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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3화 (4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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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퀘스트

"흐흐흐흥. 흐흐흥."

씻고나온 디아나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자기 말로는 레벨이 적당 수준까지 오른 덕분이 연구하기 편해졌다나.

어제 결국 구원은 한번밖에 안 쌌지만, 원래 레벨차이도 있고 절정 속박으로 참고 참다 싼 거라 그런지 디아나의 레벨이 상당히 올랐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쟤 기분이 좋아진 게 내가 생쇼했단 걸 알아챈 다음부터 같단 말이지.

게다가 역시 샤워가 끝나자마자 멀쩡히 제 발로 걸어 다닌다.

저거 이러다가 버릇들이면 나중에 내가 하루 종일 업고 다녀야 되는 거 아니야?

구원은 찝찝한 마음으로 방문을 나섰다.

달칵

"구, 구원?"

방문을 열자마자 바로 복도에 있던 사라와 마주쳤다.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원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그 시선이 구원의 방을 향하고, 다시 돌아와 구원을 향했다.

사라는 눈동자가 구원과  구원의 방 사이를 몇 번 더 왕복하더니 곧 뭔가 깨달을 표정을 지으며 툰드라를 연상시키는 차가운 눈빛으로 구원을 쏘아봤다.

"흐응. 그런가요. 그러신가요. 그러셨군요. 어제는 제가 눈치가 너무 없었죠?"

젠장. 망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욕 좀 먹더라도 솔직하게 말할걸.

"저…사라님? 그런 게 아니라…."

"그렇다네. 이 몸은 자네들과 다르게 그저 순수하게 연구를 위해 같이 밤을 보낸 것뿐이네. 너무 걱정하지 말게."

갑자기 구원의 뒤에서 디아나가 튀어나와 기분 좋은 미소를 날리며 사라에게 상큼하게 말했다.

레벨 올라서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지금 그렇게 웃으면서 말할 상황이 아니잖아? 왠지 우쭐한 표정으로 보여서 도발하는 것 같으니까 그만둬라.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저도 레벨 업 때문에 하는 것뿐이에요!"

"그럼. 아무 문제없지 않나. 자네도 던전 초입을 다니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레벨로 보이는데."

"그, 그건 그렇지만!"

사라는 디아나에게 할 말이 없어졌는지 구원을 노려봤다.

네. 제가 거짓말한 게 문제죠.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라는 구원을 한참 노려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흠. 자네 큰일 났구먼."

"넌 완전 남의 일처럼 말한다?!"

구원은 태평하게 웃는 디아나를 내버려두고, 사라의 방으로 황급히 따라 들어갔다.

다행이 문은 잠그지 않았는지 열려있는 채였다.

사라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었다.

"사라야. 정말 미안해. 실은 디아나가 우리 파티에 온건 내 스킬을 연구할 목적이었거든."

"그게 저한테 거짓말한 이유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거야 그렇죠.

"그…알면 네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묻는 사라의 눈에는 어떠한 열망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게. 왜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사실 모험가들 사이에서 이런 일은 흔한 일이다.

남자 모험가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보니 남자가 껴있는 파티의 여자들은 모두 그 남자와 잔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사라는 모험가와 연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갑자기 모험가가 된 거라서 아직 그런 사고방식에 익숙지 않다고 해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이상하다.

사라와 구원이 사귀는 사이는커녕 좋아하는 사이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구원의 이기심에 불과하다.

"…그렇게 아무 말도 안하고 있을 거예요?"

이거 분명 뭔가의 대답을 바라는 여자언어인 것 같긴 한데.

여자랑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구원은 도저히 해독해낼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밤은 다른 남자라도 꼬실 걸 그랬네요."

"잠깐! 그건!"

"왜요? 당신은 아무 여자랑 자도 되고 전 안되나 보죠?"

지당한 말씀이다.

구원이 딱히 사라를 막을 명분은 없다.

"……그래도 네가 다른 남자랑 자는 건 싫어."

구원은 결국 자기만의 이기심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도 그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라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정말 디아나와는 그저 스킬 연구를 위해서 자는 것뿐인가요?"

"그리고 레벨 업도 겸해서."

구원은 몰라도 디아나의 목적은 확실히 그것뿐이다.

"…그럼 오늘은 제 차례겠죠?"

사라는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봤다.

"무, 물론이지. 너만 괜찮다면."

"…그래요."

어떤 말이 키가 돼서 갑자기 심경에 변화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 사라는 일단 더 이상 화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좋아. 오늘 밤에는 진짜 모든 실력을 발휘해서 사라를 모시자.

