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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퀘스트
"흠. 이 몸의 차례로군."
디아나는 사라가 모아온 마른 가지에 마법으로 간단하게 불을 지피더니 일어나서는 또 뭔가 길게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커다란 바위를 향해 꽤나 강력해 보이는 바람 마법을 날려 얇게 썰었다.
마법 진짜 편리하네.
"자. 어서 들고 오게."
잘 됐다. 안 그래도 전부 맡겨두느라 가시방석이었는데. 힘쓰는 일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모닥불 위에 얇은 바위를 얹고, 그 위에 오크 고기를 올렸다.
진짜 모르고 보면 완전히 돼지고기네.
비주얼이나 냄새나 돼지고기와 전혀 차이가 안 느껴진다.
구원이 포크를 꺼내자, 사라와 디아나는 얼른 한 점을 집어서 입으로 옮겼다.
"맛있네요. 구원은 안 먹으세요?"
"음. 얼른 먹게나. 늦으면 이 몸이 다 먹을 걸세."
그래. 그래봤자 어차피 고긴데 별일이야 있겠어?
구원은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오크의 더러운 면상을 고개를 휙휙 저어 날려버린 후 오크 고기를 입으로 옮겼다.
크으. 여기에 소주만 있으면 최곤데.
한입 먹자마자 오크 고기란 건 전혀 신경도 안 쓰이게 됐다.
일행은 경쟁하듯 고기를 입안으로 옮겼다.
물론 오크고기는 일행이 배터지게 먹고도 남을 만큼 있으니 경쟁은 성립되지 않지만 말이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불같은 거 지펴도 괜찮을까?"
구원은 던전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하게 몸을 젖힌 채 빵빵하게 채워진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뭐 괜찮지 않겠나? 어차피 입구에는 알람 마법을 설치해놨으니 말일세. 이 연못 안에서 갑자기 몬스터가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는 한 적어도 기습당할 일은 없을 걸세."
디아나는 태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왠지 그 말 플래그 같은데….
촤악!
"으음?!"
이런 젠장! 역시나!
갑자기 호수에서 물기둥이 솟구치더니, 뭔가가 디아나를 향해 휙 날아왔다.
디아나는 호수를 등지고 있는 바람에 반응이 늦었다.
"디아나!"
하지만 다행이도 구원은 제대로 반응할 수 있었다.
정체모를 뭔가가 디아나의 몸에 닿기 전에, 구원이 디아나 팔을 잡아 품안에 끌어안았다.
"으, 으음. 호, 혼란을 틈타 아녀자를 끌어안다니. 자네도 제법이구먼."
넌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농담이 나오냐?
진짜 태평한 놈일세.
물이 가라앉고 드디어 일행을 습격한 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러난 놈의 정체는…뭐야 저거? 미역?
디아나한테 뻗은 것으로 보이는 미역 줄기들이 허공에서 흐느적흐느적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미역들이 한데 모여 뭉쳐져 있는 것 같은 생김새였다.
"묘하게 생긴 놈이네. 혹시 저거 뭐지 알아?"
"흠. 이 몸도 처음 보는 놈이로군."
"일단 공격하죠!"
사라 말이 맞다.
저놈의 정체가 어찌됐든 그건 나중 문제지.
공격을 해온 걸로 보니 저쪽도 이쪽을 적대시하는 모양이고.
구원은 품에 있던 디아나를 뒤로 보내고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있었다.
연못 한가운데에 동동 떠있는 놈이다.
만약 공격하려고 헤엄쳐 가면 오히려 놈의 안방으로 기어가는 꼴밖에 안 된다.
공격은 모조리 사라와 디아나에게 맡기고, 구원은 오로지 이쪽을 향해 뻗어오는 미역 줄기를 막는 것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본체는 중앙에 뭉쳐있는 미역 덩어리인 모양으로, 구원이 아무리 날아오는 미역 줄기를 쳐봤자 크게 데미지를 주는 것처럼은 안보였다.
혹시나 싶어 성자의 손길을 써봤지만 그 역시도 스턴효과가 없는 걸 보면 무용지물로 보인다.
그래도 사라의 화살이 중앙부에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하는 걸 보면 사라의 공격은 확실히 먹히는 모양이다.
그렇게 구원이 막고 사라가 공격하는 와중에 드디어 디아나의 주문이 완성됐다.
