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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3화 (3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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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 퀘스트

    "대체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자네는 때와 장소를 좀 가리게나."

    사라와 디아나도 더는 못 봐주겠는지 한마디씩 하며 고블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젠장…. 난 그냥 인터넷에서 본대로 따라한 건데.

    구원도 하는 수 없이 공격에 나섰다.

    물론 성자의 손길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전사 둘이서 열심히 탱킹 중이시니 굳이 안 써도 사라나 디아나한테 어그로가 튈 일은 없겠지.

    이 근처 수준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다른 모험가 파티들에게는 고블린 8마리가 버거운 숫자겠지만 구원의 파티에게는 위협을 느낄만한 수준도 아니다.

    사라와 디아나가 원거리에서 공격하고 구원도 고블린들 뒤에서 힘을 줄이고 가볍게 툭툭 치면서 신경을 분산시키니, 수세에 몰려있던 여전사 둘도 곧 공세로 전환하여 순식간에 고블린 무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어째선지 고블린 중 한 놈이 유독 튼튼해서 결국 구원이 처리해야했지만, 그 외에는 별거 없었다.

    "흐윽, 가, 감사합니다."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기 전에 헛소리만 늘어놓지 않았어도 더 고마웠을 텐데 말이야."

    전투가 끝나자 모험가들은 상당히 힘들었는지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구원 일행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까 전에 소리 지른 한 성깔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여전사는 아직도 방금 전 일을 맘에 담아두고 있는 모양인지 호흡을 거칠게 내뱉으면서도 빈정댔지만.

    결국 아무도 안 죽고 제대로 다 구했으니까 괜찮잖아.

    "흠. 이 남자는 이방인이라 상식이 조금 없다네. 자네들이 이해하게."

    디아나는 그러면서 구원의 머리를 눌러왔다.

    발뒤꿈치를 들고 까치발로 서서 팔을 뻗는 모습이 흐뭇해서 구원도 그냥 고개를 숙여줬다.

    "미안합니다."

    진짜로 미안하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말이지!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서 같은 순간을 만나더라도 난 또 같은 선택을 할 거다!

    "뭐 그런 거라면…. 이쪽도 도와줬는데 성질내서 미안."

    여전사도 도움 받은 입장에서 더 이상 툴툴대기는 미안한지 솔직하게 사과를 받아줬다.

    생긴 대로 단순한 놈이로군.

    구원은 고개를 들고 눈앞의 셋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봤다.

    아직도 눈가에 눈물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성직자는 작은 몸집에 귀여워 보이는 얼굴, 공손한 쪽의 여전사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이고, 성질 급한 여전사는 성격답게 생긴 것도 꽤나 선이 굵고 야생적으로 생겼다.

    셋 다 그래도 모험가라고 나름 중상은 되는 외모다.

    물론 상중에서도 최상인 사라와 디아나를 보면서 눈이 한껏 높아진 구원의 눈에는 전혀 차지 않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고블린이 이렇게 몰린 거야?"

    "네. 실은 저희가 이 앞에 있는 고블린 부락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수의 고블린을 보고 바로 도망쳐왔지만 추격해오는 놈들을 도저히 전부 뿌리치지 못하고 근처에 돌아다니던 놈들마저 가세하는 바람에…."

    "죄송해요…."

    "아니, 에이미 잘못이 아니야."

    아무래도 성직자의 느린 발이 발목을 잡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고블린 부락이라…. 왠지 끌리는데?

    "원래 던전에서 몬스터 부락 같은 게 많이 있는 편이야?"

    "음. 던전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무한히 뻗어있는 곳이니 말일세. 또 하나의 세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세. 몬스터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무리지어 사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지."

    "그 부락이란 게 어느 정도 규모였어? 우리끼리 가서 처리할 수 없을까?"

    "글쎄요. 저희도 바로 도망쳐 나오느라 정확히는…. 하지만 엄청난 숫자였습니다. 고작 셋이서 도전하는 건 무모한 짓입니다."

    "음. 고작 고블린이라고 얕보지 말게나. 수의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다네. 그래서 보통 몬스터들이 대량으로 모여 있는 곳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 가끔 토벌에 나서는 경우도 있긴 하네만 그 경우엔 길드 주도하에 대형 클랜이나 모험가 파티들이 여럿 모여서 머릿수를 맞추고 가는 거지."

    그게 아니면 전생 전의 네가 늑대개 무리를 소탕한 것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던가 말이지.

    역시 힘든가…. 대박의 기운이 강렬하게 느껴졌는데 말이야.

    "으음…. 그래도 살짝만 보고 오면 안 될까? 궁금한데."

    "전 반대에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해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면 되잖아. 힘들면 내가 안고 뛰어줄게."

    "돼, 됐어요. 체력은 저보다 디아나가 더 없을 텐데요."

    오? 마치 디아나만 아니었으면 거부하지 않았을 거란 말툰데?

    "걱정 마. 난 너희 둘 다 안고 뛰어도 아무 문제없어."

