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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9화 (2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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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법사

    그렇게 격정의 밤을 보냈지만, 다음 날 아침에도 구원은 여전히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어제는 그 이후로 제법 고생했다.

    기절해있는 디아나의 온몸을 구석구석 만지며 씻겨주는데, 기절한 애 상대로 다시 덮칠 수도 없고 꼴려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해댔는데도 성욕이 남아있다니.

    성자가 돼서 정력이 강해진 건 좋지만, 오히려 그게 불편한 경우도 있구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는 건가? 아니 이 경우엔 조금 안 맞는 말인가?

    어쨌든 디아나를 말끔히 씻기고 침대 시트도 새로 갈고 나니 상당히 늦은 시간이 되어버려서 구원도 얼른 잠이 들었다.

    물론 디아나와 같은 침대에서.

    어쩔 수 없잖아. 침대가 하나밖에 없는 방이니까. 불가항력이다.

    미소녀와 같은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는 꿈같은 상황을 연출하려는 의도는 정말 조금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디아나는 여전히 새근새근 잘만 자고 있다.

    어제도 결국 씻기는 내내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었고, 피곤하긴 했나보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애라도 신체는 미경험인 상태로 돌아간 거니 어쩔 수 없나?

    그건 그렇고 아침에 눈을 뜨자 바로 옆에 이런 예쁜 애가 잠들어있다니 이 세계에 오기 전에는 상상도 못할 광경이다.

    굳이 섹스를 하는 게 아니더라도 여자애랑 이러는 거 왠지 좋구나.

    섹스와는 다른 충족감이 느껴진다.

    구원은 빠져들 듯이 디아나의 얼굴을 지긋이 응시했다.

    어제는 전생 전의 모습이 너무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던 탓에 실망도 했었고, 섹스에 빠져서 정작 제대로 관찰할 생각을 못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보니 정말 예쁜 얼굴이구나.

    이렇게 조그만 얼굴에 큼지막한 눈과 자그마한 코, 귀여운 핑크빛 입술이 전부 들어가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기적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분명히 어린 얼굴인데도 어딘가 모르게 그 모성애가 느껴지는 포근한 인상이 제대로 남아있다.

    나이가 많다는 선입관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인가?

    어찌됐든 엄청난 미모다.

    하긴 이대로 성장하면 어제 봤던 그 전생 전의 슈퍼 미녀가 되는 거다.

    아무리 레벨 보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원판이 이렇게 예쁘지 않으면 그런 결과는 안 나오겠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구원이 그렇게 디아나의 미모에 빠져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디아나가 드디어 부스스하게 눈을 떴다.

    "잘 잤어?"

    "으음? 음…. 좋은 아침일세."

    디아나는 아직 완전히 깬 건 아닌지 비몽사몽하며 대답했다.

    전생 전부터 목소리와 말투가 안 어울리긴 했지만, 더 어려진 목소리로 저런 말투를 쓰니까 진짜 위화감 장난 아니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으음? 뭐가 말인가?"

    "어제 기절했잖아. 기억 안나?"

    "으음. 그랬지. 이 몸이 섹스로 기절한 게 대체 얼마만인지…. 전용 직업과 스킬의 힘이 확실히 무섭기는 하구먼."

    "하하. 그렇지? 사라 왔을 때 그렇게 움직여댄 건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사라? 사라가 대체 왜 나오나? 어젠 자네와 섹스를 하다가 자네가 마나의 계약을 강요하는 걸 거절하고 그대로…."

    아무래도 사라가 왔을 때 기억은 없는 모양이다.

    그럼 어제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여댔던 건 뭐지? 무의식중에 했다는 말인가?

    "그래. 자네. 거기 정좌하고 앉게나. 좀 얘기 좀 하세."

    갑자기 디아나가 근엄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래봤자 구원보다 어린 얼굴이라 그다지 박력은 없지만, 구원은 지은 죄가 있어서 순순히 침대위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어제 그건 대체 뭐였나?"

    "뭐, 뭐가 말씀이신지?"

    "마나의 계약을 강요한 것 말일세. 자네 마법사에게 마나의 계약을 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나 있는 건가?"

    "아뇨. 싫은 그런 게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그냥 막 던져본 거였는데요…."

    "하아…. 앞으로 조심하게나. 마법사에게 마나란 스스로의  목숨보다도 중요한 것. 마나의 계약은 말 그대로 목숨 이상의 것을 걸라고 요구하는 행위야. 자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만 아니었으면 크게 혼을 냈을 걸세."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어차피 레벨이 초기화된 디아나가 구원을 혼낸다고 해봤자 뭘 어쩌겠나 싶었지만, 구원은 순순히 사과했다.

