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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0화 (4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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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 퀘스트

    고블린 초월체를 노리자는 얘기는 사라와 디아나 둘 다 이견이 없는 모양이다.

    디아나는 처음부터 던전 탐험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니 구원에게 다 맡기는 입장이고, 사라도 딱히 반대하지 않는 모양이다.

    마왕을 상대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강해지고 싶을 텐데 미안하네.

    하지만 구원도 결코 오기만으로 이러는 게 아니다.

    이걸 확인하는 건 앞으로의 탐험에도 중요하다.

    만약 이 기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앞으로도 이런 기믹의 길들이 나오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분명히 더 있을 거다.

    오히려 여기에만 이런 기믹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

    현재 손에 넣은 늑대개의 성기 역시 어쩌면 이런 기믹이 숨어져있는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저 박식한 디아나조차 모르는 것을 보면 아마 아무도 모른다고 봐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던전 탐험을 할 때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즉,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오히려 더 빠르게 던전을 내려갈 발판 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구원 일행은 어제 갔던 길로 다시 고블린 주둔지에 향했다.

    가는 길에 혹시 칸나일행을 만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총 파티원이 6명이라고 했으니 원래는 더 밑에서 사냥하는 걸까?

    어쨌든 주둔지에 도착하자 역시나 경계하던 놈들은 코빼기도 안보였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어제 같은 방법으로 사냥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제보다 확실히 나아진 점도 있다. 바로 도주가 더 용이하다는 점이다.

    구원이 디아나와 사라 둘 다 들고 가도 충분히 고블린들보다 이동속도가 빠르다.

    좋아. 어제같이 깔짝깔짝 대서는 보스가 어느 세월에 나타날지도 모르니 오늘은 아예 대놓고 진상을 피워볼까?

    "디아나. 어제 그 화염 마법은 연속으로 쓸 수 있어?"

    "음? 매직 애로우보다 연사속도가 부족하다 뿐이지 사용자체는 몇 번이고 가능하네."

    "좋아. 그럼 오늘은 아예 정면에서 난장판을 만들어놓자."

    "네? 괜찮겠어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가면 되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서 어제완 달리 이번에는 사라까지 이끌고 고블린 주둔지의 앞에 섰다.

    시작은 어제와 같다.

    디아나의 화염 마법에 고블린들이 난리를 피우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도망가지 않는다.

    사라의 강력해진 공격으로 고블린들이 다가오기 전에 공격하고, 디아나는 다시 한 번 화염 마법을 준비한다.

    구원은 사라나 디아나보다 조금 앞에 서서, 사라의 공격으로 다 처리하지 못한 녀석들을 상대한다.

    어차피 성자의 손길이 있으니 사라나 디아나가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

    구원은 눈을 부릅뜨고 날아오는 하얀 물들을 회피하는데 전념하며 전투에 임했다.

    이거 공격과 회피를 둘 다 신경쓰다보니 무투가 레벨이 더 빨리 올라가는 것 같단 말이야.

    그동안은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때려잡는 게 전부였으니 무투가 레벨이 올라가는 속도가 지지부진했는데, 역시 직업 레벨을 올리려면 그저 몬스터를 잡기만 해선 안 되는 모양이다.

    구원은 그렇게 마치 한바탕 춤사위를 펼치는 것처럼 화려한 몸놀림으로 주변에서 터지는 액체들을 피해가며 손발을 놀렸다.

    그렇게 구원과 사라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사이에, 디아나가 다시 완성한 화염마법을 주둔지에 쏘아 보낸다.

    음. 괜찮은데?

    확실히 어제보다 고블린들이 당황하는 게 눈에 보인다.

    보스가 이걸로 어그로가 좀 끌려준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한동안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 드디어 다른 놈들보다 무장이 제대로 된 놈들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철이 좀 섞였다 뿐인 조잡한 무장이지만 말이다.

    어제도 이놈들만 나오고 결국 보스는 안 나왔단 말이지.

    그래도 등장하는 타이밍이 어제보다 상당히 이르다.

    아무리 멍청한 놈들이라도 어제 그렇게 당하다보니 그래도 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그럼 이제 슬슬 도망가야 하나.

    구원이 이제는 완벽히 숙달된 손놀림으로 마석을 캐내고 도망가기 위해 사라와 디아나에게 말을 걸려했던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이놈들이 보스의 친위대 같은 놈들이 아닐까?

    늑대개의 초월종 주위에도 암컷들이 그렇게 둘러싸고 있었으니 말이다.

    제법 그럴듯한 가설인 것 같다.

    다만 늑대개 때도 결국 주변 놈들은 자력으로 전부 처리하지 못하고 디아나의 압도적인 힘을 빌려 겨우 살아났다.

    이번에는 그런 운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그럼 차라리 지금 도망가기 보다는 이놈들도 최대한 정리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보스와 맞닥뜨렸을 때 이놈들이 우글거리는 상황보다는 그게 나은 것 같다.

