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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퀘스트
일단은 이 근처를 탐험해보기 위해 조금 전진하자, 이번엔 키가 2미터는 될 것 같은 거구에 돼지 머리를 한 판타지 세계의 단골손님 오크 무리가 저 멀리 보였다.
"오크? 여기 웨어 울프 영역 아니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던전에서 자기 영역을 가지고 그곳에서만 생활하는 몬스터는 드물다네. 늑대개가 특이한 경우였지. 입구만 봐도 토끼, 쥐, 너구리가 한 곳에서 출현하지 않나?"
그러고 보니 그랬지.
너무 늑대개만 잡는 생활이 오래되다보니까 그만 사고가 그런 쪽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하긴 어떤 몬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던전이 위험한 거겠지.
"쟤들은 어때? 강해?"
"웨어 울프에 비하면 현저히 약하다네. 둘이 모이면 웨어 울프보다 조금 약하고, 셋이 모이면 조금 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지."
저 멀리 보이는 오크는 세 마리.
그럼 뭐 할 만하겠네.
"좋아. 디아나의 마법으로 선제공격을 하고 들어가자."
아까는 웨어 울프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구원이 먼저 나섰지만, 이렇게 선제공격을 하는 경우엔 영창 시간이 필요한 대신 위력이 강한 마법부터 먼저 날려주는 게 효율이 좋다.
영창을 마친 디아나는 이번엔 마법진에서 강렬한 전기를 쏘아내어 오크들에게 날렸다.
전기는 오크들이 들고 있던 검들을 타고 퍼지며 세 마리 모두에게 데미지를 줬다.
체인 라이트닝인가.
과연 대마법사님. 응용력도 좋으셔.
체인 라이트닝을 맞고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 오크들에게 구원이 돌진했다.
그 사이에 사라의 화살이 날아갔지만, 오크의 두꺼운 피부에 데미지가 반감된 듯 그다지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하긴 레벨이 아무리 올랐어도 직업레벨은 아직 10대일 테니까.
게다가 무기도 아직 강화를 안한 채 그대로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라의 푸른빛이 서린 화살이 날아가 오크 한 마리의 피부를 꿰뚫고 박혔다.
역시 용사님이야.
직업레벨이나 무기 따윈 그저 장식에 불과하지.
구원은 굳어있는 놈들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사용했다.
막 체인 라이트닝의 스턴 상태에서 벗어났던 놈들은 그대로 다시 스턴 상태에 걸려, 그 이후로는 그저 샌드백이 될 뿐이었다.
좋아. 디아나의 말대로라면 오크 세 마리 상대는 웨어 울프 때보다 고전해야 되는데 이렇게 쉽게 이기다니.
역시 싸움은 선빵이 최고로군.
그렇게 가볍게 전투를 마치고 구원은 오크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 돼지고기 먹고 싶다."
체인 라이트닝에 적당히 지져진 오크들의 몸에서는 고소한 돼지고기 냄새가 나서 구원의 식욕을 자극했다.
"그러네요. 고기가 나올까요?"
그냥 냄새가 비슷해서 해본 말이었는데, 의외로 사라가 반응해왔다.
뜨헉?!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오크 고기를 먹겠다고?
너희 시골마을에선 설마 오크 고기도 먹고 살았니?
대체 얼마나 먹을 게 없었던 거야.
진짜 힘들게 자랐구나.
"음. 오크 고기는 꽤나 별미이니 말일세."
심지어 디아나까지 그런 말을 해왔다.
어라? 얜 대마법사님이니까 먹을 게 곤란한 삶은 아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여긴 동물들도 전부 몬스터인 세계.
혹시 몬스터 고기를 먹는 건 당연한 건가?
그럼 뭐야? 소고기는 미노타우로스 고기야?
그럼 내가 어제 저녁에 먹었던 고기는 설마…?
구원은 그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죽은 오크들의 마석을 캐내자, 고기들과 함께 성기도 하나 드랍됐다.
와 고기가 완전히 돼지고기로 보여. 하하하하.
"흠. 역시 성기가 커진 상태로 드랍되는 건 초월종의 특징이 아닌 모양이군."
"그게 무슨 말이야?"
"오크는 죽은 후 성기를 남기는 대표적인 몬스터중 하나라네. 하지만 이렇게 커진 상태로 남은 건 본건 처음이라는 말일세."
