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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넣자마자 느껴지는 압도적인, 그저 압도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쾌감.
구원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게 바로 복상사란 거구나.
지나친 쾌감에 눈앞이 새하얘지며 뇌가 마비되어 몸이 통제되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도 들지 않는다. 뇌에 전류가 흐르듯 내리치는 압도적인 쾌감에 그 외의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이렇게 죽는 건가?
신기하게 아프지는 않다. 쾌감으로 죽는 거니 당연한 건가?
구원이 묘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과 직시했을 때, 갑자기 온몸의 감각이 한순간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헉, 헉, 헉, 뭐, 뭐지?"
전신이 기분 나쁜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고, 팔마디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져 힘이 들어가지 않지만, 어쨌든 살아 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생명력 게이지는 절반 이상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자세한 수치를 확인하자 생명력이 5150/9200이 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9200? 대체 레벨이 얼마나 오른 거야?
그리고 난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그때 생명력 수치를 보던 구원의 머리에 두 가지 가설이 스쳐지나갔다.
먼저 힐링 섹스.
어제 사라를 치료할 때 레벨이 올라 향상된 힐링 섹스의 효과는 절정 시 150의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디아나에게 삽입하고 복상사를 하려는 동시에 힐링 섹스의 효과도 발동됐을 거다.
그리고 최후의 자존심.
구원이 절정에 이를 때 디아나도 절정에 이르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구원의 레벨과 성자 레벨이 올라서 늘어난 최대 생명력의 수치만큼 생명력이 채워졌다.
둘 중 어떤 게 영향을 미쳐서 구원이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구원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자네 살아 있는가? 괜찮은 겐가?"
어느 샌가 구원의 밑에서 빠져나와있는 디아나가 걱정되는 얼굴로 구원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네. 어떻게 겨우 살아있네요."
"대, 대체 어떻게…. 그, 그보다 자네가 이 몸한테 마지막에 사용한 스킬은 뭔가?"
"네? 무슨 스킬이요?"
"이, 이 몸을 절정에 느끼게 한 스킬 말일세! 그것 말고 또 뭐가 있다는 말인가! 이 레벨이 되고 그런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일세! 대체 그건 무슨 스킬인가?!"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디아나의 얼굴은 구원이 열심히 애무할 때와는 다르게 상기되어 있다.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 있는 그 얼굴은 누가 봐도 흥분한 여자의 얼굴이었다.
정기 게이지를 확인하니 역시나 레벨 업 전의 최대치였던 1500이 전부 소모된 상태다.
이건 역시 최후의 자존심이 발동한 거라고 봐야겠지.
기본적인 효과 2%에 소모 자원 100당 1% 증가된 효과를 적용하여 총 16%.
구원이 복상사하던 순간에 디아나 역시 구원이 느끼는 쾌감의 16%의 쾌감을 느꼈다는 말이 된다.
고작 16%라고는 해도 사람이 죽을 만큼의 쾌감의 16%다.
아마 상당한 수준의 쾌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구원은 죽을 상황이 되어 맨 정신이 아니었지만 디아나는 맨 정신으로 전부 그 쾌감을 받아들였으니 오히려 구원보다 더 제대로 오르가슴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최후의 자존심이라는 스킬이요. 상대의 레벨과 상관없이 제가 느끼는 쾌감을 일부를 공유하며 같이 절정에 오르는 효과가 있어요."
"뭐라고?! 상대 레벨과 관계없이?!"
디아나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놀랐는지 구원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달려들어 말했다.
"그게 정말인가?! 상대의 레벨에 관계없이 절대적인 효과를 지니는 스킬이라고?!"
"네, 네."
"그럼 어떤 제약이 있나? 그런 강력한 스킬이라면 필시 뭔가 제약이 있을 터."
"아뇨. 딱히."
"뭐라고?!"
구원의 대답을 들은 디아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생각에 잠겼다.
적어도 좀 떨어져서 생각에 잠겨주시면 안될까요? 눈 둘 데가 없는데.
현재 디아나는 구원의 위에 올라탄 자세다.
아니, 이렇게 된 거 상황을 즐기자.
구원은 예술품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디아나의 몸을 찬찬히 이곳저곳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르가슴을 느꼈기 때문인지 전신이 희미하게 상기되어있는 디아나는, 원래 가지고 있는 신성한 느낌과 부드러운 느낌에 대해 묘한 관능미까지 더해져 아까 이상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와 진짜 이런 사람이랑 사귀면 어떤 기분일까.
구원은 이런 여성을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이런 세계관이라 가능한 섹스는 하려고하면 넣자마자 한번 움직여보지도 못한 채 꼴사납게 복상사나 당할 수준.
사귀는 건 물론 꿈도 꿀 수 없는 상대다.
"흠…아니, 하지만…그래도 어쩌면…. …그래. 좋아!"