    구원은 도망가려고 돌리던 몸을 멈추고 다시 정면을 향했다.

    일단 무장만 좀 더 갖춰져 있고 생긴 건 평범한 홉고블린으로 보이는데….

    얘들 홉고블린보다 더 세려나?

    어차피 알아보려면 직접 상대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쐐액!

    구원이 살짝 긴장한 상태로 녀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 뒤쪽에서 사라의 화살이 날아와 홉고블린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응.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그냥 별 차이 없는 놈들인가 보다.

    그냥 운 좋게 모험가들 장비를 얻은 놈들인가.

    구원은 긴장을 풀고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다만 허름하나마 갑옷도 입고 있는 놈들이다.

    역시 그냥 홉고블린을 상대할 때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얘기였다.

    디아나도 주둔지를 공격하길 멈추고 홉고블린을 공격하는데 가세했지만, 결국 적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이제 슬슬 정말로 빠질 때인가.

    구원은 마석을 캘 시간이 없어 쓰러뜨린 홉고블린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외쳤다.

    "얘들아 튀자!"

    "음."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양팔을 벌려 왔다.

    사라가 그 모습을 힐끗 보며 왠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흠. 이렇게 난리를 피워도 나오지 않는군. 정말 초월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디아나는 구원의 어깨너머로 쫓아오는 고블린 무리들을 바라보며 태평하게 말했다.

    "뭐, 있지 않을까?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오늘만 투자해보고 안 나오면 포기하자."

    솔직히 구원은 있다고 거의 확신하지만, 언제 나올지도 모를 놈한테 이대로 며칠 동안 계속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시간낭비다.

    사라도 계속 밑으로 내려가며 성장하고 싶을 텐데 이대로 여기서 계속 시간만 뺏길 수도 없지.

    단 그만큼 오늘은 최선을 다해서 난동을 부릴 생각이다.

    그렇게 몇 군데의 장소를 오가며 난동을 부렸지만, 결국 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블린놈들도 어제 오늘로 계속해서 도발을 해오니 드디어 학습을 했는지, 마지막에 들른 장소에선 장비를 갖춘 놈들이 처음부터 대기하고 있기까지 했다.

    하아…이거 포기해야하나?

    시간도 이제 슬슬 꽤나 늦었다.

    어쩔 수 없지. 한 번만 더 해보고 이번에도 안 나오면 돌아가자.

    구원 일행은 처음 난동을 부렸던 그 장소로 돌아왔다.

    꽤나 어수선해 보이지만, 그래도 한번 들른 곳이니 다시 안 올거라고 방심하고 있는 건지 경계하고 있는 놈들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듬성듬성 무장을 갖춘 녀석들이 보이긴 하지만, 방금 들렀던 곳에 비하면 그 수는 새 발의 피다.

    "차라리 들어가 볼까?"

    이렇게 뻥 뚫린 데서 싸우느니 차라리 아예 저길 뚫고 들어가서 움집사이를 돌아다니며 게릴라전을 하면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까면 모를까 지금이면 저기까지 돌파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다.

    "흠. 재미는 있겠군.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 화려하게 난리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구먼."

    "그러네요. 한 번 해봐요."

    디아나는 물론, 사라도 오늘 전투를 치르며 자신감을 가지게 됐는지 찬성했다.

    사라는 안 그래도 직업 레벨이라도 올랐는지 오늘 아침보다 확연히 데미지가 더 강력해져있는 상태고 말이다.

    위험해지면 보너스 스탯 75라는 무지막지한 보험도 있으니 그다지 두려울 것도 없다.

    구원 일행은 신속히 작전을 세웠다.

    처음은 디아나의 폭발마법 영창부터 시작됐다.

    "얘들아! 낮에 보고 또 보네! 잘 지냈지?!"

    디아나가 마법 영창을 어느 정도 마쳤을 때, 구원이 디아나를 업은 상태로 입구로 접근해 놈들을 도발했다.

    그와 더불어 사라가 화살까지 날려주니, 바로 분기탱천한 놈들이 구원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몰려든 놈들을 향해 영창을 끝낸 디아나의 폭발마법이 작렬했다.

    음. 뜨뜻하군.

    구원의 지근거리에서 터진 폭발마법이 불러온 열풍은 구원에게마저 그런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렬했다. 참고로 마법을 쏜 디아나는 구원에게 업힌 상태로 얼굴까지 푹 숙이고 등 뒤에 완전히 숨어 그 열풍을 받지 않고 끝났다.

    이러려고 이번엔 업으라고 한 거였냐.

    만약을 위해 최소한의 마력은 남기느라 이전보다 소모 마력을 줄여 위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모여들던 놈들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한 위력이다.

    구원은 손짓으로 사라를 불러 함께 폭연을 뚫고, 가장 가까운 움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장 가까운 움집이라고 해도, 낮에 디아나가 불지른 움집들이 여러군데 있어서 꽤나 들어가야 했지만, 홉고블린들은 디아나의 폭발마법에 쓸렸고 남아있는 놈들은 구원에게나 사라에게나 한주먹거리다.