아침식사를 하는 내내 사라와 디아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인기 있는 놈들은 매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건가. 사람은 각자 나름의 고충이있는 법이구나.

얘들이 날 좋아해서 이런 분위기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구원 일행은 오늘도 던전을 향했다.

오늘 목표는 이미 정해져있다.

먼저 고블린의 성기가 숨겨진 길의 열쇠가 맞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고블린의 성기가 정말 열쇠라면 늑대개의 성기가 열쇠가 되는 길이 있는지 찾아본다.

그래서 일행은 일단 어제 갔던 그 장소로 다시 향했다.

"키르륵!"

고블린들이 돌아다니는 영역에 들어서자 갑자기 고블린 한 무리가 일행을 덮쳤다.

훗. 어리석은 놈들.

오늘의 나는 한층 더 강해졌단 말이지.

어제도 상대가 안 되던 놈들이다.

이젠 유일한 약점마저 사라진 성자의 손길에 당해낼 리가 없지.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간다!"

콰앙!

그때 구원의 뒤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창이 날아와 고블린을 꿰뚫었다.

"흠. 흠. 역시 좋구먼. 좋아."

뒤를 돌아보니 디아나님이 자신의 마법이 흡족하신지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

"대체 얼마나 해댔기에…."

"음? 고작 한번 싸고 끝이었네. 그런데도 이 정도 레벨이 올랐다네. 아무래도 이 몸이 상당히 좋았던 모양이더군."

디아나가 사라에게 웃으며 말했다.

"…흐으음."

사라의 차가운 눈빛이 구원에게 꽂혔다.

디아나님. 제발 사라를 도발하는 말투는 그만둬주시면 안될까요?

등 뒤로 사라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던전을 탐색을 재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블린 무리를 만났다.

좋아. 겨우 절정 속박의 위력을 확인해 볼 수 있게 됐군.

"저 놈들은 내가 맡을게! 잠깐 시험해볼게 있어!"

구원은 이번에야말로 가장 앞에 있던 고블린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 한 대 후려쳤다.

고블린은 그 자리에서 굳었지만, 역시 싸지는 못하고 부르르 떨고 있다.

"하하. 좋았어! 봤어? 봤어? 난 이제 무적이다!"

구원은 드디어 몬스터의 좆물 피하기 게임에서 해방됐다는 사실에 박장대소하며 고블린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키뤠엑!"

"끄워어뛊쒭쀖!"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구원은 고블린이 쓰러지며 하얀 물총을 쏘는 것을 괴성을 내질렀다.

휴. 진짜 간신히 피했네.

이건 갑자기 왜 싸는 거야?

"푸흡. 역시 죽으면 자네 그 스킬도 풀리는 모양이구먼."

뭐라고?! 이런 썅!

"너! 알고 말해준 거였냐?!"

"이 몸도 처음 보는데 그걸 어찌 알았겠나. 다만 예상만 했을 뿐이네."

저거 절대 일부러 말 안 해준 거다.

어제 밤에 한 일을 분명 맘에 두고 있는 거야.

용서한 척 해놓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다니. 무서운 할망구.

결국 그래서 구원은 몬스터 좆물 피하기 게임을 계속하게 됐다.

그래도 절정 속박을 거는 것만 잊지 않으면, 죽을 때만 조심하면 되니 그나마 훨씬 나아진 거라고 생각해야지.

게다가 고블린은 구원이 다가가기도 전에 사라와 디아나 선에서 정리되니 여기선 구원이 싸울 필요도 없다.

구원 일행은 빠르게 고블린을 학살하며 드디어 구멍이 뚫린 가시덤불에 도착했다.

확신은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떨리네.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고블린의 성기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가시덤불에 처박았다.

그러자 박힌 성기를 중심으로 가시덤불이 모세의 기적처럼 양 옆으로 쫘악 갈라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통로 끝에는 고블린 주둔지의 움집들이 확실히 보인다.

"흠. 결국 자네 예상은 들어맞았군."

"거봐! 내가 뭐랬어!"

"하지만 결국 이 통로는 의미가 없어졌네요."

그건 그렇다.

결국 길드에 알리지도 못하고, 이제 와서 고블린 주둔지에 볼일도 없다.

그냥 던전의 숨겨진 길을 지나다닐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지.

"그럼 의미가 있을지도 모를 늑대개의 통로도 한 번 찾아보자고."

늑대개의 성기로 써먹을 수 있는 비밀통로를 찾는 것은 상당히 지루한 일이었다.

구원 일행은 이젠 상대도 되지 않는 늑대개나 고블린들을 상대하며 늑대개의 영역을 구석구석 살폈다.

