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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6화 (3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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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 퀘스트

    결국 칸나에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단 클랜 권유는 거절했다.

    "그럼 디아나랑 사라는 먼저 여관에 가 있을래?"

    "네? 왜요?"

    사라가 갑자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 눈은 뭐냐? 야 설마 내가 오늘 너랑 자기로 했는데 얘들이랑 놀겠냐?

    "어차피 오늘 번 돈을 나누려면 길드 퀘스트 보고, 마석 정산, 아이템 처리까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우르르 다 몰려서 갈 필요 없잖아. 각자 파티에서 한명씩만 가자고."

    "그, 그렇군요. 네. 알겠어요. 먼저 가 있을 게요."

    그렇게 해서 에이미와 구원이 대표로 정산을 하기로 했다.

    "어머? 오늘은 또 새로운 분이랑 같이 오셨네요."

    매일 여자를 갈아치우는 능력남이나 들을 수 있다는 대사가 안내원 누님의 입에서 나왔다.

    설마 내가 실제로 듣게 될 줄이야. 감격이다.

    "네. 오늘은 파티끼리 연합을 했거든요. 길드 퀘스트 아직 하고 있죠?"

    "물론이에요. 아마 한동안 계속 시행할 것 같네요."

    "언제쯤 끝난다는 기준이 있나요?"

    "글쎄요…. 아마 윗선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지도가 작성될 때까지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어제 구원씨처럼 새로운 초월종이 하나라도 발견될 때까지 진행할지도요."

    "네에? 상층에서 초월종을 발견했다는 모험가가 구원씨였나요?"

    "하하. 뭐 그렇지."

    구원은 어깨가 으쓱해져서 놀라서 바라보는 에이미의 시선을 즐겼다.

    좋아. 한동안 길드 퀘스트가 계속 된다면 내일 시행할 작전에 차질은 없겠군.

    "그럼 여기 지도입니다."

    "아 잠깐만. 누님 혹시 펜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에이미가 본인들이 작성한 지도를 제출하려고 하기에 구원이 제지를 했다.

    그래도 구원이 늑대개의 영역은 꽤나 돌아다닌 게 있어서 구원의 맵에 밝혀진 부분 중에 에이미의 지도에 없는 부분들도 군데군데 존재한다.

    구원은 안내원 누님에게 건네받은 깃털 펜을 들어 맵을 보며 지도를 막힘없이 그려갔다.

    "…굉장하네요."

    "이제 와서 새삼스레 왜 그래? 내가 지도도 안보고 돌아다니는 거 봤잖아?"

    "그치만 그거랑 이거랑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구원씨는 정말 보면 볼수록 신비한 분이시네요."

    뭐 그거야 그렇겠지만.

    에이미가 안 그래도 큼지막한 눈동자를 더 크게 뜨고 빤히 바라보며 감탄하면서 그런 말을 해오자 왠지 계면쩍어졌다.

    지도의 보충을 끝내고 안내원 누님께 제출하자, 안내원 누님도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굉장히 많이 완성하셨네요. 그런데 이 고블린 주둔지라고 표시된 곳은 뭔가요?"

    "고블린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고블린 홉고블린 할 것 없이 다들 왕창 모여 있는데 규모가 눈으로 확인이 다 안 될 정도로 크던데요?"

    "네?! 또 대형 정보를 하나 가져오셨네요. 어제에 연이어 대단하세요."

    역시 고블린 주둔지까지는 지도를 작성한 모험가는 없는 모양이다.

    하긴 거기까지 가는 길이 좀 미로같아야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에이미가 대단한 건가? 순수 본인 능력만으로 지도를 만들어 거기까지 간 거니.

    안내원 누님은 큼지막한 지도를 하나 꺼내 구원이 제출한 지도와 대조해보며 채워나갔다.