    그렇게 쳐들어간 움집에선 무려, 묘하게 머리가 큰 고블린 하나가 암컷 고블린과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키륵?! 키, 키르륵!"

    "으악! 내 눈!"

    물론 고블린 수컷 암컷이 다 벗고 서로 껴안아 뒹굴고 있는 꼴은 구원에게 안구테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구원은 어서 빨리 이 두 연놈을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여, 너무 놀라 합체도 풀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는 놈들에게 분노의 주먹을 휘둘렀다.

    물론 그 더러운 장면을 최대한 시야에 담지 않도록 눈을 약간 돌린 상태로 말이다.

    "쿠뤠엑!"

    구원의 분노를 담은 풀스윙에 암컷은 그대로 절명했지만, 대가리가 큰 수컷 놈은 의외로 한 방에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사라도 뒤에서 곧 화살을 날렸고, 구원도 다시 주먹을 연타했다.

    혹시 놈이 저항할까봐 성자의 손길까지 발동시켜서.

    놈의 물건은 암컷에게 박혀있는 상태라 이번엔 정액이 튈 걱정도 안 해도 된다.

    구원과 사라의 협공에 결국 놈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암컷에 박은 상태로 허우적거리다가 허무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후…. 새끼. 그래도 떡치다 죽었으니 여한은 없겠지."

    물론 거시기는 닿지도 않았는데 질질 싸면서 죽은 다른 놈들에 비해서 말이다.

    난 절대 이런 식으로 죽지 말아야지.

    "음. 잘했네. 이걸로 목적은 달성했군. 역시 자네는 운이 좋구먼."

    "그러네요. 어서 빠져나가죠."

    "으,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안구를 테러당해서 일부러 제대로 안 보려고 노력하면서 두들겨 팼는데, 지금 보니 이 녀석 머리만 큰 게 아니다.

    다 벗고 있는 주제에 목에만 뭔 이상한 해골바가지를 하나 걸고 있다.

    딱 봐도 나 주술사요 싶은 그런 목걸이다.

    그럼 설마 이놈이 초월체?

    초월체면 주둔지 한가운데서 무게나 잡고 있어야지 여기서 왜 떡이나 치고 있대?

    여러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사라의 말대로 일단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최우선이다.

    구원은 일단 놈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넣고,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리 수가 많은 놈들이라도 그렇게 순식간에 자리를 채울 순 없었는지, 다행이도 아직 고블린들이 많이 몰려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구원은 마석을 챙길 생각도 안하고 사라와 디아나를 보호하며 그 자리를 돌파했다.

    "결국 이 놈은 왜 거기 있었던 걸까?"

    안전한 장소까지 도망쳐온 일행은, 일단 마석을 캐기위해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시체들을 꺼냈다.

    "음? 자네가 노린 게 이거 아니었나? 당연히 아침에 그 난리를 피웠으니 족장으로서 보러온 것이겠지."

    과연. 위험할 땐 오지 않았고, 이제 조금 안전해졌다 싶었을 때 위로한답시고 어슬렁어슬렁 기어와서 여자나 따먹고 있었던 건가.

    우린 그때를 운 좋게 노려 급습한 거고 말이다.

    고블린치고는 의외로 머리가 돌아가는 대응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고블린치고는 이라서 결국 이렇게 당했지만.

    그러고 보니 초월종치고 전혀 강한 느낌이 안 들었지. 대가리도 컸었고 복장도 주술사 같은 복장이었으니 지능형 몬스터였나?

    놈의 시체에서 마석을 꺼내자, 죽기 직전까지 커져있던 양물과 함께 이놈이 착용하고 있던 해골 목걸이가 드랍됐다.

    "결국 구원의 예상이 맞았네요."

    "그러게."

    어차피 확신하고 있던 거라서 그다지 큰 기쁨은 없다.

    아침에 있었던 증명하고 말겠다는 오기도 시간이 지나서 식어버렸고 말이다.

    그보다는 간만에 등장한 아이템에 눈을 돌려 성능을 확인해보니 지능+3 이라는, 참 뭐라 말하기 애매한 목걸이였다.

    "디아나. 가질래?"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무리 마법에 미친 디아나라도 이런 걸 끼고 다니기 싫은가보다.

    하긴 얜 가출한 집에만 찾아가면 이런 건 비교도 안 되는 아이템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겠지.

    그렇게 무사히 고블린의 양물을 손에 넣은 구원이지만, 이게 정말 열쇠인지 확인하는 건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나 말고 다른 누가 이걸 알아챌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고 말이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쿠폰, 추천 감사합니다.

    젠뉴 // 구원과 달리 야외 플레이에 저항이 없는 애들이라 혼자서 잘요….

    샤니스 // 죄송합니다. 저도 휴먼인지라 퇴근하고 와서 쓰기엔 한 편이 한계에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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