디아나가 쏘아낸 전기는 곧장 중앙부에 박혀있던 사라의 화살을 타고 놈의 온몸을 지졌다.
마법을 맞은 놈은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곧 허공에 떠있던 미역 줄기들이 차례차례 아래로 떨어졌다.
"끝난 건가?"
"그런 모양이네요."
연못에 둥둥 떠 있는 미역줄기를 잡아 끌어당겨, 중앙부의 미역 뭉치를 가르자 마석이 튀어나왔다.
드랍한 아이템은 고작 미역 줄기 몇 개.
"잡기 성가신 놈이었는데 보상은 허무하네."
"음. 원래 모든 고생에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건 아니지 않은가. 너무 실망 말게."
그야 그렇지만 말이지.
그래도 디아나도 모르는 몬스터인 모양이고 길드에 보고하면 보수는 괜찮게 나오려나?
"하지만 연못에서 몬스터가 나오다니. 이곳에서 야영하는 것도 불안해졌네요."
"그렇지만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을 찾기도 힘들 걸세."
둘 다 맞는 말이다.
슬슬 자고는 싶은데 이거 어째야하지?
"그냥 연못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자는 게 어떻겠나?"
그 수밖에 없나.
일행은 결국 통로 반대편의 벽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그치기로 했다.
"그럼 이 몸이 연못 쪽에도 알람 마법을 설치해두도록 하지. 자 따라오게."
"자, 잠깐만요! 알람 마법을 설치하는 데 구원은 왜?!"
"이 몸이 아까처럼 또 끌려갈 뻔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보험일세. 보험."
"그럼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
"자네는 오히려 이 몸과 같이 끌려들어 갈 것 같으니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이번에는 사라를 놀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말로 보험으로 데려가는 건지, 디아나는 사라를 가볍게 격퇴시키고는 구원의 손을 꽉 잡고 연못으로 향했다.
"이러면 마법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아? 한손으로 가능해?"
"음? 오, 오오! 생각해보니 그렇구먼. 이 몸이 이런 실수를. 어쩔 수 없지. 이 몸을 뒤에서 꽉 껴안고 있게."
디아나는 왠지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야, 이번엔 사라 안 놀리는 거 아니었냐? 조금 조용히 말해라.
아니, 이미 늦었나. 사라가 엄청 노려보고 있는 게 뒤를 안돌아도 왠지 알 것 같다.
구원이 뒤에서 껴안자, 디아나는 양팔을 휘저어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더니 순식간에 마법을 완성시켰다.
완전 빠르네. 진짜 두 손이나 필요했냐?
"알람 마법이 있다고 해도 불침번은 서는 게 좋겠지?"
"음. 아까 같은 경우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말일세."
"그럼 중간은 내가 설게."
자고로 불침번은 시작과 끝이 편한 법이지.
구원은 어차피 본인 체력이 가장 멀쩡하니 희생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여자애들한테 힘든 걸 시키고 내가 편하게 서는 것도 양심이 찔리고 말이지.
그렇게 디아나, 구원, 사라의 순서로 불침번을 서게 됐다.
시간은 구원밖에 알지 못해서 어쩌나 싶었는데, 디아나가 마법으로 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불을 붙여 다 타면 다음 불침번에게 넘기자고 제안하여 해결됐다.
응. 이거라면 완벽히 같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시간으로 맞출 수 있을 거다.
야영을 예정하고 던전을 들어온 것도 아니라서 모포 같은 것도 준비를 안 해왔다 보니 바닥에 그냥 적당히 마른 나뭇잎을 모아서 조금이나마 푹신푹신한 상태를 만들었다.
마을로 돌아가면 일단 인벤토리에 모포부터 구해서 넣어야지.
그렇게 마음먹으며 자리에 눕자, 얼른 디아나가 구원의 옆으로 밀착해 앉았다.
그 모습에 사라가 또 태클을 걸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라는 아무 말 없이 디아나를 따라 구원의 옆으로 찰싹 밀착해왔다.
"저기…여러분?"
"흠, 흠. 혹시 연못에서 여기까지 미역이 뻗을지 모르는 일이니 말일세."
"그러네요. 잘 때가 제일 위험한 순간이고 말이에요."
구원의 의문에 두 여자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야 물론 기쁘다. 양 옆에 미녀를 끼고 잠들다니. 얼마나 행복한 상황이야.