    그저 디아나가 갑자기 휙 떠나버리는 걸 막기 위해 좀 확실히 해두고 싶었을 뿐인데 목숨보다 소중한 걸 걸라고 강요하는 건 확실히 잘못했다.

    "그리고 마나의 계약을 써서 까지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게 고작 파티를 떠나지 말라는 거라니. 이 몸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자네는 10살 먹은 어린아이인가?"

    …부정할 수 없다.

    정확히는 전생 전의 모습에게 반한 거지만 구원은 확실히 디아나에게 한 눈에 반했었고, 대마법사니 뭐니 핑계일 뿐 그저 곁에 두기 위해 어린애처럼 떼를 썼을 뿐이다.

    내가 연예경험이라도 있었으면 어떻게 잘 구슬려볼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제대로 연애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사라 때도 그렇고 디아나 때도 그렇고 막상 맘에 드는 여자를 잡아두려는 행위가 완전히 초등학생 수준이다.

    구원이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디아나도 구원이 충분히 반성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아마 자네가 죽을 때까지 이 몸이 어디 갈 일은 없을 걸세. 레벨의 한계를 초월하는 방법은 이 몸이 무수한 세월을 거쳐서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 그렇게 금방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마치 장난꾸러기 손자를 바라보는 듯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을 쳐다봤다.

    외모는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애가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니 묘한 기분이다.

    그래도 죽을 때까지 같이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한 편으로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 전제조건이 디아나가 자기가 바라는 영역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는 건데도 기쁘게 생각하다니. 역시 난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놈이구나.

    "어떤가? 이제 좀 안심이 되나?"

    디아나는 여전히 할머니 같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을 놀리듯 물어봤다.

    "시끄러워. 일어났으면 씻고 가서 밥이나 먹자."

    "허허. 녀석. 부끄러워하기는."

    구원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놀리는 디아나를 애써 무시하며 구원은 세면대로 향했다.

    어제 밤에는 엉엉 울면서 나한테 매달린 주제에 저런 능글맞은 태도라니. 역시 나이는 헛먹은 게 아니란 건가.

    대충 씻고 디아나가 씻을 동안 사라의 방을 노크하여 깨우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사람도 거의 없는 식당은 찬 공기가 유독 상쾌하게 느껴졌다.

    어제 아침에는 그렇게 꿀꿀한 기분으로 일어났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상쾌한 기분이 될 수 있다니. 역시 사람 일이란 건 모르는 거다.

    "좋은 아침이에요."

    "응. 안녕."

    구원이 한창 인생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라가 내려왔다.

    디아나 얘는 더 먼저 일어난 애가 왜 아직 안 내려오고 있지?

    "기분 좋아 보이네요. 무슨 일 있어요?"

    "응? 아니야. 그냥."

    오늘 얘랑도 섹스를 하기로 했지.

    오늘도 쿨한 사라의 예쁜 얼굴을 보자 더욱 더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이란 아름답구나.

    그때 계단에서 디아나가 내려왔다.

    "아, 디아나! 여기야!"

    "네? 디아나님? 하지만 저 모습은…."

    그러고 보니 사라는 디아나가 전생하고 처음 보는 거지.

    디아나는 어제 걸쳤던 그 로브 걸치고 끝자락을 땅에 질질 끌면서 다가왔다.

    그나마 오늘은 로브에 딸린 후드는 하고 있지 않고 있다.

    "흠. 잘 잤나?"

    "네? 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실은 어제 디아나가 전생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바로 우리 파티의 마법사로 모셔왔다! 잘했지?"

    "네?! 지고의 마법사님이 전생을 한다는 동화책 얘기는 사실이었군요!"

    동화책? 아, 그래서 지고의 마법사는 알면서 디아나란 이름은 몰랐던 거냐.

    "음. 그렇게 됐다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아뇨. 저야말로. 지고의 마법사님이 같은 파티원이라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의 표정은 왠지 복잡해보였다.

    "이제부터 같은 파티원이니 너무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되네. 편하게 디아나라고 부르게나. 사실 전생을 한 터라 어제 같은 활약은 불가능할 걸세."

    "그러고 보니 너 직업 레벨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것도 전생하면서 전부 초기화된 거야?"

    "아니. 직업 레벨은 숙련을 나타내는 거니 말일세. 기억까지 과거로 되돌아 간 것은 아니니 초기화되지 않았네. 레벨 제한으로 봉인되어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한마디로 레벨만 올리면 직업 레벨도 자동으로 올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음. 정확하네."