    누님의 펜이 닿지 않는 곳에도 실시간으로 지도가 채워져 나가는 모습을 보니, 아마 마법인가 뭔가로 길드 전체에서 보고받고 있는 내용이 채워지는 것 같다.

    대충 보니 구원 일행만큼이나 깊은 곳까지 지도를 작성한 파티들도 두세 파티 있는 모양이다.

    다행히도 그들은 구원 일행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간 덕분에 겹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길드 퀘스트는 작성된 지도의 넓이에 따라서 보수가 지불될 거예요. 길드에서 지도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있어서 보수는 내일 지불될 거예요."

    "아. 바로 주는 게 아니구나. 그러면 내일도 같이 와야 하나?"

    "죄송해요. 실은 저희가 오늘은 같이 다니던 사람들이 갑자기 용무가 생겨 빠진 상태였어요. 원래는 클랜에서 같이 다니는 파티원들이 세 명 더 있거든요."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에이미는 빙 돌려서 같이 못 온다는 말을 했다.

    어쩐지 거대 클랜원 치고 전사 둘에 성직자 하나 파티는 밸런스가 미묘하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였나.

    결국 오늘 전투에서 칸나 일행이 한 거라곤 잠깐 동안 몬스터들을 방어하고 가끔 에이미가 회복을 해주는 것뿐이었다.

    안 그래도 반쯤 구원이 쩔해주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염치없이 거기서 배가 되는 인원을 이끌고 같이 다니자고는 못하겠다는 건가. 양심 있는 애구나.

    구원은 오늘 같이 전투하면서 나름 탱커와 힐러의 유용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계속 같이 다녀보면 어떨까 생각도 잠깐 해봤었는데, 심층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고작 상층에서 아홉 명이나 뭉쳐 다니는 건 아무래도 너무 효율이 안 좋겠지?

    어쩔 수 없지만 내일부턴 다시 셋이서 다녀야겠다.

    "그럼 어쩌지…. 누님 그럼 보수는 내일 저랑 여기 있는 에이미한테 반씩 나눠서 줄 수 있나요?"

    "물론이에요. 그렇게 해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가능한 모양이다.

    그 후 마석의 정산을 마치고, 그대로 잠화점에 들러 아이템 처분까지 완료했다.

    무기는 대장간으로 가라는 말에 홉고블린을 잡아 나온 녹슨 검은 한나의 대장간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해야 했지만, 칸나의 말대로 녹슨 검 주제에 가격을 제법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벌어들은 수익은 에이미와 반으로 나눠도 예상대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오오. 이 돈이면 한동안은 일 안하고 놀고먹어도 괜찮겠는데?

    물론 사라를 도와준다는 목표도 있으니 그러진 않을 거지만.

    아무튼 찬양하라 무한 리스폰.

    "그럼. 잘 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같이 사냥하자."

    구원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고 했지만, 에이미가 쭈뼛거리면서도 구원의 옷자락을 잡아왔다.

    "…저기, 혹시 괜찮으시면 오늘 같이 자는 건 어떤가요?"

    으헉. 얘 아직까지도 포기 안했냐.

    겉보기엔 수줍은 태도처럼 보이지만 구원은 알 수 있었다.

    이건 절대로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이야.

    안된다니까. 그럼. 절대 안 되지.

    쇠약사라니. 대체 얼마나 뽑아내야 사람이 그 지경까지 가는 거야.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어?! 어, 그, 그게 말이지. 오늘은 나도 볼 일이 있어서…."

    이건 정말이다.

    드디어 사라랑 제대로 된 경험을 맺기로 한 기념비적인 날이거든.

    "몸으로 체험시켜 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나요?"

    "아니, 물론 그건 아닌데…."

    "설마…겁먹으신 건가요?"

    에이미가 절대 해서는 안 될,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뭐?! 그럴 리가 있냐?! 나 성자야! 성자! 니들 셋이 한꺼번에 덤벼도 꿈쩍없다고! 좋아! 아예 셋 다 복상사를 시켜주지. 그때 가서 미안하다고 빌어도 소용없을 줄 알아라!"