디아나는 아까부터 계속 혼자서 뭔가 중얼중얼 거리더니 마침내 고개를 들고 다시 구원을 바라봤다.
"자네. 이 몸이 긴히 부탁할게 있네. 들어줄 수 있겠는가?"
"네? 네. 뭐든지."
구원은 대답하고 아차 싶었다. 뭐든지라니 대체 뭘 부탁할 줄 알고.
그래도 만약 디아나가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해오면 정말 어떤 부탁도 거절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더 복잡한 기분이 됐다.
"자네의 스킬을 가까이에서 좀 더 오랫동안 연구해보고 싶어졌네. 이 몸을 자네의 동료로 받아줄 수 있겠는가?"
"네. 아니, 네?! 동료요?! 정말로요?!"
"흠. 그렇다네. 다만 이 몸은 지금부터 어떤 마법을 사용하려고 한다네. 그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이 몸은 대부분의 힘을 봉인당하고 평범한 마법사로 돌아가게 되지. 그래도 이 몸을 동료로 받아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죠! 기꺼이!"
구원은 디아나의 부탁이 미친 듯이 기뻤다.
동료라니! 오히려 이쪽에서 절이라도 하면서 모셔오고 싶은 기분이다.
갑자기 그 봉인이라는 걸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마법사로 돌아간다고? 그러면 어때! 오히려 아무 능력이 없어도 된다. 저 외모만으로도 어떤 이유를 대서든 같이 있고 싶다.
아무리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구원이 도저히 넘볼 수 없을 구름위의 존재라고 해도 같이 지내다보면 정이라는 게 생길 거고, 남녀사이에 정이 생기면 혹시나? 라는 기대가 구원의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맙네. 평범한 마법사로 돌아가더라도 지식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이 몸도 던전 탐험에 꼭 도움이 될 걸세."
고맙긴요. 제가 더 고맙죠.
도움이 될지 말지 같은 건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지내셔도 됩니다.
디아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 한복판에 서서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손짓을 하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늑대개를 잡을 때 보여준 그 압도적인 마법도 무영창으로 사용한 애가 주문이라니.
대체 어떤 마법을 쓰려고 하는 걸까?
디아나의 발밑에 빛나는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겹겹이 층을 쌓는 것처럼 발목, 종아리, 허벅지 등에도 동그란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곳 디아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마법진에 둘러싸인 형태가 됐다.
그리고는 디아나의 온 몸에서 강렬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디아나의 몸에서 나오던 강렬한 빛이 점차 사그라지더니 그 자리에는 디아나와 똑 닮은 미소녀 한 명이 서 있었다.
…뭐?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
"디아나! 디아나 어디 갔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으아아아아아아악!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뭐야 그 모습은!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제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주세요!"
"흠. 불가능하네."
"안돼애애애애! 너! 너 지금 대체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는 거야?!"
"왜 그렇게 소란인가? 남자들은 젊은 여자를 더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난! 연상 취향이라고오! 드디어 내 이상형에 완벽히 부합하는 누님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형이라니 눈앞에서 들으니 쑥스럽구먼."
"지금 넌 아니거든?!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납득 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어!"
"자네의 스킬을 제대로 연구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려면 아무래도 이 몸도 그 스킬을 제대로 맛볼 필요가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이 몸이 쓴 마법은 전생 마법이라고 하네. 전생 마법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을 정도로 완성된 마법은 아니네만, 아무튼 한마디로 말해서 신체를 과거로 돌리는 마법이라네. 지금 이 몸은 어렸을 때로 돌아와 레벨이 전부 초기화됐다네. 이로써 자네가 마지막에 쓴 그 스킬뿐만이 아니라 통하지 않던 다른 스킬들도 전부 제대로 느끼고 연구할 수 있겠지."
그 말을 듣고 구원은 디아나를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확실히 지금의 이 미소녀는 그 미인 누님 디아나가 어려진 모습이다.
다만 뭐라고 해야 할까. 오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생 마법 전의 디아나의 미모는 감히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오라같은 게 느껴졌다.
지금 디아나가 결코 예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지금 디아나 역시 그 여신 같던 모습의 과거답게 구원이 본 여자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만한 미모를 자랑하는 미소녀다.
다만 그 여신 같던 미모와 비교하자니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구원의 취향이 연상의 누님이란 점도 영향이 있겠지만 결코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이게 바로 레벨 보정이라는 건가.
"잠깐, 과거라고 했으니 결국 성장하면 그 전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소리잖아?"
좋았어! 이건 키잡 플래그인가!
"흠. 그렇다네. 앞으로 천년정도 걸릴 걸세."
뭐 이런 씨발?! 안 돼! 그럴 수 없어!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우리 엘프족은 원래 성장이 느리니."