다만….
양 옆에서 부드러운 물체들이 압박해오고 있으니 잠이 안 오잖아!
안 그래도 밤에도 대낮같이 밝은 곳이라 잠자기 불편한데.
눈을 감아도 압박해오는 부드러운 물체들이 구원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젠장…. 그렇다고 만지지도 못하고. 이건 신종 고문이냐.
"왜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이 몸이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아니, 됐어."
내가 애도 아니고.
옆에 있는 사라는 이미 잠든 건지 고른 숨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젠장. 의식하는 건 나뿐이란 말이냐.
구원은 눈을 감고 양옆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며 자기 위해 노력했다.
"자네. 이제 슬슬 일어나게."
어느 샌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디아나가 구원의 몸을 흔들며 부르는 소리에, 구원은 서서히 잠이 깼다.
"잘 잤나?"
눈을 뜨니 디아나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얜 심장 떨리게 왜 이렇게 얼굴을 바싹 들이미는 거야.
"응. 뭐…. 너도 피곤할 텐데 얼른 자."
솔직히 그다지 푹 잔 느낌은 아니다.
몇 시간 못자기도 했고 이틀간 힐링 섹스의 영향을 받으며 상쾌하게 일어난 경험이 그새 익숙해진 건지 더 찌뿌둥한 느낌도 있었다.
구원이 옆에 있는 사라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고 앉자, 곧장 디아나가 구원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야. 그러면 난 이따 다시 잘 때 어떻게 하라고.
구원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디아나는 바로 고른 숨소리를 내쉬며 잠이 들었다.
으윽…. 그래. 얘도 피곤할 텐데 나서서 제일 먼저 불침번을 서준 거니. 이 정도는 봐주자.
심심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구원은 맹렬하게 심심해졌다.
뭔가, 뭔가 시간 때울 만한 일이 없을까?
구원은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알을 굴리며 이곳저곳 살펴봤다.
으아아. 차라리 몬스터라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
따분함을 주체 못하던 구원의 눈에 문득 사라와 디아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차라리 눈 호강이나 하자.
구원의 둘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둘 다 원래 세계의 구원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예쁘다.
엄청나게 예쁘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둘의 외모는 확연히 다르다.
사라는 늘씬한 슈퍼모델 같은 체형에 날카로운 분위기의 미인이라면, 디아나는 자그마한 몸집에 부드러운 분위기의 귀여운 얼굴이다.
이런 애가 양 옆에 달라붙어 있는 거다.
원래대로라면 성욕을 주체를 못하고 덮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구원은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에 조금 성장한 건가?
아니, 굳이 지금 성욕에 미쳐서 안 날뛰어도 나중에 가능하니까 여유로운 마음인 걸지도.
어쨌든 구원은 그냥 사라와 디아나를 바라보며 눈 호강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슴만 살짝 만지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사악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지만 구원은 참아냈다.
괜히 자고 있는 애들 깨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사라가 불침번을 설 시간이 왔다.
…후우. 내 이성은 승리했어.
사라의 몸을 살며시 흔들며 깨우자 사라가 부스스 눈을 떴다.
응. 역시 미인은 자다 깬 모습마저 예쁘군.
"고마워요. 이제 제가 설게요."
"응. 그럼 고생해."
구원은 얼른 이 인고의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잘 수 있겠어요?"
구원이 앉은 자세 그대로 자려고 하자 사라가 의문을 나타냈다.
"응. 난 아무 자세로나 잘 자거든."
게다가 디아나가 허벅지를 베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있고 말이지.
지금 움직이면 얘가 무조건 깰 테니 할 수 없지.
"…그런가요."
사라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그 손이 구원의 물건 쪽으로 뻗어왔다.
"사, 사라야?"
깜짝 놀라 소리칠 뻔 하다가, 디아나가 깨지 않도록 최대한 목소리를 억눌렀다.
"그 자세로 자려면 적어도 힐링 섹스는 발동시킨 상태로 잠을 자야 내일 전투에 지장이 없지 않을까요?"
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너 내가 알던 사라가 맞니? 얼마 전까지 섹스는 죽어라 하기 싫어했잖아?
"그리고…어차피 오늘은 제 차례였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얼굴은 무척이나 요염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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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왜이리들다재밌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후우. 인간, 하면 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