 다음 계층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계층의 끝자락에서 전투하는 모험가들이 상당수 존재할 거다.

구원의 머릿속에 생각하기 싫은 가정이 하나 떠올랐다.

혹시 여기…정규 루트랑 길이 안 이어져있는 거 아니야?

그게 아니더라도 고블린 주둔지처럼 숨겨진 길을 통해서만 이어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최악이다.

일행이 제대로 올라갈 수 길을 찾을 확률은 한없이 낮아진다.

그렇다고 특정 몬스터의 주둔지가 보이는 것도 아니니 초월체를 발견할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진퇴양난이란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

다행이 음식은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니 언제까지고 버틸 수야 있겠지만….

차라리 조금 위험해져도 좋으니 다음 계층으로 가는 입구라도 발견됐으면 하는 심정이다.

"흠. 너무 안달하지 말게. 던전에서 조난됐는데 고작 하루 이틀 사이에 탈출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우습지. 느긋하게 마음먹게나."

그래도 연장자라고 디아나가 구원과 사라를 다독였다.

그래. 제일 체력이 없을 얘도 버티는데 내가 안달내서 어쩌잔 거냐. 조급하지 말자.

"혹시 1계층 끝에선 몬스터 부락 같은 데가 발견되거나한 적 없어?"

"음. 오크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을 군데군데 발견한 적은 있다고 들었네. 우리가 발견했던 그 고블린들이 모여 있던 곳처럼 큰 곳은 없었지만 말일세."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그다지 희망적인 대답은 아니었다.

적어도 한 군데밖에 발견이 안됐더라면 그런 부락을 찾는 것만으로도 정규루트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될 텐데.

그때 저 앞에서 또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보였다.

이제는 웨어 울프와의 전투도 익숙해져서 굳이 디아나가 거창한 마법으로 선공을 날릴 필요도 없다.

디아나도 그걸 알고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인지 이제는 적당한 수준의 마법만 사용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이번에도 가볍게 마나 스피어로 선공을 가하려는 디아나를 갑자기 사라가 제지했다.

"음? 왜 그러나?"

"차라리 미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라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행?"

"그래요. 이렇게 무턱대고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차라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저 웨어 울프도 잠은 잘 테니 보금자리 같은 곳에 갈 수도 있는 거고, 혹시 비밀 통로를 지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구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구원은 스스로의 맵을 너무 과신하고 있었다.

결국 맵을 전부 밝히면서 돌아다니다보면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이 나올 테니 그게 가장 효율이 좋다는 생각으로만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라의 말을 듣고 보니 꼭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물론 웨어 울프가 이미 구원 일행이 지나온 길로 갈 수도 있으니 맵을 밝힌다는 측면에서는 조금 비효율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아무 목적지도 없는 이 상황을 타개할 실마리를 줄 수도 있는 거다.

웨어 울프에게 안 들키고 미행한다는 게 가장 관건이긴 하지만 충분히 시험해볼 가치가 있는 얘기다.

"좋았어! 사라야! 너 진짜 똑똑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

구원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뻐서 사라의 두 손을 꽉 붙잡고 말했다.

"뭐, 뭐 이래봬도 사냥꾼이니까요. 그동안 사냥꾼 레벨도 조금 올랐다고요."

사라는 구원의 격찬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흠. 그렇다면 저 웨어 울프의 뒤를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쫓는 게 관건이겠군. 기뻐하는 건 좋지만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따라 가세나."

디아나가 살그머니 구원과 사라의 사이에 끼어들며 조언했다.

맞는 말이다.

모처럼 사라가 엄청난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이걸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는 없지.

지금 저 웨어 울프를 놓쳐도 다음에 만나는 녀석을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다음에 언제 다시 몬스터를 만나게 될지 확증이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미행한다면 웨어 울프가 좋다.

오크는 보통 여러 마리가 뭉쳐 다니니 그만큼 쫓아가다가 발견될 확률도 높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오크의 성기는 일행이 이곳까지 오게 된 비밀통로에 안 통했다는 점도 크다.

만약 몬스터들이 잠을 자기 위해 돌아가는 곳이 초월체가 있는 보금자리라면, 이왕이면 웨어 울프의 초월체를 잡아 그 성기를 시험해보는 게 더 확률이 높을 거다.

일단 늑대개와 웨어 울프가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라는 점도 있고 말이다.

일행은 최대한 은밀하게 웨어 울프를 미행했다.

웨어 울프에게 들키지 않고 미행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미행하면서 던전 곳곳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몬스터를 상대로 전투까지 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전방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면 다행이다.