    "와아! 정말 기대돼요! 저희 파티는 5일 후에 쉴 계획인데 그때 시간 괜찮으세요?"

    "좋아! 그럼 그때 보자고!"

    "네. 그럼 5일 후. 저희가 묵는 여관으로 와주세요. 위치는 여기 적혀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에이미는 언제 준비한 건지 여관의 위치가 표시된 종이 쪼가리를 넘겨줬다.

    "그럼. 5일 후. 기대하고 있을게요. 꼭 찾아와주세요. 꼭이에요."

    에이미는 그 말만 남기고 구원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바람같이 사라졌다.

    어라…? 뭔가 잘 구슬려 넘어간 듯한 느낌이….

    아니야.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는데 절대 물러설 수 없지.

    게다가. 나쁠 것도 없다.

    오기로 셋 다 라는 말까지 해버렸지만 쟤들이랑 내 레벨차이도 충분히 있는데다가, 매일하자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한 번 하는 건데 뭐.

    설마 하루 만에 그렇게 쥐어 짜이겠어?

    정 힘들면 스킬을 풀로 발동시켜서 셋 다 기절이라도 시키면 되지.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좋아! 어차피 하렘을 차리려면 다 대 일 경험은 필수!

    이것도 하렘을 꾸리기 위한 큰 한 발자국이라고 생각하자고.

    여관에 들어가니 디아나와 사라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오게나. 배고파 죽겠네."

    "응? 왜 아직 안먹고 있었어?"

    "친목도모를 위해 식사는 같이 하자고 한 건 구원이잖아요?"

    아무래도 사라가 처음 만난 날에 했던 말을 착실하게 기억하고 실천해준 모양이다.

    아이고 이쁜 것. 맨날 이렇게만 해라.

    오빠가 오늘 밤에는 아주 천국을 보여줄게.

    식사를 하면서 사라도 역시 오늘 밤에 있을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간간히 구원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 보니 얜 디아나랑 다르게 진짜배기 처녀였었지.

    다른 모험가들은 기본적으로 섹스에 털털해서 부끄럼이란 게 없는데, 저런 반응을 보이니 신선하다.

    구원도 왠지 달달한 기분이 돼서 사라를 그윽하게 쳐다봤다.

    "크흠. 자네들 아주 몸에서 설탕이 나오겠구먼."

    옆에서 바라보던 디아나의 입장에선 조금 눈꼴셨나보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닌가. 지금부터 우리 섹스할 거예요 란 걸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구먼."

    "오, 오해에요."

    "음? 그런가. 그럼 오늘은 이 몸이 구원을 좀 빌려도 되겠는가? 찬찬히 성자 스킬들 몸으로 겪으며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네."

    디아나는 천연덕스럽게 사라를 도발했다.

    오늘은 이라니. 너 어제 한 거 사라한테 안 들켰다고 되게 뻔뻔하다?

    이게 바로 연륜이란 건가.

    "아, 안돼요!"

    사라가 디아나의 도발에 바로 넘어갔다.

    평소의 쿨한 표정이 완전히 무너져 당황하는 게 꽤나 귀엽다.

    걱정 마. 디아나도 그냥 놀리고 있는 거야.

    물론 귀여우니 말은 안 해줄 거지만.

    "역시 맞지 않은가."

    "그, 그건…."

    사라가 구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구원은 말없이 흐뭇하게 그 상황을 즐겼다.

    난생 처음으로 여자 둘이, 그것도 이렇게 예쁜 애들이 날 두고 아옹다옹하는데 내가 그걸 왜 말려?

    물론 디아나는 그냥 놀리고 있을 뿐이고 사라도 날 좋아해서 안기는 게 아니라 레벨 업 때문에 안기는 거지만 그럼 어때? 기분이라도 즐겨야지.