씨발! 그러고 보니 얘 귀가 뾰족했지! 빌어먹을 종족 같으니라고! 뭐가 미의 종족이냐!
"너무 좌절하지 말게. 그래도 몇 년 지나면 어느 정도 성장하기는 하지 않나."
"…자세하게 얘기해보실까."
"흠. 이방인이라 잘 모르는 겐가? 우리 엘프족은 신체의 전성기가 올 때까지는 인간과 거의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네. 그리고 가장 전성기인 20대 초반의 모습에서 성장이 멈춰 오랜 세월을 살아가다가 수명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다시 인간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즉, 아까 모습은 이 몸의 수명이 수십 년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소리지. 그리고 이 모습은 아직 전성기의 모습이 아닐세. 전생마법은 레벨을 완전히 초기화시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레벨이 1이었던 시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뿐일세. 아직 성장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얘기지."
즉, 이런 말이다.
20대 후반의 연상의 누님 모습을 보는 건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불가능하지만, 곧 20대 초반의 미인으로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좋아. 널 동료로 받아주는 건 승낙하지."
"음? 이미 그 얘기는 끝난 얘기 아니었나?"
"그건 네가 내 취향의 미인 누님이었을 때 얘기지! 넌 나한테 레벨 다운보다 더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고 속였어! 배신당한 이 마음에 대체 어떻게 사죄할 거야? 엉?!"
"자네는 정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구먼. 그래. 이 몸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
"바라는 것 따윈 없어! 아까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상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흠. 이 몸의 처녀를 가질 수 있는 영광을 주지. 그럼 됐나?"
"되긴 뭘…응? 네? 뭐라고요?"
"처녀 말일세. 처녀. 영광으로 생각하게나."
그러고 보니 레벨이 1이었던 시기의 모습이라는 소리를 했었지.
그 말은 즉, 처녀일 때 몸으로 돌아왔다는 말이렷다!
게다가 아까 내가 아무리 애무해도 무반응이었던 건 레벨 차이 때문이었다는 뉘앙스의 말도 했다.
하지만 디아나의 레벨이 1로 돌아온 지금, 오히려 구원의 레벨이 디아나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구원은 눈앞에 있는 미소녀의 처녀를 유린하며 스킬을 사용해 쾌락에 빠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꿀꺽
구원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 디아나를 빤히 응시했다.
"자, 그럼 어서 시작하도록 하게. 아무래도 레벨 1은 여러모로 불편해서 말일세. 물론 스킬도 제대로 사용하게나. 그걸 경험하기 위해 전생 마법까지 사용했으니 말일세."
그 말로 구원은 깨달을 수 있었다.
디아나는 섹스 그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말 그대로 레벨을 올리기 위해 해야 하는 과정으로만 생각하는 모양.
구원과 섹스를 하는 것도 오로지 성자의 스킬이 가지는 특수성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아까는 더 자랄 거니 뭐니 말했지만, 성자의 스킬을 전부 경험해보고 분석이 끝나면 떠나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건 싫었다.
이 정도의 미소녀에 레벨만 올리면 대마법사가 되는 게 확정된 인재다.
그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살려야지.
디아나가 얼마나 경험이 풍부한지는 모른다.
그 정도 고레벨이었던 애다. 게다가 만약 전생 마법을 처음 쓰는 게 아니라면?
구원이 게임을 통해 얻은 경험까지 포함하더라도 발끝에도 이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섹스에 저렇게 초연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디아나는 고작 레벨 1에 성자의 스킬도 제대로 맛본 적 없는 몸이다.
마음먹고 제대로 함락시키려고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도 아니고 그런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잘되면 좋은 거고. 안 되도 그저 스킬을 열심히 썼을 뿐이라는 변명이 가능해진다.
좋아. 괜찮을 거야. 난 할 수 있어.
조교 같은 건 게임하면서 수도 없이 해봤잖아? 고작 레벨 1따위야 식은 죽 먹기지.
구원은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디아나에게 손을 뻗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해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며칠만 빨리 연재를 시작했으면 만우절에 맞춰서 복상사 엔딩도 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사실 절단이라고 했지만 저번 화는 적당한 곳에서 끊은 겁니다.
바로 섹스 신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었거든요.
코멘트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죄송하지만 오늘부터는 답변을 필요로 하는 것 같은 코멘트에만 답변을 드리도록 할게요.
무꾸914 //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많이 당하다보니 어느 샌가 익혀진 모양이네요.
redwine180 // 주인공의 성욕이 기본적으로 왕성한 것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한 몫합니다. 현실 동정이라서 섹스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레벨 업이라는 이유로 섹스에 개방적인 세계에 떨어진 거죠. 원래는 말거는 것조차 꿈도 못 꿀 미인들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상황이 주인공을 더욱 부추긴 겁니다. 이것도 아마 경험을 쌓다보면 차츰 나아지겠죠.