과연. 초월체의 성기가 열쇠와 같은 효과를 가지기 위해 커진 상태로 드랍하는 건지, 아니면 커진 상태로 죽어서 그렇게 드랍하는 건지 의문이었다는 말인가.
"그럼 이것도 혹시 열쇠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흠. 그럴지도 모르겠군. 시험해볼 가치는 있을 걸세."
하지만 오크가 성기를 드랍하는 대표적인 몬스터란 말이지….
하긴 오크하면 번식력이 좋다는 설명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그게 유명하긴 하지.
각종 판타지 성인물에서도 단골손님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성기는 딜도나 성직자의 지팡이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고 했다.
그럼 설마?
"설마 이거 잘 팔려?"
"음? 뭐 그렇다네. 듣기로는 특히 기사들이 선호하더군."
아무런 부연설명이 없는 말이었지만, 구원은 그 한마디에 완벽히 이해가 갔다.
여기사와 오크의 관계는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인가.
여기 여기사들도 오크한테 지면 ‘큿, 죽여라.’ 같은 대사를 내뱉는 걸까?
구원은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아이템들을 인벤토리에 챙겼다.
"디아나 혹시 지리를 좀 알 것 같아?"
한동안 조심스레 주변을 탐색하던 구원은 디아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디아나라면 1계층 끝자락은커녕 훨씬 더 아래 계층에도 내려간 적이 있을 테니 혹시나 하는 심정에 물어본 것이었지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아니. 이 몸은 지도 담당이 아니었으니 말일세. 게다가 1계층을 탐험한 것 자체가 상당히 오래전 일이라네."
"여기가 정말 1계층의 끝부분이라면 다음 계층으로 가는 길을 찾는 걸 목표로 삼는 게 어떨까요?"
"음. 그게 좋겠지. 다음 계층으로 가는 길이 꼭 하나라는 법은 없지만,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걸세."
다음 계층이라….
하긴 그도 그러네. 어차피 한동안 여기서 사라나 내 직업 레벨을 올릴 생각이니 당장 갈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미리 길을 찾아놓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래도….
"그럼 내일부터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일단 돌아갈까?"
평소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런 판단을 내렸다.
늑대개의 영역에서 비밀 통로를 찾는다고 상당히 시간을 지체한데다가, 비밀 통로를 지나는 것만 한 시간 남짓 걸렸다.
그 가파른 통로를 다시 올라갈 시간까지 계산하면 조금 이르지만 지금부터 돌아가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이다.
"흠. 하긴 그 길을 돌아가는 것도 상당히 힘이 들겠지. 고생하게."
디아나는 그러면서 구원의 등에 달라붙어왔다.
"잠깐만요! 뭐하는 거예요?"
그러자 바로 사라가 옆에서 태클을 걸어왔다.
오오. 잘한다, 사라야! 가라!
"음? 이 몸이 그 가파른 길을 올라갈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내려오는 것만 한참이 걸린 길일세. 거길 오르려면 이 몸은 쓰러지고 말게야."
"그, 그건 그렇지만!"
디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바로 사라가 할 말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사라야 괜찮아. 넌 할 만큼 했어.
"이게 싫으면 한동안 잠자리는 이 몸에게 양보하는 게 어떻겠나? 부유 마법을 사용할 정도가 되면 이 몸도 편해질 텐데 말일세."
"으그극."
결국 사라는 아무 말도 못하고 격침됐다.
살아온 햇수가 다르니 말발로 상대가 안 되는구만.
그런데 디아나야. 사라가 귀여워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좀 그만 놀리면 안 될까?
쟤 이제 이까지 가는데? 무섭다야.
"자, 자. 여기서 편하게 싸우려면 사라의 레벨 업도 필요하니까 너랑만 할 순 없잖아? 너무 막 던지지 마라."
"흠. 알고 있네. 이 몸도 그냥 농을 한번 던져본 것뿐일세."
구원은 필사적으로 중재하고 나서자 디아나도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
농담 한번만 더 하면 사라 이빨이 남아나질 않겠다 이것아.
구원은 결국 이곳에 도착했던 비밀 통로의 앞에 서서 디아나를 업고, 인벤토리에서 늑대개의 성기를 꺼냈다.
옆에서 꽂히는 사라의 시선이 무섭다.
얼른 돌아가야지.