    살면서 이런 기분을 느낄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이 세계로 보내준 대지신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살짝 소란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일단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사라도 던전에서 막 돌아와 씻지도 못한 상태고, 나름 준비가 필요할 테지.

    구원도 일단 샤워실에 들어가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사라도 충분히 준비했겠지 싶어서 방을 나서려고 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어제는 사라가 찾아왔는데도 그런 식으로 못했으니 오늘은 내가 갈 생각이었는데. 설마 오늘도 사라 쪽에서 온 건가?

    하지만 문을 열어보니 그 앞에는 디아나가 서있었다.

    "어라? 디아나?"

    "뭔가? 이 몸이 온 게 불만인가?"

    "아니, 그럴 리가. 무슨 일이야?"

    "자네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당연히 성자의 스킬을 연구하러 왔지 그럼 무슨 일로 왔겠나?"

    "어?! 미안하지만 오늘은 사라랑…."

    "식사 중에 그렇게 티를 냈는데 이 몸이 그걸 모르겠나? 사라양에게 가기 전에 끝내면 될 거 아닌가?"

    어쩐지 디아나가 살짝 평소와는 태도가 다른 것 같은데….

    왠지 모를 조급함이 느껴진 달까, 평소의 태평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겠어? 나야 괜찮지만, 완전 어중간해질 텐데?"

    그렇게 금방 끝내버리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먼저 스킬을 풀로 사용해서 디아나를 빠르게 만족시키는 거다.

    이 경우에는 아마 디아나도 어제처럼 정줄을 놓고 스킬을 제대로 알아보는 건 불가능 할 거다.

    아니면 디아나를 만족시키지 않더라도 그냥 적당히 몇몇 스킬들만 경험하게 해주고 끝내는 거다.

    이 경우엔 디아나가 욕구불만인 채로 끝나게 될 확률이 무지하게 높다.

    "…그렇군."

    머리 좋은 디아나도 구원이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오히려 디아나가 지금에서야 깨달은 게 이상한데?

    "미안하네. 연구에 너무 조급해지다보니 이 몸도 살짝 냉정함을 잃은 것 같네. 하긴 오늘만 날이 아니지."

    그렇게 열을 올릴 정도로 마법 연구에 빠져있는 건가.

    "응. 내일은 꼭 같이 자자. 약속할게."

    "음. 알겠네. 꼭일세. 꼭."

    "응. 알았어."

    디아나가 재차 다짐을 해오는 모습이 마법 연구 때문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귀여워보였다.

    어차피 저번에 해둔 변명도 있으니 사라도 매일 할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오늘 사라랑 실컷 하고 내일은 또 디아나랑 해야지.

    하루단위로 여자애들이랑 잘 약속을 잡다니. 나 완전 카사노바 아니냐?

    그렇게 오늘은 디아나를 돌려보내고, 구원은 드디어 사라의 방문 앞에 섰다.

    어제 디아나랑 그렇게 했으니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떨리네.

    똑똑

    "네, 네. 여, 열려있어요. 들어오세요."

    노크를 하니 안에서 긴장한 티가 역력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라 역시 긴장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자, 반대로 구원은 긴장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좋아. 가보자고.

    구원은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쿠폰이랑 후원 쿠폰이 같은 건 줄 알고 후원쿠폰 감사하단 말만 했었는데, 아무래도 서로 다른 거였나 보네요.

    한달 넘게 연재하면서 이제야 깨닫다니….

    쿠폰과 후원 쿠폰 모두 감사합니다.

    곤짤레스 //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폰으로 댓글 확인해볼 건 어떻게 아시고 모바일로만 통하는 딜교를…. 무서운 분이시군요.

    niellee // 쿠폰 감사합니다. 연참은…오늘은 다음화를 겨우 2/3정도 쓰는 데 그쳤네요. 어떻게든 이번주 안으로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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