한 번도 간 적 없는 곳은 물론, 한번 지나갔던 곳이라도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결국 일행은 의심 가는 곳을 찾아냈다.

위치는 고블린 주둔지 방향 쪽과 상당히 가까운 늑대개 영역의 심부.

거대한 나무 한그루에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있었다.

저번 고블린의 비밀통로는 고블린의 주둔지와 연결된 곳이었다.

하지만 늑대개의 영역은 이미 여기다.

고블린의 경우처럼 주둔지와 연결되는 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구원이 긴장하며 늑대개의 성기를 나무에 박아 넣자, 갑자기 나무뿌리부분의 흙에 먼지가 일어나더니 바닥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바닥? 그렇다면 이 길은 밑으로 가는 길인가?

"흠. 밑으로 가는 거라면 마음 단단히 먹고 가는 게 좋겠군."

그 말대로다.

이미 이곳에서 돌아다니기엔 너무 강해져버린 파티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한다.

한두 층 내려가는 길이라면 파티의 실력도 충분하겠지만, 만약 계층을 이동하는 길이라면 골치 아파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좋아. 그럼 내가 앞장설게. 뒤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와."

구멍의 길은 아래를 향해 거의 60도는 될 듯한 가파른 길이라 이동하기 상당히 힘들었다.

심지어 길이 똑바르지도 않아서 이동이 배로 힘들었다.

그나마 몬스터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야 드디어 일행은 넓은 공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행이 모두 공터로 나오자, 지나왔던 통로가 어느새 흙먼지를 날리며 벽으로 가로막혔다.

주변은 여전히 대낮같이 밝은 숲속이다.

그렇다면 아직 계층 이동은 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대체 여기가 어디쯤이지?

맵을 확대시켜 이리저리 살펴봐도 주변에 밝아진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적어도 고블린 주둔지가 있던 층보다는 확실히 아래라는 소리로군.

조심히 주변을 살피며 전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몬스터 한 마리와 마주쳤다.

"크르르르."

"늑대개? 아니, 늑대?"

비슷한 생김새긴 하지만 확실히 개와는 조금 다른 야생성이 느껴지는 생김새다.

늑대개의 비밀 통로를 지나 만나는 게 늑대라니.

이거 김빠지네.

심지어 한 마리다. 늑대는 여럿이서 뭉쳐 다니는 습성이 있는 거 아니었나?

"아니. 웨어 울프일세! 조심하게!"

디아나의 경고가 끝나기 무섭게, 구원을 향해서 달려오던 늑대가 갑자기 앞발을 들더니 이족보행이 되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윽!"

황급히 팔을 들어 막았지만, 데미지가 꽤나 제법이다.

"구원!"

옆에서 사라의 화살이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웨어 울프는 순간 몸을 비틀어 어깨 쪽으로 받아냈다.

녀석은 사라에게 어그로가 끌린 듯 그쪽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가만히 놔둘 구원이 아니다.

"어딜!"

구원은 얼른 웨어 울프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담은 주먹을 때려 박았다.

웨어 울프는 하물을 키우고 움찔했지만, 그래도 구원의 주먹 자체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방비해진 그 등에 드디어 완성된 디아나의 화염마법이 작렬했다.

마치 화염방사기를 연상시키는 그 공격에 웨어 울프는 온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운 듯이 땅을 구르다가 결국 숨이 끊어졌다.

"와. 이거 뭐야. 그래봤자 겨우 1계층 몬스터면서 엄청 터프하네."

"이래봬도 이 계층에선 최강인 몬스터라네. 괜히 혼자 다니는 게 아닐세. 다음 계층의 초입 몬스터들보다도 강한 수준이니 말일세."

"그 말은 여기가 제1계층의 끝자락이란 말이야?"

"음. 굉장한 비밀통로를 알게 되었구먼. 보통은 이틀에 걸쳐서 오는 곳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올 수 있다니. 만약 소문이 퍼지면 난리가 날 걸세."

디아나가 웬일로 던전 탐험 그 자체에 흥미로운 기색이었다.

하긴 이틀거리를 한 시간 남짓 만에 내려왔으니 흥미로울 만도 하다.

이거 더욱더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할 이유가 생겼군.

통로의 비밀뿐만 아니라, 던전에서의 행동도 조심해야겠다.

만약 구원 일행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난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미행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정보니까.

그래도 우선은 그런 고민보다도 대박이 터졌다는 사실에 기뻐해야겠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주인공의 성자는 聖者가 아니라 性者입니다.

처음에만 쓰고 생략했더니 못보고 지나치신 분들이 많은 모양이네요.

niellee // 헉.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열심히 쥐어짜 보겠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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