    과장이 아니다. 힘들다 싶으면 넘쳐나는 보너스 스탯을 체력에 좀 투자하면 되는 거지 뭐.

    "대체 왜 그렇게까지 가고 싶어 하는 거예요?"

    게임에선 보통 그런 곳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특수 몬스터가 있는 법이거든.

    물론 그렇게 말했다가는 정신병자취급 받을 테니 말하진 않겠지만.

    "그냥 호기심이야. 한번만 가보자. 응? 부탁이야. 살짝만. 그저 살짝만 들여다보면 돼."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구원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십중팔구 변태라고 생각할 대사를 내뱉으며 묘한 압박감을 가하자 사라가 결국 의견을 굽혔다.

    "좋았어! 디아나도 괜찮지?"

    "음. 자네도 있으니 보고 오는 것 정도야 크게 문제될 것 없겠지."

    디아나는 구원이 폭업을 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쉽게 설득이 가능했다.

    "그래서, 도와준 보답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가는 길 좀 알려주지 않을래?"

    "좋아요. 우선…"

    "잠깐. 그럴 순 없지."

    차분녀가 지도로 보이는 종이를 꺼내며 대답해 주려는 순간, 또다시 야생녀가 태클을 걸어왔다.

    넌 또 뭐가 문제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댁들도 길드 퀘스트가 목적이겠지? 도와준 건 고맙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미안하지만 우리도 고생해서 알아낸 정보를 쉽게 줄 수는 없어."

    으음…. 역시 그게 문제가 되나.

    구원이 길, 즉 지도를 알려달라고 하는 건 길드 퀘스트의 보수를 전부 내놓으라는 양아치 같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구원이 지도만 보고 기억해서 바로 길드로 돌아가 먼저 보고를 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고 말이다.

    심지어 이 근처에서 사냥하는 모험가들 수준에서는 깨작깨작 몬스터를 잡아서 버는 돈 보다 길드 퀘스트 한 방으로 버는 돈이 아마 훨씬 많을 거다.

    모험가들은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족속.

    아무리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오늘 번 수입의 많은 부분을 그냥 내놓으라는데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줬으니 혹시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게 사정 좋게 일이 흘러가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면 구원은 길드 퀘스트보다 고블린 부락에 더 관심 있어서 위치만 알려주면 그쪽 길은 길드에 보고하지 않는다고 약속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그런 걸 사라나 디아나와 상담 없이 혼자 정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저 사람들도 선뜻 믿기 힘들겠지.

    어쩌면 좋을까….

    어차피 길도 일자형인데 굳이 안 물어봐도 그냥 가다보면 찾을 수 있으려나?

    "그래서 말인데. 연합하는 게 어때?"

    구원이 고민하고 있을 때, 야생녀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해왔다.

    "연합?"

    "그래. 보아하니 당신들 실력에 상당히 자신 있는 모양인데, 우리가 고블린 부락까지 안내해주는 대신 우리도 한 몫 껴달란 얘기지."

    "흠…."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한 몫 껴달라고 해봤자 어차피 고블린 부락에서 정말 전투를 할지 안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 적어도 구원이 손해 볼 일은 없어 보인다.

    "좋아. 난 구원이다. 잘 부탁해."

    "오! 시원하니 좋구만! 난 칸나. 잠깐 동안 동행이지만 잘 부탁한다고."

    "세레나입니다."

    "에이미에요."

    순서대로 차분녀와 성직자다.

    뒤를 이어 사라와 디아나도 각각 통성명을 하고, 계속 방치하고 있던 고블린들의 시체들을 드디어 도축했다.

    "어라? 얜 좀 마석이 크다?"

    "홉고블린일세. 자네 설마 모르고 싸운 겐가?"

    그렇구나. 그냥 좀 튼튼하다 싶었지.

    그러고 보니 머리에 조그만 돌기 같은 뿔이 달려있다. 새끼들 좀 구별하기 쉽게 생길 것이지.

    "그래서? 분배는 어떻게 하지? 연합을 하더라도 이런 건 확실하게 하고 가야지."

    "그냥 5:5로 나누면 되잖아?"

    칸나는 생긴 것대로 시원시원하게 딱 잘라 말했다.

    "이 놈들부터 길드 보고까지 모든 수익이 5:5다. 전투는 댁들이 좀 더 활약할지 모르지만, 지도의 완성은 먼저 온 우리들이 더 많이 돼있을 거야. 딱히 문제 될 거 없잖아?"

    하긴 그런가.

    안 그래도 정보료를 꽤나 두둑하게 챙겨주는 길드에서 보너스까지 준다는 길드 퀘스트다.

    지금부터 돌아갈 때까지 전투로 버는 금액을 생각하면 구원의 파티가 조금 더 손해겠지만, 그건 고블린 부락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정보료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칸나도 혹시 보기완 다르게 머리 회전이 빠른 건가?

    "뭐해? 빨리 가자고!"

    아니, 저런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런 애로는 안 보인다.

    그냥 생각 없이 단순하게 절반으로 나누자고 한 거겠지.

    일자형 길은 바로 끝이 나고, 그 뒤로 꽤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었다.