    완전 사기잖아.

    성자의 사기성 중 하나가 레벨을 올리면 직업 레벨도 같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디아나는 한마디로 그걸 패시브로 장착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하긴 그러니까 아무 주저도 없이 전생 마법 같은 걸 쓸 수 있었겠지만.

    "그런데 그 로브는 아직도 걸치고 다니네?"

    "음?! 뭐, 뭐 그렇지. 익숙해져서 그렇다네. 별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디아나가 갑자기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얘 갑자기 왜 이래?

    "그래? 그래도 후드는 안 썼잖아?"

    "으, 음. 음. 이 몸도 좋아서 그렇게 뒤집어쓰고 있었던 게 아닐세. 매력이 너무 높으면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생기는 법이지."

    "자기 외모에 너무 심하게 자신감 있는 거 아니야?"

    확실히 저런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큼 말도 안 되는 미모긴 했지만 구원은 괜히 놀려봤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일세. 너무 높은 매력은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매혹의 효과를 가지지. 자네도 그 몸으로 직접 겪어보지 않았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라가 그 말에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날카롭게 반문했다.

    "음. 실은 말이지 이 자가 목숨 아까운지 모르고 이 몸에게…."

    "아아아! 맞아! 응! 후드 벗은 거 보고 넋이 나갔었지! 와 진짜 예쁘더라고!"

    얜 부끄럽지도 않나 대체 뭘 당당히 말하려고 하는 거야!

    구원은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디아나의 말을 끊었다.

    그런가. 내가 죽을 줄 알면서도 디아나한테 삽입한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내가 이래봬도 목숨 아까운줄 아는 놈인데 어쩐지 이상하더라.

    "…흐음. 그렇군요. 그러신가요."

    분명 디아나의 말은 중간에 커트했을 텐데 사라의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구원도 이제 슬슬 눈치라는 게 생겨서 바로 커버에 들어갔다.

    "사라도 레벨 올리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는 건가? 이렇게 같이 있는 걸 보면 사라도 디아나한테 안 질 정도로 예쁘니 벌써부터 기대되네."

    그저 기분 풀어주려고 하는 입에 발린 소리도 아니다.

    나란히 있는 디아나와 사라를 놓고 보면 그저 취향의 차이만 존재할 뿐 누가 더 예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우월한 미모를 자랑했다.

    역시 파티원 잘 모았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확실하단 말이야.

    "그, 그렇게 입에 발린 칭찬을 들어봤자 하나도 안 기쁘거든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얜 기본적으로 쿨한 표정이면서 은근히 태도는 알기 쉬운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겐가?"

    "응? 뭐가?"

    "이 몸은 자네의 스킬을 관찰하는 게 목적이니 뭘 해도 상관없네만, 자네들은 던전에 가는 목적이 있을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그런 거창한 거 없는데.

    던전 심층에 드나들 수 있는 모험가가 되면 여자들한테 인기 폭발해서 하렘상태가 될 수 있어! 라는 게 목표라면 목표였지만, 사라와 디아나를 양 옆에 낀 시점에서 벌써 목표를 클리어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둘 다 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같이 잘 수는 있는 상태까지 됐잖아?

    이 둘보다 예쁜 여자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들고 말이지.

    이젠 던전에 갈 이유를 찾는다면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어제 사라를 도와주기로 다짐했던 거다.

    그래. 어차피 딱히 목표도 없다. 우선은 이걸 목표로 설정하자.

    "그거 말인데. 우선 사라와 내 전투관련 직업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싶어. 디아나와는 상관없는 얘기가 돼버리겠지만 괜찮을까?"

    "흠. 이 몸은 자네의 스킬을 관찰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네."

    "구원…. 고마워요."

    사라가 감격한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봤다.

    달리 목표도 없으니 그런 건데 저렇게까지 감동한 표정을 지으면 왠지 머쓱하네.

    "크흠. 어쨌든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깊이 내려가 보자."

    사실 어제 전생 전 디아나와 한 걸로 다시 한 번 폭업을 한 구원의 스탯을 생각해보면 조금이 아니라 몇 단계를 건너뛰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구원은 신중히 가기로 했다.

    아무리 신체능력이 상승해도 싸움 기술, 즉 전투 직업 레벨이 상승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우선은 무투가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하자.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arz // 살짝 내용이 변경됐습니다. 할아버지를 죽인 모험가가 겁에 질려 도망치게 되죠.

    저놔해 // 지적 감사합니다. 앞으로 주의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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