일행이 쫓던 웨어 울프가 전투를 벌이든 피하든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뒤나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전투가 벌어지면 미행하던 웨어 울프에게 들키지 않게 조용하고 신속하게 전투를 끝내야 하니 평소보다 훨씬 전투 난이도가 올라갔다.

구원은 몬스터 놈들이 죽는 타이밍에 사정하는 걸 피해야한다는 생각조차 버리고 말 그대로 몸을 던져 희생하는 각오로 놈들을 때려잡았다.

놈들의 정액이 묻어도 큰 소리도 못 내고 찝찝함을 속으로만 삼켜야하니 죽을 맛이었지만, 구원은 눈물을 삼키고 이겨냈다.

그런 구원의 눈물겨운 희생은 밤이 돼서야 겨우 보답 받을 수 있었다.

일행이 뒤쫓던 웨어 울프는 가로막힌 수풀로 도착하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 바로 감이 왔다.

드디어 제대로 찾았구나!

그건 사라나 디아나도 마찬가지였는지, 일행을 서로를 바라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곧장 몸을 숨기고 공격 준비에 나섰다.

예상대로 놈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몸을 숙이고 수풀 밑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덮여있는 나뭇잎들 사이로 구멍이 하나 드러났다.

수풀로 절반 이상이 가려져 있으니 의외로 꽤나 넓은 구멍 같다.

저런 식으로 땅굴을 만들어 놓고 위장까지 해놨단 말이지.

전투할 때도 느꼈지만 고블린 놈들보다는 확실히 머리가 좋은 놈들인 것 같다.

놈의 상체가 구멍에 들어가 수풀 밑으로 완전히 파묻혔을 때, 구원은 드디어 지금까지의 한을 풀 듯 박차고 나갔다.

"다들 공격!"

놈은 당황해서 허겁지겁 몸을 빼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수풀에서 갑자기 몸을 빼내기가 힘겨운지 뒷다리만 파닥이는 꼴사나운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거기서 가만히 있어라!

네놈 덕분에 난 하루 종일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야했다고!

이 원한 확실히 풀어주마!

사라의 화살과 디아나의 마법이 놈의 엉덩이에 꽂히는 안쓰러운 모습에도 상관하지 않고, 구원은 그대로 다가가 놈의 고간에 사커킥을 날렸다.

"크하하하! 아프냐! 아직 멀었다! 이게! 바로! 오늘 하루의 원한이다!"

구원의 원한이 꾹꾹 담긴 발길질에 결국 웨어 울프는 거시기가 뭉개진 채 꼬리와 다리에서 힘이 축 빠지며 늘어졌다.

…생각해보니 얜 우리가 따라오는 지도 모르고 그냥 제 갈길 갔을 뿐인데 억울하겠네.

겨우 그동안 말도 못하고 억누르고 있던 원한을 풀어 산뜻해진 구원은 그제야 놈에게 조금 동정심이 들었다.

"해냈네요!"

"음. 이곳이 놈들의 아지트인 모양이구먼."

사라와 디아나는 그런 웨어 울프의 모습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만든 당사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조금도 안 불쌍하냐?

얘들은 남자가 아니라 공감을 못하는 건가?

놈의 꼬리를 잡고 시체를 끌어내자 드러난 얼굴은 혀를 내빼고 눈물 콧물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참 보기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

구원은 그 얼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신속히 마석을 캐냈다.

"자, 그럼 저 구멍으로 들어가 봐야 된다는 얘기인데…. 디아나, 혹시 들어가기 전에 미리 볼 수 있는 마법 같은 건 역시 없겠지?"

"음. 있기야 하다만 역시 이 몸의 레벨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네."

역시 그런가.

웨어 울프는 고블린 놈들처럼 닭대가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달라붙으면 상대하기도 힘드니 이왕이면 좀 안의 상황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차라리 불을 질러 볼까?"

"감당 안 될 소리 하지 말게나."

알아. 답답해서 그냥 해본 말이야.

여기서 불이 번지면 도망갈 곳도 없다.

자기가 지른 불에 타죽으면 그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지.

"좋아. 그럼 내가 먼저 상황을 볼 테니까 너흰 주위를 경계하고 있어줘."

"괜찮겠어요?"

"걱정 마."

정 힘들 것 같으면 보너스 스탯을 전부 내구에 때려 박으면 되니까.

일부러 안 찍고 놔둔 보람이 있다는 얘기다.

구원은 우선 보너스 스탯 중 일부를 내구에 투자하고 땅굴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niellee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보답으로 연참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갑자기 본업 쪽에 일이 너무 들어와서 도저히 글 쓸 짬이 안나네요. 일이 조금 정리되면 연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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