그렇게 결심하고 늑대개의 성기를 벽에 있는 구멍에 꽂아 넣었지만, 벽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어라?
구원은 다시 한 번 성기를 꺼내서 재차 벽에 쑤셔넣었다.
역시 아무 반응이 없다.
"…저…얘들아…."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흠. 큰일 났구먼."
당황하는 사라와, 말과는 다르게 태평한 디아나.
그래도 디아나의 그 태평한 태도에 구원도 조금 침착해졌다.
"이건 아무래도 늑대개의 성기는 일방통행용 열쇠라는 말이겠지?"
"그렇겠구먼. 이 구멍에는 다른 열쇠가 필요하게 되겠군."
"그, 그렇다면 저흰 여기 고립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되겠구먼."
"왜 그렇게 태평한 건가요?! 던전에서 고립된 거라고요?!"
"뭐 그렇게 걱정하지 말게나. 그나마 우린 사정이 괜찮은 편일세."
디아나의 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우리가 그렇게까지 위험한 처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일단 식사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다행이 오크가 출몰하는 곳이니 현지조달이 가능하네. 게다가 파티의 전력을 생각해봐도 여기서 당할 정도의 실력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걸세."
"그, 그렇군요."
사라도 그 말을 듣고는 겨우 조금 침착해진 모양이다.
평소엔 놀려먹어도 역시 이럴 땐 연륜을 바탕으로 다독여주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래도 경험 많은 애가 파티에 있어서.
"그럼 일단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는 걸로 하자."
"음. 그리고 새로운 성기를 발견하면 여기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걸세."
아 그렇구나. 그런 방법도 있지.
구원도 당황해서 시야가 조금 좁아졌던 모양이다.
얼른 인벤토리에서 아까 꺼낸 오크의 성기를 구멍에 집어넣어봤지만, 역시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크라서 안 된 건가? 아니면 초월체가 드랍한 게 아니라서?"
"흠. 어제 고블린 무리가 이동한 걸 보면 굳이 초월체의 성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만. 만약 초월체의 성기를 얻게 되면 다시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일행의 새로운 목표가 정해졌다.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거나, 새로운 녀석의 성기를 얻는다.
목표는 정해졌다지만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되는지도 알지도 못하는 상황은 꽤나 힘들었다.
단순히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훨씬 체력을 소모하는 기분이었다.
종종 만나는 오크나 웨어 울프를 때려잡으며 길을 걷던 구원 일행은, 방 같은 공간에 들어섰다.
구원들이 들어온 통로를 제외한 삼면은 모두 벽이나 빽빽이 들어선 나무로 막혀있고, 가운데에는 연못이 있는 공간이었다.
시간은 이제 완전히 한밤중이다.
사라와 디아나도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상당히 지쳐있는 것 같았다.
경계도 통로 쪽만 하면 되니 이보다 쉬기에 적당한 공간은 없겠지.
"오늘은 일단 여기서 쉬는 게 어때?"
"네. 그래요."
"음. 괜찮은 곳을 발견했구먼."
"그럼 제가 마른 가지를 모아올게요."
"음. 이 몸은 통로에 알람 마법을 설치하겠네."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익숙해 보이는 사라와, 경험이 풍부한 디아나가 각자 야영 준비를 위해 움직였다.
으음. 난 야영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으니 뭐 할 수 있는 게 안 떠오르네.
"이 연못물은 먹으면 안 되겠지?"
"음. 일단 여기 몬스터들도 먹는 물이라고 생각하네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필요하다면 이 몸이 마법으로 만들어 주겠네."
"아, 고마워. 나중에 부탁할게."
구원은 일단 인벤토리에서 스프와 빵을 꺼냈다.
으음…. 앞으로 세끼정도는 이걸로 버틸 수 있겠네. 그 안에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자네 뭐하는가? 오크 고기도 꺼내게."
"그래요. 이런 상황이니 팔지 말고 저희가 먹도록 하죠."
내가 팔기 위해 안 먹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냥 오크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이 찝찝한 건데.
꽤나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라와 디아나의 눈빛에 밀려 하는 수 없이 오크 고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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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펄미스트 // 끄워어뛊쒭쀖은 구원이 욕설을 내뱉으려다가 나온 괴성입니다.
niellee // 쿠폰 감사합니다. 연참을 위해 밤을 불태우겠습니다! 아마 다음편은 한두 시간 후에 다 쓸 것 같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