    일자형 길이란 것만 믿고 그냥 헤어졌으면 큰일 날 뻔 했네.

    게다가 칸나의 파티와의 연합은 생각 외의 장점도 있었다.

    그 장점은 바로 다음 전투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좋아! 해보자고!"

    고블린 무리와 마주치자마자, 전위를 지키기 위해 칸나와 세레나가 바로 뛰쳐나갔다.

    어라? 이 상황은?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쓰기 싫은 가장 큰 이유는 파티의 탱커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몬스터들의 거시기를 정면에서 마주한 채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칸나와 세레나가 앞에서 탱킹을 해주고 있으면 굳이 구원이 정면에 설 필요가 없다.

    즉, 구원은 몬스터들의 거시기에서 완벽히 사각지대가 되는 곳에서 싸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정면에 선 칸나와 세레나는 봉변을 좀 당하겠지만 뭐 어때? 전투가 짧아지면 얘들도 좋은 거 아니겠어?

    "이 기술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구원은 괜히 허세 작렬하는 대사를 읊조리며, 칸나와 세레나가 어그로를 끌고 있는 사이에 슬며시 고블린들의 뒤로 돌아가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흩날려라. 스페르마."

    "으악!"

    "꺄악!"

    아까의 대사를 뒤잇는 허세 대사를 읊조리며 구원의 손이 고블린들을 훑고 지나간 순간, 고블린들이 온 몸을 비틀며 거시기에서 하얀 물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훗. 전투란 덧없는 것이군."

    "야! 이게 뭐야?!"

    "뭐기는. 보시는 대로지. 내 손에 걸리면 어떤 녀석도 복상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크크큭."

    "그 말은…그러고 보니 이방인이라고 하셨죠. 혹시 특수 직업이신가요?"

    "그 말대로! 이 몸은 어떤 상대라도 절정에 보낼 수 있는 테크닉의 소유자지! 어때? 좀 달리 보이나?"

    "핫! 달리보이기는! 남자가 수컷새끼들 좆물이나 빼내다니. 정상적인 직업이 아닌 거 같은데?"

    저, 저 썅년이 남의 아픈 데를 후벼 파는 거 보소.

    "이, 이 몸은 그저 남녀노소 종족 불문 아무 경계선 없이 쾌락을 선사할 수 있는 것뿐이다! 다시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모함으로 이 몸을 모욕하지 마라!"

    "그 말은 사람 상대로도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당연하지! 뭣하면 직접 그 몸으로 체험시켜 줄까?"

    "지, 지금은 좀…."

    지금은 이라는 말은 나중엔 괜찮다는 말이렷다?

    구원의 말에 칸나도 그제야 흥미가 생기는지 눈초리를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저 얌전해 보이는 에이미마저 마찬가지 반응이다.

    그래 이거지. 이 반응이야.

    사라를 영입할 때 너무 어수룩하게 행동했던 반성을 살려 나대본 결과가 상당히 좋다.

    보이니 사라야? 이게 모험가의 정상적인 반응이란다. 똑똑히 기억해두렴.

    모험가인 이상 어차피 레벨 업을 위해 섹스는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모험가도 결국 사람이다. 섹스를 하더라도 이왕이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과 하고 싶은 게 당연하고,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절정을 느낀다고 자신이 뭔가 손해 보는 것도 없고 말이다. 남자라면 횟수 제한이 있으니 상대가 너무 강하면 조금 꺼려지겠지만, 여자는 그런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에서 레벨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이상 상대를 무조건 절정으로 보낼 수 있는 구원의 가치는 상당하다.

    지금 까지는 레벨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지만, 만약 레벨이 상당히 오른 지금 구원의 입소문이 돈다면 영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거다.

    굳이 칸나 일행들 앞에서 성자의 손길을 사용한 것은 그런 노림수도 있다.

    사라와 디아나를 버리고 다른 파티에 붙거나 할 일은 절대 없겠지만, 스스로의 주가를 높여놔서 나쁠 건 없지.

    "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건데?"

    쓰러진 고블린들을 공격해 마무리하고 도축을 하면서도, 칸나 일행의 호기심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구원에게 질문을 던져댔다.

    구원이 몰려오는 질문에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서 어떠냐는 표정으로 사라 쪽을 힐끗 보니, 왠지 눈에서 불을 뿜고 있었다.

    쟤 또 무섭게 왜 저러니. 내가 나대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니?

    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젠장. 쟤한텐 잘못한 게 있어서 저러면 괜히 꿀린다니까.

    아무튼 그 뒤로 구원의 봉인기를 해방한 일행의 탐사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바로 앞에서 상대해야하는 칸나와 세레나는 썩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전투가 훨씬 수월해진데다가 혹시 묻더라도 마석만 제거하면 바로 사라지니 도저히 못 참을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구원들은 고블린 부락에 드디어 당도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는 비축분 풀기를 시전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풀 수 있는 비축분이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삘 받아서 쓰기 시작한 첫날부터 그날 써서 그날 올리는 아슬아슬 줄타기 인생이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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